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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엔지니어링 - 모든 장르에 활용 가능한 AI 콘텐츠 전략
김우정 지음 / 생능북스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AI가 소설을 쓰고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시대에 인간 작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야기꾼은 사라질까요? 국내 최초 AI 스토리텔링 전문가 김우정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해 멸종이 아닌 진화라는 해법을 알려줍니다.
저자는 2023년부터 국내에서 가장 먼저 인공지능 스토리텔링을 연구해 온 스토리 엔지니어입니다. 『스토리 엔지니어링』은 이야기를 감성의 영역에서 데이터와 논리의 영역인 엔지니어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1991년 《쥬라기 공원》 제작 당시 스톱 모션의 거장 필 티펫이 CG 영상을 보고 내뱉은 절망적인 고백을 인용합니다. "I think I’m extinct. (나는 이제 멸종했다고 생각합니다.)" 30년간 갈고닦은 기술이 단 몇 분 만에 박물관 유물이 된 순간입니다. 하지만 필 티펫이 자신의 아날로그적 감각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DID(Dinosaur Input Device) 시스템을 개발해 두 번째 오스카를 거머쥐었듯, 우리 역시 AI 스토리 엔지니어로 거듭나야 합니다.
AI 창작의 실패 원인은 나쁜 프롬프트가 아니라, 이야기 구조에 대한 이해 부재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AI는 언어 패턴을 학습한 기계입니다. 창작자가 내러티브의 뼈대를 모르면 AI 역시 허공에 문장을 쌓을 뿐입니다.

저자는 휴리스틱 프롬프팅(Heuristic Prompting)을 소개합니다. 창작자의 직관적인 영감을 AI가 이해할 수 있는 논리적 구조로 변환하는 소통 방식입니다. 영감을 구조화하고, AI와의 대화를 전략적으로 설계하며,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통찰을 발견하는 창작 프로세스 전체를 아우르는 접근법입니다. 기존의 프롬프트 잘 쓰기 접근을 뒤집습니다. 프롬프트는 문장이 아니라 사고의 설계도라는 것입니다.
핵심 방법론은 Chain of Story(CoS) 프레임워크입니다. 생성 제목 → 로그라인 → 인물 → 아웃라인 → 장면 → 시나리오 → 트리트먼트 → 편집의 사슬을 따라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겁니다. 건물을 기초부터 쌓아 올리듯, 이야기도 각 단계의 결과물이 다음 단계의 입력값이 됩니다.
이야기의 사슬 프레임워크가 방법론이라면, 스토리 어시스턴트는 그 방법론을 자동화하고 개인화하는 도구입니다. 매번 처음부터 맥락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AI 파트너를 직접 구축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지식 파일 관리법도 흥미롭습니다. 하나의 거대한 문서 대신, 인물설정·세계관·시간표·스타일가이드를 별도 파일로 분리하고 체계적으로 명명하는 방식입니다. AI가 맥락을 잃지 않도록 하는 메모리 구축인 셈입니다.
영화 시나리오, 드라마 대본, 웹툰 스토리, 숏폼 드라마까지 장르별 실전에 돌입합니다. 장르마다 다른 문법과 구조를 체계적으로 분리해 다루고 있어 유용합니다. 매체별 맞춤 창작 워크플로우를 설계해 소개합니다. AI는 그 문법을 창작자가 먼저 알고 있을 때만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장르에 따라 필요한 챕터만 골라 읽어도 충분한 실용적이지만, 전체를 통독하면 창작자로서의 시야가 확연히 넓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AI 시네마를 위한 제언 챕터에서는 116개국이 참가한 세계 최대 AI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9분짜리 단편 〈LILY〉를 분석합니다. 이 작품에는 로봇도 없고 SF적 설정도 없습니다. AI 기술로 70% 이상을 제작했지만, 심사위원단이 선택한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디지털 도구로 윤리적 메시지를 담은 드라마를 만들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는 K-드라마와 K-영화로 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이미 서사적 경쟁력을 입증한 나라입니다. 이것들은 기술이 아니라 이야기의 힘이었습니다. 한국이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검증받은 것은 감정의 밀도이고, AI는 그 밀도를 더 빠르고 더 다양하게 구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기술적인 방법론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AI가 만든 콘텐츠의 저작권, 창작자의 역할, 윤리적 책임까지 균형 있게 다룹니다.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이야기의 구조를 아는 사람이 AI 시대를 이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스토리 엔지니어링』. 과거에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직접 구현하는 사람이 창작자였다면, 이제는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고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설계하는 사람이 창작자가 됩니다. 이 전환은 생각보다 훨씬 급진적입니다. 질문을 잘하는 사람에서 설계를 잘하는 사람으로, 창작의 중심축이 이동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