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어린이 도감 마음이 쑥쑥! - 초등 사회 정서 6
박세랑 지음 / 서사원주니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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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유쾌한 실천으로 배우는 생활 속 배려의 기술, 박세랑 작가의 『참 좋은 어린이 도감』.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사회적 추론 능력과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정서적 문해력이 어떻게 일상 속에서 발현되는지 60가지 장면으로 포착해낸 어린이책입니다.


저자가 대치동 교실에서 목격한 것은 공감하고 배려할 줄 아는 아이들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회복탄력성과 사회적 성공의 기반을 갖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박세랑 작가는 아이들에게 좋은 행동이라는 매뉴얼을 쥐여줌으로써 세상과 더 부드럽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시각적 매력이 돋보이는 이 책은 익살맞은 삽화로 도덕 교육 특유의 딱딱함을 재미있게 풀어냈습니다. '참 좋은 어린이 꿀팁'은 아이의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지도할 수 있게 돕는 세심한 치트키와 같습니다.


교실은 아이들이 부모의 품을 떠나 처음으로 마주하는 작은 사회입니다. 먼저 교실에서 발생하는 아주 사소한 사건들에 주목합니다. 친구가 실수로 물을 엎질렀을 때 "친구를 도와주세요"라는 말을 넘어, 그 도움의 방법을 세밀하게 쪼개어 보여줍니다. 여기서 '누구나 하는 실수'라는 문장이 와닿았습니다. 친구의 당혹감을 낮춰주는 공감의 언어입니다.


실수로 방귀를 뀌었을 때와 같은 상황은 아이들에게 조롱의 소재가 되기 쉽습니다. 이런 민망한 순간을 어떻게 유머러스하고 담백하게 넘길 수 있는지 구체적인 대사들을 소개합니다.





교실에서는 규칙이 명확하지만, 집에서는 감정의 흐름이 더 자유롭고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는 눈치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엄마의 요리가 조금 맛이 없을 때, 혼자 숙제를 해야 할 때, 내 방이 지저분해졌을 때와 같은 빵 터지는 주제가 쏟아집니다. 집은 아이가 배려를 처음 연습하는 공간입니다. 가족에게 건네는 작은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가 아이의 인성을 형성하는 가장 근본적인 훈련입니다.


놀이터, 경비실, 주차장 등 동네의 공용 공간에서 아이들은 이웃이라는 존재를 만납니다. 경비실 앞을 지날 때, 집에서 공을 튕기고 싶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공공장소에서의 매너는 지능의 영역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욕구와 사회적 규범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도서관, 병원, 영화관 등에서 아이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유쾌하게 꼬집으면서도, 왜 그곳에서 정숙해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가르치려 하지 않는 방식으로 교육합니다. 보여주고, 따라 하게 만들고, 결국 스스로 선택하게 합니다. 올바른 행동을 먼저 보여주는 게 아니라, 매너 없는 행동의 WORST 목록을 먼저 펼쳐 보이는 겁니다. 잘못된 예를 먼저 인식하고 나면 올바른 행동이 훨씬 선명하게 각인됩니다.


마지막으로 인성의 대상을 지구 환경으로 넓힙니다. 환경 감수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역량입니다. 양치를 할 때, 휴지를 쓸 때, 급식을 먹을 때 등 일상의 모든 행위가 환경과 연결되어 있음을 재밌게 풀어냅니다. 아이들에게 자기 효능감을 심어주기 좋은 조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다정한 지능 스펙을 쌓을 수 있게 도와주는 『참 좋은 어린이 도감』. 60가지 상황을 구체적인 대사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어 실제로 따라 해보기 쉽고, 만화 형식 덕분에 술술 읽힙니다. 배려에도 기술이 있다는 걸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고마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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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엔지니어링 - 모든 장르에 활용 가능한 AI 콘텐츠 전략
김우정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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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AI가 소설을 쓰고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시대에 인간 작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야기꾼은 사라질까요? 국내 최초 AI 스토리텔링 전문가 김우정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해 멸종이 아닌 진화라는 해법을 알려줍니다.


저자는 2023년부터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인공지능 스토리텔링을 연구해 온 스토리 엔지니어입니다. 『스토리 엔지니어링』은 이야기를 감성의 영역에서 데이터와 논리의 영역인 엔지니어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1991년 《쥬라기 공원》 제작 당시 스톱 모션의 거장 필 티펫이 CG 영상을 보고 내뱉은 절망적인 고백을 인용합니다. "I think I’m extinct. (나는 이제 멸종했다고 생각합니다.)" 30년간 갈고닦은 기술이 단 몇 분 만에 박물관 유물이 된 순간입니다. 하지만 필 티펫이 자신의 아날로그적 감각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DID(Dinosaur Input Device) 시스템을 개발해 두 번째 오스카를 거머쥐었듯, 우리 역시 AI 스토리 엔지니어로 거듭나야 합니다.


AI 창작의 실패 원인은 나쁜 프롬프트가 아니라, 이야기 구조에 대한 이해 부재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AI는 언어 패턴을 학습한 기계입니다. 창작자가 내러티브의 뼈대를 모르면 AI 역시 허공에 문장을 쌓을 뿐입니다.





저자는 휴리스틱 프롬프팅(Heuristic Prompting)을 소개합니다. 창작자의 직관적인 영감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 구조로 변환하는 소통 방식입니다. 영감을 구조화하고, AI와의 대화를 전략적으로 설계하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통찰을 발견하는 창작 프로세스 전체를 아우르는 접근법입니다. 기존의 프롬프트 잘 쓰기 접근을 뒤집습니다. 프롬프트는 문장이 아니라 사고의 설계도라는 것입니다.


핵심 방법론은 Chain of Story(CoS) 프레임워크입니다. 생성 제목 → 로그라인 → 인물 → 아웃라인 → 장면 → 시나리오 → 트리트먼트 → 편집의 사슬을 따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겁니다. 건물을 기초부터 쌓아 올리듯, 이야기도 각 단계의 결과물이 다음 단계의 입력값이 됩니다.


이야기의 사슬 프레임워크가 방법론이라면, 스토리 어시스턴트는 그 방법론을 자동화하고 개인화하는 도구입니다. 매번 처음부터 맥락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AI 파트너를 직접 구축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지식 파일 관리법도 흥미롭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문서 대신, 인물설정·세계관·시간표·스타일가이드를 별도 파일로 분리하고 체계적으로 명명하는 방식입니다. AI가 맥락을 잃지 않도록 하는 메모리 구축인 셈입니다.


영화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웹툰 스토리, 숏폼 드라마까지 장르별 실전에 돌입합니다. 장르마다 다른 문법과 구조를 체계적으로 분리해 다루고 있어 유용합니다. 매체별 맞춤 창작 워크플로우를 설계해 소개합니다. AI는 그 문법을 창작자가 먼저 알고 있을 때만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장르에 따라 필요한 챕터만 골라 읽어도 충분한 실용적이지만, 전체를 통독하면 창작자로서의 시야가 확연히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AI 시네마를 위한 제언 챕터에서는 116개국이 참가한 세계 최대 AI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9분짜리 단편 〈LILY〉를 분석합니다. 이 작품에는 로봇도 없고 SF적 설정도 없습니다. AI 기술로 70% 이상을 제작했지만, 심사위원단이 선택한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디지털 도구로 윤리적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를 만들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K-드라마와 K-영화로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이미 서사적 경쟁력을 입증한 나라입니다. 이것들은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의 힘이었습니다. 한국이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검증받은 것은 감정의 밀도이고, AI는 그 밀도를 더 빠르고 더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기술적인 방법론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AI가 만든 콘텐츠의 저작권, 창작자의 역할, 윤리적 책임까지 균형 있게 다룹니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의 구조를 아는 사람이 AI 시대를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스토리 엔지니어링』. 과거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직접 구현하는 사람이 창작자였다면, 이제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고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설계하는 사람이 창작자가 됩니다. 이 전환은 생각보다 훨씬 급진적입니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에서 설계를 잘하는 사람으로, 창작의 중심축이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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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풍경
마치에이 미크노 지음, 발렌티나 고타르디 그림, 김시형 옮김 / 모스그린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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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풍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명소, 절경이나 그림엽서 속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탈리아발 그림책 『우리가 사는 풍경』 속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닙니다.


형식은 어린이 그림책이지만, 꽤 철학적입니다. "풍경은 그냥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인식론적 전환일지도 모릅니다.


이탈리아의 생태 전문 출판사 코카이 북스를 이끄는 저자 마치에이 미흐노(Maciej Michno)와 일러스트레이터 발렌티나 고타르디(Valentina Gottardi)는 눈에 보이는 경치를 넘어, 인간과 환경이 서로를 빚어가는 역동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을 포착해냅니다.


출근길의 가로수, 창밖으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 점심시간에 잠깐 들르는 공원. 우리는 매일 풍경 속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얼마나 제대로 인식하고 있을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풍경을 배경으로 처리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풍경』은 풍경이 정지된 화면이 아니라 경험의 총체임을 짚어줍니다. 풍경은 바람의 결, 흙의 냄새, 길 위에서 마주치는 이웃의 인사말까지 포함하는 입체적인 개념인 겁니다. 우리가 그 안에서 움직이고 호흡할 때 비로소 풍경은 완성됩니다. 고정된 이미지가 아니라 우리의 삶이 투영된 생생한 현장입니다.


풍경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속해 있는 것이라는 관점 전환이 핵심입니다. 같은 장소라도 경험의 층위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으로 재구성됩니다. 풍경은 있는 그대로의 상태가 아니라 해석되는 방식에 의해 형성됩니다.


풍경을 찾기 위해 먼 곳으로 떠나야 할까요? 저자는 발밑을 보라고 합니다. 매일 걷는 보도블록 사이의 틈새, 익숙한 아파트 단지의 나무 한 그루조차도 풍경의 당당한 주인공입니다.


우리가 태어나 자란 곳의 모양, 빛, 소리, 냄새조차 우리 기억 속에 영원히 남아 우리를 형성합니다. 저자는 우리가 자란 동네의 언어가 우리에게 사유의 기초를 제공하듯, 주변의 모든 환경이 우리 삶의 든든한 길잡이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어린이 그림책에서 이 정도 밀도의 생태철학을 만나는 건 드문 일입니다. 팽나무의 생태 특성을 세밀하게 설명하는 일러스트, 민들레의 뿌리 구조를 보여주는 식물도해까지 고타르디의 그림은 구체적 생명체의 언어로 번역해 냅니다. 인물들은 주로 선 드로잉으로 처리되어 배경의 자연과 대비되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버려진 땅, 아스팔트 틈새, 담장 가장자리에서 씩씩하게 자라나는 식물들. 효율과 정돈을 추구하는 현대 도시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바로 이 틈새입니다.


생태학적으로 보면 경계 지점과 틈새야말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공간입니다. 우리가 잡초라 부르며 뽑아버리던 것들이 사실은 도시의 열기를 조절하고, 토양을 지탱하며, 곤충들의 서식지가 되어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식물 일러스트와 함께 보여줍니다.


『우리가 사는 풍경』은 사라지는 풍경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줍니다. 블랜드스케이프(Blandscape)라는 신조어가 눈에 띕니다. bland(심심하다)와 landscape(풍경)를 합친 이 단어를 통해 잔디밭과 꽃밭, 획일적인 나무 울타리로만 채워진 공간이 얼마나 생태적으로 빈곤한지를 짚어줍니다. 보기에 깔끔한 곳이 실은 가장 생명력 없는 곳일 수 있다는 역설은 우리 주변의 흔한 건물들의 조경을 떠올리게 됩니다.


풍경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 가능한 존재이며, 그 변화의 주체가 바로 우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작은 행동 하나가 풍경을 바꿀 수 있습니다. 쓰레기를 줍는 행동, 나무를 심는 행동 또는 어떤 장소를 소중히 대하는 태도까지 이런 일상적인 선택들이 모여 풍경의 질을 결정합니다. 환경 보호를 의무로 강요하기보다, 참여의 기쁨으로 전달하는 책입니다.


어려운 낱말 풀이 파트에서는 핵심 키워드들을 다시 한번 정리해줍니다. 환경, 풍경, 관계 등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단어들의 뜻을 명확히 이해하는 시간입니다.


『우리가 사는 풍경』은 풍경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풍경을 다시 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매일 지나치는 공간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관계를 품고 있는지를 깨닫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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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윌마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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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팀 하포드는 《경제학 콘서트》를 통해 경제학이 단순히 숫자의 놀음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선택을 읽어내는 학문임을 증명하며 전 세계 1000만 독자를 사로잡았습니다.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인간 행동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탁월한 통찰력으로 '경제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바스키아상을 거머쥐기도 했습니다.


원서 출간 10주년을 맞아 한국어판 특별 서문을 새롭게 더한 이번 신작,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를 통해 거장 팀 하포드의 지적 귀환을 마주합니다.


우리는 완벽한 질서의 시대를 추구하며 살고 있습니다. 손안의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만한 뉴스를 골라주고, AI가 최적의 이동 경로를 알려주고, 스마트 기기는 일상의 모든 마찰을 제거하려 듭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세상은 더 시끄럽고, 우리는 더 불안합니다. 팀 하포드는 이 모순의 해답을 우리가 그토록 지우려 했던 '불완전함'에서 찾습니다. 효율과 최적화라는 명제 아래 억눌린 인간의 본성이 사실은 우리를 구원할 유일한 열쇠라는 겁니다.


2009년 에어프랑스 447편 추락 참사 사례로 포문을 엽니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자동항법시스템이 예상치 못한 기상 변화에 수동 모드로 전환되었을 때, 시스템에 길들여진 조종사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인간의 대응 능력은 퇴화하는 자동화의 역설이 발생한 겁니다.


인간의 뇌는 모호함을 처리하도록 진화해왔지만, 알고리즘은 모호함 자체를 제거하려 합니다. 분류할 수 없는 것은 강제로 분류되고, 불확실한 것은 확실한 것으로 포장됩니다. 그 과정에서 현실은 왜곡되고, 시스템은 스스로의 정확성을 과신하게 됩니다.


우리는 왜 그토록 정리정돈과 질서에 집착할까요? 팀 하포드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사례를 듭니다. 역사상 가장 결단력 있는 인물이었던 프랭클린조차 자신의 서류 뭉치와 무질서한 다이어리 앞에서는 무력했습니다.


"역사상 가장 결단력 있는 사람으로 손꼽히는 프랭클린은 60년 동안 그토록 노력을 쏟았음에도 자신의 집과 다이어리는 결코 통제하지 못했다. 한평생을 무질서 속에서 보냈음에도 프랭클린은 여전히 질서를 순수한 덕목이라고 생각했다. 성격의 단점을 고쳐서 덜 무질서해질 수만 있다면 더 존경받고 더 성공적이고 더 생산적인 사람이 될 거라고 여겼다."


프랭클린이 서류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면, 과연 더 위대한 삶을 살았을까요? 우리는 정리된 책상, 색깔별로 분류된 캘린더, 일목요연한 투두 리스트가 더 나은 성과를 보장한다고 믿습니다.


그런데 하포드가 수집한 증거들은 정반대를 가리킵니다. 창조적 성취는 종종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공간에서 탄생했습니다. 뒤죽박죽 쌓인 메모 더미, 예상치 못한 자극의 교차, 그 혼돈이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내는 겁니다. 무질서가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이 잉태되는 비옥한 토양임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통제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쾰른 오페라 극장에서 상태가 엉망인 피아노로 역사적인 공연을 남긴 키스 자렛의 사례를 통해 즉흥성의 가치를 논합니다. 만약 자렛이 완벽한 조건만을 고집했다면 그 위대한 연주는 탄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철저한 준비만이 성공의 담보라고 믿지만, 실제 세상은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오류와 마찰이 발생했을 때, 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함을 이용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능력, 그것이 인간만의 고등 전략입니다.


2014년 런던 지하철 파업의 사례도 재밌습니다. 스무 명 중 한 명은 파업 기간 동안 찾아낸 새로운 경로를 파업이 끝난 뒤에도 이용했습니다. 새로운 경로가 이전 경로에 비해서 교통비가 적게 들거나, 더 빠르거나, 또 다른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겁니다. 강제된 혼란이 오히려 더 나은 선택지를 발견하게 했습니다. 인간은 익숙한 경로를 최선이라 믿습니다. 그 믿음을 깨뜨린 것은 파업이라는 불편한 방해였습니다.


팀 다양성에 관한 연구 결과는 직관을 정면으로 거스릅니다. "마음이 잘 맞으면서 높은 성과를 내는 팀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 다양성이 있는 팀이 높은 성과를 내지만, 그 팀에 속한 구성원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들이 내린 결정을 확신하지 못하고 진행 과정을 의심하며, 전반적으로 뒤죽박죽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여긴다. 동질성이 높은 팀은 성과는 낮지만 만족감이 높다."라고 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불편한 진실이었습니다. 우리는 팀워크가 좋다는 느낌을 성과의 신호로 읽습니다. 회의가 매끄럽게 흘러가고, 의견 충돌 없이 결론에 도달하면 잘 굴러가는 팀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데이터는 그 반대를 가리킵니다. 마찰이 없는 팀은 편안하지만 정체되어 있는 겁니다.


질서는 효율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취약성을 증가시킵니다. 생태계에서도 단일 품종의 질서 정연한 숲은 병충해 한 번에 전멸하지만, 무질서하고 다양한 숲은 살아남습니다. 하포드는 과도한 최적화가 회복탄력성을 앗아간다고 경고하며, 시스템 속에 일부러 여유와 틈을 남겨두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흥미롭게도 '미루기'조차 우리에게 보내는 중요한 신호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이 미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그에 대한 반응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후회와 권태에서 기인한 절망적인 기분은 우리가 지금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경고일 때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는 혼란과 무질서가 모든 삶의 문제의 해답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불완전함이 갖는 실질적 기능과 전략적 가치를 분석해 보여줍니다.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 하나의 기술로서의 불완전함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입니다. 완벽한 조건은 종종 우리를 안이하게 만듭니다. 불완전한 조건이 우리를 깨웁니다.


AI가 시대에 인간이 더욱 갈고닦아야 할 능력은 즉흥성, 모호함을 견디는 힘, 실수를 허용하는 용기입니다. 이것들은 효율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효율이 닿지 못하는 영역을 채우는 인간 고유의 역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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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나와 세상을 바꾸는 고전 읽기의 힘
장영익 지음 / 더로드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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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고층 건물 사무실에 홀로 불을 밝히고 앉아 있는 장 대리. 출근한 지 14시간이 지났지만 일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입에서는 하품이 나오고, 몸은 이미 한계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장영익 저자는 '장 대리'를 통해 직장인의 실존적 피로를 포착합니다. 야근과 번아웃의 반복, 그 안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자신의 삶.


장 대리는 어느 날 우연히 고전 한 권을 집어 들고, 그 안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을 발견합니다. 수백 년 전 누군가가 이미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 설정은 고전을 지금 여기 나의 이야기로 끌어내립니다.





『고전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장영익은 방황의 끝에서 고전이라는 오래된 보물지도를 다시 펼쳐 듭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떠난 40일간의 유럽 여행 이후, 독서를 통해 삶의 중심을 잡고 《교양인을 위한 로마인이야기》를 쓴 작가로 거듭났습니다.


현재도 인문고전 100권 읽기라는 우직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발견한, 고전이 어떻게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비범한 사유의 현장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먼저 고전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립니다. 고전이라 하면 특별한 지식인들만의 전유물 혹은 억지로 읽어야 했던 따분한 숙제 정도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고전이 우리의 현재를 위해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라며 독서의 전장으로 초대합니다.


저자는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를 예로 들며 고전 읽기의 효용성을 이야기합니다. 주인공은 평온한 가정과 안정된 직업을 두고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집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잘하는 일을 하며 살 것인가, 먹고살기 위한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이 갈림길은 100년 전 소설 속 이야기를 넘어, 지금 수많은 직장인들이 매일 밤 마주하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고전은 친절한 실용서와 다르게 불친절합니다. 하지만 한 단어씩, 한 문장씩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고 되새기며 읽다 보면, 그 속에서 우리 삶 속 문제와 고민들에 대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불친절함이 역설적으로 고전의 강점이 됩니다. 빠른 답을 주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게 만듭니다.


고전은 단순히 지식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을 확장합니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과거를 공부하는 일이 아니라, 그 축적된 사고를 현재에 재활용하는 일입니다.


더불어 독서 모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혼자 읽는 고전은 종종 해석의 한계에 부딪히지만, 타인과의 대화 속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가 드러납니다. 읽는 행위가 나누는 경험으로 확장될 때 고전은 비로소 살아 움직입니다.


『고전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서는 구체적인 고전 작품들을 통해 고전의 효용을 입증합니다. <자유론>, <군주론>, <징비록>, <노인과 바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논어>, <열하일기>를 각각 삶의 주제와 연결해 풀어냅니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다루는 대목이 흥미롭습니다.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 미존(미친 존재감) 혹은 미존(미약한 존재감)으로 불리던 에피소드를 통해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일상 언어로 끌어내립니다. 우리가 마주하는 페르소나와 관계의 본질을 설명해 주는 도구가 되는 순간입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단순히 19세기 자유주의 철학서가 아닙니다. 개인의 자유는 어디까지인가, 다수결이 항상 옳은가라는 질문은 SNS 알고리즘과 집단 여론이 지배하는 오늘날 오히려 더 절실합니다.


읽기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읽은 후에는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말합니다. 고전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지만 인식하지 못했던 것을 드러내는 도구입니다.





많은 이들이 고전 읽기에 실패하는 이유는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입니다. 저자는 세종대왕의 사례를 들며 우리를 위로합니다. 천하의 세종대왕조차 고전이 어렵다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더불어 완독 그 자체에 매몰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을 때의 뿌듯함은 잠시뿐입니다. 한 달만 지나도 내가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망각의 늪에 빠지기 일쑤입니다.


읽었다는 사실보다 읽고 무엇을 남겼는가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저자는 필사와 리뷰 쓰기 등 다양한 방법을 알려줍니다. 손으로 문장을 옮겨 적는 행위는 생각을 깊게 만들고, 자신만의 언어로 리뷰를 남기는 과정은 텍스트를 비로소 나의 무기로 제련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고전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다시 읽기의 힘을 강조합니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같은 책을 다르게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성장했다는 증거입니다. 고전은 우리 성장의 궤적을 비추는 거울인 셈입니다. 저자는 아이에게 고전을 선물하고, 읽은 것을 실천으로 옮기며, 지금 당장 한 문장이라도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책은 시중에 많습니다. 이 책이 인상 깊은 이유는 장대리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의 고단한 삶과 고전의 찬란한 문장을 절묘하게 교차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자 자신이 현재진행형 독자라는 점입니다. 인문고전 100권 읽기에 도전 중인 그는 여전히 읽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동료 독자의 언어로 말합니다. 더불어 독서 행위 자체보다 독서 이후의 삶을 더 중요하게 다룹니다.


자신만의 인문고전 리스트 100권 작성법, 독서 모임을 활용법, 고전 리뷰 쓰는 법, 필사하기 좋은 고전 추천 등 고전 읽기 습관을 갖추는 데 유용한 팁을 소개합니다. 저자에게 고전 독서는 자기 계발의 장식이 아니라 삶을 실제로 바꾸는 행위입니다. 그 실천의 구체성이 이 책을 독서법 책이자 삶의 태도에 관한 책으로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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