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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일상의 황홀
구본형 지음 / 을유문화사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토요일에는 시체처럼 엎어져서 지냈습니다. 몸이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난 주 내내 몇 번이나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카네기가 그랬던가요? "일을 많이 한다고 죽지는 않는다." 몸이 힘들지만, 그 말에 동의합니다. 일을 즐겨 많이 한다고 해서 죽지는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그와 무관한 - 또는 다소 관계가 있는 술자리 때문이거나 스스로 다스리지 못한 스트레스때문일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는 점점 줄어드나, 술 마신 후의 육체의 피로함은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비해 결코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2005년의 목표를 '금주'로 정할까 심각하게 고민중에 있습니다.
일요일에는 딸애와 함께 줄곧 집에 있었습니다.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평일에는 회사일에 전적으로 매달리니, 쉬는 날이라도 육아를 함께 하자는 것은 매우 당연한 요구사항입니다. 그래서 주말만은 전적으로 '나의 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토요일에 시체처럼 누워있었으니 일요일이라도 좀 더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했습니다. 밥을 하고 국도 끓여 봤습니다. 딸애 옆에서 장단을 맞춰가며 놀았습니다. 그런데 금방 싫증이 납니다. 아이를 키워보면 아시겠지만 아이들은 끊임없는 반복을 좋아합니다. 텔레토비를 왜 아이들이 좋아하는지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게다가 주말내내 책 한 권 읽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이를 봐야하는 책임감을 망각하고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주에 미처 덜 읽은 책이 있었으나 아이와 함께 놀면서 읽기란 불가능한 주제였습니다.
오후에 가까운 서점에 들러 책 두 권을 샀습니다. 구본형의 《일상의 황홀》, 피터드러커의 《한 권으로 읽는 드러커 100년의 철학》이라는 책입니다. 그 중에서 구본형의 책은 비교적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오늘 읽기로 하고, 피터드러커의 책은 기분 좋은 월요일 출근길에 읽으려고 샀습니다. 결과적으로 오늘의 책 선정은 성공이었습니다.
제 목 : 일상의 황홀
지은이 : 구본형
펴낸곳 : 을유문화사 (초판 출간일 2004.11.10 | 초판 1쇄를 읽음) ₩12,000
이 책을 선정한 경위를 설명하느라 말이 길어졌습니다. 써놓고 보니 너무 장광설이라 지우려고 했지만, 아까워서 그냥 살려둡니다. 널리 양해해주시길...
구본형 소장은 제가 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아직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지만,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아는 것도 아니지만, 참 좋아합니다.
우선 그의 첫 책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참으로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아침》을 지나 《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에서 그에게 완전히 반하고 말았습니다.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좋은 인생 아닌가. 마지막 순간에 살 한 점 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닳고 닳은 뼈와 질긴 가죽 하나 달랑 남기고, 새털처럼 가볍게, 바람에 날리듯, 편안한 비행을 할 수 있으면 참 괜찮은 인생 아닌가. 먼 길을 가야 하는 저승사자도 그 가벼움에 짐을 덜어 고마워할 것이다."
'남김 없이 쓰고 가는 것이 인생이다'라는 문장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차마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또한 이 책에서 강조하는 '나를 위한 두 시간'이라는 말이, 이 독서노트를 만들게 했습니다. 그 즈음부터 '규칙적인' 책 읽기를 시작했으니까요.
구본형의 《일상의 황홀》은 그가 매일같이 쓴 일기같은 글들의 모음입니다. 그러나 일기는 아닙니다. 구본형 소장이 보내주는 메일링리스트에 가입되어 있는 저는 가끔 그의 글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거기서 읽은 글들이 군데군데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글은 사전에 접하지 못했던 글들입니다.
이 책을 읽고 두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하나는 매일같이 글을 쓸 것!(리뷰 말고...)
안 그래도 지난 주부터 나만의 '모닝 페이지'를 쓰고 있었는데, 그 결심이 굳어졌습니다. 모닝 페이지는 아침에 일어나서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옮겨적는 것입니다. 쉬운 것 같지만 하루라도 빠뜨리면 이내 결심이 흔들리는 속성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하루하루를 보다 치열하게 살아갈 것!
그의 글을 읽으며 하루하루를 보다 즐겁게, 감사하며, 음미하며,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음은 그의 3월 25일자 글 중의 한 구절입니다.
"일상의 끈을 놓치지 말 것, 그것이 현실이니까.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뜨릴 것, 그것이 실천으로서의 변화니까. 하루를 잘 보낼 것, 그것이 삶이니까."
책을 보며 접어 두었던 한 구절만 더 인용하며 오늘의 리뷰를 마칠까 합니다.
"마흔이 될 때까지 가지고 있는 모든 돈과 시간을 털어 자신에게 투자하라. 마흔이 넘어 믿을 수 있는 것은 자기뿐이다. 돈을 남기려고 하지 말고 자신을 남기도록 하라.
지금을 활용하라. 지금 현장에서 겪고 있는 일들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정리하라. 이것이 배움이다. 일에 마음을 쏟지 않으면 20년을 해도 일의 핵심을 파악하기 어렵다. 배움은 여러가지를 연결하는 연습이고, 이윽고 현실과 꿈을 연결하는 자신의 방식을 익혀 가는 것이다.
차별화하고 또 차별화하라. 다른 사람들이 가는 큰길로 가지 마라. 다른 것이 쓸모를 결정하고, 가장 자기다운 것이 가장 큰 쓸모임을 명심하라.
꿈꿔라. 꿈이 없으면 미래는 빈 것이다. 잡힐 듯이 꿈꾸는 사람들만이 그 꿈과 닮아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