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풍경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급한 출근 길에 리어카에서 파는 샌드위치를 먹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듯합니다. 대신 한 줄에 1,000원짜리 김밥 집에는 늘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강남과 강북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남북을 가리지 않고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김밥 집인 걸 보면,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문제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출근 길에 가볍게 아침을 챙기려는 아가씨부터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푸석푸석한 머리에 눈을 부비며 김밥을 사는 아줌마들도 있습니다(십중팔구 자식들 도시락으로 쓰기 위함입니다).

저도 '아침 김밥'을 꽤 즐기는 편입니다.
보통 출근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는 일찍 와서 업무 준비를 하지 않으면 뭔가 쫓기는 느낌이 들어 가급적 일찍 출근하는 편입니다.
이럴 땐 아침 먹는 시간조차 아까울 때가 많습니다(요즘은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지만...). 김밥은 그래서 저의 아침 식사를 해결해 주는 매우 유용한 식단입니다. 회사를 향하는 출근 길 어느 코스를 선택하든 김밥 집은 보이고, 그 중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는" 집을 선택해서 신속하게 김밥을 사서 사무실로 들어갑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동네 어느 김밥 집이든 맛의 차이가 근본적으로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밥은 밥일 뿐이라는 너무나 실용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해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성격이기 때문입니다. 줄 서는 것까지는 양보할 수 있다고 해도 비싼 음식을 먹는 것은 깡패 부시보다 더 싫어합니다. ^^

오늘 아침도 좀 일찍 집에서 나왔습니다.
아침 밥을 먹고 와도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신선한 가을 아침 공기를 마시며 매우 여유롭게 출근하는 것이 훨씬 값지다 생각하여 서둘러 나왔습니다(덕분에 이렇게 일기까지 쓰고 있습니다^^).

오는 길에 김밥을 하나 사서 오려고 자주 가던 그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미련없이 돌아서, 조금 더 떨어진 다른 집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중고등학생 몇 명이 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고개를 돌려 맞은 편 김밥 집을 보니 휑~하니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집은 늘 그랬습니다.
저는 결국 거기서 김밥 두 줄을 샀습니다. 원래는 한 줄만 사려고 했으나, 허름한 김밥 집에 아저씨 혼자 김밥을 싸는 것을 보는 순간 최소한 두 줄은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결국은 남겨서 버렸지만...).

나 참, 이런 말을 하려고 했던 게 아니었는데...
아침 출근 길 몇 몇 김밥 집 풍경을 보며, 우리 생활 속 어디에서도 피할 수 없는 경쟁의 현실과 그 경쟁에서 도태되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제가 최종적으로 김밥을 샀던, 아저씨가 불쌍한 것 같아 두 줄을 샀던 그 집은, 누가 봐도 장사가 잘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지저분한 실내 환경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김밥 재료들... 굳이 큰 돈 들이지 않고서도 훨씬 세련되고 깔끔한 인상이 들도록 만들 수 있음에도 왜 그렇게 장사를 하는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데 정작 장사하는 주인은 그런 생각이 안 드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우리가 몸 담고 있는 회사, 내가 힘겹게 꾸려가고 있는 나의 일, 나의 사업이 손님 하나 없는 김밥 집 신세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남들 눈에는 선명하게 보이는 나의 잘못이 정작 나 스스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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