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드리야르 컴북스 이론총서
최효찬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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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것’이 권력이고 전부다. 드러내는 것이 존재의 의미이고 그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영상 매체다. 영상은 순식간에 우리를 송두리째 집어삼킨다.

인간이 매체에 매개된 현실에 의존할수록 주체로서 자율성을 상실하게 되고 ‘매체로부터 억압‘되기 마련이다. TV 등 영상매체를 통한 시각적 감응만이 현실 의미작용의 전부가 되고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 시각적 감응에 의한 의미작용의 실천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시각적 감응에 의한 의미작용의 억압이자 배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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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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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문명을 만들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동력은, 아이러니하게 그 동력의 불필요(불용)로 인해, 그 한계를 드러낸다. 그동안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많은 거짓을 진실로 위장했던가.

사람은 어떤 일을 할 때 대상을 분류해요. 그렇게 범주화하면서 약간 오류가 있어도 무시하고 데이터를 카테고리로 관리하죠. 그렇게 관리를 하니까 고정관념이 생겨요. 그런 고정관념들이 일을 빨리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어떤 요소들은 배제하게 돼요. 어쩔 수 없죠. 머리가 쓸 수 있는 에너지는 유한하니까. 그런데 인공지능은 그렇지 않죠. 모든 요소를 다 고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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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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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예상치 못 한 순간에 본질이 드러난다. 우리가 그토록 고수하려 했던 믿음은 동틀녁 이슬처럼 사라진다. 가지 꺾인 장미의 아름다움은 이내 시든다.

"승부는 바둑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세계의 아주 작은 부분일 뿐인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승부가 바둑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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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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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유물론이 품고 있는 ‘진보’라는 방향성이 도덕적인 것이 아닌 물질적인 것임을 우린 과거를 통해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진보는 결국 투쟁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투쟁은 지금까지의 양상과는 다를 겁니다. 분명히.

내게는 ‘덜 지적인 존재는 더 지적인 존재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라는 논리가 위험하게 들린다. 저 말에서 제국주의 시대의 엄청난 비극들을 떠올리는 것은 지나친 일일까? 돌고래, 유인원, 코끼리는 인간에게 서식지를 양보해야 하는 걸까? 나는 기술이 정해진 방향으로 거역할 수 없이 발전한다는 내러티브에도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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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입문 - 프랑스어권의 비트겐슈타인 입문 필독서
롤라 유네스 지음, 이영철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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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작 전, 교실은 어제 있었던 일들을 경쟁적으로 이야기하려는 학생들의 무리 속 어지러운 소음들로 가득하다. 난 담임 선생님이 들어와 교탁 뒤에 있다는 것을, 친구가 볼펜으로 옆구리를 찌르는 바람에 짜증스럽게 돌아보다가 알아차렸다. 수학을 가르치는 담임 선생님은 당구채의 앞부분을 잘 잘라내 사포로 맨들맨들하게 갈은 길쭉하고 앞쪽으로 오면서 좁아지는 모양의 원뿔형 막대기로 교탁의 오른쪽 옆면을 때리며 말한다.
˝자. 조용! 조용! 오늘 새로운 친구가 전학 왔다. 환경이 낯설어서 어색한 게 많을 거야. 주변에서 잘 도와주고. 자기 소개하고 저기 창가 끝 쪽 빈자리에 가서 앉아.˝
담임은 원뿔형 막대기로 창가 자리 마지막 열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사유가 남긴 흔적이 새겨진 높고 평평한 이마, 경계선 위에 있는 것 마저도 분명하게 규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뾰족한 턱, 세상에 있는 모든 모순과 혼동을 단호하게 베어버릴 것 같은 콧날, 필요하지 않은 말은 하지 않겠다는 침묵의 입술, 그리고 그 다문 입을 대신해 뭔가를 말하려는 듯한 우발적 눈빛을 하고 말한다.

˝난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이야.˝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어 보이는 소개를 하고 그는 덤덤히 자리로 들어갔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도 했지만, 왁자지껄하고 지리멸렬한 분위기 속에서 누구 한 명 들어오고 나가는 일은 어떤 이의 이목도 집중시키지 못했다. 그냥 조회가 끝났다는 사태로 인식될 뿐이었다.

난 짝이 생겼다. 지금까지 내 옆자리에 앉았던 아이들은 모두 나의 짝이라고 불렸지만, 그가 전학 온 후로 나는 곧 비트겐슈타인의 짝이 되었다.그는 그런 존재였다. 감추려 해도 감춰지지 않는 존재. 우리가 모르는 은하계 행성에서 태어나, 거대한 음모 또는 막대한 실수로, 생존할 수 있는 아주 필수적인 지식만 가진 채 지구로 던져진 존재다.

그는 오기 전 항공기를 공부했다며 우리 철학과 아이들의 수많은 논쟁을 이렇게 비유했다. 항공기라는 것을 ‘공중에 떠 이동하는 물체’라는 것에 집중해서 대상화하여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우리가 기본적으로, 선행적으로 이해해야 할 대상은 ‘대기‘라는 것이라고. 항공기가 존재하고 다닐 수 있게 하는 그 특질, 항공기를 항공기로 불리게 하고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그 본질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고. 그러면서 그는 우리 논쟁이 그 본질(언어)에 대한 오해와 불명료함에 기인한다고 말한다.

봄학기 때 그는 언어를 세계를 반영하는 논리적 구조로 바라본다. 그 과정에서 ‘언어 그림 이론‘이 탄생했는데, 언어가 현실을 그림으로 묘사한다는 바탕 아래, 세계를 사태의 총합으로 그리고 사태는 사물 간의 관계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그의 유일한 짝인 내게 친절하게, 또박또박 설명했지만, 친절하게 또박또박 인쇄된 미적분 문제가 사칙연산으로 바뀌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논리철학 논고>를 통해 자신의 이론을 선보인다. 훗날 이 시기를 ‘전기 비트겐슈타인‘이라 칭한다.)

그런 그가 가을학기(두 학기의 간격을 시간으로 환산해 보면 약 30년쯤 차이가 난다)가 되자 언어를 ‘맥락’과 ‘쓰임’이 중요한 실천적 행위로 바라본다. 여기에서는 ‘언어놀이‘, ‘가족 유사성‘을 얘기한 그는, 쥐어뜯은 내 머리를 기계처럼 진정시키며 말했다. 언어는 언어가 쓰여 질 때 비로소 그 의미가 드러나고, 다양한 놀이(games)에서 서로 다른 규칙과 맥락 하에 사용된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가족 유사성은 내 코가 이모를 닮고 내 성격이 할아버지와 비슷한 것처럼, 공통된 본질을 가지기 보다는 여러 가지 서로 겹치는 유사성을 통해서 연관된다고. 그는 알 수 없지만 내게는 일목요연하게 보이는 설명을 숨쉬듯 했다. (‘후기 비트겐슈타인‘ 시기로 그의 이론은 <철학 탐구>에 정리되어 있다.)

...

2025년 9월,
대한민국에서,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어쩌면 껍데기만 남은 교리 같은 그의 말 앞에서,
다행히 껍데기라도 남은 그 사상의 편린을 어루만지며, “침묵하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분연히 외친다.
우리는 침묵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말해야 하는 것에.

*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는 말이 참(true) 명제일 경우, 그 대우 명제도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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