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히 아프지 않고서는 약을 먹지 않습니다. 의사와 약사에 대한 신뢰 문제도 있지만 자칫 약에 대한 내성만 커지지나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이는 곧 내 몸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하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제가 어제 밤에는 주사를 맞았습니다. 그것도 응급차를 타고 한밤중에 병원에 가서 말입니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습니다. 그제 밤에 동료 직원 몇몇과 가벼운 얘기나 나눌 생각으로 회사 가까운 곳에서 맥주 한잔을 했습니다. 그런데 얘기를 하다보니 길어지고 또 길어져 결국 새벽까지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평소의 주량을 생각해보건데 결코 많이 마시지는 않았습니다. 시간만 많이 소비했지 실제 얼마 마시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그리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내가 준 콩나물 국에 밥을 말아 먹고 가니, 늦게 들어간 남편 구박하지 않은 아내가 고맙고 속도 든든한 것이 꽤 컨디션이 좋았습니다.
어제는 회사에서 멀리 워크샵을 떠나는 날이었습니다. 제 차에 두 분을 모시고 무주의 행사장까지 운전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였습니다. 한 두어시간 운전을 할 때쯤 갑자기 온몸이 으실으실 거리더니 속도 울렁거리고 다리가 아파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너 시간만에 겨우 행사장에 도착하고 보니 몸은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아파왔습니다. 오뉴월에 추워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행사 중에 제가 발표하는 시간이 10여분 있었는데 겨우 그것만 발표하고서는 숙소로 들어가 끙끙 앓기 시작했습니다. 저녁도 겨우 몇 숟갈 꾸역꾸역 먹고... 그것이 안쓰러웠는지 영업부 과장 한분이 약을 사오셨습니다. 비록 제대로 고마운 표시는 못했지만 얼마나 고맙던지...
행사가 거의 끝날 때쯤(아마도 밤 10시 반 정도 됐을 겁니다.) 사장님께서 오셔서 제 머리를 만지시더니 이렇게 누워만 있어서는 안된다고 펄쩍 뛰는 것이었습니다. 한참을 자고 난 후라 전 아침에 일어나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별 거 아니라고 말했지만 사장님은 무조건 병원에 가야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한밤중에 무주군 내의 어느 병원에서 온 응급차를 타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타 오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병원까지 따라가서 직접 모든 걸 챙겨주신 사장님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행사는 2박3일 계속되었지만 저는 개인적인 일 때문에 다음날 아침 급히 올라왔습니다. 주사도 맞고 약도 먹어서인지 몸이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서 최대한 빨리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일단 집에 오니 몸이 어제보다는 괜찮아진 것 같았는데, 시간이 계속 흘러도 좀체 아픈 기운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아내는 결혼하고 이런 적 처음이라고, 제발 무리하지 말라고 합니다. 최근에 무리해서 일해본 적이 없으니 결국 무리해서 술마시지 말라는 얘기겠죠. 그렇게 말을 하는 아내도 몸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습니다. 남편 밥 차려 주고, 시장에 다녀와서 찬 거리 사오고 난 후에 아내 안색이 더 안 좋아진 것 같습니다. 남편이 매우 아픈 걸 알면서도 자신도 픽∼ 쓰러져 자는 것을 보면, 오늘따라 아내도 정말 몸이 좋지 않은 듯 했습니다.
늘 이랬습니다. 이상하게도 몸이 아파도 같이 아프고, 기분이 언짢을 때나 즐거울 때나 늘 서로의 몸 상태가 비슷하였습니다. 오늘도 역시 예외는 아닌 듯.

아내가 잠깐 잠든 사이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쓸 데 없이 몸 관리 제대로 못해 아픈 일이 다시는 없도록 다짐하기 위해, 그리고 내가 아파서는 안 될 이유를 다시금 되새기기 위해 몇 자 적었습니다.

내가 아프지 말아야 할 이유

1. 주위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정신적인 피해는 물론 금전적인 피해도 무시 못합니다. 어제 아파서 모과장님 약값 들었지, 사장님 약값에 응급차 비용까지, 회사에서는 노동력 하나가 줄어 인건비를 낭비하는 꼴이 되었습니다.
2. 아내에게 피해를 준다.
집 안에서 동주와 하루종일 엎치락뒤치락하면서도 새벽같이 일어나 일을 하고 있는 아내에게 최소한의 도움도 주지 못합니다.(아내는 과거 경험을 살려 집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자꾸 이러면 아침에 다시는 해장국을 볼 수 없을지도….
3.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거, 열심히 사는 데 방해가 된다.
직장 생활도 열심히 하고, 하고 싶은 공부 열심히 하고 집안에도 최선을 다하고 싶은데, 몸이 아프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됩니다. 이거 결코 슈퍼맨의 역할 아닙니다. 요즘 시대에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기본 자세입니다.

그래서 결론,
몸 관리 제대로 해서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삽시다.

오뉴월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이 칼럼을 쓰고 있는 저는,
동주 아빠 손병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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