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내가 속해있는 본부에서 워크샵을 다녀왔습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우리 본부의 미션과 비전을 도출했는데, 미션을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전문적인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가맹 학원이 지역에서 유일한 학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심에 비추어 한치의 부끄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한다."
(참고로 지금 저는 학원 프랜차이즈의 시스템 기획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미션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건강한 학원만이 지역에서 유일한 학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으며 건강한 학원은 재정적으로 건강함이 그 첫 번째 조건이다. 또한 앞으로는 학생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유일한 학원만이 경쟁에서 늘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서 학원이라는 말을 기업이라는 말로 바꾸어도 될 것입니다.

미션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유일한'이라는 단어입니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에는 竹村健一(타케무라 켄이치)의 『인생, 유일함(Only One)이 최고!』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앞으로의 시대는「유일함」의 시대다."라고 못박고 있습니다.

스스로가 유일한 그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흔히 '마인드를 바꿔라'라는 말로 많이 표현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먼저 샐러리맨에 대한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회사에서 컨설팅 교육을 받을 때 앞으로는 리더십만큼이나 Followership도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회사에서 리더가 경영자라면 follower는 직원들을 의미하겠죠. 그런 직원들을 우리는 흔히 샐러리맨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샐러리맨이라는 말이 그렇게 좋은 어감으로 우리에게 와 닿지는 않습니다. '회사에서 주는 월급이나 타는 사람' 정도의 무언가 수동적인 느낌이 큽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샐러리맨은 '월급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제가 잠시나마 경영이라는 것을 실제로 해 보았기 때문에 더 절실하게 몸으로 느낍니다. 회사의 재정 상태를 '직접적'으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위치에서 급여를 받으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행복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행복한 가정을 원하는 소박한 가장이지만, 그러하기에 더더욱 사회에서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예측하기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가장으로서 어느 한 집단에서만 그 가치가 인정되는 우물안 개구리보다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그 가치를 만들어내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은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가정의 행복을 지키기 위한 소박한 꿈을 이룰 수 있는 근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말하는 스페셜리스트는 어느 한 분야에만 정통한 사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익숙해진 일을 하고 싶어하며, 좀처럼 미지의 세계로 뛰어들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을 이겨내고 싶은 것이고, 그런 사람을 저는 스페셜리스트라고 부릅니다.
혹자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엔지니어가 아닌 저한테만큼은 말입니다.

'유일함' 을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는 질투심이 없습니다. 타인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든지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할 뿐이니까요. 제가 만든 이 사이트도 'just for fun!' - 그냥 재미로 만든 것입니다. 제 마음 내키는 대로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저를 자극하고 발전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위에서 말한 『인생, 유일함(Only One)이 최고!』라는 책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유일함'을 목표로 살아가는 것은 조직의 역풍 속을 헤쳐나가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을 쌓아 가는 것이다. 이렇게 성장한 인재는 분명 타 기업이나 타 업종에서도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실업이나 구조조정의 불안에 떨면서 상사나 동료에 아부를 일삼던 시대는 이제 끝난 것이다. "
이것은 비단 개인의 인생 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말을 하다보니 조금 길어졌네요. 못다한 말은 다음에 다시 하기로 하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상 동주아빠 손병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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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독서노트 - 미래편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공병호의 독서노트 - 미래편》의 부제입니다.
《공병호의 독서노트 - 미래편》은 그의 독서노트 시리즈 중 가장 먼저 발간된 책입니다.
그가 읽은, 미래를 전망하는 책들 중에서 16권을 추려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다이제스트나 간단한 리뷰 정도는 아닙니다. 다독(多讀)으로 유명한 저자의 필터를 통해, 그의 시각에서 중요한 지식이나 정보, 메시지를 걸러낸 것입니다.
그가 서문에서 지적했듯이, 정말 책을 읽을 시간도 없고, 책을 읽더라도 정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고, 핵심 포인트를 찾아내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 주요 서적을 정리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주요한 내용을 정리해 두었으므로, 이 책 자체로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며 또한 본문에서 소개하는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책의 여러 부분에 줄을 그어가면서, 가끔 책을 덮고 조용히 생각해 가며 그렇게 읽었습니다. 소개하고 있는 내용이 모두 진리일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미래를 읽을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함은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으로서, 앞으로 기업이 선택해야만 하는 다음과 같은 필연적인 흐름을 읽는 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언제든 조직에 문제가 있을 때에는 시장에 있는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춰 그 문제를 풀어야 한다. 내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춰봤자 여러분은 계속 뒤로 처지기만 할 것이다.
(...) 안쪽의 변화 속도가 바깥 쪽의 변화 속도만큼 빨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내적인 활동이 외적인 시장 규칙에 의해 운영되도록 조직의 경계선을 열어야 한다." [p.147~148]

"회사들은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지 않는 직원의 숫자를 매년 50% 절감하라"[P.148]


스탠 데이비스의 《미래의 지배》에 나오는 말인데, 경영자의 입장에서 정말 공감할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경영자 뿐만 아니라 직장인 역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개인으로서, 한 사람의 직장인으로서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톰 피터슨의 《Wow 프로젝트》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제 유일한 답은 자세 전환이다. 독립 계약자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라. (...) 독립 계약자는 결국 '오직' 자신의 실적에 집중한다. 자신의 프로젝트에만.
나는 이런 정신적 독립 계약자를 '브랜드'로 부른다. 더 정확하게는 '브랜드 유(Brand You)'."[p.154]


청년보다 더 청년의 기백과 패기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을 뽑으라면 아마도 피터 드러커와 《Wow 프로젝트》의 톰 피터슨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매일매일 죽을 힘을 다해 멋진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섬광같은 미래 전망들이 많습니다.
제가 간단하게 몇 줄 옮기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손 닿기 쉬운 가까운 곳에 두고 심심찮게 참조해야할 책인 것 같습니다.

미래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현실의 작은 변화에서 미래의 변화를 예측해야 하는 숨가쁜 현실을 살면서,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책들 중에서 겨우 1권만 미리 보았다는 사실이 좀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저자를 통해 읽어야 할 책들을 취사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금 책을 좀 더 많이 읽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됩니다.

과거도 그러했지만 미래도 역시 '아는만큼' 보이게 될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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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뛰어넘기 - Learning Fable Series 데이비드 허친스의 학습 우화 시리즈 3
데이비스 허친스 지음, 김철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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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에는 매월 D-Day라는 행사를 합니다.
과거에는 전체 월례회의라는 이름으로, 회장님의 연설(?)과 그 달의 시상 등을 하는 간단한 행사였습니다.
새 CEO가 부임한 이래 이 딱딱한 월례회의를 D-Day라 명칭을 바꾸고 형식과 내용을 획기적으로 바꾸었습니다.
D-Day 행사 중에는 그 달의 생일자에게 CEO가 직접 고른 책을 선물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지난 달에 제 생일이어서 저도 책 한 권을 받았습니다.
그 책이 바로 『늑대 뛰어넘기』입니다.

『늑대 뛰어넘기』(원제:Outlearning the Wolves)의 저자 데이비드 허친스는 조직 학습과 조직 변화 이론의 전문가로 '학습 우화 시리즈'가 유명합니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이구요.

책이라는 것은 필요할 때 사서 즉시 읽어버려야 되지, 그렇지 않으면 책 한 권 끝까지 읽기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책을 선물받은 경우라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갑자기 손에 쥐어지는 것이라 그 책을 즉시 독파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 책은 우화입니다. 그림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텍스트도 얼마되지 않습니다. 책 읽는 데 20분도 안 걸립니다.

푸른 초원 한 가운데 양들이 사는 곳은, 다른 짐승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철조망이 둘러져 있습니다. 그들은 평화롭게 살지만 언제나 늑대들의 침입에 속수무책인 상태로 놓여 있습니다. 가끔씩 쥐도 새도 모르게 양들이 없어집니다. 늑대가 잡아 먹은 것입니다.
대대로 이어져 오는 어찌할 수 없는 이런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양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언젠가 양들이 늑대의 아침식사 거리로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되는 그런 날"을 꿈꾸는, 그의 이름은 오토입니다.
오토 역시 아쉽게도 얼마 가지 않아 늑대의 희생이 되고 맙니다.
그러나 오토의 희생으로 각성하기 시작한 양들이 머리를 맞대고 스스로 학습하여 마침내는 늑대의 침입을 막아내는 방법을 찾아 내고 맙니다.

양들은 환호합니다.
양들이 사라지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두려움도 사라졌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이제 앞으로 더 이상 늑대에게 잡아먹히는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좋아"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씌어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제가 읽었던 책들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 개인적으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나 미래에 대한 대비 방법에 대한 설명이었다면, 이 책은 개인이 아닌 '조직'의 학습 문화에 관한 얘기입니다.
정체된 조직의 사고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에 관한 단초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래서 CEO가 직원들에게 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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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웹사이트 구축을 위한 웹 기획 & 웹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 할수있다! 특별판
오종혁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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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기획이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음에도 아직 관련 서적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획'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니 관련 서적을 낸다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비단 웹 기획 분야 외에 다른 기획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느 인터넷 서점에서 '기획'이라는 검색어로 검색해보니 100여종의 책이 검색되어 나왔습니다. 그 중 기획 총서, 기획 만화 따위의 도서를 빼고 나니 채 50권 남짓 되네요. 세상에 수많은 기획 분야가 있음에도 '기획'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책이 이 정도밖에 안된다는 것은 결국 기획 업무가 책 하나라 묶을 수 있을만큼 세분화된 영역은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데브뱅크(www.devbank.co.kr) 운영자로 유명한 오종혁의 『성공적인 웹 사이트 구축을 위한 웹 기획 & 웹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도 매우 광범위한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웹 기획자가 되는 길, 웹 사이트 벤치마킹, 통계 자료 분석, 인터넷 비즈니스 사업성 평가, 컨텐츠 기획, 내비게이션 기획, 웹 사이트 프로그램 기획, 웹 사이트 디자인 기획, 사이트 맵, 스토리보드, 웹 사이트 제안서, 프로젝트 스케줄링, 웹 사이트 예산 관리, 사이트 운영 기획, 유지·보수 기획, 마케팅 기획, 웹 서버, 웹 프로그래밍, 웹 디자인 등

이렇게 많은 분야를 다루다 보니 전반적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지는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즈니스 사업성 평가, 사업 계획, 마케팅, 웹 서버, 웹 프로그래밍, 웹 디자인 등의 분야에서는 매우 원론적이거나 기초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반면 핵심이 되는 웹 사이트 기획 관련 내용들은 관련 분야에 오랜동안 종사해 온 실무 경험을 토대로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저자의 경험에 의한 권장 사항이지 모범 답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웹 기획 분야는 아직 도식화할만큼 충분히 성숙된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이 책이 함량 미달의 책인 것처럼 오해할 수도 있겠으나 절대 그렇지는 않습니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처음' 무엇을 하기는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웹 기획·웹 사이트 매니지먼트와 관련하여 본격적으로 정리한 것은 이 책이 처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웹 기획 분야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사람이나 웹 기획을 하고는 있지만 다른 웹 기획자는 어떤 식으로 기획을 하는지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책일 것입니다. 관련 업무 종사자들은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면 필요할 때 원하는 부분만 참고해서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책 값이 22,000원이라 그리 싼 편은 아니지만, 약 500여 페이지에 걸쳐 자신의 노하우를 정리하여 관련 분야 종사자들에게 기본적인 가이드를 제공해 준, 쉽지 않은 일은 해 낸 저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네요.

동주 아빠 손병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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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1%의 프로그래밍 원리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1%
야자와 히사오 지음, 예승철 옮김, 이향선 감수 / 성안당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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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첫 느낌은 책 제목을 만들기 위해 고민이 많았겠다는 안스러운 마음마저 느꼈습니다. 책 제목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1%의 프로그래밍 원리』- 참고로 일본판 원제는 『How Program Works』입니다.

인터넷에 온갖 소스 코드가 넘쳐나고 그렇게 공개된 소스를 조금만 수정해서 금새 쓸만한 프로그램 하나 뚝딱 만들 수 있는 세상인데, 어찌보면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책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그 내용이 이해하기 힘들만큼 어렵다기 보다는 소설처럼 쉽게 읽혀지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사전과 같이 늘 곁에 두고 싶은 책입니다. 마치 1990년 피터 노턴의 『IBM PC의 안쪽』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감흥이 다시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비록 오래된 책이지만 여전히 제 책상 한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들을 알고 있는 프로그래머와 그렇지 않은 프로그래머의 차이는, 삼각형 내변의 합이 180도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수학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과 같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학자에게 삼각형 내변의 합이 180도라는 그 정도의 증명 능력이 당연한 것처럼 프로그래머에게 『성공과 실패를...』의 내용들은 매우 기초적인 지식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말에 반발하는 프로그래머도 있을 듯 싶네요.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는 부류와 이런 것 몰라도 프로그램 얼마든지 짤 수 있습니다는 부류. 그러나 굳이 그 논쟁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본이 튼튼한 프로그래머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의도밖에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프로그래머에게만 읽혀질만한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거나 아니면 선천적으로 어떠한 ‘원리’ 또는 ‘기초’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도 충분히 권할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저도 프로그래머는 아니니까요.
CPU와 2진수에 관한 얘기로 시작해서 메모리와 디스크, OS와 애플리케이션을 거쳐 어셈플리어 프로그래밍 소개까지, 보는 이의 능력과 관점에 따라 매우 쉬울 수도 매우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거침없이 풀어내고 있는 저자의 해박함이 부럽습니다.(옆의 사진은 이 책의 저자인 矢澤 久雄 YAZAWA Hisao입니다.)

이 책의 원제가 『How Program Works』인데, 번역서의 제목은 상당히 길어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1%의 프로그래밍 원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국적인 정서(?)에 맞는 이름이라 할 수는 있지만 책 전체 내용을 보건데 원제가 더 적절한 듯 싶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일본판의 실제 제목)라는 식으로 제목을 만들었다면 독자들은 제목에서부터 질려버려 결국 좋은 책을 읽을 기회마저 적었을테니 그것도 충분히 이해할만 합니다.
좋은 말만 쓰는 것 같네요. 부피만 두꺼운 텅빈 깡통같은 책이 아니라 오랜만에 속이 알찬 책을 만난듯하여 여러모로 긍정적인 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독자 서평을 보니 이 책 덕분에 정보처리 공부한 것이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온다는 평도 있는 반면 프로그래머가 아닌 학생들의 입문용으로 적당하다, 프로그래밍에 실제 어느 정도 도움을 줄지 모르겠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아마존재팬 서평 보기)

일본에서 2년 연속 베스트셀러였다죠?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듭니다.

동주 아빠 손병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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