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나는 텃밭에 간다 - 판다 할부지 강철원의 다정한 식물 수업
강철원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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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생명 돌봄의 최전선에서 평생을 보낸 강철원 주키퍼 『매일 아침 나는 텃밭에간다』. 자이언트판다 아이바오, 러바오를 맡으며 판다 아빠로 불리더니, 국내 최초 자연 번식에 성공한 푸바오 탄생으로 할부지가 되었고, 2024년에는 영화 〈안녕, 할부지〉에도 등장했습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흙 묻은 장화를 신고 나타났습니다. 텃밭 농부로.


저자 강철원은 전북 순창의 깊은 산골에서 태어나 동식물과 형제처럼 자랐습니다. 스무 살에 에버랜드에 입사해 평생을 야생동물과 호흡해 온 그는, 동물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동물학을 공부했고, 그들이 머무는 환경을 완벽하게 조성해주고 싶어 조경학까지 섭렵한 돌봄의 장인입니다.


이제 판다 월드의 담벼락을 넘어 산 아래 작은 땅, 남천바오 할부지 텃밭에서 우리에게 말을 건넵니다. 농사 이야기처럼 시작되지만, 읽다 보면 결국 삶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동물과 식물, 전혀 다른 존재처럼 보이지만 그의 손에서는 같은 돌봄의 대상으로 이어집니다.


『매일 아침 나는 텃밭에 간다』는 어느 중년 남자의 전원 로망 일기가 아닙니다. 30년 넘게 야생 동물을 돌봐 온 주키퍼가 식물을 통해 삶의 원리를 재발견하는 과정, 더 정확히는 돌본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끝없이 자문하는 사유의 기록입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 옥수수 씨앗은 얼마나 깊이 심어야 해요?", "한 구덩이에 몇 개씩 심으면 돼요?"를 물어보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동물원에서 판다의 출산까지 관리한 베테랑 주키퍼가 옥수수 심는 법을 어머니께 여쭤야 하는 초보 농부가 되었습니다.


이제 농사 노하우를 자세히 알려 주는 어머니도 계시지 않고, 옥수숫대를 갖고 놀던 푸바오도 곁에 없지만 어머니와 푸바오를 향한 진한 그리움은 옥수수 한 알 한 알에 빼곡히 담겨 있음을 들려줍니다.





옥수수는 떠난 이들을 이어 주는 매개이자, 상실을 감당하는 방식이 되었습니다. 그리움이 씨앗이 되고, 씨앗이 자라 수확물이 되고, 그 수확물이 다시 그리움을 영속시킵니다. 텃밭의 작물 하나하나가 바오패밀리와의 기억으로 연결되는 방식이 아름답습니다. 동물원과 텃밭, 돌봄과 그리움이 한 페이지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합니다.


귀엽고 앙증맞은 완두콩을 보며 '이뻐, 이뻐, 이뻐!' 하고 감탄사를 쏟아냈다고 합니다. 판다에게 쏟던 그 애정이 완두콩에게도 흘러넘칩니다. 씨앗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심었다가 처치 곤란이 되었을 땐 "내가 또 욕심을 부려 '적당히'라는 기준을 넘기고 말았다. 도대체 어느 정도여야 '적당히'라는 선을 맞출 수 있을까?"라고 고백합니다.


'적당히'는 텃밭의 교훈이자 삶 전체의 숙제입니다. 저자는 씨앗의 양을 조금씩 줄여 가며 그 선을 몸으로 깨달았다고 합니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체득하는 것, 그것이 텃밭이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수업이겠지요.


텃밭에서 수확한 재료로 함께 요리하고, 식탁을 채우는 과정은 저자가 강조하는 돌봄의 확장을 가장 일상적인 형태로 보여 줍니다. 생명을 기르고, 수확하고, 나누어 먹는 행위는 텃밭을 개인의 취미 공간에서 가족 공동체의 생활 공간으로 만듭니다. 당근을 키우며 바오패밀리를 떠올리고, 고수를 심으며 후배 가족을 생각하고, 딸기를 따며 아내를 향한 마음을 담는 저자의 텃밭은 관계 지향적 공간입니다.





나비, 새, 두꺼비, 개구리, 고라니, 멧돼지까지 텃밭을 찾는 야생 생명들과의 만남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30년 주키퍼 경험을 가진 관찰자의 시선으로 자연을 읽어냅니다. 방풍과 미나리에 산호랑나비 애벌레가 알을 낳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농약을 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작물의 수확량보다 생태적 공존을 선택합니다.


누군가에게 하찮아 보이는 일이, 그 생명을 살리는 가장 본질적인 행위라는 것. 이 관점은 식물에도 적용됩니다. 잡초를 뽑고, 흙을 갈고, 거름을 주는 반복적인 노동이 텃밭을 살아 있게 합니다.


사계절의 흐름 속에서 장마의 두꺼비, 가을걷이의 풍요, 겨울 견딤, 봄의 연둣빛 생기를 기록하는 문장들은 산문으로 쓴 자연 관찰 일지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투영합니다. 겨울을 견디는 식물처럼 삶의 버거운 시간을 버텨 내는 일, 봄의 새싹처럼 다시 시작하는 일이 텃밭에서 매년 반복되는 것을 목격하며 흙의 시간으로 자신을 재교정합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내가 키우는 텃밭 식물들이 오히려 나를 키우는 느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돌본다는 것의 의미, 그리고 자연의 리듬에 몸을 맞추는 삶이 왜 건강한지를 에피소드와 함께 체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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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헬렌 듀런트 지음, 황성연 옮김 / 서사원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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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영국에서만 누적 1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베스트셀러 작가, 헬렌 듀런트의 국내 초역작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The Funeral』. 10년간 영국 범죄 소설의 최전선을 지켜온 작가는 사람이 벼랑 끝에 몰릴 때 비로소 드러나는 심리의 균열을 포착하는 데 천재적인 감각을 지닌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이 소설은 그 균열 사이로 비어져 나오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자본이 잠식한 인간성을 파헤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날아온 장례식 초대장. 그곳에서 치러지는 장례식의 주인공이 바로 나 자신이라면 어떨까요? 이게 무슨 신종 보이스피싱인가 싶다가도, 등줄기에 흐르는 식은땀은 단순한 당혹감을 넘어 원초적인 공포로 변할 겁니다.


주인공 앨리스는 부유함과는 거리가 먼, 회색빛 도시의 그늘에서 숨죽여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어느 날 도착한 보낸 이 없는 이메일 한 통. 그것은 다름 아닌 장례식 초대장이었습니다.


앨리스 앤더슨은 과거 사채업자의 추적을 피하려고 이름을 도나 슬레이드로 바꾸고 밑바닥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여기서 첫 번째 미끼를 던집니다. 잊힌 존재인 그녀에게 누가, 왜 연락을 했는가 하는 점입니다.


앨리스는 의심하면서도 호기심에 이끌려 장례식장으로 향합니다. 압권은 고인의 이름을 확인하기 위해 무덤가로 다가가는 순간입니다.


"이 장례식의 주인공은 바로 나다. 새하얀 관 위, 황금색 명패에 큰 글씨로 글자가 새겨져 있다. ‘앨리스 앤더슨’ 바로 나다." - p11





내가 살아있는데, 저 관 속에 누워있는 앨리스 앤더슨은 대체 누구란 말인가요? 나의 이름을 훔쳐 삶을 누리다 죽은 이 여자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나의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소비되고 폐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앨리스는 도망치는 대신, 진실의 아가리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갑니다. 고인이 된 가짜 앨리스 앤더슨은 맥스의 비서로 일하며 화려한 삶을 살다 의문사한 인물이었습니다. 저택의 주인 맥스와 아내 타라, 부부의 딸 한나까지 저마다 위태로운 비밀을 갖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심리는 공포를 넘어선 생존 본능으로 치닫습니다. 작가는 인간성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갉아먹는 과정을 묘사합니다.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앞서 던져졌던 복선들이 꿈틀거리며 맞춰지기 시작합니다. 언뜻 보면 툭툭 끊어지는 대화나 무미건조한 묘사 때문에 성기어 보일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수수께끼는 풀 수 있다고 자만하며 느슨하게 헤엄치게 둡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그물을 확 조여버립니다.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는 읽는 동안보다, 읽고 난 뒤가 더 오래 남는 소설입니다. 소름 끼치는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기도 하거니와 인간의 추악함이 물리적으로 형상화된 불쾌한 공간인 돼지우리에 대한 심리적 공포가 생각보다 강했습니다. 자본이 배설한 추악한 욕망의 집결지입니다.


헬렌 듀런트 작가 특유의 벼랑 끝 심리 묘사가 매력적인 『나는 나의 장례식에 초대받았다』. 앨리스는 진실을 밝히고 자신의 이름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 비극적인 연극의 일부가 되어 안온한 죽음의 뒤편으로 사라질까요. 강렬한 심리 스릴러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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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 사주 - 따끈하게 풀어낸 쉬운 사주 이야기
하원만 지음 / 책과나무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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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MBTI 만큼이나 재미있는 사주 이야기 『떡볶이 사주』. IT 개발자 하원만 저자는 10년째 '척척만세력'이라는 사이트를 운영하며, 코드의 세계와 인간의 운명 사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습니다.


사주를 '맞히는' 신통방통한 기술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언어'로 재정의합니다. 퇴근길 허기를 달래주는 떡볶이 한 그릇처럼, 명리학이라는 담론을 일상의 온도로 끌어내립니다.


음양오행을 딱딱한 고전 이론이 아닌, 우리 삶을 구성하는 다섯 가지 색깔의 에너지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저자가 강조하는 포인트는 '상생'만큼이나 '상극'이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보통 나를 극(克)하는 존재를 '빌런'이라 치부하지만, 명리학적 관점에서는 과도한 에너지를 덜어내어 균형을 맞춰주는 '조절자'입니다. "나는 왜 늘 이런 일만 겪지?"라는 자기비하적 질문을 "이 사건이 나의 어떤 불균형을 보완하고 있는가?"라는 생산적 질문으로 바뀌는 겁니다.


천간과 지지, 십신과 용신이라는 전문 용어들 또한 프로그래머 특유의 논리로 설명됩니다. 사주는 결국 하늘의 기운(천간)이라는 의지와 땅의 환경(지지)이라는 현실이 만나 스파크를 일으키는 시스템이라는 겁니다.





『떡볶이 사주』는 자신의 만세력을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가이드하며, 운명이 결정된 고정값이 아니라 대운과 세운이라는 변수에 의해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동적인 프로세스임을 보여줍니다.


먼저 일주에 대해 알아봅니다. 나의 코어 데이터를 확인하는 셈입니다. 사주팔자 여덟 글자 중 가장 중요한 나 자신을 상징하는 글자가 일주입니다. 일주를 사주의 중심축이자 핵심 양념으로 비유합니다. MBTI가 질문지에 대한 나의 답변(자기 보고식)이라면, 사주의 일주는 내가 태어난 순간 부여받은 에너지의 지문입니다.


왜 일주가 자아의 표상이 되는지, 지지가 왜 우리 생활의 베이스 캠프 역할을 하는지를 다룹니다. 십이운성에 대한 해석도 흥미롭습니다. 인생의 에너지가 탄생하고, 정점에 오르고, 쇠퇴하여 묘지에 들어가는 12단계의 흐름을 통해 우리가 왜 특정 감정 패턴을 반복하는지 그 트리거를 찾아냅니다.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일주 풀이의 메커니즘을 보여줍니다. 성격 유형 분류를 넘어, 내면의 결핍과 과잉을 인지하고 이를 어떻게 운영체제 최적화처럼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조언으로 이어집니다. 나를 안다는 것은 내 인생의 매뉴얼을 읽는 것과 같다는 저자의 말처럼 자기 객관화에 도움되는 내용들이 쏟아집니다.


저자는 갑(甲)부터 계(癸)까지, 10가지 천간의 기운을 바탕으로 각기 다른 60가지 인생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단순히 성격이 이렇다는 서술에 그치지 않고, 그 일주가 사회적 관계에서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감정적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묘사합니다.


더불어 구체적인 성장 가이드를 조언합니다. 각 일주별로 부족한 기운을 보완해줄 원석까지 추천하고 있습니다. 병진 일주에게는 가볍지만 강인한 티타늄을 권하는데, 시각적·촉각적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중심을 잡으라는 심리학적 처방에 가깝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주가 미래를 점치는 수정구슬이 아니라, 현재의 선택을 점검하는 나침반임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이어집니다. 무관(無官) 사주로 태어나 조직 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여성이 자신의 독립적인 기운을 살려 리스타트하는 과정, 용신 대운을 만나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 남성의 사례, 그리고 퇴사를 고민하는 1년 차 신입사원의 사주적 진단까지.


특히 저자는 사주를 통해 자신의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전환한 사례를 비중 있게 다룹니다. 내가 가진 오행의 기운이 어떤 직무와 맞닿아 있는지, 지금의 시련이 대운의 흐름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를 파악하는 작업은 막막한 미래 앞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이성적인 태도 중 하나입니다.


사주는 결코 정해진 결말이 아닙니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그것은 우리가 타고난 기본 사양일 뿐이며, 그 사양 위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돌리고 어떤 코드를 추가할지는 온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이면 내 인생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의 설계도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를 이해하는 가장 다정한 언어를 얻게 된다는 실용적 가치와 함께 타인을 향한 넓은 이해심이라는 뜻밖의 선물까지 챙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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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 개정증보판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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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칼럼계의 아이돌, 유려한 문체의 마법사로 통하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김영민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 이번 개정증보판은 새로운 에세이들을 더했습니다. 공부를 단순한 기술이 아닌 자신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열망의 차원으로 보여줍니다.


공부를 왜 하나요? 취업을 위한 관문 정도로 여깁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수업의 목적은 여러분의 취업이 아니라 지적 변화라고 말합니다. 공부는 단순히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이 아니라,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질적으로 달라지는 일종의 화학 반응입니다.


"나는 현 상태에 안주할 생각인가, 아니면 좀 더 나아지려 할 것인가?" - 책 속에서





공부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저자는 유머를 건넵니다. 무언가를 죽기보다 하기 싫어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에너지라고 말입니다. 공부가 하기 싫어서 딴짓을 하다가 다른 분야의 대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공부에 대한 우리의 강박을 슬쩍 내려놓게 만듭니다.


하지만 진짜 공부를 시작하려면 능동성이 필수입니다. 남이 시켜서 하는 공부는 예속된 삶의 연장일 뿐입니다. 김영민 교수가 말하는 공부의 기대 효과는 바로 정신의 척추 기립근을 세우는 것. 세상의 어떤 풍파에도 자기 주관을 잃지 않고 꼿꼿이 서 있을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지적인 헛소리를 걸러낼 수 있는 비판적 사고와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기초적인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공부의 기본기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읽고, 정리하고, 질문하는 구체적인 행위에서 나온다고 합니다. 우리는 효율성을 따지느라 검증된 책만 읽으려 합니다. 그러나 저자는 공 점유율의 논리를 들며 다독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수많은 텍스트 속에서 허우적거려본 사람만이 프란츠 카프카가 말한 자신만의 '도끼'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기만의 인덱스를 만드는 자료 정리의 중요성도 짚어줍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중요한 것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 정보를 나만의 맥락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입니다. 질문을 할 때도 서투른 호기심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본질을 향해 직진할 것을 권합니다. 제목 하나를 붙일 때도 귀찮음을 무릅쓰고 정교한 개념 정의를 시도하는 태도, 그것이 학문의 기초를 닦는 성실함의 정체입니다.


공부의 수준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언어의 예민함에 도달하게 됩니다. 김영민 교수는 문장의 명료함이 때로는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고 말합니다. 왜일까요? 명료함은 모호함 뒤에 숨은 기득권이나 나태함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특히 논술문이나 비판적인 글을 쓸 때, 저자는 모순 없는 문장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지독하게 얽히고설킨 모순 덩어리입니다. 공부하는 자의 사명은 이 복잡함을 외면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보지 않으면서도, 그 복잡함을 정교한 논리로 설명해 내는 것. 그것이 바로 공부의 높은 경지입니다. 저자는 새롭게 추가된 장에서 참꼰대의 윤리를 논합니다. 미움받을 각오를 하고서라도 진실을 말하는 태도, 세속적인 인기나 아부 대신 진리를 선택하는 결기야말로 지식인이 갖추어야 할 문체라고 말이죠.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지만, 결국 타인과의 만남으로 수렴됩니다. 토론과 비판, 그리고 이해의 기술에 대해 다룹니다. 진짜 이해란 타인의 심연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토론의 현장에서도 위트는 빛을 발합니다. 멍청한 주장에 대해 멍청한 비판을 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비판의 덕성을 길러야 합니다. 비판은 상대방을 무너뜨리는 무기가 아니라, 함께 진리에 다가가기 위한 정교한 분석 도구여야 합니다. 세미나를 즐기는 법, 발제하는 법, 사회를 보는 기술 등 구체적인 실전 팁들은 대학원생이나 연구자뿐만 아니라, 협업과 소통이 일상인 직장인들에게도 유용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공부의 완성으로 휴식과 고독을 이야기합니다. 공부는 타인과의 연대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철저히 혼자 남겨지는 과정입니다.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재밌습니다. 쓸데없는 시간이 있어야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그 당장은 쓸데없는 생각이 나중에는 창의적인 생각으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쓸모 있는 일에만 집착하느라 진정한 창의성이 자라날 토양을 황폐화하곤 합니다. 저자는 연구년이나 휴식의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모색을 위한 필수적인 공백으로 봅니다. 잘 쉬는 법을 아는 사람이 공부도 지속할 수 있다는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잊기 쉬운 진리를 일깨워줍니다.





공부한다고 해서 갑자기 인생이 드라마틱 하게 변하거나,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는 인생 역전 만루 홈런은 없다고도 말합니다. 즉각적인 쓸모를 위해서라면 아마 다른 일을 했을 거라는 고백과 함께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공부를 해야 할까요? 갑갑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가 고결함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공부이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탁월함이라는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는 해줍니다. 이미 존재하는 더 나은 것에 대한 감수성을 길러주고, 나아가 보다 나은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할 거라고요.


『공부란 무엇인가』는 공부를 지겨운 노동에서 우아한 유희로, 생존의 도구에서 존엄의 증명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다시 책상 앞에 앉게 될 겁니다. 세상을 이기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가장 지적인 투쟁을 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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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연금 수업 - 연금부터 세금까지 한 권으로 완성하는 노후 준비
이천 지음 / 사농공상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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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노후 준비를 말할 때 우리는 얼마를 모아야 하는가에 집착합니다. 그런데 『벼락치기 연금 수업』은 중요한 것은 금액이 아니라 구조이며, 더 정확히 말하면 시간을 어떻게 나누고 배치하느냐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저자 이천은 30년 넘게 현장에서 직장인과 은퇴 예정자들을 만나며, 같은 연봉을 받았음에도 노후의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사례를 목격해왔습니다. 2,000회 이상의 개인 상담과 500회 이상의 강의를 통해 축적된 그의 결론은 노후는 준비 방식의 차이에서 갈린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연금은 나라의 정책과 이와 연계된 다양한 금융상품, 세금과 수익에 관한 셈법과 전략이 얽혀 있어 약간의 공부가 필요한 영역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연금이라는 복잡한 시스템을 해석하는 사용설명서입니다.


우리가 노후 준비를 미루는 이유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더 큰 장애물입니다. 30년 동안 벌어서 100세 이후까지 완벽하게 대비하는 일은 추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완벽한 준비를 목표로 삼는 순간, 우리는 시작조차 하지 못합니다. 저자는 대신 앞으로 30년 정도의 안정이라는 목표를 세웁니다. 55세 직장인이 100세까지의 모든 비용을 계산하려면 힘듭니다.


적어도 남에게 손 벌리지 않고,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며 살 수 있는 기간만큼 준비해두면 그 뒤는 복리의 보너스가 노후를 지켜준다고 합니다. 85세까지의 안정적인 현금흐름만 확보한다는 목표로 전환하면, 필요한 전략은 훨씬 명확해집니다. 심리적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서 출발합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시대에 싱글의 노후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부양가족이 없다는 것은 자유이기도 하지만, 아플 때 돌봐줄 이가 없다는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끊기지 않는 현금 흐름과 절세라는 방패를 먼저 들라고 조언합니다. 노후 공부는 결국 내 삶의 통제권을 다시 가져오는 과정인 셈입니다.


국민연금은 고갈될지도 모르는 불안한 돈으로 인식되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대한민국에서 인플레이션을 방어하며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는 이보다 우월한 금융상품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벼락치기 연금 수업』에서는 단순히 '낸다'의 개념을 넘어 '어떻게 더 받을 것인가'에 집중합니다. 가정 유지를 노후 준비의 핵심으로 꼽는 대목도 흥미롭습니다. 황혼 이혼으로 인한 연금 분할 리스크를 언급하며, 관계의 자산이 결국 경제적 자산과 직결됨을 꿰뚫어 봅니다.


이어서 노후 필수연금인 연금저축, IRP, ISA라는 절세 삼총사에 대해 짚어봅니다. 저자는 세금 관리가 곧 자산 관리의 본질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소득이 가장 높은 퇴직 직전이야말로 결정세액을 낮추기 위한 절세의 골든타임이라고 합니다.


증권사의 펀드를 추천하는 연금저축펀드, IRP 내 자산 배분 방법, 손실과 수익을 상계해 주는 ISA의 바구니 전략 등 어떻게 조합하고 운용하느냐에 따라 동일한 납입금으로도 은퇴 이후 실제 수령액이 수천만 원 단위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사례로 보여줍니다.





납입 단계까지는 어떻게든 따라가다가, 막상 수령 시점에서 판단을 그르쳐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떤 계좌에서 먼저 인출할지, 연금 소득세를 어떻게 줄일지, 수령 기간과 금액을 어떻게 설계할지 꼼꼼히 짚어줍니다.


75세를 기준으로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합니다. 노후는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건강, 관계, 의미 있는 활동이 결합되어야 비로소 안정이 완성됩니다. 블로그, 콘텐츠 제작, 소규모 사업 등 노후의 새로운 소득 파이프라인도 필요합니다. 연금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삶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돈은 결국 그 시간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수단입니다.


연금 공부를 미루는 것은 미래의 나에게 빚을 지우는 행위입니다. 증권사 앱이 깔리고 900만 원의 세액공제 한도를 채우기 위한 계획을 세워봅니다. 5060의 불안을 현금흐름 설계로 바꾸는 『벼락치기 연금 수업』. 이 책으로 국민연금부터 IRP, 연금저축펀드, ISA, 주택연금까지 전체 연금 구조를 한 번에 파악하고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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