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미오와 줄리엣 』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인 것을 몰라도 너무도 유명하듯 이 작품의 제목도책을 읽지 않거나 공연을 보지 않아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사실 우리가 은연 중에 접하는 많은영상, 광고, 아이디어의 출발은 책에서 근거하는 경우가 흔하다.작가의 희곡에 손꼽히는 이 책도 역시 단숨에 읽어낼 만큼 가독성이 높다.제목의 길들이기라는 단어를 어릴 때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크면서 『 어린왕자 』의 여우 이야기에서 아마도 그때부터 난 길들인다는 단어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거 같다. 서로에게 익숙해지고자 노력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니까. 주인공 캐더리너와 페트루치오는 외관상으로 우스꽝스럽지만 마음은 진지했을 것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천방지축 캐더리너의 정숙하고 아름다운 여동생 비앵커는 정혼자가 줄을 서나 캐더리너는 정반대이다. 그래서 부친은 캐더리너가 결혼하기 전까지는 비앵커도 결혼할 수 없게 만든다.그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에 때마침 페트루치오가 캐더리너와 결혼하겠다고 나서며 그녀를 길들이는 내용이다. 물론 캐더리너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성격이다.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행동하는데 이에는 이전법을 펼치는 페트루치오는 한 술 더 뜬다. 극 안의 극 형식을 취하지만 서극만 등장하고 이후 종적이 묘연한 땜장이 슬라이의 존재는 그다지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작품의 완성도나 작품성은 높지 않지만 재미는 있다. 그래서 옮긴이가 말하듯 책보다 공연에서 큰 인기를 끄는 작품이다. 해학적인 매력 때문이라 생각된다. 공연을 볼 기회가 생기면 꼭 보고 싶다. 아마도 큰소리로 웃으며 볼 수 있을 것이다. 페트루치오는 돈 때문에 캐더리너와 결혼하려고 마음먹지만 후에 보면 그가 캐더리너를 아껴서 그녀를변화시킨듯한 느낌으로 마무리 된 것은 조금 황당했다. 물론 그런 와중에 정말로 좋아하게 되었을지도모르는 일이다. 또 캐더리너는 그 괄괄한 고집을 꺾고 180도 달라지다 못해 너무도 순종적으로 바뀌다니 그것도 음식 등의 이유로? 비앵커도 전형적인 순종적인 그녀가 끝에 그렇지않은 태도를 보임으로써반전이랄까? 도대체 땜장이 슬라이는 왜 나온 것인지! 이런 식으로 읽으면 재미없지만 이들의 변모과정을 따라가다보면 더러는 떨어져나가고 마찰이 사라지는 과정을 거쳐 길들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깊이보다는 재미를 추구하려는 의도적인 작가의 노력으로 오락적 즐거움이 큰 재미를 주지만작품만 두고 보면 여기저기서 틈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완벽한 하나의 책도 좋지만 이런 유쾌함을담아내는 책도 좋다. 버스 타고 여행 갈 때 읽어도 딱이다. 극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나만의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만 하면 꽤 쏠쏠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정자세로 읽을 필요도 없다. 내가 무대에 서있듯 또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말투를 사용하는 것도 색다른 유희의 하나일 것이다.악담을 한다구, 그러면 나는 나이팅게일의 노래처럼 아름답다고 해주자.오만상을 찌푸린다면 나는 마치 아침 이슬에 젖은 장미처럼 싱그럽다 할 거다.벙어리처럼 입을 다문다면 가슴을 울리는 웅변이라고 칭찬 하리라.ㅡ 제 2 막, 1장 페트루치오의 대사 중에서(67쪽)아쉬운 것은 군데군데 오자가 있었는데 특히나 그것이 등장인물의 이름이어서 거슬렸다. 교정 시 섬세하지 못해 남은 흔적 등은 하루속히 수정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