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길들이기 - 전예원세계문학선 310 셰익스피어 전집 10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정옥 옮김 / 전예원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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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미오와 줄리엣 』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것을 몰라도 너무도 유명하듯 이 작품의 제목도
책을 읽지 않거나 공연을 보지 않아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사실 우리가 은연 중에 접하는 많은
영상, 광고, 아이디어의 출발은 책에서 근거하는 경우가 흔하다.
작가의 희곡에 손꼽히는 이 책도 역시 단숨에 읽어낼 만큼 가독성이 높다.

제목의 길들이기라는 단어를 어릴 때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크면서 『 어린왕자 』의 여우 이야기
에서 아마도 그때부터 난 길들인다는 단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거 같다. 서로에게 익숙해지고자 노
력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니까. 주인공 캐더리너와 페트루치오는 외관상으로 우스꽝스럽지만 마음
은 진지했을 것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천방지축 캐더리너의 정숙하고 아름다운 여동생 비앵커는 정혼자가 줄을 서나 캐
더리너는 정반대이다. 그래서 부친은 캐더리너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비앵커도 결혼할 수 없게 만든다.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에 때마침 페트루치오가 캐더리너와 결혼하겠다고 나서며 그녀를 길들이는
내용이다. 물론 캐더리너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이다.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행동하는데 이에는 이
전법을 펼치는 페트루치오는 한 술 더 뜬다.

극 안의 극 형식을 취하지만 서극만 등장하고 이후 종적이 묘연한 땜장이 슬라이의 존재는 그다지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완성도나 작품성은 높지 않지만 재미는 있다. 그래서 옮긴이가 말하
듯 책보다 공연에서 큰 인기를 끄는 작품이다. 해학적인 매력 때문이라 생각된다. 공연을 볼 기회가 생
기면 꼭 보고 싶다. 아마도 큰소리로 웃으며 볼 수 있을 것이다.

페트루치오는 돈 때문에 캐더리너와 결혼하려고 마음먹지만 후에 보면 그가 캐더리너를 아껴서 그녀를
변화시킨듯한 느낌으로 마무리 된 것은 조금 황당했다. 물론 그런 와중에 정말로 좋아하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캐더리너는 그 괄괄한 고집을 꺾고 180도 달라지다 못해 너무도 순종적으로 바뀌다
니 그것도 음식 등의 이유로? 비앵커도 전형적인 순종적인 그녀가 끝에 그렇지않은 태도를 보임으로써
반전이랄까? 도대체 땜장이 슬라이는 왜 나온 것인지! 이런 식으로 읽으면 재미없지만 이들의 변모
과정을 따라가다보면 더러는 떨어져나가고 마찰이 사라지는 과정을 거쳐 길들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깊이보다는 재미를 추구하려는 의도적인 작가의 노력으로 오락적 즐거움이 큰 재미를 주지만
작품만 두고 보면 여기저기서 틈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완벽한 하나의 책도 좋지만 이런 유쾌함을
담아내는 책도 좋다. 버스 타고 여행 갈 때 읽어도 딱이다. 극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나만의 상상력
을 최대한 발휘만 하면 꽤 쏠쏠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정자세로 읽을 필요도 없다. 내가 무대에 서
있듯 또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말투를 사용하는 것도 색다른 유희의 하나일 것이다.


악담을 한다구, 그러면 나는 나이팅게일의 노래처럼 아름답다고 해주자.
오만상을 찌푸린다면 나는 마치 아침 이슬에 젖은 장미처럼 싱그럽다 할 거다.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다면 가슴을 울리는 웅변이라고 칭찬 하리라.

ㅡ 제 2 막, 1장 페트루치오의 대사 중에서(67쪽)



아쉬운 것은 군데군데 오자가 있었는데 특히나 그것이 등장인물의 이름이어서 거슬렸다. 교정 시 섬세
하지 못해 남은 흔적 등은 하루속히 수정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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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4-11 13:04   좋아요 0 | URL
저도 길들이기 라는 말의 부정적 이미지를 <어린 왕자>의 구절을 통하여 씻어낸것 같네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리라 생각이 듭니다.

은비뫼 2007-04-11 22:32   좋아요 0 | URL
아마도 왕자와 여우의 이야기에 감동을 받아서겠죠?
그래도 역시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동등하지 않고 권위로 길들이려고 한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크리라 생각됩니다. 이 책은 유쾌하게 읽었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