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1%의 프로그래밍 원리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1%
야자와 히사오 지음, 예승철 옮김, 이향선 감수 / 성안당 / 200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우연히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첫 느낌은 책 제목을 만들기 위해 고민이 많았겠다는 안스러운 마음마저 느꼈습니다. 책 제목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만들기 어려운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1%의 프로그래밍 원리』- 참고로 일본판 원제는 『How Program Works』입니다.

인터넷에 온갖 소스 코드가 넘쳐나고 그렇게 공개된 소스를 조금만 수정해서 금새 쓸만한 프로그램 하나 뚝딱 만들 수 있는 세상인데, 어찌보면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책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그 내용이 이해하기 힘들만큼 어렵다기 보다는 소설처럼 쉽게 읽혀지지는 않는다는 말입니다. 오히려 사전과 같이 늘 곁에 두고 싶은 책입니다. 마치 1990년 피터 노턴의 『IBM PC의 안쪽』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감흥이 다시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비록 오래된 책이지만 여전히 제 책상 한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들을 알고 있는 프로그래머와 그렇지 않은 프로그래머의 차이는, 삼각형 내변의 합이 180도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수학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과 같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학자에게 삼각형 내변의 합이 180도라는 그 정도의 증명 능력이 당연한 것처럼 프로그래머에게 『성공과 실패를...』의 내용들은 매우 기초적인 지식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말에 반발하는 프로그래머도 있을 듯 싶네요.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는 부류와 이런 것 몰라도 프로그램 얼마든지 짤 수 있습니다는 부류. 그러나 굳이 그 논쟁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기본이 튼튼한 프로그래머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그런 의도밖에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프로그래머에게만 읽혀질만한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거나 아니면 선천적으로 어떠한 ‘원리’ 또는 ‘기초’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도 충분히 권할만 하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저도 프로그래머는 아니니까요.
CPU와 2진수에 관한 얘기로 시작해서 메모리와 디스크, OS와 애플리케이션을 거쳐 어셈플리어 프로그래밍 소개까지, 보는 이의 능력과 관점에 따라 매우 쉬울 수도 매우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거침없이 풀어내고 있는 저자의 해박함이 부럽습니다.(옆의 사진은 이 책의 저자인 矢澤 久雄 YAZAWA Hisao입니다.)

이 책의 원제가 『How Program Works』인데, 번역서의 제목은 상당히 길어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1%의 프로그래밍 원리』라고 되어 있습니다. 한국적인 정서(?)에 맞는 이름이라 할 수는 있지만 책 전체 내용을 보건데 원제가 더 적절한 듯 싶습니다. 물론 『프로그램은 어떻게 움직이는가?』(일본판의 실제 제목)라는 식으로 제목을 만들었다면 독자들은 제목에서부터 질려버려 결국 좋은 책을 읽을 기회마저 적었을테니 그것도 충분히 이해할만 합니다.
좋은 말만 쓰는 것 같네요. 부피만 두꺼운 텅빈 깡통같은 책이 아니라 오랜만에 속이 알찬 책을 만난듯하여 여러모로 긍정적인 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독자 서평을 보니 이 책 덕분에 정보처리 공부한 것이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온다는 평도 있는 반면 프로그래머가 아닌 학생들의 입문용으로 적당하다, 프로그래밍에 실제 어느 정도 도움을 줄지 모르겠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아마존재팬 서평 보기)

일본에서 2년 연속 베스트셀러였다죠?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를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듭니다.

동주 아빠 손병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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