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에 ≪공부습관 10살 전에 끝내라≫라는 책을 소개드린 적이 있습니다. (☞ 관련 리뷰 보기) 그 책의 저자인 가게야마 히데오가 한국에 방문하여 강연을 하였습니다.
아직 제 딸이 어리기는 하지만 자녀 교육과도 연관이 있고, 교육 사업을 하는 회사에 근무하다 보니 이래저래 관심이 있어 듣게 되었습니다.
가게야마 히데오는 현재 일본 쓰치도 초등학교의 교장입니다. 그러나 그가 일본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은, 야마구치 초등학교의 교사로 근무하던 때로, 일본 전체 학력 테스트에서 10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까닭입니다. 읽기, 쓰기, 계산하기라는 매우 단순한 ‘주입식’ ‘암기식’ 교육을 통해, 이 시골 깡촌 학교 출신의 아이들이 명문 대학에 무더기로 입학하면서 가게야마 선생은 ‘야마구치 초등학교의 기적’을 일군 스타가 된 것입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현재 그의 책(≪공부습관 10살 전에 끝내라≫, ≪기적의 계산법≫)은 일본에서 400만부 이상이 팔렸습니다. 일본의 학생 수가 720만 명임을 감안하면, 일본 전체 학생의 반수 이상이 그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강연회는 일요일 오후 2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화-삼성 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되었는데,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봄날의 이화여대 교정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무슨 대형 공사 때문에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 이대 박물관 뒤편을 돌아 가는 길에 ‘가게야마 교사 한국 방문 강연회’라는 파란 색의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습니다.
강연회는 정확하게 2시부터 진행되었는데, 1,2,3부로 나눠 진행하였습니다.
1부는 뇌 과학 학습 분야 전문가인 박재원 소장의 사회로 가게야마 선생의 학습 지도 방법이 실제로 매우 과학적인 방법임을 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제작된 가게야마 선생 관련 영상물을 보면서 부연 설명을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박소장은 “할 줄 아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라는 말을 하면서, 가게야마 학습법은 누구나 할 줄 아는 것을 실제로 잘 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학습하게 하는 것이 큰 특징이라고 소개합니다. 가게야마 학습법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인 ‘낭독’은 뇌 세포를 활발하게 움직이게 함으로써 뇌 세포 간 연결을 강화하면서 ‘기억의 간섭’을 극복하는 매우 유용한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가게야마 선생의 책에도 나오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집에는 손 닿기 쉬운 곳에 ‘도감’을 두라는 얘기를 합니다. 호기심이 생겼을 때 바로 해결하면서 학습 의욕과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데에는 이보다 좋은 방법이 없다고 하네요.
2부는 가게야마 선생이 직접 강연하였습니다. 일본어 통역은 ≪공부습관 10살 전에 끝내라≫의 번역자인 신현호씨가 직접 하였습니다. 가게야마 선생의 인상은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기에 매우 적합한(?) 다소 장난끼 있고 착하게 보이는 인상이었습니다.
가게야마 선생의 강연 내용은 책 내용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으나, 책에서 얘기하지 못한 실제 사례들을 보다 많이 소개하였습니다.
그가 시골의 야마구치 초등학교에 부임하여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읽기’ ‘쓰기’ ‘계산하기’라는 아주 기초적인 훈련부터 시작한 얘기로 강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매우 단순하고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가게야마식 학습 방법이 불과 몇 년 만에 본인도 놀랄만큼의 큰 효과를 가져오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에게도 엄청나게 많은 계산 연습을 시키고, 소리내어 읽게 하고 쓰게 하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큰 효과를 보았다는 것입니다. 몇 년 후 실제 IQ가 전반적으로 올라갔다는 것입니다.
이때가 일본에서는 ‘분수도 모르는 대학생’이라고 하여 교토 대학생들이 상당수가 분수도 제대로 모른다는 보도로 인해 한창 떠들석하던 때였습니다. 10년 사이 일본 학생들의 체력과 학력 그리고 기력(살아가는 힘)이 저하되던 시점에 오히려 깡촌 시골의 학생들이 명문대에 우르르 합격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로써 가게야마 선생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합니다. (이날 강연회도 일본 TV에서 촬영하였습니다.)



때마침 가와시마 류타 박사의 연구 결과를 통해 가게야마 선생의 학습 지도 방법이 매우 과학적임이 증명되었습니다. (1부에서도 가와시마 류타 박사의 인터뷰 동영상이 있었습니다.)
가와시마 류타 박사의 ≪두뇌 훈련법≫이라는 책은 이 자리를 통해 소개드린 적이 있습니다.(☞ 관련 리뷰 보기) 이 책에서 가와시마 류타 박사는 "나는 10년 이상 사람의 다양한 행동과 인지, 기억 등에 관한 뇌 활동을 측정해 왔습니다. 그러나 낭독과 단순 계산보다 더 뇌를 활성화하는 것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위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복잡한 계산을 할 때 보다 단순한 계산을 할 때 뇌는 더욱 많은 부분에서 활발하게 움직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가게야마 선생은 강연 도중 급작스레 방청객에게 문제를 내었습니다. 다음과 같이 나머지가 있는 나눗셈 문제 25개를 1분 안에 풀라는 것이었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17개밖에 풀지 못했습니다. 1분 안에 모두 푼 사람은 1명에 불과했습니다(여러분 직접 한번 해보세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가게야마 선생에 의하면 보통 이런 문제를 내면 10% 정도가 1분 안에 푼다고 합니다. 그 10%는 대개 주산을 할 줄 아는 학생이거나 구몬 수학 선생님 또는 학교 교사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이런 계산에 매우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합니다. 가게야마 선생의 제자 중에는 이런 계산을 15초에 끝내기도 한다고 하네요.
어쨌거나, 이러한 단순 계산을 마치 게임을 하듯이 정해진 시간 내에 빨리 풀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뇌는 발달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고취된다고 합니다.
읽기, 쓰기, 계산하기 외에 선생이 강조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아침 식사와 수면 습관의 개선입니다. 아버지의 귀가 시간이 늦어짐에 따라 학생들의 TV 시청 시간이 길어지고, 어머니의 맞벌이로 인해 아침 식사가 부실해지게 되었는데, 이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하루 평균 2시간의 TV를 시청하는 경우에 연간 730시간 동안 TV를 보는 데 반해, 일본의 정규 수업 시간은 연간 708.75시간이라는 것입니다. 수업 시간보다 TV 시청 시간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의 기초 체력이 더욱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가게야마 선생은 어머니를 설득해 점차적으로 아침 식사와 수면 습관을 고치도록 했고, 매년 이 결과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야마구치 초등학교와 쓰치도 초등학교 학생들의 체력과 학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합니다.
3부에서는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저도 평소 궁금해하던 것을 하나 질문했습니다.
가게야마 선생이 사전에 가와시마 류타 박사의 연구 결과와 같은 뇌 과학을 참조하여 그의 학습 방법을 개발하였는지, 아니면 순전히 우연이었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이에 대해 선생은, 처음에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른 상태에서 아주 기초적인 읽기, 쓰기, 계산하기 훈련을 시켰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뜻밖에도 좋은 결과가 나오자 두뇌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관련 지식도 쌓았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선생의 학습 방법이나 가와시마 류타 박사의 연구 결과는 기존의 상식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최근에야 그 성과를 인정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강연 내용을 모두 다 옮기고 싶지만 월요일 아침에 일찍 출근해야 하는 까닭에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보다 자세하게 알고 싶으신 분들은, 오늘 저녁 7시 KBS 2TV에 가게야마 선생의 사례가 소개된다고 하니 그 프로그램(TV 교과서 학교야 놀자)을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