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그랬다.

간절함은 인연을 만들고, 기억만이 그 순간을 이루게 한다고."

-드라마, <신의>

 

 

올해는 정말 많은 시간여행자를 만났다. 사실 시간여행자는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주인공이다. 영화 [나비효과]는 시간여행 자체가 아니라 사소한 행동과 말, 상황 하나를 원인으로 해서 결과가 뒤바뀐다는 사실에 중점을 두므로 제외. 끝난 후 시간이 꽤 흐른 몇몇 드라마들도 제외. 할리우드 영화가 가장 많이 써먹은 시공간적 소재들 전부 제외. 더불어 어릴 적 모험소재로 가장 좋아한 만화 돈데기리의 [시간탐험대]도 제외. 그러면 뭐가 남냐면, 음, 일단 점과 선에 대해 말해보자. 책제목 말하는 거 아니다. 그리고 평행이론에 대해서도. 과학이 아니다. 과학은 모른다. 잘난 척할 철학자의 견해에 대한 지식이 없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은 유지태와 김하늘이 나오던 영화 [동감]에서 시작됐는데, 그 영화를 떠올리면 그저 지금은 스타가 된 두 배우의 신인시절만 기억난다.

 

고1때 불어시간. 교과서에 실린 [그랑블루]라는 영화의 포스터에 대해 눈짓발짓 동원해 잡담하다 딱 걸려서 짝꿍은 교실 밖에 서있고, 나는 교실 뒤에 무릎꿇고 앉아야 했던 그때를 말해볼까. 나무로 된 바닥이 차고 딱딱하다며 뒤에 앉은 친구들이 저마다 교과서 한 권이나 책받침을 내밀던 사랑스러웠던 순간. 친구들아, 그때 정말로 사랑스러웠어, 소리라도 치고 싶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그 짝꿍과 나는 키가 비슷해 키순서대로 하면 언제나 짝이 되었는데(전혀 서로에게 호감가질 타입들이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는 걸 보면;; 걔는 새침한 모범생 타입이었고 나는ㅠㅠ), 그래서 억지로 우정과 신뢰를 같은 시공간에서 쌓아나갔다는 게 더 정확한데, 어쨌든 또 다른 어느 날에 우리는 연습장인가 노트에 동그라미를 크게 하나 그려놓고 공간의 1차원,2차원,3차원에 대해 논하는 중이었다. 공대 지원이 당연시되는 조숙한 이과반 여학생들의 드물게 쓸데있는 쉬는 시간의 심오한 대화였달까. 1학년 때는 문과/이과를 나누지 않았지만 친구와 나는 이과반을 지망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지구와 우주를 갈라놓고 인간은 동그라미 선 위에 살고 이것이 1차원, 동그라미 안에 들어가면 2차원, 동그라미를 벗어나 살면 3차원 뭐 그렇게. 쉬는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하다가 까다로운 과목쌤 수업시간에 또 걸렸을 때 우린 벌서며 킥킥댔고 교무실까지 불려가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우린 어떤 프랑스 영화와 시공간의 과학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데 혼나야 하는 건가, 뭐 그런 대화를 하면서 다시 교실로 돌아와서도 대화를 이어갔던 웃긴 기억이 있다. 1999년의 일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시간여행자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 하루키. 그의 소설은 대부분 그렇지만 일단 이 긴 리뷰를 써갈겨댔던 <1Q84>는 어떤가. 난 언제나 하루키 소설에 대해 할 말이 참 많았지만 경이로울 만큼 매료되어서는 아니었다. 수없이 많은 가지치기가 가능해 다채롭게 읽히고 또한 해석이 가능한 그의 소설리뷰를 쓸 때 주목한 부분 역시 여러 명으로 쪼개지는 '나'라는 존재와 시공간여행이었다. 두 개의 달이 가르는 세상. 나이와 시간이 인위적으로 가르는 나. 방금 전의 나와 잠시 후의 나. 10년 전의 나와 10년 후의 나를 상상하면 충분히 하루키 소설 속 인물이 되고도 남았다. 이 모든 시작이 반드시, if에서 비롯되었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드라마가 끝난 지금도 은수는 시간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남자 그러니까 대장을 구하기 위해 태양의 흑점이 폭발하는 때마다 제모습을 여는 하늘문을 오가며 외롭고 아프게 혼자만의 시간여행을 진행중일 것이다. 시간여행은, 영원히 함께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면, 언제나 비극일 수밖에 없다. 필연적으로 하늘 아래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이들은 결코 없지만. 내가 여기, 그가 거기 있는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에 그런 것. 하나의 선에서 두 개의 점이 함께 평생토록 행복하기란 애초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처음 하늘문을 넘어 그를 구할 온갖 약과 도구를 챙겨 다시 하늘문을 넘었을 때 하늘문 너머 세상은 그와 함께 수많은 죽을 고비를 넘기고 울고 웃었던 그 세상이 아니었다. 그를 만나기 100년 전의 세상이었다. 제기랄, 그녀를 만나는 곳 100미터 전도 아니고-_-;;

 

그래서 그녀는 쓴다. 방금 살았던 그와의 추억 속에 있는 시간들 중에 겪었던 수많은 고비마다의 해결법을, 사실 해결이라기에는 가이드라인에도 못 미치는 메모이지만 혹시 몰라서, 그가 위험한 순간, 왕에게로 가야 하는 순간, 사랑한 순간, 아파한 순간, 헤어질 지도 모르는 순간들에 대해서. 그리고 여기저기 숨겨놓는다. 100년 후 고려 공민왕 시대. 세상을 손아귀에 넣고자 하는 기철은 이것들 중 몇 개를 손에 넣는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내려온 것이라 굳게 믿은 나머지 거의 유물 다루듯 그렇게. 거기에는 100년 후 나타날 은수가 쓰던 의료도구와 은수만이 읽을 수 있는 '글자'가 적힌 수첩, 빼곡한 일기와 메모들. 앞으로 펼쳐질 미래들. 100년 후 맞닥뜨려 헤쳐나가야 할 시간들이 빽빽히 적혀있다. 그것들이 허기를 채울 수 없는 이 세상에서 갖고자 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그는 믿는다. 그는 고려의 현대인이었던 것이다. 가지고 더 가지고 손에 넣고 다시 버리고 그렇게 공허와 탐욕 사이를 한없이 방황하는 그런 현대인.

 

시간은 평행하다. 과거를 보내고 미래를 맞이하는 게 아니라, 100년 전의 나와 10년 전의 나와 1000년 후의 내가 모두 이 세상 아래 존재하는 거라고 시간여행자는 말한다. 각자의 내가 동시에 살아가고 있는 거라고, 이걸 인정해야 당신과 내가 지금 이 순간 만난 일이 기적이 된다고. 은수에게 최영이 그랬던 것처럼. 그를 되살리기 위해 시간여행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은수의 운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이쯤에서 이걸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른 세상에 떨어져 나의 그리움이 모자랐을까, 아니면 믿음이..라고 자책하던 은수는 언제까지나 그를 만나기 위해, 다시 사랑하기 위해 그에게로 가는 시간여행자를 자처할테니까. 그의 목숨이 곧 사랑이었음을 알고 있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사랑은 그것 뿐일테니까.

 

이것이 이 모든 시간여행자들의 사랑과 추억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이야기를 불러일으키는 이론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 시간은 앞으로만 흐를 뿐 절대 뒤로는 흐르지 못한다. 하늘문이 열려야만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을 뿐. 100년 전 써둔 바위틈의 이끼낀 필름통 속 메모를 100년 후에 발견할 수는 있어도 시간을 거스르거나 빨리감지는 못하는 법. 그래서 시간여행을 잘못한 그녀를 그는 알아보지 못한다. 아직 그는 그녀를 만난 기억이 없으니까. 손택은 저서 [문학은 자유다]에서 "시간은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나지 말라고 존재하는 것이고 공간은 모든 일이 나한테 일어나지 말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바로 이 시공간을 시간여행자들은 초월하는 것이다. 두 개 중 어느 하나만 벗어나도 나와 너는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데 두 개 모두 합치하거나 하나도 합치하지 못하는 건 그야말로 기적이다. 읽지 않은 책임에도 기억하고 있었다면 확 빨려든 문장이었단 얘긴데, 우연찮게 얼마 전 신형철의 칼럼에서도 손택의 이 문장을 만나고는 얼마나 반갑던지. 손택은 진리다. 어제는 손택의 비평집을 후보군의 책들을 끌어내리며 눈물을 머금고 질렀다. 다른 텍스트에 대해 얘기해보자.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시간보다 이곳과 저곳이라는 공간으로 더 먹혀드는 곳이 있다. 드라마 [울랄라 부부]에 의하면 전생의 원수가 이승에서 부부로 만나는 거란다. 개는 인간들로부터 얼마나 상처를 받는지, 이승의 인간이 죄를 많이 지으면 다음 생에 개로 태어난다는 말까지 있다. 게다가 나는 이 말이 사실이라면 좋겠다. 다음은, 바로 그 사랑이 이뤄지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으로 이승과 저승을 말하는 드라마 [아랑사또전] 얘기다. 아랑은 무슨 연유인지 모른 채 저승사자를 따라 망각의 강을 건너 저승의 숲으로 들어간 와중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도망치지만 이승에서 대체 자신이 무엇이었는지, 누구였는지, 왜 죽었는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랑은 자신에 대해 찾기 위해 사또 은오를 찾아갔다 사랑에 빠진다. 억울하게 죽은 아랑은 맘씨 좋은 옥황상제에게 보름달 세 개의 시간을 받고 죽음의 비밀을 찾아나선다. 둘 다 사람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면서 사람으로 이승을 떠돌다 만나 사랑에 빠진 이들을 가로막는 건 한 공간에 있을 수 없고 한 시간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은오는 아랑을 살리기 위해 저승길로 가고 아랑은 한 번 가본 저승길을 떠올리며 가는 길에 만나는 망각의 물을 절대 떠먹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옥황상제의 배려로 환생한 그들은 꼬마로 만난다. 이승과 저승 두 개만 있는 게 아니다. 이승에 살더라도 이 시대와 저 시대가 또 두 사람을 가를 수 있으니까. 그럼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는 또 어떤가.

 

이 소설은 수없이 많은 갈래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일단 30년의 세월에 초점을 맞춰보자. 다분히 의도로 보이는 장면이고 그래서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는 갈등이 첨예하지 못하다. 더 깊고 뭉클한 데가 많다. 여백의 美 보다는 보여주기가 우선하는 영화로는 적합치 않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문학으로만 존재해야 할 이 소설은 바로 그 문학적인 면이 해석과 상상과 비극을 동시에 불러온다. 과거의 일을 원인으로, 미래의 일을 결과로 규정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 모든 이들은 자기가 처한 혹은 만들어낸 현실의 기준으로 사건을 천명(闡明)하는 것. 해석. 시공간의 괴리는 그것을 불가능케 하고, 소설의 바깥에서 우리가 보는 진실 역시, 마지막 남은 이의 목소리 뿐이다. 마지막 남은 이가 바라보는 시점에서의 보이는 진실이다. 시공간의 왜곡이란, 진실을 얼만큼 빗겨갈 수 있나.

 

천산수도원으로 향하는 두 사람의 발자국. 30년의 시차를 두고 각각 펼쳐지는 두 개의 진실들. 마주하는 명제는 이것. 시공간의 일방향성. 내가 존재하지 않아도 시공간은 변하는 것. 나 없이 만들어지는 영화같은 것. 과거는 미래를 바꾸지만 미래는 과거를 바꿀 수 없다. 닮았을지언정 둘은 결코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합할 수 없으므로. 천산수도원 묘지 안의 벽서. 성경구절들. 맞춰지는 퍼즐은 누군가의 상상 속 소설이 아니라 진실이 확실한가. 아무도 확인할 수 없는, 이제는 확인해줄 수 없는, 누구도 전체조각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각각의 입장에서 서술될 수밖에 없는 이야기. 그게 이 소설의 다양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인현왕후의 남자] 속 남자 붕도는 저곳에서는 쿠데타에 얽매인, 왕비를 지켜야 하는 비운의 무사로 적에게 죽임 당할 위기에 있지만, 이곳에서도 인현왕후의 남자로밖에는 살지 못한다. 조선 숙종 시대의 인현왕후 시해시도의 밤과 재기를 앞둔 발랄한 스캔들메이커 여배우 희진을 이어주는 건, 조선시대 붕도를 마음에 품은 어느 유곽의 기생이 준 부적 한 장이다. 이 드라마는 로맨스면에서만 탁월하다. 그리고 생생히 재생되는 조선시대상. 현대는 억지스럽지만 그 긴박함은 좋았다. 그리고 애정씬. 둘은 미치게 잘 어울렸다. 사랑을 하고 싶어질 정도로 잘 어울렸다. 함께 있지 못하면 어떻게 서로가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서로가 서로를 껴안을 수 있을까. 둘은 늘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 경복궁에서도 제주 공중전화박스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기다린다. 시공간을 다루는 어느 드라마도 이토록 빈번히 이동을 시도하지는 않았는데 이 드라마만은 유일하게 이곳에서 필요할 때마다 이곳에 나타나고, 저곳에서 필요할 때마다 저곳에 나타나는 인현왕후의 남자를 만들어냈다. 그는 동해번쩍, 서해번쩍 홍길동 아니 이 세상에 번쩍, 저 세상에 번쩍 하는 인현왕후의 호위무사 김붕도였다. 둘이 처음 만난 경복궁. 지금 이 순간, 인현왕후와 그녀의 잊혀진 무사에 대한 숨겨진 역사다큐의 내레이션을 맡은 희진. 희진은 붕도를 느낀다. 둘은 그렇게 400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한곳에 있었다.

 

그들은 모두가 그렇게 시공간을 뛰어넘어 진실을 부여잡은 채, 자신의 목숨보다 서로를 더 사랑하고 있었다.

 

<모든 인간, 모든 식물, 모든 동물이 모두 같은 방법으로 성장하고 서식하며 서로 파괴하는 과정에서, 절대 실질적인 죽음을 맞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 속에서 하나의 다양성을 맞는 것뿐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모두 무심하게 서로 밀치고 파괴하며 번식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형태를 가지고 잠시 나타났다가는 얼마 후 또 다른 형태를 취하며, 그들을 움직이기를 원하거나 혹은 그렇게 할 능력이 있는 존재의 뜻에 따라, 단 하루 사이에도 수천 번씩 그 형태를 바꿀 수도 있으되, 자연의 어느 한 법칙도 그 일로 인해 단 한순간이나마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사드, <미덕의 불운> 중에서]

 

사드의 소설 속 맥락은 그런 게 아니지만, 딱 이 문장만 놓고 본다면, 그래, 괜찮다. 우리가 어떤 존재라도, 어떤 형태라도, 어떤 변화를 맞이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알아볼 수 있으니. 시간여행자를 이해하려면 남이 볼 수 없는 것까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내 생각은, 사드의 문장을 끌어오기 전 이 페이퍼를 딱 끝냈으면 좋을 뻔했다. 말이 길어지면 늘 후회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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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11-17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님, 저는 시간 여행 보다는 평행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더 좋아요. 어쨌든, 이건 할 소리가 아니고, 저는 예전에 시간여행자의 아내 였던가 하는 책에 구미가 당겨 언젠간 읽겠다 다짐을 했었지만 입때껏 읽지 않고 있어요. 시간 여행은 그 이름 만큼 흥미롭고 다채로운 주제이지만 또 그만큼 뻔하고 지루한 소재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나저나 아이님 아랑사또전 정말 좋아하시나봅니다ㅎㅎ 또 오랜만이에요!

아이리시스 2012-11-17 15:57   좋아요 0 | URL
소이진님 안녕. 우왕 반가운 마나짱!!! 안녕안녕.

저도요, 그때 그 책 구판으로 우리집에 있다니까요. 먼지 쌓여서. 별로 재미가 없었던 걸로 기억해요. 읽다 말았어--; 아랑사또전(이거 말하기 싫지만) 진짜 재미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근데 나는 스무번을 봤어요. 스무시간을 넘도록 봤어..( '')

오랜만이에요! 주말에 뭐해요?

댈러웨이 2012-11-1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새로운 거 하나 배웠어요. 시간여행이라는 용어가 있는 거네요. 상대성 이론이랑 막 연결되네요? (지금 공부 못한 거 티 내는 거죠? --;)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저는 올해 그런 걸 다룬 책이나 영화를 뭘 봤나 싶은데, 생각나는 게 마땅히 없네요.

이 다방면으로 커버한 페이퍼에 어떤 댓글을 달까 무지 고민하다가, 1. 손택 질렀군요? <타인의 고통>은 완독한 거에요? 2. <지상의 노래>는 이번 주문에서도 밀렸어요. 생각도 못하고 있었네요. ㅠ.ㅠ 3. 저 문단만 저렇게 떼어놓고 보니까 사드의 <미덕의 불운>이 정말 읽고 싶어지는 거에요. orz.

한 페이퍼당 한약 일주일치, 도합 한약 2주일치를 폭탄으로다가! 이 페이펀 참 재미나서 용서해주겠어요! 아이님, 안녕!

아이리시스 2012-11-17 21:51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뭔지 모르겠어서 시간여행자라고 했어요. 과학공부하기 싫어요. 재밌을 것 같은데 혼자하기는 싫어요. 멋지지 않아요? 시간여행해서 꼬마 댈러웨이님 만나러 가거나 20대 댈러웨이님 만나러 가고 싶어요. 사실은 저를 만나러 가고 싶어요. 못다한 사랑을 이루러..( '')

<타인의 고통> 다 못 읽었어요. 매번 펼쳐서 읽다가 자고 읽다가 자고 그래요. 어제는 [해석에 반대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보고 잤어요. 논문공부하는 줄 알았;; <지상의 노래>는 재미있어요. 그러니까요. <미덕의 불운>의 가독성은 저한테 짱이었어요. 그리 길지도 않았지만 최근에 그렇게 잘 읽히는 책이 없었거든요.

사실은 이거는 <신의> 마지막회볼 때 썼던 거니까 오래 전에 쓴 건데, 지난 달에 쓴 거예요. 지금 끝나고 시작한 드라마가 2주나 방영했어요--; 게으름이 하늘에 닿으려 하고 있어요.

댈러웨이 2012-11-17 22:03   좋아요 0 | URL
저는 못 읽은 책들을 좀 읽으러..(쿨럭~) 그리고 저는 지금의 모습이 더 나아요! 근데 꼬마 때는 정말정말 구엽긴 했어요..(쿨럭~) 아 이 페이퍼는 이런 댓글 다는 페이퍼가 아닌거죠??? 저는 제 방인줄 알았다는. --;

아이리시스 2012-11-17 22:18   좋아요 0 | URL
댈러웨이님, 거긴 지금 12시 17분이예요? 그러니까 일요일? 저는 지금까지 쭈욱 우리가 처음 알게된 때부터 방금까지 쭈욱 제가 더 빨리 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저는 말을 안하고 있으면 꽤 똑똑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12-11-18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리시스 님, 안녕? 여전히 잘 하고 계세요. 흐뭇...ㅋ

아이리시스 2012-11-19 02:07   좋아요 0 | URL
페크님, 우리 오랜만이에요!!! 보고 싶었어요^^

맥거핀 2012-11-1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솔직히 추천을 잘 안하는데 이글에는 추천을 눌렀습니다. 드라마나 소설, 영화 같은 수많은 이야기들은 결국 시간이나 공간을 늘이거나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뭐 꼭 시간여행이나 시간 거스르기 같은 것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고, 예를 들어 어떤 영화에서 어떤 한 장면에서 며칠 후의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을 압축하는 것이고, 그 시간을 생략하겠다는 작가의 결단이기도 하고, 또 그 (압축된) 중간을 상상하라는 관객에게 보내는 권유이기도 하죠. (물론 공간에 대해서도 비슷한 것을 말할 수 있을 것이구요.) 그런데 그것이 종종 색다른 패턴을 보여주는 경우들이 있고, 그런 영화들, 그런 이야기들에는 늘 매료되는 것 같아요. (오..진짜 손택의 저 말은 명문이군요.)

아..물론 이 글의 핵심은 나는 고딩 쉬는 시간에도 '차원'이라는 것에 대해서 논했던 여자야, 라는 것은 알겠습니다만. ^^

아이리시스 2012-11-19 02:13   좋아요 0 | URL
우왕, 추천 잘 안하는 남자 맥거핀님께 낙점된 글입니다(으쌰으쌰).. 그런데 같은 이유로 저도 이 글이 맘에 들어요. 살짝 서정성도 있고 철학성도 있고. 그런데 텍스트를 드라마로 채워버린 건 어쩔 수 없는 제 드라마 편애 때문이기도 하고, 제 생각에는 맥거핀님이 이 주제로 글을 쓰면 참 재밌을 것 같아요. 좋은 영화들이 등장하는 멋진 글이 나올 것 같아요. 저는 이미 손택의 저 말을 외워버렸어요..

네, 이 글의 핵심은 고딩 쉬는 시간의 심오한 대화로 타임슬립한 저의 시간여행에 대한 얘기랍니다. 딴 얘기를 시작하면 오늘 안에 안 끝나고 또 오글거리니까..

굳나잇ㅡ 맥거핀님.

Shining 2012-11-19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드라마... 나는 왜 드라마를 못 보는가... 네, 저 그래서 아이님 드라마 얘기는 타임슬립(!)합니다. 고백할게요, 저는 드라마를 못 볼 뿐 아니라 드라마 관련 얘기도 못 읽더군요(흑).

지상의 노래, 에서 죽어가는 아내와의 이야기, 가 제일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신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아내의 말, 그런 아내를 이해할 수 없는 남자의 말. 전 누군가를 이해하거나 용서하거나 용납하는 데 결코 관대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주말 내내 초바빴어요_- 오늘 새벽에 글 하나 올리고 지금 다시 보니까 오타와 비문이 장난 아닌... 부끄러워요_-

아이리시스 2012-11-19 15:54   좋아요 0 | URL
어.. 나는 아내와의 이야기 따위는 완전히 까먹어버렸는데요? 저는 교차편집만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성서구절.. 저 성경책 펼쳐서 사무엘하 13장 읽었어요. 요즘은 랭보의 시를 베껴쓰고 있어요!

같은 드라마(적 요소라고는 해도) 저는 시트콤을 못보거든요. 그냥 그렇게 안되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왜 그런 지는 나름 분석이 가능하고 샤이닝님도 알 것 같은데 그거에 대해서는 패스. 저는 아마 잠을 줄여서라도 볼 것 같은 이런 집착--; 영화에는 나오지 않는 배우들의 필모그래피 확인차원이랄까. 얼마 전까지는 송중기의 사랑을 받는 문채원한테 빙의했다가.. 이제는.. [뮤직뱅크 in 칠레] 이런 거 보면서 흐뭇하다는;; (도대체 나의 취향은--;)

그러면 샤이닝님은 미드나 영드도 안봐요? 이건 좀 궁금하다.. 그건 뭐랄까, 좀 아쉬운데요?

Shining 2012-11-20 11:55   좋아요 0 | URL
일드는 본 적 없지만 미드나 영드는 꽤 좋아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다만 많이 본 건 아니고 보다가 중간쯤 버려둔(로스트, 나 그레이 아나토미, 위기의 주부들 등등) 것들이 많구요_-; CSI는 광팬이고 멘탈리스트나 캐슬, 화이트 칼라 같은 거 잘 보는 편인데 대신 한 시즌을 이틀에 다 보는ㅋㅋㅋㅋ

그러니까 저는 연재를 못 기다리나봐요! 연재소설도 연재만화도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보는 걸 보면 그것도 하나의 요인인 것 같아요. 드라마는 최소 16시간 적어도 20시간의 연재를 기다려야하고 클리셰를 견뎌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요_- 한 번 보고 오 재밌네, 해도 잊어버리는; 그 다음날 챙겨보는 건 못해요. 아니다, 사실 TV 자체를 잘 안 봐요. 뉴스, 스포츠채널, OCN이나 채널 CGV, 주말 예능(무한도전 빼곤 그것도 챙겨보진 않고;) 이 정도만 봐요ㅎㅎ

근데 뭐지... 쓰다 보니 저의 TV시청 패턴을 다 쓰고 있어ㅋㅋ

아이리시스 2012-11-20 17:04   좋아요 0 | URL
응, 샤이닝님 얘기를 똑같이 하는 동생이 우리집에도 있거든요. 미드나 영드는 원래 한 시즌을 이틀에 다 끝내는 게 정석입니다(!) 요즘 물이 올라서 우리나라 것도 그렇게 보고 있어요. 근데 역시 드라마는 일상 속으로 침투시켜서 하루에 한 회씩 보는 연재물 같은 느낌이 더 좋은 것 같다고 송중기를 주말 내도록 보면서 생각했어요ㅋㅋㅋ

게다가 드라마 보다는 늘 제 '드라마에 관한 글'이 더 재미있다고 확신합니다!!!(응?)
^_______________^

2012-11-19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0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19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이 너무 길어서 중간쯤의 감흥과 댓글용 코멘트를 다 잊어버렸어요. 핸폰으로 읽고 쓰는 중이라 정교하지 못해요~. 아 컴터하기 넘 힘들어요. 집에선 인터넷이 안 되고 직장에선 빨리 퇴근하고 싶고.. 집에 가면 전 석기시대여요. 요즘은 티비도 안 보니까 집에 가면 목욕하고 음악듣고 책읽으며 동굴 파다가 잔다지요~.ㅎㅎ 아이님 이 글 중간에 좋은 게 많았어요. 1q84부분, 고딩회상부분, 손택의 명문장.. 다른 부분의 글이 나쁘다는 건 아니고 특히 더 좋았더라는.. 신의, 마지막 세 개만 봤는데 그런 내용이었군요~. 댓글 엉망이죠? 이해하세요.. 투썸에서 야밤에 마땅히 멀리 해야 할 케잌과 커피를 먹고 마시며 검지만으로 이 글 쓰고 있어요~~*

아이리시스 2012-11-20 17:18   좋아요 0 | URL
아니 핸폰으로 이렇게 긴 댓글도 쓰다니, 섬님 짱!! 집에서는 왜 인터넷이 안되는 거여요? 저희집에는 제가 와이파이도 손수 넣어놓고 원래 데스크탑에 들어오는 과속 케이블로부터 연결된 공유기도 있고, 다른집 인터넷도 엄청 잡히던데 그래서 하나 드리고 싶은 심정이여요. 그런데 케잌과 커피와 함께하는 야밤의 알라딘도 재미가 있으니까요. 시골가면 그렇게 되잖아요. 예전에는 산으로 뛰어다니고 나가서 숨바꼭질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커서 각자 노트북/스맛폰 이런 거 다들 들고 시골로 모여드니까 여튼 풍경이 확 변했어요. 동굴 파는 느낌 그것도 굉장히 괜찮은데~ㅎㅎ

제 글이 좋은 건 저도 알아요. 제가 요즘 좀 미친 것 같으니까요, 제 말은 걸러서 들으셔야 돼요!! 꼭이요!!!

루쉰P 2012-11-19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시간여행자 한 명 돌아왔어요 제 서재 가 보세요 ^^

아이리시스 2012-11-20 17:19   좋아요 0 | URL
루쉰님 진짜 시간여행자 같아요. 다른 세계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낯설고 반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