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요가를 시작했습니다.
어디 가서 달리 배우는 것은 아니고 집에서 비디오 테잎을 틀어놓고 새벽에 따라하고 있습니다.
(원래 요가 비디오 테잎을 처음 산 것은 아내였습니다. 집안 일에서 프리랜서 일까지 모두 집에서 하다 보니 몸이 개운치 않은 것 같다고 하여 마련한 것입니다.)

『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라는 책을 보고 있습니다. 맘만 먹으면 몇 시간 안에 뚝딱 읽어 버릴 정도로 크게 부담되지 않은 내용과 분량입니다.
이 책은 크게 시간 경영, 지식 경영, 건강 경영, 행복 경영, 인맥 경영 등 5가지의 자기 경영에 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리처드 코치의 『80/20 법칙』의 실천편이라고 할 수 있는 책인데, 공병호는 『80/20 법칙』의 역자이기도 합니다.

「시간 경영」의 많은 부분을 새벽 시간의 활용에 할애하고 있습니다. 저자 스스로가 실천하고 있는 것들을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어 쉽게 와닿습니다.
"새벽과 아침 시간은 신성 불가침의 영역이다."라고 말하는 그의 말을 저는 매우 쉽게 동의합니다.
저자는 아마도 새벽 3시 전후로 해서 일어나 하루를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직장인인 나는 약간 조정하여 4시 전후로 일어나 새벽 시간을 좀 더 확보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어제와 오늘 5시에 일어났으니, 무리하지 말고 다음 주부터는 4시에 일어나 새벽 시간을 좀 더 활용할 생각입니다.

제게 일찍 일어나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수면 시간은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확신이며 장점이기도 합니다. 중학생 시절 내내 12시에 자서 4시에 일어나는 4시간 수면을 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실제로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4시간만 자도 생활하는 데에 아무런 무리가 없다는 것을 어떤 책을 통해 알았기 때문입니다. 정말 피곤하면 낮에 잠깐의 가면(假眠)을 취하면 됩니다.

따라서, 일찍 일어나는 게 문제가 아니리, 정작 일찍 일어나서 '무엇을' 하느냐가 문제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일찍 일어나봐야 소용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회사를 위해서 일찍 일어나 할 일이 없었습니다. 대개 업무 시간 내에 모든 일 처리는 가능했습니다.(제가 잘 나서가 아닙니다. 단언컨데 대개의 사람이 그러합니다.) 만약 안 된다면 밤까지 남아서 처리하면 됩니다. 일찍 출근해봐야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출근 시간 내에만 출근하면 됩니다.(그것도 못 지키는 사람을 허다하게 봤으니까요.) 대신 일을 일찍 끝내더라도 제때 퇴근하는 것은 오히려 눈치가 보였습니다. 업무 시간 8시간 내에 못할 일이란 별로 없습니다. 아니, 사실 서너시간 바짝 하면 대개의 일은 끝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저녁 늦게까지 시간을 나누어 10~12시간 동안 나누어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이것이 문제인지 알면서 몹쓸 습관은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라면 '일용할 양식을 벌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와 내 가정의 미래는 언제 준비해야 할까요?
공병호의 말 대로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일은 업무 시간에 집중적으로 처리하면' 됩니다. 그러나 현 사회에서 조직 내의 '인력은 끊임없는 조정의 대상이' 됩니다. 미래가 불안한 사람이 조직 내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데에 하루의 80%를 쓰더라도, 자신을 위한 20% 시간은 남겨두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 20%가 80%의 시간보다 훨씬 값진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현재, 그리고 미래에...

저의 계획은 이러합니다.
새벽 4~5시에 일어나 1시간 동안 요가를 합니다. 조깅을 하는 것도 괜찮지만 아무래도 방바닥에 앉아 요가를 하는 것이 내 체질에 맞는 것 같습니다. 요가를 하면서 몸의 긴장을 풀고 정신을 집중하여 심신의 건강을 도모합니다.
그런 다음 아침 밥을 꼭 챙겨먹고, 아침 일찍 출근하여 독서를 하거나 이렇게 글을 씁니다. 월요일과 같이 한 주를 준비해야 할 때에는 한 주 동안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정리하고 계획합니다.
9시에 업무가 시작되면 가급적 오전 중에 중요한 일을 끝냅니다.
업무 시간 중에 집중하여 회사 업무를 마칩니다. 저녁까지 해야할 일이 없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도록 가급적 모두 처리합니다.
저녁 시간에는 전문 지식을 쌓도록 노력합니다. IT 지식과 시장 흐름을 익히는데에 도움이 될만한 서적들을 읽고 연구합니다. 회사와 나를 위한 지식인 셈입니다. 가끔은 인간 관계 유지를 위한 만남과 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참, 저녁에는 30분 정도 달리고, 30분 정도 반온좌욕(半溫坐浴)을 하면서 책을 봅니다.
그리고 밤 12시 전후해서 반드시 잠자리에 듭니다.

다소 빡빡한 듯 느껴지는 스케줄이지만 분명 나의 몸과 정신을 건강하고 활기있게 만들 것입니다. 그 가운데 오히려 의도적인 한가함과 계획된 여유로움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의 삶이 바쁘고 힘들어 속세를 떠나지 않고서는 결코 한가함과 여유로움을 찾을 수 없을 땐 '의도적인 한가함'과 '계획된 여유로움'이 필요합니다. 내 인생 어느 순간 갑자기 닥쳐 올 '타의에 의한 한가함'을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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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풍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급한 출근 길에 리어카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듯합니다. 대신 한 줄에 1,000원짜리 김밥 집에는 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강남과 강북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남북을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김밥 집인 걸 보면,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출근 길에 가볍게 아침을 챙기려는 아가씨부터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푸석푸석한 머리에 눈을 부비며 김밥을 사는 아줌마들도 있습니다(십중팔구 자식들 도시락으로 쓰기 위함입니다).

저도 '아침 김밥'을 꽤 즐기는 편입니다.
보통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는 일찍 와서 업무 준비를 하지 않으면 뭔가 쫓기는 느낌이 들어 가급적 일찍 출근하는 편입니다.
이럴 땐 아침 먹는 시간조차 아까울 때가 많습니다(요즘은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김밥은 그래서 저의 아침 식사를 해결해 주는 매우 유용한 식단입니다. 회사를 향하는 출근 길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김밥 집은 보이고, 그 중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는" 집을 선택해서 신속하게 김밥을 사서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동네 어느 김밥 집이든 맛의 차이가 근본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밥은 밥일 뿐이라는 너무나 실용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성격이기 때문입니다. 줄 서는 것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고 해도 비싼 음식을 먹는 것은 깡패 부시보다 더 싫어합니다. ^^

오늘 아침도 좀 일찍 집에서 나왔습니다.
아침 밥을 먹고 와도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신선한 가을 아침 공기를 마시며 매우 여유롭게 출근하는 것이 훨씬 값지다 생각하여 서둘러 나왔습니다(덕분에 이렇게 일기까지 쓰고 있습니다^^).

오는 길에 김밥을 하나 사서 오려고 자주 가던 그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미련없이 돌아서, 조금 더 떨어진 다른 집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중고등학생 몇 명이 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개를 돌려 맞은 편 김밥 집을 보니 휑~하니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집은 늘 그랬습니다.
저는 결국 거기서 김밥 두 줄을 샀습니다. 원래는 한 줄만 사려고 했으나, 허름한 김밥 집에 아저씨 혼자 김밥을 싸는 것을 보는 순간 최소한 두 줄은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결국은 남겨서 버렸지만...).

나 참, 이런 말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아침 출근 길 몇 몇 김밥 집 풍경을 보며, 우리 생활 속 어디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경쟁의 현실과 그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제가 최종적으로 김밥을 샀던, 아저씨가 불쌍한 것 같아 두 줄을 샀던 그 집은, 누가 봐도 장사가 잘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지저분한 실내 환경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김밥 재료들... 굳이 큰 돈 들이지 않고서도 훨씬 세련되고 깔끔한 인상이 들도록 만들 수 있음에도 왜 그렇게 장사를 하는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정작 장사하는 주인은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회사, 내가 힘겹게 꾸려가고 있는 나의 일, 나의 사업이 손님 하나 없는 김밥 집 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남들 눈에는 선명하게 보이는 나의 잘못이 정작 나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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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과 여행의 차이는 목적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현실에 대한 불만족은 누구에게나 떠남에 대한 욕구를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떠나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 내가 가야할 곳이 없다면 그건 가출에 불과합니다.
때로는 목적지가 없는 방황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요. 그러나 지금 제 나이에 - 그래봐야 30대 초반이지만 - 그런 방황을 곱게 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면 다행이지요.

요 근래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 고민은 내가 서 있는 곳과 내가 나아가야 할 곳에 대한 물음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또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 혹시 내가 가고 있는 곳이 얼마 후 나에게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안겨 주는 것은 아닐까? 과연 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 것인가? 나는 나의 가정을 지켜낼 수 있으며, 미래에 나와 내 가족이 생존하기 위한 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가? 만약 없다면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과 생각의 고리가 얽히고 섥히어 결국에는 어떻게 현실에서 '생존'할 것인가의 물음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그동안 절실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이 점차 절실하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일종의 자기 최면이었습니다. 나중에 정말 절실해질 때면 이미 늦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명함의 뒷면 백지 위로 생각을 집중하라. 그리고 필사적으로 생각해 보라. 나만이 아주 훌륭하게 해낼 수 있는 것, 다른 사람이나 회사가 돈을 많이 주고라도 사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적어 보라. 그것이 무엇인가? …… 만일 한 가지라도 확실하게 적어 넣을 수 있다면 당신은 경제적으로 불안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 미래 사회를 이루는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생산 수단, 즉 전문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개인 명함의 뒷면에 당신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와 전문 분야가 없다는 것은, 당신은 아직 전문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당신은 지식 사회를 맞이할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 사회의 부를 나누어 가질 가장 강력한 생산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당신은 지금 위험한 곳에 서 있다. 바로 생존의 문제를 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구본형, 낯선 곳에서의 아침 中에서)

고민의 실마리를 푸는 데에 찰스 핸디가 말하는 '포트폴리오 인생', 구본형과 공병호가 말하는 '1인 기업', 피터 드러커가 말하는 '지식 노동자' 개념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미래 사회의 경쟁력은 '지식'(전문 지식)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기 혁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알기만 하면 뭐합니까? 행동을 해야지요.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우리, 이렇게 한번 해 봅시다.

  1.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일에 대한 진지한 자기 물음
    → 그 결과는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비록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자신의 강점이 드러나는 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2. 이제 자신과의 약속을 해야 합니다. 내가 바라는 3년 후 내 모습을 그려보고,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자신과 약속을 합니다. 기업에서 말하는 일종의 비전과도 비슷하겠죠. 너무 긴 기간을 잡지는 말아야겠습니다. 가다가 지칠테니까요.
    참, 3년 후의 내 모습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측정 가능해야 합니다. 자위(自慰)에 머무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3. 1년 후, 2년 후 내가 서 있을 중간 경유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체크해볼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표면적인 성과 없이는 쉽게 지치니까요.
  4. 3년 후 나의 위치, 그것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나만의 명함을 만들어 봅니다.
    그것이 바로 나의 '브랜드'입니다.
  5. 그러나, 이를 이루기 위해 고시 공부하듯 하지는 맙시다.
    나를 발견하고 나의 목표를 이루는 과정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선택한 신나고 재미있는 과정입니다.
    특히나 지금 직장에 이미 몸담고 있는 분들은 매우 혜택받은 사람들입니다.

이로써, 기존의 기업에 종속된 내가 아니라, 기업과 계약을 맺고 거래할 수 있는 당당한 1인 기업의 CEO가 되는 것입니다(구본형). 벼룩의 시대를 살아가는 포트폴리오 인생을 누리게 되는 것입니다(찰스 핸디). 미래를 이끄는 지식 노동자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피터드러커).

오랜만에, 동주아빠 손병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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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화장실에 잠깐 갈 때도 무언가 읽을거리를 가져가지 않으면 불안합니다. 단 몇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읽어봐야 어느만큼 읽겠습니까만은 그냥 일만 보자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중요한 일을 해야할 시간에는 딴청을 피우기 일쑤입니다. 내가 게으르다고 느낄 때는 바로 이런 때입니다.
    지하철을 타거나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차 안에서 읽을 책이 손에 없으면 불안합니다. 그래서 꼭 책을 한권 가져갑니다. 그리고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읽어야할 책은 안 읽고 신문 한 귀퉁이만 몇 자 읽고 그냥 자다가 오기 일쑤입니다.
    늘 열심히 살고 싶고 항상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지만 나의 일상에는 치열함이 다소 부족한 것 같습니다.

  2. 구본형의『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의 마지막 장의 제목은「남김없이 쓰고 가는 것이 인생이다」입니다. "죽음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수 있는 것은 늙고 추레한 껍데기밖에 없도록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그는 나이 여든 한 살에 자신의 마지막 오페라〈팔스타프〉를 작곡한 베르디와 그 음악을 듣고 자란, 아흔 살이 넘도록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피터 드러커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는 늘 부끄럽습니다.(늘 부끄럽다는 말은 이 책을 화장실에 두고 몇 번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화장실에 갈 때 어떤 책을 가져갈지 고민하는 것이 싫어서 그냥 화장실에 놓아둔 책입니다.)

  3. "이제 시간으로 보충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우리 회사의 어느 분이 술자리에서 제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분은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모자라니 더 많은 시간을 노력해야 하고, 이제 더 이상 잠도 줄일 수 없으니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저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졌습니다.

  4.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94년 시집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시의 전문입니다.
    치열하게 사는 것이 유일한 善이라 여기고 있을 때, 놓치지 말아야할 무언가를 일깨워 준 일갈이었습니다.

    날이 새면 또 한 주가 시작됩니다.
    해야할 그 무언가를 아직 못하고 있는 것이 결국 나의 게으름때문인 것 같아, 생각나는 대로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이번 주는 정말이지 치열하게 살고 싶습니다.

    *치열(熾熱) : [형]불길같이 매우 맹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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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아프지 않고서는 약을 먹지 않습니다. 의사와 약사에 대한 신뢰 문제도 있지만 자칫 약에 대한 내성만 커지지나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이는 곧 내 몸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제가 어제 밤에는 주사를 맞았습니다. 그것도 응급차를 타고 한밤중에 병원에 가서 말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그제 밤에 동료 직원 몇몇과 가벼운 얘기나 나눌 생각으로 회사 가까운 곳에서 맥주 한잔을 했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보니 길어지고 또 길어져 결국 새벽까지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평소의 주량을 생각해보건데 결코 많이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시간만 많이 소비했지 실제 얼마 마시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그리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내가 준 콩나물 국에 밥을 말아 먹고 가니, 늦게 들어간 남편 구박하지 않은 아내가 고맙고 속도 든든한 것이 꽤 컨디션이 좋았습니다.
어제는 회사에서 멀리 워크샵을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제 차에 두 분을 모시고 무주의 행사장까지 운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습니다. 한 두어시간 운전을 할 때쯤 갑자기 온몸이 으실으실 거리더니 속도 울렁거리고 다리가 아파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너 시간만에 겨우 행사장에 도착하고 보니 몸은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아파왔습니다. 오뉴월에 추워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행사 중에 제가 발표하는 시간이 10여분 있었는데 겨우 그것만 발표하고서는 숙소로 들어가 끙끙 앓기 시작했습니다. 저녁도 겨우 몇 숟갈 꾸역꾸역 먹고... 그것이 안쓰러웠는지 영업부 과장 한분이 약을 사오셨습니다. 비록 제대로 고마운 표시는 못했지만 얼마나 고맙던지...
행사가 거의 끝날 때쯤(아마도 밤 10시 반 정도 됐을 겁니다.) 사장님께서 오셔서 제 머리를 만지시더니 이렇게 누워만 있어서는 안된다고 펄쩍 뛰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자고 난 후라 전 아침에 일어나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별 거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장님은 무조건 병원에 가야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한밤중에 무주군 내의 어느 병원에서 온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타 오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병원까지 따라가서 직접 모든 걸 챙겨주신 사장님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행사는 2박3일 계속되었지만 저는 개인적인 일 때문에 다음날 아침 급히 올라왔습니다. 주사도 맞고 약도 먹어서인지 몸이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서 최대한 빨리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일단 집에 오니 몸이 어제보다는 괜찮아진 것 같았는데, 시간이 계속 흘러도 좀체 아픈 기운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아내는 결혼하고 이런 적 처음이라고, 제발 무리하지 말라고 합니다. 최근에 무리해서 일해본 적이 없으니 결국 무리해서 술마시지 말라는 얘기겠죠. 그렇게 말을 하는 아내도 몸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남편 밥 차려 주고, 시장에 다녀와서 찬 거리 사오고 난 후에 아내 안색이 더 안 좋아진 것 같습니다. 남편이 매우 아픈 걸 알면서도 자신도 픽∼ 쓰러져 자는 것을 보면, 오늘따라 아내도 정말 몸이 좋지 않은 듯 했습니다.
늘 이랬습니다. 이상하게도 몸이 아파도 같이 아프고, 기분이 언짢을 때나 즐거울 때나 늘 서로의 몸 상태가 비슷하였습니다. 오늘도 역시 예외는 아닌 듯.

아내가 잠깐 잠든 사이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쓸 데 없이 몸 관리 제대로 못해 아픈 일이 다시는 없도록 다짐하기 위해, 그리고 내가 아파서는 안 될 이유를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 몇 자 적었습니다.

내가 아프지 말아야 할 이유

1.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정신적인 피해는 물론 금전적인 피해도 무시 못합니다. 어제 아파서 모과장님 약값 들었지, 사장님 약값에 응급차 비용까지, 회사에서는 노동력 하나가 줄어 인건비를 낭비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2. 아내에게 피해를 준다.
집 안에서 동주와 하루종일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새벽같이 일어나 일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최소한의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아내는 과거 경험을 살려 집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자꾸 이러면 아침에 다시는 해장국을 볼 수 없을지도….
3.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열심히 사는 데 방해가 된다.
직장 생활도 열심히 하고, 하고 싶은 공부 열심히 하고 집안에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데, 몸이 아프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됩니다. 이거 결코 슈퍼맨의 역할 아닙니다. 요즘 시대에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기본 자세입니다.

그래서 결론,
몸 관리 제대로 해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삽시다.

오뉴월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저는,
동주 아빠 손병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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