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주가 아파서 응급실에 다녀왔습니다. 저녁때쯤 가서 새벽이 되어서야 왔습니다. 다행히 아주 나쁜 상태가 아니어서 오기는 왔지만 날이 새면 병원에 다시 들러 진찰을 받고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입원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그제 토요일에 동주가 너무 잘 놀고 잘 먹어서 이것저것 먹인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장염으로 고생 좀 하다가 나은 지 몇 일이 되지 않았는데, 부모라는 사람이 그것도 잊어버리고 애가 체하도록 먹였습니다. 먹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기특해서 평소에 먹지 않던 것까지 준 것이 결국 아무 것도 먹이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되었습니다.
밤새 토하더니 아침부터는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열도 없고 보리차도 잘 마셔서 조금만 지나면 괜찮겠거니 했는데, 더 이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병원에 갔습니다. 하루 종일 아무 것도 먹지 않았으니 수액을 맞으며 탈수를 방지하고 피 검사도 했습니다. 다행히 큰 탈은 없는 것 같으나 의사의 소견이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여차하면 입원까지 하라고 했으나 입원을 하더라도 오늘만큼은 아기를 제대로 재워야겠다는 생각에 일단은 집에 왔습니다. 너무 잘 자는 아기를 낯선 병원에서 재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물론 의사 선생님도 현재로서는 큰 탈이 없으니 내일 다시 와도 상관없다고 하셨으니 그리 한 것입니다.

여기는 집입니다. 동주도 자고 아내도 잡니다. 이 두 사람이 저에겐 전부나 다름 없습니다. 날이 새면 조금 전에 지어온 약을 먹고 병원에 다시 가봐야 합니다. (월요일 아침부터 회사에 늦어 미안하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제발 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불과 몇 일 전에 이 자리를 통해 과식이 모든 병의 근원이라고 말해 놓구선 딸에게 뒷탈이 날 때까지 먹인 제가 이렇게 한심할 수가 없습니다. 무식한 아빠 때문에 애꿎은 딸이 고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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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피 검사를 하기 위해 피를 뽑는데, 그 와중에도 울지 않으려고 꾹 참는 딸의 모습을 보고서는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두 돌 갓 지난 아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의사와 간호사도 이런 아이는 처음 봤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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