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과 또 다른 곳에 보낼 지로와 돈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저걸 챙길 때만 해도 은행에 다녀오면 마음이 흐뭇해지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조금의 돈을 내어 놓고는 고통받는 이웃을 나로부터 떼어놓고, 그들의 고통에 대한 내 불편함에 어떤 안도감을 얻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선이나 기부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자선이나 기부라는 개념이, 그런 개념이 존재하는 상황이 치사하다. 치사하게...

그래도 내일 은행에 갈 것이다. 대신 그 치사한 흐뭇함은 이제 내 것이 될 수 없겠지.

나쁘다. 이웃은 여전히 고통받는데... 그 안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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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23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기부의 딜레마라고나 할까요. 행복과 불행의 딜레마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신의 뜻이라 생각하고 살겠다는 그 분들이 저는 대단해 보였습니다.

비로그인 2005-10-23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고, 특히 대재앙으로 모든 삶이 파괴되어 버린다면..그래도 인류에게서 커다란 희망을 느끼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이누아님같은 분을 뵐 때입니다. 평화주의자, 이누아님..

파란여우 2005-10-23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푼의 돈을 보내놓고 좋은 일 한것처험 흐뭇해 하는 심정...복잡하죠..
그래도 전 님의 마음씀이 고결해 보입니다

달팽이 2005-10-23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을 보내는 이누아님의 마음씀이 곱군요. 저는 그저 그 고통과 불행이 그 사람들의 영혼에 상처만 주는 것이 아니라 고통을 통해 성장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누아 2005-10-23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저도 그러길 바래요. 하지만 참 어려운 일이에요. 대구 지하철참사 때 생존자들의 뇌사진을 찍으니 많이 신경세포가 없어졌대요. 자꾸 화를 내요, 그 사람들. 그중에 두 사람은 이유도 없이 죽었다고. 용수철을 조금씩 당기면 탄성이 좋아질지 몰라도 한꺼번에 세게 당기면 다시는 용수철의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지 않거든요. 얼마나 세게 당기느냐와 용수철 자체의 탄성이 관건이겠지요. 고통이 사람을 더 추하고, 비뚤어지게 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이 가슴 아픕니다. 그렇지만 물만두님 말씀대로 신의 뜻이라고 수용하는 그분들은 이미 고통 가운데 성숙하고 계신 거겠죠. 대구 지하철참사 생존자들처럼 그들이 너무 오래도록 고통 속에 머물지 않기를 저도 기도합니다.
파란여우님/그러는게 치사하게 느껴졌어요.
복돌님/오늘은 치사한 이누아였어요.--;; 내일은...
물만두님/생존을 향한 존재들의 치열함과 대단함!

2005-10-24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누아 2005-10-2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보내주시는 것만으로도 황송합니다. 감사^^

혜덕화 2005-10-3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그 몇푼의 돈이 그 사람들에겐 큰 힘이 될거라는 희망으로 저도 지진 나자마자 보냈습니다. 전에 1% 나누기 운동을 하자는 메세지를 어딘가에서 본 것 같아요. 연봉의 1%는 얼마안되지만, 그 돈이 받는 사람에겐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누아 2005-11-0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 님은 나누고 계실 거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럼요, 바람결만한 도움이라도 된다면 감사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