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행복하게 외동아이를 키우는 비결
패트리샤 내크먼.안드레아 톰슨 지음, 정지인 옮김 / 이미지박스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혹시라도 일찍 퇴근하려고 집에 전화를 걸면 제 딸 동주는 통통 뛰며 큰 소리로 신난다고 외칩니다. 어서 집에 가서 동주가 잠들기 전에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어집니다. 책 읽어 달라, 같이 색종이 접자, 같이 오리기 하자, 같이 놀자, 제가 쉬는 주말이면 단 한시라도 떨어져 있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럴 땐 조금 귀찮아져 아이에 대한 게으름이 발동하기는 하지만, 월요일에 출근길 지하철 역에서부터 아른거리는 것이 동주 얼굴입니다. 가끔 외출하는 제 아내도 저와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이렇듯 '하나밖에' 없는 제 딸은 저와 제 아내의 삶에 매우 깊숙히 - 아니 그것보다 훨씬 강한 접착력과 강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딸이 건강하게 '커주는' 것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오직 딸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마음이 어디 저희 가족만의 마음이겠습니까? 자식을 둔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요.

우리 딸은 외동입니다. 형제나 자매가 '아직' 없다는 뜻이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이제 어린이집도 잘 적응할 정도로 자라고 나니 양가 부모님으로부터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아이를 더 낳으라고 얘기를 듣습니다. 그러나 저는 별 생각이 없습니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으나 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좀 어렵습니다. 어쨌거나 아내와 딸,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해 저는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개인적인 믿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물론이거니와 주변 사람들이 가만히 있질 않습니다. '혼자는 외롭다', '아이를 더 낳지 않는 것이 너무 이기적이지 않느냐?', 심지어는 '이런 상태(저출산율)로 가면 머지 않아 나라가 망한다'는 말까지 듣습니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왠지 하나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합니다. 형제나 자매가 없으면 무언가 짝이 맞지 않은 비정상적인 가족 구조처럼 느껴지나 봅니다.

저는 이 자리를 통해, 자식은 하나면 족하다 또는 최소한 둘이나 셋은 되어야한다고 자식의 적정 수가 몇 명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저처럼 어떠한 이유가 있거나 또는 부득이하게 현재 자식이 하나밖에 없는 부모들이 주위 사람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로부터 느끼는 '죄책감'이나 당혹감 또는 심리적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한다는 생각뿐입니다. 다행히 《즐겁고 행복하게 외동아이를 키우는 비결》은 이런 저의 바람을 속시원히 해결해 주고 있습니다.

책에는 제가 평소가 가지고 있던 의문들, 예를 들어 '자식을 하나만 가지는 것은 이기적인 생각이 아닐까?', '외동 아이는 너무 외로워하지 않을까', '혹시라도 내가 죽으면 우리 아이는 어떻게...', '혹시라도 하나밖에 없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외동 아이는 응석받이가 될 확률이 높다던데', '주위를 보니 이맘 때쯤 동생을 갖고 싶다고 간절히 원한다던데' 등등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저의 선입견을 조목조목 바로잡아 주고 있습니다.
1926년부터 1985년까지의 60년 사이 각기 다른 시기에 실시된 외동아이를 대상으로 한 141가지 연구 내용을 통해 '가족 구성과 아이의 성격적 특성'을 연구한 폴리트와 팔보의 연구 결과는 여러 면에서 외동 아이에 대한 일반적 편견을 뒤엎습니다. 수많은 사례가 나오지만, 결론적으로 "이 메타 분석의 결과는 성격적 특성의 관점에서 외동 아이들은 형제 자매와 함께 자란 다른 아이들과 실질적인 차이점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고서는 말합니다. 이들은 관찰 대상으로 삼은 자기 통제력과 정서적 안정감, 사회적 참여 등의 자질들에서 외동아이들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많은 경우에 오히려 동기가 있는 아이들에 비해 약간의 우세함을 보였다고 합니다. 또한 "외동 아이들은 두 자녀 가정의 아이들보다 인지능력과 지적인 기능에서도 결코 불리하지 않았고 최소한 동등하거나 오히려 더 우수한 능력을 보였다"고 적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이들이 '외동이기 때문에' 외로움을 더 느끼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외로움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것이 어른들의 편견이 아이들에게 자연스레 투사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동생을 갖고 싶어하는 하는 아이들의 생각은 '공상'이라고 단언합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외로움의 신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적고 있지만,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는, 그래도 형제 자매는 있어야 돼,라고 생각하실지 모릅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굳이 이 책 저자들의 말을 빌지 않아도, 제가 보아온 사람들만 보더라도 형제 자매가 있다고 해서 '정상적인' 인간 관계와 정서를 가지고 자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책은 형제 자매보다는 외동 아이가 더 낫다는 식의 이야기는 결코 하지 않습니다. 기존의 연구 결과와 저자들의 상담 사례와 연구 결과를 통해 형제 자매가 있는 경우나 외동 아이로 자라는 경우나 실제로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동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알아 두면 좋을 육아에 대한 지식을 담고 있습니다.

원해서건 원하지 않든 지금 외동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께 이 책을 꼭 권해드립니다.
부모가 가지고 있는 외동 아이에 대한 근거없는 편견과 불안감이 오히려 아이에게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편견과 불안감은 나도 모르게 자식에게 투사되어 아이가 자라 성격을 형성하는 데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잘 조화된 한 쌍의 부모 사이에서 건전한 삼각 관계를 유지하며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성취 의욕이 높고 사회성이 강한 아이로 커가도록 부모가 해야할 일들과 떨쳐버려야 할 선입관과 편견들을 알 수 있습니다. 외동 아이를 키우면서 이 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고기의 즐거움
김종성 엮음 / 장락 / 200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을 하는 것과 아이를 보는 것 중 어느 것이 쉬울 것 같습니까? 제 생각에는 둘 사이에 난이難易를 가리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려운 까닭은 아마도 나이에 따라 호부好否를 느끼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 딸이 좋아하는 것은 아빠가 책을 읽어주고, 함께 색종이를 접고, 함께 가위로 오리고 풀로 붙여가며 뭔가를 만들고, 함께 도화지에 색칠하고, 함께 동요를 들으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입니다. 반면 어른인 제가 좋아하는 것은 주말에 낮잠을 잔다든가 조용히 책을 읽거나 PC 앞에 앉아 인터넷 서핑을 하는 것 등입니다. 이왕 아이와 함께 보내는 김에 주말마다 야외에 나가볼까 생각도 하지만 날씨도 추운데다가 워낙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탓에 이제 갓 다섯살 된 아이를 데리고 나갈만한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얼른 커서 주말에 함께 앉아 책을 읽으며 소일消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요원한 일이니, 그 전에 아이와 보대끼면서도 '함께' 즐기는 방법을 개발해야겠습니다.
몇 주 전부터 빵 만들기를 시도하여 머핀과 쿠키를 만들었는데 어제는 피자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참 맛있게 먹었는데 문제는 아이의 반응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좀 더 꾸준히 노력해서 아이가 인정하는 최고의 제빵사가 되어야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서로 책을 읽는 단계가 되기 전까지는 아이와 함께 '놀아주면서' 나의 독서를 하는 방법도 터득해야겠습니다. 그러자면 생각을 많이 해야하는 어려운 책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놀면서 볼 수 있는 '주말용' 책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평일에는 일 때문에, 주말에는 아이와 함께 놀면서 봐야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두툼하고 집중하여 읽을만한 책들을 잘 못 보게 되네요^^)


   제   목 : 물고기의 즐거움
   지은이 : 김종성
   펴낸곳 : 장락 (초판 출간일 2001.4.15 |초판 1쇄를 읽음) ₩7,000

어제 주말용 제1탄을 골라 읽었습니다. 내용이 쉽고 짧게짧게 끊어 읽어도 전혀 지장이 없어 아이와 놀면서 읽어도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제목은 《물고기의 즐거움》입니다. 예전에 온라인서점에서 특가 판매를 하여 매우 싸게 사두었는데, 다른 책들에 우선 순위를 빼앗겨 책장에 쳐박혀 있다가 이제서야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예기>,<춘추좌씨전>,<안자춘추>,<여씨춘추>,<세설신어>,<묵자>,<한비자>,<노자>,<장자>,<논어>,<맹자>,<열자>,<순자>,<전국책>,<사기>,<회남자> 등에서 뽑은 중국의 옛 이야기 101편이 실려 있습니다.

책 표지에 보면 '동양 고전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라고 씌어 있는데, 말은 참 그럴 듯 하나 정말 쉽지 않은 말입니다. 경험상 이런 '이야기' 몇 편에 '지혜'를 얻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고전의 이야기에서 억지로 '교훈'을 끌어내는 어쭙잖은 책들보다야 본래의 이야기만 실어놓은 것이 훨씬 낫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옛날 이야기로부터 현실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 것은 정말 힘이 듭니다. 게다가 이런 이야기는, 볼 때는 재미로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오래 되면 까맣게 잊어버리기 일쑤입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그동안 이 책이 책장에서 잠자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다 읽은 지금도 이 생각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제 마음에 미묘한 심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읽어보았던 이야기들이 많았으나, 다시 읽으며 무언가 새로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한비자에 나오는 <무엇을 그리는 것이 가장 어려운가?>, <늙은 말의 지혜>, 사기에 나오는 <미녀의 목을 베 군령을 세우다>, 역시 사기에 나오는 <먼저 한 번 지고 나중에 두 번을 이기다>  등. 단순히 재미로 읽고 넘겨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 말로 풀이해 놓은 것은 좋으나 관련된 고사성어를 제목이나 본문 끝에라도 달아 두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그리는 것이 가장 어려운가?>는 귀매최이鬼魅最易 , <늙은 말의 지혜>는 노마지지老馬之智. 그리고 아래에 예로 든 <술집의 사나운 개>는 구맹주산狗猛酒酸입니다.

책에 나오는 짧은 이야기 한 편 옮겨보겠습니다.

    송나라에 술을 파는 사람이 있었다.
    술맛이 좋을 뿐 아니라, 양도 아주 정확했다.
    뿐만 아니라 손님에게 접대도 살뜰히 하였다.
    그러나 주점의 깃발을 높이 내다 걸어도 술이 팔리지 않았다.
    빚어낸 술이 한독한독 창고에 쌓이게 되었다.
    오랜 시일이 지나자, 술맛이 변해버리고 말았다.
    주인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평소 가까운 양천이라는 노인을 찾아갔다.
    "우리 가게는 술맛도 좋고 값도 싸며 손님 접대도 살뜰하게 하는데 왜 술이 잘 팔리지 않지요?"
    주인이 물었다.
    "당신 집에서 기르는 개가 무척 사납지요?"
    양천이 되물었다.
    "우리집 개가 사납긴 합니다만…… 왜 술이 팔리지 않습니까?"
    주인이 대답했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어린이들에게 돈을 주어 주전자를 들고 당신네 가게에 술을 사러 보내지요. 그런데 개가 으르렁거리며 달려와서 그 아이를 문단 말입니다. 그러니 술이 팔릴 리가 없지요."
    양천이 말했다.<한비자>
사업을 하는 처지에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고사입니다.

*
이 책의 이야기 중에서 유독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의 출전을 보니 <한비자>가 많았습니다. 내친 김에 인터넷 서점에서 <한비자>를 주문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글은 격월간 《안동》2005년 1·2월호(통권96호)에 수록된 글입니다.
사실 내용과 다른 몇 문장만 바로 잡아 원문 그대로 게재하였습니다.






글/ 김 영 희 (과천 사는 안동사람 · 주부)
사진/ 박 영 대 (서울 사는 안동사람 · 동아일보 기자)


그를 만나고 돌아온 날은 왠지 모르게 우울했다. 화가 나기도 하고 괜히 짜증이 나서 목소리도 높아졌다.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이 감정이 왜 생겨났을까 하고. 오래지 않아 해답을 찾았다. 바로 손병목(35세)씨 때문이었다. 그의 철저한 계획과 실천적인 삶에 내가 열등감을 느낀 것이다. 나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 목표를 정하지도 않는다. 발 등에 불이 떨어져야 일을 한다. 그가 나의 실체를 안다면 같이 마주앉아 있는 것도 싫어할지 모른다.

나의 열정이 내 주위를 전염토록 하여…

그는 프랭클린 다이어리라는 것을 변형해서 쓴다. 잠깐 살펴보았지만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첩이나 계획표는 댈게 아니다. TV 광고에 보면 학습지가 아니라 종합학습서비스라고 하더니 그런 수준이다. 기본적인 설계위에 자신에게 맞게 직접 추가하고 변경하여 오직 나만의 인생설계가 담긴 다이어리가 되는 것이다. 그의 수첩 한 페이지에 있는 구절을 보겠는가.

「손병목의 미션 선언서」
‘나 손병목은 나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스스로 쉼 없이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며, 나의 열정이 주위를 전염토록하여 나와 인연이 있는 모든 이들과 함께 성공하는 인생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기가 죽지 않는가.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타인의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서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그 미션을 실천하기 위한 세부 항목이 나열되어 있었다. 가장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 ‘나의 열정이 내 주위를 전염토록 하여…’ 그는 그 자신만이 아니라 그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함께 잘 되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그는 대한민국 수능 1교시를 책임지는 인터넷배움터 일교시닷컴(www.1gyosi.com)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윌엔비의 이사이다. 회사를 차린 지는 1년 반 정도 되었고 인터넷교육을 시작한 지는 8개월 정도 된 신생회사이다. 중고등학교 국어, 언어, 논술, 독서 학습이 전문이다. 그 어느 곳 보다 경쟁이 치열한 곳이 인터넷 학습시장이므로 언어영역으로 특화하여 전력투구하고 있다. 시작은 성공적이다. 성공을 계속 이어나가고 교육의 질을 최상의 수준으로 유지해서 업계의 최고가 되는 것이 그의 손에 달려있다.  



나이는 아직 젊지만 컴퓨터 교육부분에서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컴퓨터 학원 부원장 때에는 그때 막 신설된〈워드프로세서 1급> 교재를 직접 출간하여 수험생들을 가르치기도 했고, 컴퓨터교재 출판회사에 취직해서는 수십권의 수험서를 기획·집필하여 서울  양재동에 사옥을 가진 중견 회사로 커나가는 데 일조를 했다. 전국 수능모의고사를 치르는 중앙교육진흥연구소의 자회사의 사장을 역임하고, 중앙교육진흥연구소를 거쳐 입시정보 사이트인 에듀토피아에서는 웹기획과 사업을 담당하기도 했다.

컴퓨터로 업을 삼고 있지만 그는 한국외국어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다. 인생에서 가장 알차고 보람 있는 대학시절을 보냈지만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려고 보니 중국어를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았단다. 중국어 능력만 가지고는 안 되겠다 싶어서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던 컴퓨터 공부를 시작했다. 군대 가기 전에 정보처리 자격을 취득하였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서 4학년이 되어 군대를 갈 때 전산특기병으로 입대했다. 너무 단조로운 군대생활이 재미없어 일을 만든 것이 수작업으로 하던 부대의 탄약관리시스템을 전산화한 것이다. 급하게 딴 정보처리 자격증이 컴퓨터 실력의 전부인 상태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무모한 일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관련된 모든 책을 구해 독학을 해서 결국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을 했다.

제대 후에는 컴퓨터를 가르치는 일에 매력을 느껴서 학원에서 컴퓨터를 가르쳤는데 그때 사용하던 컴퓨터 교재들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잘못된 부분을 일일이 수정해서 출판사로 보냈는데 출판사에서 직접 와서 교재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의를 해서 컴퓨터교육 교재 만드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온 몸의 에너지를 다 소진시킬 만큼 가장 열심히 정열적으로 일하던 때이고 기쁨도 컸다.

아내를 만난 것도 이때이다.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던 동료였다. 그의 인생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아내이고 이제 다섯 살이 되는 딸 동주이다. 동주는 윤동주 시인의 이름에서 따왔다. 태어나기 전에 미리 지어놓았다. 딸이건 아들이건 동주로 지을 생각이었단다.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나누는 일이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고 인생의 활력

가족과 이웃에 대한 그의 애정을 직접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그가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사이트는 손병목의 지식공유이다. (www.itmembers.net) 가족사진이 첫 화면에 올려져 있고, 딸 동주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여기에서는 손병목의 독서노트, 세상사는 이야기, 자기 경영노트, 아침을 여는 페이지 등의 코너를 통해 그의 이웃들과 대화하고 사람들에게 지식과 열정을 나누어주고 있다.

이곳은 그의 바람대로 온전히 그 자신과 그의 이웃들을 위해 열려있는 공간이다. 컴퓨터에 관한 그의 모든 지식이 강의되어 있고, 특히 그의 독서노트는 매번 900명에게 메일로 발송되고 있다. 사이트로 직접 찾아와서 읽어보는 횟수도 목록마다 2-3천명이나 된다. 단순히 책의 한 구절을 읽어주기보다,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책을 권하고 지식을 공유하기를 원하는 그의 뜻이 드러나 있다. 각 분야의 책이 총 망라되어 있고, 일주일에 서너 권의 서평이 올라온다. 회사 일도 바쁘지만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나누는 일이 무엇보다 큰 즐거움이고 인생의 활력이기 때문에 새벽 4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전혀 힘들지 않다고 한다. 시간을 쪼개어 쓰면서도 충만하게 채워가는 인생자체가 행복이라고 말했다.

가슴 속 든든히 자리 잡고 있는 고향 안동

그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면서 어려운 경쟁을 피하지 않고 정열적으로 살 수 있는 원동력은 그의 가슴 속에 든든히 자리 잡고 있는 고향 안동의 추억이다.  
그의 고향은 안동 예안 계곡동 압싯골의 산 아래 첫째 집이라 한다. 하루에 차도 두서너 번 밖에 들어오지 않는 산골마을, 집도 몇 채 밖에 안 되는 작은 산골마을, 그 동네의 산 아래 첫째집이라고.

부모님들이 살던 동네이기도 하다. 같은 마을에서 지내던 두 분이 결혼해서 대구로 이사를 가면서 태어나자마자 대구로 나가 자랐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방학 때만 되면 그의 산 아래 첫째 집으로 돌아왔다. 두 살 위인 이모와 그보다 나이어린 이모, 그의 동생과 이모 친구들은 좋은 동무가 되었다.

여름에는 산과 강으로 뛰어다니며 개구리, 메뚜기도 잡고, 옥수수, 감자도 먹으며 산골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렸고 겨울에는 토끼나 꿩 같은 작은 짐승들을 잡으러 다니기도 하고 군고구마 군밤을 구워먹고 군불 땐 방에서 구들장을 짊어지기도 했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추억과 기쁨을 준 곳이 그의 산 아래 첫째집이다.
그의 유년의 기억은 오직 안동 예안의 압싯골에서 보낸 그 산골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고 했다. 언제나 그립고 여유와 기쁨을 갖게 하는 기억이라고.

그의 바람대로 꼭 그 산 아래 첫째 집으로 돌아가게 되길 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열정이 내 주위를 전염토록 하여 나와 인연이 있는 모든 이들이 성공하는 인생을 만든’ 후에 그 때에.

*
출처 : 격월간 《안동》2005년1·2호(통권96호) www.andongji.com
안동인이 필요로 하는 읽을 거리의 제공자로, 향토문화와 지역발전의 방향을 모색하는 제언지로, 건전한 문화활동과 수준높은 창작을 위한 비판자로서의 역할을 통하여 궁극적으로는 안동발전의 디딤돌이 되고자 하며 이같은 발간 이념의 실현을 위해 일체의 정치적, 종교적 목적의 이용과, 어떤 특정 단체나 개인의 편에 서기를 거부하며, 항상 객관적인 시각과 냉정한 판단력을 유지하여, 안동인의 보편적 품위를 지킴으로써 남녀노소 및 신분의 차별없이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기 위해 향토문화의사랑방 안동에서 제작하는 격월간지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사기(史記)》 <공자세가(孔子世家)>에 “孔子晩而喜易 讀易…韋編三絶"이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풀이하자면, 공자가 늦게 역을 좋아하여 역을 읽는데…가죽끈이 세 번 끊어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역은 《주역》을 말합니다.
사전을 들춰보니 위편삼절韋編三絶의 의미를 '독서에 힘씀'을 이르는 말이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공자같은 성인도 학문 연구를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읽지 않았습니다. 엉뚱하게도 '늦게 배운 도둑줄이 밤새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생각났습니다. 뒤늦게 정말로 푹 빠질만한 무언가를 만난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리 쉽게 풀이해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는 주역의 깊은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그 맛에 공자는 책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탐독했는지도 모릅니다.

공자가 미치듯이 탐독했다는《주역》의 사상을 계사전에서는 단 세 마디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역易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 - 역이란,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는 진리를 담고 있다는 뜻입니다. 신영복 선생의 풀이에 의하면, 궁하다는 것은 사물의 변화가 궁극에 이른 상태, 즉 양적 변화와 양적 축적이 극에 달한 상태라고 합니다. 그러한 상태에서 질적 변화가 일어나고, 질적 변화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그것이 통通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열린 상황은 답보하지 않고 부단히 새로워진다는 의미에서 구久라는 것입니다.

사는 것은 결국, 궁窮하지 아니하고서는 변變하지 않음을 깨닫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살면서 점점 더 그 의미를 깊이 느끼게 됩니다. 저는 궁窮하다는 것은 '간절함'과 일맥상통하다고 봅니다. 간절하지 아니하고서는 궁窮에 이를 수 없고, 결국에는 변辯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신영복 선생이 최근에 낸 《강의》를 읽고 있습니다. 새겨둬야할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새로 읽은 문장도 많지만 예전에 한두 번은 봐왔던 명문들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읽는 이에 따라 그 뜻의 깊이가 달라짐을 느낍니다. 아는 것 만큼 느끼고 생각할 수밖에 없음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문장의 표피적인 의미를 넘어, 행간의 뜻을 읽고, 그 행간의 뜻을 넘어 철학적 의미를 설명할 줄 알며, 나아가 실천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은 족히 수십년 동안 아니 죽을 때까지 공부해도 따라가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 딴에도 위편삼절韋編三絶과 궁窮의 의미를 나름대로 생각해 봤으나, 어디 선생의 발끝에라도 미칠 수 있겠습니까.  

이처럼 감히 따라갈 수 없음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글에서 나타나는 선생의 인품에 감화되어서인지 시기猜忌의 마음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생기지 않습니다. 하루의 시작을 선생의 글과 함께 시작한다는 것이 행복할 따름입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새벽에 일어나 2005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봤습니다.
늘 생각해오던 것을 더 확실히 다짐하고, 예전에 썼던 '사명 선언서'를 조금 보충했습니다. 10년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이를 위한 올해의 목표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습니다. 어제 - 1월1일에 썼으면 더욱 의미가 있었겠지만, 2004년의 피로가 풀리지 않아 하루 푹~ 쉬었습니다.

짧지 않은 생에서 무언가를 이루려면 '牛步千里'하는 마음 없이는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느린 것 같지만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 믿습니다. 우보천리의 핵심은 '느린 것'이 아니라 '꾸준한 것'에 있습니다. 혹여나 느린 것에 위안을 두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할 것입니다.
우보천리, 그 첫 걸음은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중의 으뜸은 새벽 습관입니다. 통트기 전에 일어나 평정심을 유지한 상태에서 나를 돌아보고 하루를 설계하고 먼 훗날을 그려보는 일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새벽보다는 밤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런 사람이 대다수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할 수 있다면' 동트기 전의 시간의 즐거움을 느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조용하고 고요하며, 싸늘하고도 축축한 암록색에서 시작해 점점 엷어지면서 아침의 초록색이 되는 과정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새벽은 어둠이라기 보다는 빛에 가깝습니다. 나를 반듯하게 하여 나와 내 가족의 미래를 설계하기에는 밤이 주는 슬픔인듯 숭고한 느낌보다는 새벽이 주는 평정함에서 솟아나는 희망의 느낌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밤을 즐기는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미 밝아버린 아침에 일어나 허겁지겁 낮을 맞이하고 점점 어두워져가는 하루를 사는 사람과, 채 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나 점점 밝아오는 아침을 느끼고 경쾌한 낮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 사이에는 무언가 차이가 있지 않을까요? 제 생각에 새벽을 즐기는 사람은 대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 Positive Thingking의 소유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까닭에, 저는 아침형 인간이든, 저녁형 인간이든, 어떻게든 살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삶을 위해 새벽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도 이 습관만큼은 꼭 유지하며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 小食 節酒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2005년판 나의 사명서에 담아 두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