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처한 미술 이야기 2 - 그리스.로마 문명과 미술 : 인간, 세상의 중심에 서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2
양정무 지음 / 사회평론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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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내내 즐거움을 누리며 웃도록 하십시오.
삶이란 그저 버텨내라고 있는 게 아니라,
즐기라고 있는 것입니다.
- 고든 B. 힝클리 - P38

보수가 확실해야 진보도 나오는 거예요. 깰 게 있어야 그걸 기준으로 뭔가 새로운 걸 만들어 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역설적이지만 결국 고전이야말로 역동적인 서양 역사의 바탕이라 하겠습니다. - P107

곰브리치는 고대 그리스 미술을 설명하는 장에 ‘위대한 각정‘이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아시다시피 각성은 기존에는 없던 뭔가를 깨달았거나 긴 잠에서 깨어났다는 뜻이죠. 이 제목을 통해 곰브리치는 이집트 미술보다 그리스 미술이 훌륭하다는 생각을 밝힌 셈입니다. 그리스 이전까지는 긴 잠이 되고, 그리스가 위대하게도 그 잠에서 깨어났다는 말이니까요. - P180

곰브리치가 볼 때 이집트 미술은 완벽하지만 그 완벽성 안에 고미이 없는 미술입니다. 변화를 주지 않고 항상 그 틀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본 거죠. 반면 그리스는 계속해서 샐운 시도를 하고 방법을 찾아나가려고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분히 서양 문명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관점이지요.
- P186

그리스인들의 세계관에서는 신과 인간의 거리가 정말 가까웠던 모양이네요. 신의 모습도 인간과 같다고 믿었고, 인간도 얼마든지 노력하면 신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니 말입니다.

맞습니다. 대단히 적극적인 세계관입니다. 어쩌면 이처럼 인간의 능력을 확신했기에 민주주의라는 정치 신념이 생겨났을 수도 있습니다.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거죠. 이게 누드를 통해 드러나는 그리스인들의 힘입니다.
(...)
하지만 극단적인 인간중심주의를 긍정적으로 볼 수 만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리스의 인간중심주의 때문에 인간이 교만해졌다고도 얘기할 수 있어요. 인간을 지나치게 신격화시킨 나머지 그리스 이후로 서양미술은 자연에 경외감을 품고 있던 과거의 미술과는 단절됩니다. 더 이상 인간은 자연과 한 몸을 이루어 교감하지 못하게 됐죠. - P191

그리스 조각같다는 말은 엄청 위험한 얘기입니다. 한마디로 말해 그리스 인체 조각이 보여주는 사실성은 좋게 말하면 인상적인 아름다움의 추구이지만 냉정하게 보면 뭔가를 감추고 있는 ‘위장된 이상주의‘인 겁니다.
(...)
그리스 남성의 육체는 나라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였어요. 그야말로 체력은 국력이었던 거죠. 그리스 사회가 남성 육체를 찬양했던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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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조각이 보여주는 남성 육체에 대한 맹목적 찬양이야말로 그리스를 덮고 있는 신비를 걷어낼 때 드러나는 어두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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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미술을 감상하실 때는 조심스럽게 줄타기를 하여야 합니다. 그리스 미술을 비판적으로 보되, 그 장점은 인정하면서요.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읽어 가면 훨씬 재미있을 겁니다. 왜 그리스에서는 그냥 육체가 아닌 뛰어난 육체에 대해 열광했는지 두고두고 생각해 볼만한 문제입니다. - P199

고대 그리스가 언제부터 유럽 문화의 기준점이 됐는지는 여전히 논쟁거리입니다. 분명한 것은 유럽이 팽창하는 시점에 자신들의 역사적 출발점을 그리스로 선택했다는 거예요. 영국도 아니고 스칸디나비아도 아니고, 그리스입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인공적인 역사구분입니다.
(...)
그리스를 자신들의 역사적 전통의 뿌리로 삼은 것은 굉장히 의식적인 선택입니다. 제국주의의 시작과 관계된 선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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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전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한 17세기부터 자신들의 역사를 재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총칼을 앞세워 다른 세계를 식민지화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들의 우월함에 역사적으로 근거가 있다고 믿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잘생긴 그리스 조각을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 P326

저는 실용적인 로마인들이 해결하지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도 않았던 죽음의 문제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는 게 기독교가 급속도로 번질 수 있었던 원인이 아니었나 추정합니다. - P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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