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장실에 잠깐 갈 때도 무언가 읽을거리를 가져가지 않으면 불안합니다. 단 몇분도 안되는 시간동안 읽어봐야 어느만큼 읽겠습니까만은 그냥 일만 보자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정작 중요한 일을 해야할 시간에는 딴청을 피우기 일쑤입니다. 내가 게으르다고 느낄 때는 바로 이런 때입니다.
    지하철을 타거나 장거리 여행을 떠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열차 안에서 읽을 책이 손에 없으면 불안합니다. 그래서 꼭 책을 한권 가져갑니다. 그리고는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읽어야할 책은 안 읽고 신문 한 귀퉁이만 몇 자 읽고 그냥 자다가 오기 일쑤입니다.
    늘 열심히 살고 싶고 항상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한결같지만 나의 일상에는 치열함이 다소 부족한 것 같습니다.

  2. 구본형의『오늘 눈부신 하루를 위하여』의 마지막 장의 제목은「남김없이 쓰고 가는 것이 인생이다」입니다. "죽음이 우리에게서 빼앗아갈 수 있는 것은 늙고 추레한 껍데기밖에 없도록 그렇게 살아야한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그는 나이 여든 한 살에 자신의 마지막 오페라〈팔스타프〉를 작곡한 베르디와 그 음악을 듣고 자란, 아흔 살이 넘도록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피터 드러커를 예로 들고 있습니다. 이 대목에서는 늘 부끄럽습니다.(늘 부끄럽다는 말은 이 책을 화장실에 두고 몇 번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화장실에 갈 때 어떤 책을 가져갈지 고민하는 것이 싫어서 그냥 화장실에 놓아둔 책입니다.)

  3. "이제 시간으로 보충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우리 회사의 어느 분이 술자리에서 제게 하신 말씀입니다. 그분은 자신의 능력이 모자라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보다 능력이 모자라니 더 많은 시간을 노력해야 하고, 이제 더 이상 잠도 줄일 수 없으니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입니다. 그분은 저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졌습니다.

  4.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 너는 /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의 94년 시집에서 제일 먼저 나오는 시의 전문입니다.
    치열하게 사는 것이 유일한 善이라 여기고 있을 때, 놓치지 말아야할 무언가를 일깨워 준 일갈이었습니다.

    날이 새면 또 한 주가 시작됩니다.
    해야할 그 무언가를 아직 못하고 있는 것이 결국 나의 게으름때문인 것 같아, 생각나는 대로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이번 주는 정말이지 치열하게 살고 싶습니다.

    *치열(熾熱) : [형]불길같이 매우 맹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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