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에게 묻고 싶은 인간과 삶에 관한 질문들
존 폴킹혼 외 지음, 강윤재 옮김 / 황금부엉이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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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존재하는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시간이란 무엇인가? 의식이란 무엇인가? 사고란 무엇인가? 꿈이란 무엇인가? 지능이란 무엇인가? 언어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우리를 만드는 것은 유전인가, 환경인가? 남성과 여성은 어떻게 다른가? 무엇이 사랑에 빠지게 하고, 사랑에서 멀어지게 하는가? 무엇이 공격성을 유발하는가? 자연에 대한 개입은 옳은 일인가? 질병을 없앨 수 있을까? 우리는 통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기아를 없앨 수 있을까? 우리는 계속 진화하고 있는가? 다른 행성에도 생명이 있을까? 세상은 어떻게 종말을 맞을까? 생명의 목적은 무엇인가?

헉헉 ;-.-;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를 말하기에도 숨이 벅찹니다.
여하튼, 위와 같은 질문들 중 한 두가지 - 호기심 많은 사람이라면 거의 모든 질문들을 한번쯤은 해봤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철학적 물음일 수도 있고 단순한 호기심 차원의 물음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이 모든 물음에 대해 각각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입을 빌리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무언가 '해답' 가까운 것을 제시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그러나 책을 구석구석 조목조목 완전히 뜯어 읽어보아도, 답은 없습니다. 이 책은 스무 가지 큰 질문들에 대한 해답서가 아닌, 그 문제들이 어떻게 일정한 과정을 거쳐 해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단순히 불확실함을 증명하는 과정이 아니라, 해답에 이르는 길이 비록 멀기는 하지만 가능한 일이라는 과학적 확신을 가지는 과정입니다. 불가지론이 아닌 세상을 인식 가능한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데서 철학적 낙관주의를 엿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책을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질문 자체가 굉장히 무거운 것도 있지만 과학자들의 설명 하나하나를 모두 이해하기란 - 비록 그들 입장에서 이 글을 최대한 쉽게 썼다고 하더라도 - 과학의 문외한인 제게는 처음부터 무리였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스무 개의 주제를 책 한 권에 넣었으니 각각의 주제마다 그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각 주제마다 저널리스트의 개괄적 설명과 해당 분야 전문가의 글을 동시에 싣고 있어서 읽기의 지루함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무리라고 말한 것은, 책 읽기의 지루함이 아니라 제 지식의 폭과 깊이에 대한 한탄의 의미입니다.
힘들었던 만큼, 한편으로는 매우 흥미진진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주부터 시작해서 꽤 오랜 시간 동안 지하철에서, 화장실에서, 회사에서 한 꼭지 한 꼭지 읽으면서 오랜만에 '지적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곳에 밑줄을 그어가면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눈사람을 조금씩 불려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참, 제가 국어·논술 관련 업체에 있다가 보니 드는 생각인데, 이 책의 주제와 논리 전개 방식으로 볼 때, 고등학생의 논술 배경 지식 습득에 꽤 유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철학적 물음에 대한 과학적 대답이니만큼, 관련 분야의 논리를 전개하는 데에 꽤 유용한 배경 지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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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아웃 OUT!
사이토 시게타 지음, 신현호 옮김 / 길벗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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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 부분에 슬럼프 자가진단 체크리스트가 있어 체크를 했는데, 전혀 해당 사항이 없었습니다. 현재 슬럼프를 겪지 않고 있으며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도록 노력하라는 결과였습니다. 슬럼프도 아니면서 슬럼프 탈출에 관한 책을 왜 읽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슬럼프가 다가 왔을 때는 이미 이런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입니다. 슬럼프는 대개 의욕 상실 상태이므로 이런 책을 애써 찾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건강도 건강할 때 지켜야하듯이 슬럼프도 슬럼프를 겪기 전에 미리 대비해야하지 않으까요?

일주일 내내 거의 TV를 보지 않는 편인데 우연히 '홍소장의 가을'이라는 3부작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책도 보다가 TV도 보다가 그야말로 산만함의 극치를 경험하며 뒹굴다가 점점 TV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홍소장(홍상수) 역에 최불암, 그의 아내는 김혜자, 홍소장 동생에 임채무, 그의 아내는 박정수가 맡았습니다. 김수현 극본이었습니다. 내용은 이러합니다.
파출소 소장을 끝으로 정년 퇴임한 홍상수 부부는 평생을 자신보다는 가족과 자식을 우선으로 여기며 살아온 전형적인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키운 자식들이 출가하여 부모의 마음을 모르는 철없는 행동을 할 때 부모의 마음은 그제서야 아픕니다. 자식을 보내고 둘만 남은 이 부부는, 그래도 행복한 편입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만족할 줄 알며 사는 법을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기업의 잘 나가던 임원인 홍소장의 동생은 얼마 전 회사로부터 버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자식들로부터도 버림을 받았습니다. 버림을 받았다기보다 스스로 자신을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스스로 말하기를 고속도로 한 중간에 버려진 고장난 차와 같다고 했습니다. 완전한(?) 의미에서 인생의 슬럼프 상태에 빠진 것입니다.
결국 그는 3부에서 스스로 한강에 몸을 던져 죽습니다. 하필이면 홍소장네 부부가 처음으로 큰 맘 먹고 여행을 떠난 바로 그 때 말입니다. 홍소장은 돌아와 동생의 시신을 보며 절규합니다. "니가 죽는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한다더냐. 세상이 그런 걸... 그런 세상인 걸..." 그렇게 절규하는 사이 저도 참았던 눈물이 쏟아집니다.

노자는, "누군가를 정복할 수 있는 사람은 강한 사람이지만 자신을 정복할 수 있는 사람은 위대한 사람이다"라고 했습니다. 지금의 세상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위대한 사람이 되기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홍소장이 "세상이 그런 걸... 그런 세상인 걸..."하며 말했던 바로 이 세상이 말입니다.
과거에 비해 의학적으로는 훨씬 오래 살 수 있음에도, 대개 제 명까지 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을 정복'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통제 안 되는 스트레스와 무절제한 식습관 등...

"자기 인생에서 지금 무언가를 계속 추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고단하고 힘든 인생의 가시밭길을 한 걸음 한 걸음 착실히 내딛고 있음을 뜻한다. 이런 생각이 슬럼프를 이길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이다."(p.80) 그러나 홍소장의 동생에게는 이런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의 몸은 살아 있되 이미 정신은 슬럼프를 넘어 죽음의 상태에 있었던 것입니다.

살면서 슬럼프를 겪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방치하고 내버려둔 슬럼프가 인생에 어떤 해악을 끼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내 마음이 바닥을 칠 때 어떻게 털고 일어날 수 있는가, 이 책은 슬럼프를 극복하는 35가지의 실천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슬럼프에 빠지는 사람은 대개 '불평 불만을 많이 하는 사람' '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 '사소한 일에도 늘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만약 슬럼프가 찾아 왔을 때 극복하는 방법 또는 미리 슬럼프에 대비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 핵심은 바로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자신감'과 자신을 알고 '자신의 페이스'를 지키라고 합니다. "마라톤 선수가 앞서 달리는 다른 선수를 보고 자기 페이스를 잃어버리면 그 선수는 20 킬로미터를 지난 지점에서 급격하게 속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 상대방이야 어떻든 최종 지점에 뛰어드는 순간까지 자기 페이스를 지켜야 한다."(p.77)

이 책의 추천의 글을 쓴 윤영돈 커리어코치는 슬럼프의 근본 원인은 '조급증'에 있다고 말합니다. 슬럼프 기미만 조금 보여도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조급증이 원인이라면 '한 가닥의 여유'에서 슬럼프를 헤치고 나갈 통로가 생기는 법입니다.
이번 한 주, 아무리 바쁘고 힘들지라도 마음 속에 한 가닥의 여유를 잃지 않는, 그래서 절대로! 절대로!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 날들을 만들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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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커 100년의 철학 - 한권으로 읽는
피터 드러커 지음, 남상진 옮김 / 청림출판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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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드러커를 어떻게 소개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케팅이나 경영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들어보지 않았을리 없을 것이구요, 꼭 그렇지 않더라도 현대 경영학 이론을 정립하여 '경영의 구루'로까지 불리우며, 지금까지 출간한 약 30여권의 책이 세계 곳곳에서 읽히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 직간접적으로 한번씩은 들어들 보았을 테니 달리 소개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올해 나이가 아흔 다섯 정도 된 것 같은데,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제게 있어 드러커는, 사는 모습이나 그 성과 면에서 따르고 본받기를 주저할 필요 없는 확실한 역할 모델입니다.

피터 드러커의 책을 읽으려면 기본적으로 질 좋은 연필을 준비해야합니다. 언제 어떤 명문(名文)이 나타날지 모르며, 그 문장 하나하나가 참 많은 것을 생각케하여, 내 삶의 자세나 일을 대하는 태도, 무엇보다 업무를 해나가는 방식을 돌이켜보고 개선하도록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의 책 23권에서 드러커 자신이 고르고 고른 800여 개의 문장을, '일의 철학' '경영의 철학' '변혁의 철학' '역사의 철학' 등 4개의 주제로 재구성한 책입니다.

마치 '명언집' 같습니다. 그러나 여러 사람들의 유명한 문장만 따로 옮겨 놓은 명언집과는 그 성격과 내용에 있어 큰 차이가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명언집은 문장이 조각조각 널려 있어 문장 상호 간의 연결고리가 매우 약해, 몇 개의 문장을 엮어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엮어 내기가 힘든 반면, 이 책은 드러커 자신이 그의 글 중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다시 연결해 놓은 또 하나의 완성된 책입니다. 이전에 그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면, 책을 읽으며 중요하다고 밑줄을 그어 놓은 대부분의 문장을 만날 수 있으니, 각 문장만 떼어내어 곱씹어 보아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책이며, 혹 그의 글을 읽어보지 않았다고 해도 이 책만으로도 그의 글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소한 그의 책 한 두 권 정도 읽고 이 책을 읽는다면 훨씬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곱씹어보는 과정에서 그의 뜻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읽은 그의 글 중, 여전히 감동적인 몇 구절을 옮겨 적는 것으로 오늘의 리뷰를 대신할까 합니다.



  • 개인 각자가 성과를 올린다는 것은 하나의 혁명이다. 개인, 특히 지식노동자에게는 전례없이 아주 새로운 것이 요구된다. 조직의 최고경영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 요구된다.


  • 습들이 불가능하며 처음부터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러면서도 반드시 몸에 익히고 있어야 하는 자질이 있다. 그것은 어떠한 재능도 아닌, 바로 성실함이다.


  • (진로를 결정함에 있어) 최초의 일은 제비뽑기와 같다. 처음부터 적합한 일에 종사할 확률은 높지 않다. 더구나 자신에게 맞는 일로 알고, 그 일에 자리잡기까지는 몇 년이 걸린다.


  • 지식노동자는 스스로를 예전의 변호사, 교사, 성직자, 의사, 고급관료와 같은 부류로 간주한다. 실제로 이들은 높은 교육 수준에 더 많은 수입과 기회를 가진다. 그러나 이들은 조직이 있어야만 비로소 소득과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조직이 거액을 투자해야만이 비로소 자신의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조직이 자신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 확실성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기업가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한 사람은 정치가, 군장교, 외항선의 선장처럼 모든 사항에 대해 의사결정이 필요한 일에는 적합하지 않다. 의사결정의 본질은 불확실성에 있다.


  • 성공한 기업가는 행운의 여신의 입맞춤이나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일을 할 뿐 대박을 노리지 않는다.


  • 조직 내에서 생기는 대부분의 마찰은 서로 상대의 일, 일하는 방법, 중시하고 있는 것, 추구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 것에 기인한다. 문제는 서로 듣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는 데에 있다.


  •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을 부리는 방법을 아는 남자, 여기 잠들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가 자신의 묘비에 새기게 한 이 문장은 실제로 대단한 자랑꺼리가 될 만한 자질이었다. 성과를 올리기 위한 특별한 처방 같은 것은 없다.


  • 커뮤니케이션을 성립시키는 것은 듣는 사람이지, 내용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내용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으면 그 커뮤니케이션은 성립되지 않은 것이다.


  • 신뢰한다는 것은 리더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의 의견에 늘 동의한다는 뜻도 아니다. 리더가 하는 말이 진심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이다. 그것은 성실함이라는 정말로 진부한 것을 기초로 한 확신이다.


  • 낡은 것의 계획적인 계획적인 폐기야말로 새로운 것을 강력하게 진행시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아이디어가 부족한 조직은 없다. 창조력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모처럼 나온 좋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일할 조직이 모자란다는 것이 문제이다. 모두가 어제의 일로 바쁘다.


  • 아무리 훌륭한 전략계획일지라도 일로 구체화하지 않으면 그것은 단지 좋은 의도에 불과하다. 가능성 있고 생산적인 결과가 옛아되는 전락계획에는 조직의 주요 인재들을 할당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약속과 희망에 그칠 뿐 전략계획은 될 수 없다.


  • 판매와 마케팅은 정반대이다. 같은 의미가 아닌 것은 물론 서로 보완적인 부분조차 없다. 어떤 형태의 판매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마케팅의 목표는 판매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케팅이 지향하는 것은 고객을 이해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고객에 맞추어 저절로 팔리도록 하는 것이다.


  • 결합하는 능력이야말로 위대한 예술가뿐 아니라 다윈, 보어, 아인슈타인과 같은 위대한 과학자들의 특성이다. 그들의 능력은 천부적인 수준이어서, 천재성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결합에 의해 지식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상당한 수준까지는 배울 수 있다.


  • 기업의 첫번째 임무는 존속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기업경제학의 으뜸가는 원리는 이익의 최대화가 아니라 손실의 회피이다. 따라서 기업은 사업에 동반되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하여 프리미엄(잉여금, 할증금)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의 원천은 하나밖에 없다. 이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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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일상의 황홀
구본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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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에는 시체처럼 엎어져서 지냈습니다. 몸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난 주 내내 몇 번이나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네기가 그랬던가요? "일을 많이 한다고 죽지는 않는다." 몸이 힘들지만, 그 말에 동의합니다. 일을 즐겨 많이 한다고 해서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와 무관한 - 또는 다소 관계가 있는 술자리 때문이거나 스스로 다스리지 못한 스트레스때문일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는 점점 줄어드나, 술 마신 후의 육체의 피로함은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비해 결코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2005년의 목표를 '금주'로 정할까 심각하게 고민중에 있습니다.

일요일에는 딸애와 함께 줄곧 집에 있었습니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평일에는 회사일에 전적으로 매달리니, 쉬는 날이라도 육아를 함께 하자는 것은 매우 당연한 요구사항입니다. 그래서 주말만은 전적으로 '나의 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토요일에 시체처럼 누워있었으니 일요일이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했습니다. 밥을 하고 국도 끓여 봤습니다. 딸애 옆에서 장단을 맞춰가며 놀았습니다. 그런데 금방 싫증이 납니다. 아이를 키워보면 아시겠지만 아이들은 끊임없는 반복을 좋아합니다. 텔레토비를 왜 아이들이 좋아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게다가 주말내내 책 한 권 읽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이를 봐야하는 책임감을 망각하고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에 미처 덜 읽은 책이 있었으나 아이와 함께 놀면서 읽기란 불가능한 주제였습니다.
오후에 가까운 서점에 들러 책 두 권을 샀습니다. 구본형의 《일상의 황홀》, 피터드러커의 《한 권으로 읽는 드러커 100년의 철학》이라는 책입니다. 그 중에서 구본형의 책은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오늘 읽기로 하고, 피터드러커의 책은 기분 좋은 월요일 출근길에 읽으려고 샀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책 선정은 성공이었습니다.




   제   목 : 일상의 황홀
   지은이 : 구본형
   펴낸곳 : 을유문화사 (초판 출간일 2004.11.10 | 초판 1쇄를 읽음) ₩12,000



이 책을 선정한 경위를 설명하느라 말이 길어졌습니다. 써놓고 보니 너무 장광설이라 지우려고 했지만, 아까워서 그냥 살려둡니다. 널리 양해해주시길...

구본형 소장은 제가 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아직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지만,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아는 것도 아니지만, 참 좋아합니다.
우선 그의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참으로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지나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에서 그에게 완전히 반하고 말았습니다.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좋은 인생 아닌가. 마지막 순간에 살 한 점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닳고 닳은 뼈와 질긴 가죽 하나 달랑 남기고, 새털처럼 가볍게, 바람에 날리듯, 편안한 비행을 할 수 있으면 참 괜찮은 인생 아닌가. 먼 길을 가야 하는 저승사자도 그 가벼움에 짐을 덜어 고마워할 것이다."
'남김 없이 쓰고 가는 것이 인생이다'라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차마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또한 이 책에서 강조하는 '나를 위한 두 시간'이라는 말이, 이 독서노트를 만들게 했습니다. 그 즈음부터 '규칙적인' 책 읽기를 시작했으니까요.

구본형의 《일상의 황홀》은 그가 매일같이 쓴 일기같은 글들의 모음입니다. 그러나 일기는 아닙니다. 구본형 소장이 보내주는 메일링리스트에 가입되어 있는 저는 가끔 그의 글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거기서 읽은 글들이 군데군데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글은 사전에 접하지 못했던 글들입니다.

이 책을 읽고 두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하나는 매일같이 글을 쓸 것!(리뷰 말고...)
안 그래도 지난 주부터 나만의 '모닝 페이지'를 쓰고 있었는데, 그 결심이 굳어졌습니다. 모닝 페이지는 아침에 일어나서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옮겨적는 것입니다. 쉬운 것 같지만 하루라도 빠뜨리면 이내 결심이 흔들리는 속성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하루하루를 보다 치열하게 살아갈 것!
그의 글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다 즐겁게, 감사하며, 음미하며,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은 그의 3월 25일자 글 중의 한 구절입니다.
"일상의 끈을 놓치지 말 것, 그것이 현실이니까.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뜨릴 것, 그것이 실천으로서의 변화니까. 하루를 잘 보낼 것, 그것이 삶이니까."

책을 보며 접어 두었던 한 구절만 더 인용하며 오늘의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마흔이 될 때까지 가지고 있는 모든 돈과 시간을 털어 자신에게 투자하라. 마흔이 넘어 믿을 수 있는 것은 자기뿐이다. 돈을 남기려고 하지 말고 자신을 남기도록 하라.
지금을 활용하라. 지금 현장에서 겪고 있는 일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정리하라. 이것이 배움이다. 일에 마음을 쏟지 않으면 20년을 해도 일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다. 배움은 여러가지를 연결하는 연습이고, 이윽고 현실과 꿈을 연결하는 자신의 방식을 익혀 가는 것이다.
차별화하고 또 차별화하라. 다른 사람들이 가는 큰길로 가지 마라. 다른 것이 쓸모를 결정하고, 가장 자기다운 것이 가장 큰 쓸모임을 명심하라.
꿈꿔라. 꿈이 없으면 미래는 빈 것이다. 잡힐 듯이 꿈꾸는 사람들만이 그 꿈과 닮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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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en angel 2004-12-01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구입하지 않고는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리뷰도 좋고 책 내용도 당연히 좋을 것 같네요.

책을 쓰셔도 되실 듯...^^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어느 직장인
 
몰입의 즐거움 - 개정판 매스터마인즈 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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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래 전부터 꼭 읽고 싶었던 책이었습니다. 최근에 어떤 분이 또 한 번 권하시길래 바로 샀습니다. (거의 모든 책을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하다 보니, 이제 책을 샀다는 표현보다는, 책을 받아봤다는 말이 더 어울립니다. 지난 주에 '받아서' 읽었습니다.)

이 책은 제목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제목을 주술처럼 외기만 해도 이미 삶이 보다 풍요로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이미 책 제목에서 핵심을 모두 말했으니, 책의 나머지 내용들은 전부 제목을 부연 설명하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 대한 보고서와도 같습니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 것 같은 느낌 -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밑줄을 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책을 덮고 나면 'So What?'이라는 의문이 듭니다. '몰입'이 인생을 보다 질적으로 발전시킨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겠는데, 어떻게 하면 몰입을 할 수 있을까...
물론 답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으로 '목표를 가지라''주인의식을 가지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전부입니다. 수많은 사례를 통해 '몰입'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을 위한 방법이라는 것을 '검증'했으니, 독자들은 그것을 알아서 실천하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처세술이나 자기계발에 관한 여타 책들과 달리 '○○○○을 하는 ○가지 방법' 따위는 이 책에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그의 분석에 의하면 우리 일상의 구조와 경험의 내용은 허위투성이입니다. 가령 많은 사람들이 설문에서 '행복하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것은 허세이거나 삶의 내면적 모순을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결과이기 일쑤라는 것입니다. 행복이라는 너무나 주관적인 감정만 가지고는 삶의 질을 따질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훌륭한 삶은 어떤 것인가? 미하이칙센트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삶을 훌륭하게 가꾸어주는 것은 행복감이 아니라 깊이 빠져드는 몰입이다. 몰입해 있을 때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행복을 느끼려면 내면의 상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그러다보면 정작 눈앞의 일을 소홀히 다루기 때문이다. 암벽을 타는 산악인이 고난도의 동작을 하면서 짬을 내어 행복감에 젖는다면 추락할지도 모른다. (...) 일이 마무리된 다음에야 비로소 지난 일을 돌아볼 만한 여유를 가지면서 자신이 한 체험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했는가를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되돌아보면서 행복감을 느낀다. 물론 몰입하지 않고도 행복을 맛볼 수는 있다. 고단한 몸을 눕혔을 때의 편안함과 따사로운 햇살은 행복을 불러일으킨다. 모두 소중한 감정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런 유형의 행복감은 형편이 안좋아지면 눈녹듯 사라지기에 외부 상황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몰입에 뒤이어오는 행복감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것이어서 우리의 의식을 그만큼 고양시키고 성숙시킨다.(p.48)

그렇다면 '몰입'이란 무엇인가?
그는 몰입이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행동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몰입은 '무질서로 돌아가려는 악한 힘, 곧 잡념이 몰입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 에 그 경지에 이르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에 저자는 스스로의 삶의 방식을 찾아내고 초월적인 자기 목표 설정을 통해 몰입에 이를 수 있다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아~주 아~주 원칙론적인 방법입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니체의 말을 통해 저자가 말하는 바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것 같습니다.

니체는 충실한 삶을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잠시의 고민도 없이 이렇게 답했다.
"나는 피치 못할 일을 아름답게 받아들이는 법을 자꾸자꾸 배우고 싶다. 그럼 나도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까"(p.182)

이것이 바로 니체 철학의 중심 개념이라 할 수 있는 '운명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을 사랑할 줄 알게 될 때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이쯤되면, 독자인 저는 짜증이 납니다. "누가 그걸 모르나? 그래서 어떻게?"

그래도 저자는 저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무덤덤하게 글을 이어갑니다. 저자는 강경한 어조로 이렇게 살아라 라고 강요하고 있지 않지만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통찰로 참다운 삶의 가치와 몰입의 즐거움을 차근차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원하지만 이때 걸림돌이 되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러나 나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따라서 율리시스처럼 우리도 자아가 불러일으키는 헛된 욕망에 현혹되지 않아야 하고 자아가 벗이 될 수 있으며 도움이 될 수 있고 충만한 삶의 단단한 반석이 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p.178)

살아가는 '기술'을 가르치기에 급급한 오늘날의 처세서와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오히려 이런 원칙적인 말들때문입니다. 스스로 몰입의 필요성을 깨닫게 하고, 그것이야말로 진정 삶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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