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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감성과 글투 사이에서 서성였던 책.
장마철과 어울리는 책 제목이다. 비가 오는 날 읽고는 한참이 지나고 다시 비 오는 날에야 서평을
쓰다. 제목은 책에 인용된 시의 제목이기도 한데 시인은 압둘 와합 알비야티라는 이였다.
생소한 이름이었으나 그 서정성 짙은 제목이 나를 끌어당겼다.
공지영의 산문집으로 시인이 되고 싶었던 작가답게 좋은 시들이 인용되어서 그 시를 읽는 것도 괜찮았
다. 그러나 산문은 작가의 맨몸뚱이를 보는듯한 느낌이기에 적랄하다. 나는 독자이기에 작가의 글로써
그를 느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작가는 언제나 독자에게 있어서 맨몸뚱이일 것이
다. 나이 쉰이 넘었어도 감수성은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감성이 지나치게
감성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공감되는 부분이 있었기에 나 역시 작가처럼 혼자인 빗방울임을 느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무리 읽
어도 그녀의 글투는 내게 큰 울림이 되어주지 않는다. 편견 같은 것을 갖지 않으려 했으나 다소 가로막
히는 내 감각을 볼 때 역시 이미 하나의 편견이 생겨있었던 것이다. 이것은 실로 안타까운 일이다. 작가
와 나 사아의 공감이 퍼져 나갈 수 없는 이유가 그것도 글투 때문이라니! 개인적 차이니 별 수 없다. 그
러나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느낄 수 있는 어느 부분인 공집합적인 요소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특정적인 경계가 불분명한 것이 오히려 행운일 수도 있다. 특히나 우리 작가의 글과 마주하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 더욱 민감하다. 그래서 어지간히 신경이 써지지만 말이다.
사랑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에 파도가 일렁였다. 그래서 약간의 쓰라림을 동반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무언가가 찰랑대다 말았다. 어쩌면 다행이지 않았을까. 넘쳐버려 우울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그녀이기도 한 J에게 하는 말은 내게도 하는 말이었다. 작가의 내면에게 속삭이는 말들로 많은 치
유가 되었으리라 여겨진다. 나 역시도 그렇다.
여류작가와의 주파수 놀이는 이래서 다소 불편하기도 하지만 편하기도 하다. 그녀가 오슬로에 가서 뭉
크를 보고 나서 한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다.
'누군가를 너무 가까이에서 들여다 본 벌을 받는 것 같은 그런 기분(47쪽)'
들여다 보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나을 때가 있다. 더 들여다보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글투와 상반되
는 마음에 들어오는 전달의식의 충돌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 닮아있음. 이 사람 나와 닮은
데가 있어 애써 외면하고도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책을 잡고 한 번에 읽어버렸다.
작가는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지 느껴질 만큼 적고 있다. 어찌 보면 감추고 싶은 치부
일 수도 있는 것을 담담하게 써내려갔다. 독자는 작가의 이런 모습을 좋아하고 작가 또한 이를 통해 내
면을 치유하는 것이다. 즉, 작가와 독자 모두가 구원받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역시 이 책을 평한다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남의 시를 인용한 것은 흠이 될 수 없겠지만
제목까지도 남의 시 제목을 따서 쓰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제목이 아무리 들어맞는 제목이어도
말이다. 그리고 거듭 말한 지나친 감수성이 내게는 다소 거북했다. 그럼에도,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은 앞
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반짝이는 감성을 잘 걸러내면 진정 그녀만의 글이 나올 테니 말이다. 쓰고 나니
혹평 같지만 읽을만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