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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의 즐거움
피에르 쌍소 외 지음, 함유선 옮김 / 호미 / 2003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과 표지의 흑백사진이 시선을 잡아끈다. 깔끔한 구성... 그러고 보니 저자의 이름도 낯설지 않았다.
『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와 『 게으름의 즐거움 』제목으로도 일맥상통함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피에르 쌍소를 시작으로 정원 설계사, 철하자, 작가, 물리학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쓴 글을 모아두었는데 몇몇 글은 깊이 있거나 신선하기도 했으나 또 몇몇은 그저 가볍게 쓴 것도 한
데 뒤엉켜있어 전체적인 느낌은 기대보다는 떨어졌다. 피에르 쌍소가 말하는 게으름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게으르다는 건 느즈러질 대로 느즈러져서 절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하고는 다르다. (12쪽)
게으름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남이다. 그러나 정신까지도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맞서는 것을 잠깐 멈추
는 식의 물러남이다...(중략)...말하자면, 게으르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그것은
슬기로움이나 너그러움의 한 형태다. (13쪽)
사람들이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버려진 순간에 깃들여 있다. (14쪽)
지인 중에 게으름을 즐겁게 피우는 사람이 있다. 때로 그것을 두고 나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혹은 웃으
며 놀리도 했다. 내 성격과는 판이하여서 쉽게 적응이 어려웠는데 익숙해지니 이제 그 게으름이 그의
외투보다 중요한 신발같이 여겨지기까지 한다. 또 그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너그러운 마음을 갖
고 있다. 누구보다 바쁜 생활을 하며 수면시간도 넉넉하지 못할 만큼 열정적인 사람이다.
쉬는 날 빈둥거리는 즐거움을 누르기 좋아한다면 게으름의 즐거움을 이미 아는 사람일 것이다.
흑백사진을 보며 이들의 게으름 예찬을 들으며 아등바등 거릴 필요 없다는 나름의 위안을 했다.
어떤 책은 제목만으로도 편하게 해준다. 이 책도 그렇다. 알맹이는 덜 영근 것도 있지만 말이다.
잃어버린 시간은 우리를 키워 주는 풍요로운 시간(크리스티앙 보뱅의 말)이라는 말을 한참 생각
했다. 그 시간의 풍요로움은 뒤로한 채 잃어버렸다는 것만을 한탄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