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 구성원들은 AI 활용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기업 전체의 생산성 혁신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AI 도입 속도는 빠른데 생산성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AI 생산성 패러독스Al Productivity Paradox‘가 만연한 것이다.
왜 그럴까? 업무 관행이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AI가 회사 업무의 전체를 조율하지 못하고 검색, 회의록과 보고서 작성, 번역 등 특정작업의 단편적인 수행에 머무르고 있다. 보고서 작성 시간은 훨씬 더 빨라졌지만 승인 절차는 그대로다. 회의록은 즉시 만들어지지만 의사결정은 여전히 여러 단계를 거친다. 
- P290

이에 <트렌드 코리아 2027>에서는 ‘바이브 워킹Vibe Working 이라는개념을 제안한다. 바이브 워킹이란 과업-AI-인간 사이의 새로운 협업 방식으로, ① 과업을 AI가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는 단위와 맥락으로 구조화하고, ② 구조화된 과업에 맞는 AI 에이전트를 편성하며, ③ 편성된 AI 에이전트의 자동실행과 인간의 조율이 매끄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과정을 포괄한다. 바이브 워킹을 통해 AI가 인간의 업무맥락과 고유한 리듬을 읽고, 먼저 움직이며 사람과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진정한 AX조직으로 재편할 수 있다.
- P292

(...) 바이브 코딩을 "코드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를 설명하는 개발 방식"
이라고 표현한다. 이제 개발자는 더 이상 프로그래밍 언어를 한 줄씩 입력하지 않는다. 대신 "이런 기능을 만들어줘", "여기를 더 직관적으로 바꿔줘" 하는 식으로 원하는 결과를 설명하면, AI가 코드를 쓰고 수정한다.
바이브 워킹의 바이브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바이브는 단순한 감각이나 분위기가 아니라 사람과 AI가 같은 업무 맥락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협업하는 상태를 뜻한다. 
(...)
여기서 중요한 것은 AI를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브, 즉 업무의 맥락이 끊기지 않는 것이다.
- P293

"AI를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로 볼 것인가, 아니면 함께 일하는 디지털 동료로 볼 것인가?" 
- P295

그래서 오늘날 기업의 경쟁력은 ‘AI를 도입했는가‘가 아니라 ‘AI를 중심으로 업무를 다시 설계했는가‘에서 갈린다.  
(...)
이제 조직은 어떤 과업에 어떤 AI를 배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하나의 만능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끝났다.
- P297

20세기의 기업은 사람을 채용하며 성장했고, 21세기 초반의 기업은 소프트웨어를 도입하며 성장했다. 이제 AI 시대의 기업은 사람과 AI 에이전트를 함께 편성하며 성장할 것이다. 앞으로 기업의 경쟁력은 사람과 AI를 가장 효과적으로 조합한 ‘합성팀synthetic team‘을 설계하는 능력에 있다.
- P307

AI 도입 초기에는 ‘질문하는 능력‘, 즉 프롬프트 작성 능력이 중요했다. 하지만 바이브 워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의심하는 능력‘이다. 사실관계는 맞는가, 출처는 신뢰할 수있는가, 논리는 일관적인가, 우리 조직과 고객의 맥락에 맞는가, 윤리적·사회적 영향은 충분히 검토했는가 등등 AI가 초안을 빠르게 만들수록 좋은 결과와 위험한 결과를 구별하는 인간의 판단력은 더 중요해진다. 프롬프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검중이다. 
(...)
결국 AI가 실행을 많이 맡을수록 인간의 역할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방향과 기준, 예외와 책임이 모이는 지점으로 이동한다.
- P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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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렇게 밑줄긋기하면서 이것도 ‘저장‘인데....싶다.

저장이 본능이 된 시대
다만 과거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었다. 기록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드는 만큼, 저장에 앞서 선별이 필요했다. 필름 카메라를 들고 나가면 정해진 수량 안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해야 했고, 책장이 가득 차면 어느 책을 보관하고 어느 책을 버릴지 결정해야 했다. 반면 디지털 시대의 저장은 선별하지 않는다. 저장 용량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정보는 넘쳐나고 저장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사람들은 어느새 본능적으로 ‘저장‘부터 누르는 것이 일상이 됐다. 심지어 많은 디지털 장치들은 별도로 ‘저장하지 않음‘을 선택하지 않는 한, 기록을 남기는 것을 기본값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삶은 곧 저장을 의미한다.
AI 시대에 저장의 양상은 한 번 더 진화한다. 일상의 사진이 모여 취향의 포트폴리오가 되고, 녹음.영상은 어느 순간 증거가 되고, 위시리스트는 개인화 추천의 기반이 되고, 몇 년 간의 업무 기록은 나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근거가 된다. AI가 스스로 가치를 생성하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무엇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습관이자 강박처럼 저장을 한다. 저장은 이제 차곡차곡 모아두는 ‘저축‘이 아니라 미래에 생겨날지 모르는 가치를 위한 ‘투자‘에 가깝다.
- P262

요즘 사람들은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일단 기록을 남기고 본다. 먹은 것을 찍고, 친구와 나눈 대화를 캡처하고, 오늘 본 영상을 저장해두고, 그날의 기분을 앱에 적는다. 예전에는 졸업식이나 생일처럼 오래 기억하고 싶은 순간만 기록했다면, 지금은 어떤 일상이든 붙잡아두려 한다. 일기 앱을 사용하는 한 소비자는 이처럼 일상을 남기는 일에 대해 ‘시간이 안전하게‘ 남아 있다는 표현을 썼다. 뒤집어 말하면 기록해두지 않으면 불안하다는 의미다.
(...)
사진은 사람들이 일상을 남기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한전문 매체에서는 Z세대의 스마트폰 앨범을 ‘의도치 않은 자서전 ‘accidental autobiography‘이라고 표현했다.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기억해두고 싶었는지,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 P266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기록이 디지털 기술로 연결돼 연대감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읽고 있는 책의 어느 문장이 마음에 들어 밑줄을 쳤는데, 나 말고 누군가 같은 문장에 밑줄을 쳤다면 어떤 기분일까? 이런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앱, ‘알로그rlog‘는 독서를 하면서 익명으로 기록을 남기고 또한 다른 사람들은 같은 책의 어떤 페이지에서 기록을 남겼는지 볼 수 있다. 내가 책의 특정 페이지에 짧은 메모나 문장을 남기면, 같은 책을 읽는 다른 독자들에게 이 기록이 메아리처럼 전달되는 ‘에코Echo‘ 기능을 통해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과 페이지별 감상을 익명으로 공유하며 연결된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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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보다 완료주의
"끝내는 것이 완벽한 것보다 낫다.
Done is better than perfect."

페이스북 본사 벽면에 붉은 대문자로 걸려 있던 유명한 문구다. 페이스북 전 COO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가 저서 「린 인(Lean In)」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으로 소개하며 널리 알려졌다. 그 뒤에 덧붙인 설명도 중요하다. 완벽을 추구하는 태도는 잘해야 좌절을 낳고, 최악의 경우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완벽주의가 오히려 시작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은 많은 이의 공감을 부른다. 실제로 우리의 시작을 미루게 하는 원인은 대부분 아직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완벽주의적 용기 부족이다.
- P253

이처럼 실행의 속도가 중요해진 해봄경제에서 개인 간 격차를 가르는 것은 얼마나 오랫동안 고민했느냐가 아니라, 그 생각을 단 한번이라도 실행에 옮겼느냐다. 해결하고 싶은 문제나 도전해보고 싶은 시도가 생겼다면, 완벽한 계획과 충분한 역량을 갖출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감당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로 즉시 시작해야 한다. 머릿속의 막연한 고민은 직접 부딪히는 순간, 구체적인 문제와 새로운 가능성 그리고 다음 방향을 알려주는 현실의 정보로 바뀌기 때문이다.
- P256

중요한 것은 단순히 여러 시도를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얻은 성과와 실패를 다음 실행의 자산으로 학습하는 능력이다. 특히 실패가 소중하다. 실패는 감춰야 할 실책이 아니라 더 나은 구조를 발견하게 하는 학습의 재료다. 관건은 단번에 성공했느냐가 아니다. 무엇을 시도했고 어디까지 구현해봤으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워 어떻게 보완했는지를 남기는 일이 중요하다. 시행착오와 개선의 이력이 쌓일 때 비로소 ‘해본 경험‘은 대체 불가한 실행자산이 돼 오래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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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친구 대신 가족을 선택할까? 새로운 인간관계는 시간·노력·감정 소모를 동반하고,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확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스트레스까지 준다. 반면 가족과의 관계는 실패할 위험이 적다. 진미정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저서 ‘가족이라는 사치』에서 이를 ‘서정적 가족주의‘로 해석한다. 세상이 아무리 험해도 가족만은 끝까지 내 편이라는 믿음으로 단단히 묶인 관계를 이상적으로 여기는 태도다. 인간관계에서조차 ROI를 따지는 사람들에게 가족은 가장 안전한 투자처인 셈이다.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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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극의 추구가 다시 자극이 되는 역설
자극을 덜어내려는 시도 자체가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안 하는 능력을 겨루는 ‘멍 때리기 대회‘가 그렇다. 참가자들은 가만히 앉아 최대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 애쓰지만, 결국엔 ‘대회‘일 뿐이다. 뇌파나 심박수를 측정하고 순위를 매기며 가장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 사람이 우승을 하는 방식이다. 권태를 걷어내려던 시도가, 결국 또 하나의 완주해야 할 목표가 돼버린다. 자극을 덜어내는 일조차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면,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하지 않는 법을 선택한 게 아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상황마저 틈새에 끼워 넣거나 전에 없던 무위로 교체하고 있을 뿐이다.
- P157

응집되지 않는 정보
정보와 지식이 많아졌다. 특히 AI가 등장하고 난 이후로는 궁금하면 즉각 답을 찾을 수 있게 됐다. 문제는 많이 보고 듣고 알게 됐는데, 그것이 하나의 의미로 뭉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이 권태를 촉진하는 시스템의 문제다.
(...)
숏폼을 한 시간 내리 보고 난 후 밀려드는 허탈함은, 개별 콘텐츠들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그것에 할애한 시간 전체의 의미가 뭉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P158

내 손으로 만들어낸 물건에 더 큰 애착을 느끼는 심리를 이케아효과 IKEA effect라고 한다. 다만 이 효과는 노동을 들였다는 사실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직접 조립한 결과물을 완성 직후 도로 해체하게 하면 애착은 사라진다. 노동이 완성으로 매듭지어져야 비로소 애착이 생기는 것이다. 문제는 현대사회에서는 이 효과가 AI 때문에 쉽게 무화된다는 점이다.
- P161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노동사간이 줄어드는 사회일수록 여가를 현명하게 쓰는 능력을 가르쳐야하며, 그 능력을 기르는 데는 역설적으로 게으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주장은 현 시점에도 유효하다. 소설가 김애란은 AI와 인간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망설임‘을 꼽았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을 때 말을 삼키고 주저하는 그 찰나의 망설임 말이다. 정답을 바로 내놓는 매끄러움이 아니라, 머뭇거리느라 생기는 빈틈이 중요하다. AI는 빠르게 해결하지만, 인간은 망설인다. 그 망설임이야말로 우리가 아직 배우지 못한 ‘여백을 다루는 방식‘이다. 자극이 넘칠수록 우리는 이 가장 인간적인, 여백을 다루는 방식을 익혀야 한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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