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잠잠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 속에 지니는 일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8-1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기형도 시인 시는 다 좋아합니다...~ :)

이누아 2007-08-15 21:50   좋아요 0 | URL
여기선 처음 뵙네요. 반갑습니다. 이젠 기형도 시인의 시를 보면 님 생각이 나겠군요.^^

hnine 2009-12-12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형도 시인이 아니라 이형기 시인의 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누아 2009-12-20 11:04   좋아요 0 | URL
고쳤습니다. 잘못이 오래 되었군요. 다른 사람도 오인하게 하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