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젠 떠날 수 있을까? 동유럽 소도시 한 달 살기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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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것을 보지 않아도 현지의 생활 리듬에 맞춰, 여행을 즐기는 주체인 자신의 행복감을 높이는 여행 한 달 살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은 빡빡한 일정 속에 관광지 코스를 돌아다니는 대신 소도시에 머물며 여유롭게 장기여행을 할 수 있는 트렌드에 더욱 눈길이 갑니다.


동남아 대신 유럽을 여행하고 싶은 로망이 있다면 북유럽의 대체 만족감도 누리고 중세 유럽의 분위기를 듬뿍 만끽할 수 있는 동유럽 소도시 여행은 어떨까요. <동유럽 소도시 한 달 살기>에서는 장기여행지로 각광받는 동유럽 도시들을 소개합니다.


서유럽과는 다른 역사, 문화를 가진 동유럽. 냉전 이후 소련이 주도한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했던 국가들을 일컫는 정치적 의미의 동유럽에서 요즘은 지역적 개념의 동유럽으로 개념이 바뀌었습니다. <동유럽 소도시 한 달 살기>에서는 발트 3국, 폴란드, 체코, 헝가리를 중심으로 한 달 살기 매력을 건져올릴 수 있는 곳을 소개합니다.


한 달 살기라고 했지만 사실 적응기를 생각하면 한 달은 후딱 지나갈만한 기간이기도 합니다. 어떤 한 달 살기를 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고 떠난다면 그저 기간만 길어지는 기존 여행과 다를 바가 없겠지요. 장소만 바뀌는 한 달 살기로 끝내지 않기 위해서는 휴식, 모험, 현지인 사귀기, 문화 체험 등 한 달 살기를 알차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중세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동유럽 소도시. 회색 성벽과 붉은 지붕의 느낌이 정말 좋아서 가이드북으로 만나자마자 반한 에스토니아 탈린. 중세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힐만한 리투아니아의 빌뉴스 서점도 가보고 싶습니다. 아기자기한 소도시 마을의 여유를 만끽하며 도보로 충분히 이동 가능한 곳곳을 누비고 싶어집니다.


한 달 살기를 위해 입국했을 때 미리 파악해야 할 정보들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편의점 수준을 기대하면 안 되니 숙소 도착 시 마트나 슈퍼 위치를 파악해두는 노하우는 기본입니다.


도시 곳곳에서 유적, 박물관을 찾아볼 수 있는 폴란드의 천년고도 크라쿠프는 아우슈비츠와 소금광산을 함께 여행하기 좋은 곳인 만큼 매력적인 한 달 살기 장소인 것 같아요. 발트해 연안 항만 도시 그단스크, 중세 고딕 양식 교회가 가장 잘 보존된 토른의 독일 소도시 분위기, 시내 곳곳에서 난쟁이 조각상 찾는 재미가 쏠쏠한 브로츠와프까지 폴란드의 매력을 잘 담고 있습니다.


체코의 중세 모습이 가장 잘 남아있는 체스키크룸노프는 프라하를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입니다. 정겨운 시골길이 이어진 도시 분위기가 색다릅니다. 카를 4세의 온천이란 뜻을 가진 카를로비 바리의 마시는 온천, 필스너 맥주의 본고장 플젠에서 양조장 투어를, 게다가 프라하에 비해 저평가된 도시지만 추천하고 있는 올로모우츠까지 체코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합니다.


부다페스트의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겔레르트 언덕도 헝가리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동유럽의 역사와 관련한 건축물이 많아 역사 배경까지 알차게 다루고 있으니 보는 재미가 더 쏠쏠합니다.


최대한 많은 곳을 보며 많은 경험을 하는 여행에서 피로도를 느꼈다면 이제는 소확행을 실천하는 여행을 해보세요.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하루하루를 즐기며 현지의 문화를 즐기는 여행,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중세 문화의 정취가 스며든 장소에서 소도시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 <동유럽 소도시 한 달 살기>. 동유럽 여행 시 보편적으로 선호하거나 저평가된 곳을 잘 짚어준 가이드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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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이젠 떠날 수 있을까? 동유럽 소도시 한 달 살기 한 달 살기 시리즈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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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유럽 소도시가 한 달 살기 여행에 이토록 잘 어울린다는 걸 느낄 수 있게 해준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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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여행 - 우리의 여행을 눈부신 방향으로 이끌 별자리 같은 안내서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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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최갑수 저자. 그 수많은 여행지 중 누군가와 손을 잡고 함께 가면 더 좋을 국내 여행지 48곳을 소개한 책 <단 한 번의 여행>. 저자의 대표 시집 <단 한 번의 사랑>과 호흡이 쿵짝인 제목이어서 더 끌립니다.


인생의 행복한 기억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놀았을 때입니다. 즐겁게 놀았던 그 순간의 대부분은 여행이었고요. 그래서 더 잘 살기 위해 조금 더 놀아야 할 것이고, 더 행복하기 위해 더 여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입니다.


10년 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영하 17도의 새벽 6시에 얼어붙은 고속도로를 달려간 곳은 강릉 연곡 보헤미안입니다. 박이추 선생님이 직접 내려줬던 커피 맛은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좋은 사람과 마시는 커피가 맛있습니다.'라는 진심을 알린 박이추 선생님의 말씀만큼은 기억한다고 합니다.


언제부턴가 강릉 커피 투어가 인기를 끌면서 강릉의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많이 생겼죠. 저는 편의점 강릉커피만 마셔봤을 뿐 마지막 강릉행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입니다. 구석구석 개성 강한 카페들이 많은 강릉으로 떠나보고 싶습니다. 강릉뿐만 아니라 강원도에 갈 때마다 찾는다는 하조대 해변도 들러보고 싶어요. 지금은 서피 비치로 불리는 그곳의 이국적인 풍경에 깜짝 놀라 우리나라가 맞는지 싶을 정도였어요.


최갑수 여행작가의 전작에서는 외로움이란 단어를 문득문득 발견했었다면, <단 한 번의 여행>에서는 외로움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엔 아내와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취재로 혼자 가면 재미가 없었던 곳도, 둘이 함께라면 즐거워진다는 걸 보여줍니다. 한양도성길을 아내와 함께 걷는 시간에서는 충만한 여유와 행복감이 스르륵 몰려올 정도입니다.


강원도 횡성에도 멋진 자작나무숲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통나무집을 사랑하는 제 취향을 저격한 숲체원은 작가님도 이곳은 꼭 가보라고 추천하니 도무지 거절할 힘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횡성에 가야 할 이유가 또 있더라고요. 횡성 한우의 고장이잖아요. 돌솥밥과 함께 나오는 한우 해장국 맛집 정보만으로도 군침이 돕니다.


제주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평화로우면서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대평리의 매력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제주 서남부지역을 대표하는 군산오름에도 올라가 보고, 화순곶자왈의 신비한 숲도 만나야 합니다. 향토 상차림을 즐길 수 있는 식당에 들르는 것도 잊으면 안 됩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혜원의 집에서 만끽하는 행복감과 안온함, 혼자만 알고 싶다는 가게들이 가득한 의성의 유쾌한 즐거움, 묘한 풍경을 선사하는 군산 철길마을 등 슬렁슬렁 여행하기 좋은 곳들이 이토록 많다니요.


북적거리는 서울 한복판에도 감성 플레이스는 많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있는 청운공원에서 윤동주 소나무라고 불리는 나무 한 그루 앞에 서서 서울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지리산 둘레길과 해마다 찾는다는 순천만 등 자연을 벗 삼아 다닐 수 있는 국내 여행지도 만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거라고 하지만 저는 못 가본 꽃지해변은 기필코 다녀와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일몰을 보러 말이죠.


힘들고 지쳤을 때 우리를 위로하는 풍경은 대한민국 곳곳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 한 번의 여행>. 단 한 시간 만이라도 혼자 있을 곳이 필요할 때는 공세리 성당으로,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자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싶다면 강구항 새벽 포구를 가라고 합니다. 날씨가 흐린 날에 가도 좋은 담양, 순례길을 걷고 싶다면 '아름다운 순례길'이 있는 전북으로 떠나면 됩니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해동 용궁사, 땅끝 해남, 청도 운문사, 양산 통도사 등 제가 들른 곳들도 소개되어 있는데 저는 뭘 보고 온 건지 의아할 정도로 역시 보는 눈이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작가님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 장소들을 다시 한번 가서 느껴보고 싶습니다.


오늘도 사라지고 있는 하루. 주저하고 망설이는 대신 더 여행하자고. 그래서 더 행복해지자고 하는 <단 한 번의 여행>.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여행작가였다고 고백한 최갑수 저자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직업으로서 여행 가는 걸 싫어했다고 말이죠. 하지만 가족과 함께 느긋하게 이 땅을 여행하다 보니 이제 여행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가족과 함께 숲 여행도 해보고 싶고, 이 땅의 오래된 중국집도 다 다녀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는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문득 떠나고 싶어질 때 달려갈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 <단 한 번의 여행>과 함께 당신도 사랑하는 이와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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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되기의 철학
스티네 옌선.프랑크 메이스터르 지음, 금경숙 옮김 / 생각의집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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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육아에 관해서라면 언제나 다양한 방법론이 나옵니다. 어린이 행복지수가 높다는 북유럽 양육법만 해도 덴마크식 육아, 핀란드식 육아, 스웨덴식 육아 등 끝이 없습니다. 누군가는 부모가 아이를 너무 응석받이로 만든다 하고, 누군가는 부모와 아이를 대등한 입장에 놓고 키워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어떤 교육적 목소리를 따라야 할까요.


네덜란드 문학재단 번역 지원 선정 도서 <부모 되기의 철학>은 일곱 살 딸을 둔 싱글맘 스티네 옌선과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 독립하지 않은 두 아들을 둔 아빠 프랑크 메이스터르가 부모들과 우리 자신이 양육자로서 하는 키잡이 역할을 고민해 보는 것으로 출발합니다.


그들은 철학자입니다. 철학자야말로 갈팡질팡 증후군을 직업병으로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철학하기란 갈팡질팡하며 가늠하는 일이고, 사유의 기초에 회의를 중심에 두는 것이라고 합니다. <부모 되기의 철학>은 철학자로서 이번엔 육아 딜레마 자체에 집중해 육아 문제에 철학이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여정을 보여줍니다.


저자 스티네는 한부모라는 죄책감에 딸에게 선물을 너무 많이 주는 건 아닐까 고민합니다. 너무 버릇없이 키우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단호하게 '안 돼!'라고 말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엄격함 vs 들어주기. 많은 부모가 자신이 선호하는 쪽으로 입장을 취하는데, 그 선택은 다분히 의식적인 선택일까요. 아니면 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인지,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시대정신일까요.


학원, 숙제, 습관 등 양육자로서 실패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저마다 가진 다양한 딜레마. 잠시 엄격하게 대하고 나면 너무 엄하지 않았는지 바로 자문하는 것처럼 올바른 결정을 내리고 있는지 회의감에 빠지는 상황은 다들 겪어봤을 겁니다. <부모 되기의 철학>은 양육에 따라오는 회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입니다. 육아 철학의 역사만 해도 권위적 양육자의 모습과 탈권위적 모습 사이에서 끊임없이 시소를 타고 있습니다.


칸트는 훈육을 강조하며 아이가 서서히 절대적으로 이해하도록 해주어야 하는 정언명령을 양육의 기초에 둡니다. 반면 온건파 로크는 아이의 문제를 그냥 그러다가 지나가는 하나의 단계로 봅니다. 상황에 따라 우리는 이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합니다. 실제 육아에서는 이 두 가지가 일관성 있게 적용하기 힘든 딜레마로 다가옵니다.


나라별 육아서를 파헤치며 육아 딜레마가 당신만의 문제가 아님을 짚어줍니다. 서구의 물렁함과 동양의 엄격함이라는 단순한 구분법으로 적용한 육아서도 많고, 유명인들의 육아서 대부분이 약간은 낄낄대며 그럴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면서 진짜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드러내진 않습니다. 엉뚱하게 처신하는 자신의 모습을 뽐내며 허술한 부모 유형이라는 클리셰 범벅인 육아서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너스레 떨며 낄낄대는 그 속에 바로 딜레마의 아픈 지점이 숨어있음을, 원칙이 있는 육아를 하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건드립니다.


낙제된다고 해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은 채 숙제하기 싫어하는 딸을 둔 사례는 내 아이를 공동체에서 훌륭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으로 키워야 하는지, 아니면 행복한 아이가 되도록 키워야 하는지의 딜레마를 설명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오늘날 자녀 교육은 점점 아이 개개인의 행복에 초점을 맞춥니다. 엄격함 vs 들어주기와 마찬가지로 행복 vs 바람직한 시민의식 사이에서 딜레마가 생깁니다.


이 책에서는 철학자 플라톤과 루소를 마주 세우고 육아의 목표로써 시민의식과 개인 행복 간의 대조를 보여줍니다. 플라톤이라면 학교 숙제 하기를 싫어한다고 해서 행동을 가르치지 않을 까닭은 없다고 말할 겁니다. 숙제를 하게 하고 언젠가 철인이 될 수도 있을 거라며, 불평해서는 안 되고 자신의 지성을 공동체에 바쳐야 한다는 걸 강조할 겁니다. 반면 루소는 숙제할 마음이 없으면, 할 필요 없다고 말할 겁니다. 스스로 우러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고 말이죠. 강요가 없는 만큼 보상도 해주지 않습니다.


저자는 여기에서 무엇이 아이를 바람직한 시민으로 만들고, 무엇이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지 고민합니다. 플라톤과 루소의 중간에 위치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양육 철학도 살펴봅니다. 인간은 꿀벌과 같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자신의 집단 구성원과 잘 지낼 수 있으면 가장 행복하다고 주장합니다. 그에게 행복한 삶이란 무언가를 해낸 삶이며, 전체적으로 성공한 삶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라면 숙제를 하지 않는 아이에게 보상이라는 방법을 사용할 겁니다. 비록 보상 때문에 숙제를 하겠지만, 그러면서 좋은 기분을 알게 될 거고 이후엔 보상이 없어도 오랫동안 좋은 기분으로 숙제를 할 거라고 말입니다.


성별을 두고 양육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젠더 중립적 vs 여자아이, 남자아이 문제입니다. 전형적으로 여성적이라고 딱지 붙는 일이 덜 가치있게 여겨지는 것은 막고 싶다거나, 의사는 항상 남자인 줄 알았다가 여자 의사를 보고서야 그동안 고정적인 성 역할을 따르고 있었음을 인지한 저자들처럼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성 역할에 관한 논쟁은 역사적으로 치열합니다.


<부모 되기의 철학>에서는 보부아르와 버틀러의 시각과 성별 간 두뇌 논쟁, 젠더 중립적 양육이 가장 많이 이행된 스웨덴 육아 모델을 살펴봅니다. 여성이 사고하고 이성적인 존재로 성장하도록 장려하는 페미니스트 교육의 주제는 시몬 드 보부아르에 의해 가시화됩니다. 보부아르는 최초로 성별과 젠더를 엄격하게 분리했습니다. 여성적 또는 남성적이라고 부르는 신체적 징표가 여성적, 남성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문화, 젠더의 의미는 아니라고 말이죠.


남성성과 여성성의 고정관념은 두뇌 혁명과 뇌 과학의 발전으로 생물학주의로 돌아가게 됩니다. 오히려 젠더 중립적 양육을 반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버린 겁니다. 성별 차이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수용하고 인식하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이후 여성성과 남성성의 차이에 관한 선입견을 낱낱이 깨부수는 연구 결과도 있음을 짚어줍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 우리가 내는 성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번번이 드러난 연구처럼, 성 역할에 관한 선입견이 단번에 변하기 어려운 일임은 분명합니다.


육아서를 읽는 이유는 명쾌한 정답을 바라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많은 육아서가 완성된 답변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에게 통하는 단 하나의 방법은 없다는 걸 뼈저리게 깨닫고 여전히 갈팡질팡합니다.


부모가 갈팡질팡한다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자녀의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를 회피하거나 어물쩍 넘어가는 방식의 육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게 바로 철학을 바탕으로 기준을 세우는 일입니다. 상황에 따라 특정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한다면, 결국 표준 전술이 없다는 것에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키를 잡아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부모 되기의 철학>입니다. 이 깨달음의 과정을 그나마 순조롭게, 덜 스트레스 받으며 헤쳐나갈 수 있도록 건설적으로 갈팡질팡 가늠하기를 할 수 있는 팁을 후반부에 정리해 주고 있으니 큰 도움 될 겁니다.


육아는 즐겁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철학자들의 양육법을 번갈아가며 적용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책은 과감하게 갈팡질팡하라고 합니다. 이리저리 재지 않는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철학에서 얻은 팁을 통해 바람직한 원칙을 고민해 보고, 타협을 수용하며 절충하는 기회에 대해 고민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는 걸 알려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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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신들이 섬에 내려오시니 - 코스믹 호러 × 제주설화 앤솔로지
전건우 외 지음 / 들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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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에 의해 본격화된 '우주적 공포' (cosmic horror)는 전설과 그 결이 무척 잘 어우러집니다. 크툴루 신화를 창작한 러브크래프트식 호러가 낯설다면, 괴이한 설화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됩니다.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가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괴담, 호러 전문 출판 레이블이자 한국 호러 문학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괴이학회의 여섯 작가들이 제주 설화를 바탕으로 한국형 코스믹 호러를 만들어냈습니다. <오래된 신들이 섬에 내려오시니>는 제주도 고유 신화, 전설, 민담을 재해석해 독특한 공포를 선사합니다.​ 6인 6색의 공포 단편 모음. 분명 한국이지만 제주도만의 고유한 특색을 간직한 제주 설화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전건우 작가의 <광기의 전원>은 어느 날 새벽에 걸려온 한 통의 전화로 이 모든 일들이 시작됩니다. 오래전에 사라졌던 민속학자 친구. 제주 설화가 실재했던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하던 친구로부터 무려 5년 만에 연락이 온 겁니다. 대뜸 하는 말이 "서천꽃밭으로 가는 길을 발견했네."라니, 드디어 이 친구가 미쳤구나 싶습니다.​


서천꽃밭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펼쳐진 광대무원한 정원입니다. 거기엔 수많은 꽃들이 있는데 기이한 능력을 가졌습니다.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는 생불꽃이 있는가 하면, 사람을 죽이는 멸망꽃도 있습니다. 웃음웃을꽃, 울음울을꽃, 뼈오를꽃 등 이름으로 그 능력을 짐작할 만한 수많은 꽃들이 있는 곳. 서천꽃밭이 상상의 장소가 아니라 진짜 존재하는 걸까요. 제주로 내려간 '나'는 눈빛만은 생생한 친구를 만나 그의 탐사에 동행하지만,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지옥도가 펼쳐집니다.


끝 모를 인간 욕망을 다룬 <광기의 전원>에 이어 전혜진 작가의 <단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둑한 슬픔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펼치는 코스믹 호러인 만큼 공포감 아래에 자리한 억울한 원혼의 비통함이 몰려와 더 스산해지는 기분입니다. 저주라는 미지의 공포와 연결해 제주 4·3 사건을 알리고 있어 울컥하며 인상 깊게 읽은 소설입니다.​


정명섭 작가의 <수산진의 비밀>은 제주로 유배를 간 박시혁의 시선으로 진행합니다. 육지와 여러모로 다른 괴이한 섬이라고 다들 한목소리로 이야기하니 유배살이에 두려움이 스멀스멀 밀려듭니다. 어느 날 수산진 성벽에서 나는 기이한 소리를 들은 데다가 수산진성을 쌓을 때 일어난 인신공양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제주 창조 신화에 등장하는 설문대할망으로부터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하는 형벌을 받은 땅속 깊은 곳에 사는 신에게 재물을 바쳤다는 겁니다.


​미신으로 점철된 이곳이 무척 미개하게만 여겨져 인신공양의 증거를 찾아 공론화하고 이들을 교화시키고픈 사명감에 결국 몰래 성벽을 파헤치는데... 산재물을 바치는 인신공양 설화는 언제 들어도 섬뜩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반전이 도사리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황모과 작가의 <딱 한 번의 삶>은 이어도에서 수백 번의 타임리프를 하는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스스로 생을 놓으려고 작정한 여자가 깨어난 곳은 제주 남쪽 바다 어딘가에 있다고 믿고 있는 전설의 섬 이어도.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깨어난 사람은 여자뿐만 아니라 어린 임산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둘 중 한 명만 이 섬에서 나갈 수 있다? 반복되는 윤회의 지옥을 탈출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이 소설은 지옥의 영겁을 반복하는 주인공이 누구에게나 평범하고 온전한 딱 한 번의 삶이 허락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글이라는 작가의 후기가 울림을 줍니다.​


김선민 작가의 <뱀무덤>은 제주도 김녕사굴 뱀신 신화를 재해석해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을 오마주한 소설입니다. 민속학자인 지도교수와 함께 제주도 출장을 간 대학원생. 제주도에서도 외딴섬에 있는 뱀신 전설이 있는 동굴을 발견한 그들이 동굴 끝에 다다르자 마주한 것은 도무지 인류 문명권에서 만든 건축물이라고 할 수 없는 지하도시입니다. 고대 미지의 도시 앞에서 희열과 두려움을 느낍니다. 인신공양과 뒤를 돌아보지 말라는 금기 사항의 전설이 담긴 이 신화는 어떤 모습으로 재탄생될까요.


사마란 작가의 <영등>은 모두가 가족인 지상낙원을 만든 한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룹니다. 일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들은 모두 함께 작업을 하며 아픈 사람도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마을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영등할망이라 불리는 영등신이 현신해 있다는 이곳으로 시집온 '나'. 현지인들도 이 마을엔 쉽게 들어갈 수 없다는 이곳에서 '나'는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여섯 작가의 작품이 모인 만큼 취향의 온도차는 분명 있지만, 편당 길이가 짧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이승과 저승, 무당, 굿, 인신공양 등 설화에 자리 잡은 소재들은 사실 그 자체로 살짝 가까이하고 싶지는 않은, 께름칙한 느낌이 들긴 했었는데 현실의 인물들과 연결되니 생생하게 소름 끼치는 잔상이 꽤 오래가더라고요. 제주 여행을 가더라도 외진 곳을 걸을 때면 이 이야기들이 문득문득 생각날 것만 같아서 더 아찔해지긴 하네요.​


흔히 알고 있는 서양 신화만큼이나 많은 신들이 있는 제주도 신화의 매력에 빠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제주 설화와 관련된 소재를 만날 기회가 되면 쭉 접해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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