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잠잠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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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1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기형도 시인 시는 다 좋아합니다...~ :)

이누아 2007-08-15 21:50   좋아요 0 | URL
여기선 처음 뵙네요. 반갑습니다. 이젠 기형도 시인의 시를 보면 님 생각이 나겠군요.^^

hnine 2009-12-12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형도 시인이 아니라 이형기 시인의 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누아 2009-12-20 11:04   좋아요 0 | URL
고쳤습니다. 잘못이 오래 되었군요. 다른 사람도 오인하게 하고..
고맙습니다.
 
게슈탈트 심리치료 - 창조적 삶과 성장
김정규 지음 / 학지사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리듬있는 삶이란 때로는 혼돈과 당황, 부끄러운 실패까지도 포함하는 생동적이고 다양한 변화의 과정을 받아들이는 삶이다. -30쪽

실존적인 삶은 ‘남보다 나은‘ 자신을 입증하는 대신에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즉, 자기 자신의 진정한 존재 가능성을 매 순간마다 실현시키는 데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다. 비실존적인 삶이 "자신은 어떠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개념에 집착하는 데 반해, 실존적인 삶은 자기 자신의 존재를 실현시키는 데 목표를 둔다. -95쪽

게슈탈트 치료는 내용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기법이다. 그래서 내담자를 이해함에 있어서도 그의 전기(傳記)보다도 살아온 스타일에 더 많은 치료적 가치를 둔다. 즉, 그가 일생 동안 무엇을 하며 살아왔느냐 보다도 어떻게 살아왔느냐가 더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고 본다. -156쪽

한 인간의 삶의 에너지와 그로부터 비롯되는 다양한 활동들을 해석이라는 이름 하에 한두 개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치료자의 오만이다. 차라리 진실되게 내담자와 만나 접촉하면서 삶의 무한한 가능성에 내맡기는 것이 지혜로운 치료자의 태도라 하겠다.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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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의 강 /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 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결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장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무섭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들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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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 날

                                     -Mary Olive

 

누가 세상을 만들었는가?

누가 저 백조와 저 흑곰을 만들었는가?

누가 저 메뚜기를 만들었는가?

바로 이 메뚜기...

풀밭에 나와 있는 저 메뚜기

내 손 위에서 설탕을 먹고 있는 이 메뚜기

턱을 위아래가 아니라 앞뒤고 움직이고 있는.

저 커다랗고 많은 것이 담겨 있는 눈으로 주변을 응시하고 있는

이제 창백한 팔을 들어 올려서 얼굴 구석구석을 씻어낸다.

이제 날개를 펴고 멀리멀리 날아오르고 있다.

나는 기도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안다. 어떻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

그리고 풀밭에서

어떻게 넘어지는지, 풀밭에서 어떻게 무릎을 끓는지,

어떻게 하면 한가롭게 노니는지를

어떻게 하면 은총을 받는지, 어떻게 이 벌판을 산책하는지,

이게 바로 내가 하루종일 하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말해다오. 이 밖에 내가 또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모든 것은 너무 빨리 죽지 않는가?

나에게 말해다오. 하나밖에 없는 거칠고 소중한 삶에서

당신이 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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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7-07-0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칠고 소중한 삶이란 글귀에서 걸려 있습니다. 거칠고 소중한 삶을 거칠지 않게, 고요하게 넘어가려니 마음이 된 것이겠지요. 고요에 집착하는 것, 이것도 병이겠지요?

이누아 2007-07-0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다소 고요에 마음이 끌렸을 뿐이지요, 그저 지나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으니 곧 나을 병이겠지요. 오늘은 고요한 날입니다. 님의 나날은 어떠신지요?
 
마음챙김 명상에 기초한 인지치료 - 우울증 재발 방지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
Zindel V. Segal, Ph.D. 외 지음, 이우경 외 옮김 / 학지사 / 2006년 10월
품절


예를 들어, 깊게 이완된 상태로 들어가려고 집중하면서 명상을 하려고 하는데, 뭔가 방해를 하고 있다면 화나고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이것은 존재 양식보다는 행동 양식에서 명상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 왜냐하면 이완하려는 욕구에 의해 명상이 이끌리기 때문이다. -104쪽

"나는 지금에 와서야 정말 연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좌 명상을 할 때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이런 경험이 너무나 좋아서 무언가 방해를 했을 때 정말 화가 났습니다. 마치 손에 있던 아이스크림을 빼앗긴 아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즐거운 경험이 이 사람으로 하여금 어떻게 강한 집착을 갖도록 했는지 주목해 보자. 이런 집착은 좌절의 시작이다.
(중략)

"...명상을 하면서 기분이 나쁘거나 지루하거나 좌절을 느껴도 어쨌든 그것은 명상입니다. 이때의 과제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급적 현재 순간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호흡으로 되돌아가십시오. 명상이 잘 되서 정말 기분이 좋을 때라도 항상 이런 느낌이 들도록 하겠다고 스스로에게 고리를 채운다면 우리의 삶은 올라갔다 내려가는 기복의 연속이 될 것입니다. 굉장한 성공의 순간을 경험했더라도 그 순간은 지나갈 것입니다. 그러면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이런 연습을 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상승과 하강, 일이 마음먹은 대로 제대로 될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254-255쪽

좋아요, 자, 최선을 다해 이것이 판단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내려놓으십시오. 그런 판단은 어딘가에서 나타나지만 당신의 친구가 아닙니다. 가능하면 부드럽게 다루어야 한다는 점을 알아차리십시오. '아! 안녕하세요. 판단 씨. 다시 왔군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리고 가급적 최선을 다해 처음 의도한 곳으로 마음을 되돌리십시오.-216쪽

이 참가자들은 스스로 멈추어 질문하는 것을 배웠다. '지금 일이 어떻게 되어가지?''내 신체는 어떤 상태지?''지금 가장 효과적인 반응이 무엇이지?' 이처럼 탐색적인 자세는 그들로 하여금 한 걸음 물러서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더욱 조심스럽게 살펴보도록 하였다.

이런 작은 발걸음이 전체를 바꿀 수 있다. 연습을 한 결과 사람들은 그냥 '나쁜 기분'에 빠져들지 않는다. 또 부정적ㅇ니 생각으로 되돌아가지도 않는다. -271쪽

우리는 스스로의 문제를 고치려고 노력하는 경향서이 있기 때문에(아무리 미묘한 것이라도) 스스로를 어떤 이상적인 기준에 맞추려는 일련의 사슬에 사로잡히게 되고 결국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된다(문제를 고치려는 시도를 통해). 이런 일이 일어나면 우리는 다시 '행동/추진'양식으로 돌아가고, 명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그 길의 끝에 이를 수 있는지, 아니면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게 더 나을지 반추하는 것으로 명상을 끝맺기 쉽다. MBCT는 '어딘가에 도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노력해서 어딘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있는 그대로에 개방하는 것이라는 급진적인 개념을 기초로 하고 있다.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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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7-07-0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깨달음을 향한 욕구이든, 물질을 향한 욕구이든, 욕망을 기본으로 하는 집착임은 피할 수 없나 봅니다.좌절을 맛본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겠지요. 저 또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내가 못 본 내 마음 속의 찌꺼기가 아직도 너무 많더군요.
언젠가는 그냥 앉아 지는 날, 그냥 공부하고 그냥 수행하는 날, 스스로 그러한 날이 오겠지요.배 고프면 밥 먹듯이......

이누아 2007-07-0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바로 이 서재에서 "나는 좌선에 집착해야 한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습관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습관은 편안함을 주니까요. 그러나 그것은 습관일 뿐 깨어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몰랐습니다. 지금도 알았다, 고 할 만한 것은 없습니다만...

원하는 것에 초점을 두라고 하더군요. 사막의 목마름이 아니라 사막의 샘을 생각한다면 샘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미친 짓만은 아니겠지요. 요즘 어린왕자의 샘을 다시 생각합니다. 축제처럼 즐거운, 음료와는 다른 그 물을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마음에도 좋을지도 모르는 물. 님의 마음 속의 찌꺼기보다 님의 초심이 더 반짝거립니다. 초발심시변정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