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을 하면, 무게 약 2킬로그램의 재가 남는다.그것이 우리가 남기는 전부이다. 그러나 삶이란 살아볼 만하지 않았던가? - P514
덕분에 더위도 잊은 여름이었다(물론 진짜 더위는 지금부터인듯 하지만)오랜만에 밤잠도 접어두고 읽은 책이다흡입력은 갑!주인공들이 다 예쁘고 잘생기고 능력있고 결국엔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씁쓸하긴 하지만,소설은 소설이니까.
마음 깊이 품고 있거늘, 어느 날엔들 잊으리오. - P609
사실 중세를 암흑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중세 뒤에 이어지는 유럽의 근대를 더욱 아름답고 빛나는 시기로 포장하려는 역사 서술 방식 때문입니다. - P19
흔히 그러듯 이 시기 게르만족이 로마제국으로 이동한 역사를 ‘게르만족의 침략‘이라고 표현하면 다소 편파적인 이해를 불러오게 됩니다. 물론 어떤 게르만족은 폭력적으로 땅을 점령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대부분은 기근이나 전쟁, 훈족처럼 더 호전적인 민족 등을 피해남쪽으로 도망쳐 내려왔던 난민에 가까운 사람들이었거든요. - P264
이게 기독교의 오래된 딜레마 중 하나입니다. 청빈한 삶을 추구하지만 그 청빈함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공간과 인력이 필요하죠. 이후 기독교 역사에서 이런 모순은 무한히 반복됩니다. - P269
서양에서 기독교라는 종교는 아직도 명확한 문화적 국경을 긋고 있습니다.(...)터키가 유럽연합 가입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이자, 유럽 국가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터키가 기독교 국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 P329
사는 내내 즐거움을 누리며 웃도록 하십시오.삶이란 그저 버텨내라고 있는 게 아니라,즐기라고 있는 것입니다.- 고든 B. 힝클리 - P38
보수가 확실해야 진보도 나오는 거예요. 깰 게 있어야 그걸 기준으로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역설적이지만 결국 고전이야말로 역동적인 서양 역사의 바탕이라 하겠습니다. - P107
곰브리치는 고대 그리스 미술을 설명하는 장에 ‘위대한 각정‘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아시다시피 각성은 기존에는 없던 뭔가를 깨달았거나 긴 잠에서 깨어났다는 뜻이죠. 이 제목을 통해 곰브리치는 이집트 미술보다 그리스 미술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밝힌 셈입니다. 그리스 이전까지는 긴 잠이 되고, 그리스가 위대하게도 그 잠에서 깨어났다는 말이니까요. - P180
곰브리치가 볼 때 이집트 미술은 완벽하지만 그 완벽성 안에 고미이 없는 미술입니다. 변화를 주지 않고 항상 그 틀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본 거죠. 반면 그리스는 계속해서 샐운 시도를 하고 방법을 찾아나가려고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분히 서양 문명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관점이지요. - P186
그리스인들의 세계관에서는 신과 인간의 거리가 정말 가까웠던 모양이네요. 신의 모습도 인간과 같다고 믿었고, 인간도 얼마든지 노력하면 신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니 말입니다. 맞습니다. 대단히 적극적인 세계관입니다. 어쩌면 이처럼 인간의 능력을 확신했기에 민주주의라는 정치 신념이 생겨났을 수도 있습니다.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거죠. 이게 누드를 통해 드러나는 그리스인들의 힘입니다.(...)하지만 극단적인 인간중심주의를 긍정적으로 볼 수 만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리스의 인간중심주의 때문에 인간이 교만해졌다고도 얘기할 수 있어요. 인간을 지나치게 신격화시킨 나머지 그리스 이후로 서양미술은 자연에 경외감을 품고 있던 과거의 미술과는 단절됩니다. 더 이상 인간은 자연과 한 몸을 이루어 교감하지 못하게 됐죠. - P191
그리스 조각같다는 말은 엄청 위험한 얘기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그리스 인체 조각이 보여주는 사실성은 좋게 말하면 인상적인 아름다움의 추구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뭔가를 감추고 있는 ‘위장된 이상주의‘인 겁니다. (...)그리스 남성의 육체는 나라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어요. 그야말로 체력은 국력이었던 거죠. 그리스 사회가 남성 육체를 찬양했던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겁니다.(...)그리스 조각이 보여주는 남성 육체에 대한 맹목적 찬양이야말로 그리스를 덮고 있는 신비를 걷어낼 때 드러나는 어두운 현실입니다.(...)그리스 미술을 감상하실 때는 조심스럽게 줄타기를 하여야 합니다. 그리스 미술을 비판적으로 보되, 그 장점은 인정하면서요.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읽어 가면 훨씬 재미있을 겁니다. 왜 그리스에서는 그냥 육체가 아닌 뛰어난 육체에 대해 열광했는지 두고두고 생각해 볼만한 문제입니다. - P199
고대 그리스가 언제부터 유럽 문화의 기준점이 됐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입니다. 분명한 것은 유럽이 팽창하는 시점에 자신들의 역사적 출발점을 그리스로 선택했다는 거예요. 영국도 아니고 스칸디나비아도 아니고, 그리스입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인공적인 역사구분입니다.(...)그리스를 자신들의 역사적 전통의 뿌리로 삼은 것은 굉장히 의식적인 선택입니다. 제국주의의 시작과 관계된 선택이지요.(...)유럽은 전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한 17세기부터 자신들의 역사를 재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총칼을 앞세워 다른 세계를 식민지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우월함에 역사적으로 근거가 있다고 믿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잘생긴 그리스 조각을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 P326
저는 실용적인 로마인들이 해결하지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던 죽음의 문제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는 게 기독교가 급속도로 번질 수 있었던 원인이 아니었나 추정합니다. - P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