[안도다다오의 도시방황]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건축과 여행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기 여행을 통해 건축에 대한 생각을 풀어낸 사람이 있다. 바로 안도 다다오. 처음 그의 작품을 알게 되었을 때 솔직히 감탄했다. 빛의 교회, 물의 교회 등을 보고 그 독특함과 간결함 그리고 원래 존재했던 사물인양 건축물을 창조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것도 의도적이고 계산된 한마디로 과학적인 모습으로 말이다. 노출 콘크리트의 개성이 이렇게 간결하고 아름다워 보였던 적이 없었다.  

 건축이 말을 한다고 했던 알롱 드 보통의 이야기(『행복의 건축』)처럼 안도 다다오의 건축은 우리에게 그야말로 말을 하고 있었다. 저자는 독학으로 건축을 공부했다. 르코르뷔지에 또한 건축 정규교육을 받지 않았으며 가우디는 어땠는가. 독서광인 그는 건축수업에 불참하고 도서관에서 온종일 책을 읽으며 보내고는 했다. 이렇듯 보면 규격화된 교육의 틀을 벗어나서일까. 이들은 독특한 건축철학을 가진 이들로 유명하다. 그들만의 건축세계를 만든 무엇인가가 있다는 말이다. 그것이 안도 다다오에게는 여행이었다. 
 


 나에게 유일한 배출구는 여행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일을 하고 받은 돈 대부분은 여행에서 다 썼다. 설령 통장에 한 푼도 남지 않더라도 내안에 뭔가 남으면 그만이다는 마음이었다. (본문 118쪽.)

 

 

 "내게는 친구가 많다. 플라톤도, 네로 황제도 모두 친구다. 어떤 역사적 인물일지라도 대화를 자꾸 하다보면 친구가 된다." 여행의 성패는 이런 가공의 대화가 얼마나 가능하냐에 달려 있다. 결코 말하지 않는 존재와의 커뮤니케이션은 현실의 대화는 또다른 깊이가 있다. 그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본문 124쪽. 참고 : 역사작가 시오노 나나미의 말을 인용.)

  한 건축가의 사념 속을 들여다본 느낌이다. 건축은 누군가의 창조물이자 세계와의 그리고 자신과의 끝없는 대화가 아닐까. 낯선 도시에서 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영감을 준 이야기가 가득하다. 도시를 여행하며 건축물 그리고 예술가에게 받은 당시의 느낌은 그만의 자산이다. 그것이 낯선 새로움이나 충격 등의 여러 가지 경험을 주었고 이는 이후 그만의 작품을 통해 새롭게 창조되었을 것이다. 도시방황이란 말이 이렇듯 매력적으로 다가온 적도 없는 거 같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 대한 외적인 이야기가 아닌 내적인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 사진이 실려 있으니 참고할 수 있다. 누군가의 관념적 대상을 통해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 이어받는 이야기는 언제까지나 새롭다. 어쩌면 이런 과정을 통한 끊임없는 자기암시가 빛을 발하기 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다. 처음에는 공간을 재창조한다는 점 때문에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는데 해가 갈수록 건축의 불합리한 요소가 사라지고 자연과의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대 건축의 방향성까지 운운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건축도 개인의 머릿속에서 시작하는지라 창조에 따른 후세대의 몫까지 고려했으면 한다. 그러나 이 또한 건축에 무지렁이인 내가 할 말이 아닐 수도 있다. 그저 바람이다.  

 책의 내용은 나름대로 좋았는데 솔직히 편집은 아쉬운 점이 많다. 벗겨 낼 수 없는 일체형 구조는 답답함을 주었고 특히 낮이 아닌 밤에 책과 마주하는 내게 고역이었던 것은 반짝이는 은색의 공간이었다. 활자 밖의 테두리를 두껍게 은색으로 구성했다가 다시 은색이 글자 바탕이 되기도 하는 등 반사가 되어 책읽기에 방해가 되었다. 물론 나름의 의미인 안도를 상징하는 회색 콘크리트를 나타내려 했다는 건 이해하지만, 독자에게 불편을 주는 것은 큰 감점요소이다. 은색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한국어판의 특징이 되기는 하겠지만 어쩐지 나는 더 간결한 방식이 안도 다다오의 방식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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