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정겨운 함민복
선천성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긍정적인 밥
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 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http://image.aladin.co.kr/product/4/96/coversum/8936421565_1.jpg)
제1부 선천성 그리움 / 제2부 달의 소리
제3부 거대한 입 / 제4부 꽃
따뜻하고 절실한 마음. 그리고 지독한 짝사랑이 떠오르는 시집. 제3부에는 물론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풍자하기도 한다. 바네트 뉴먼의 「디오니소스」가 표지그림인데 제목과 잘 맞아떨어진다.
시인의 가을이란 시의 일부분처럼 시인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고 싶다.
(가을의 원문: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4341.01.12.흙의 날. 작년 9월에 만난 책. (07144-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