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여행 - 우리의 여행을 눈부신 방향으로 이끌 별자리 같은 안내서
최갑수 지음 / 보다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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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최갑수 저자. 그 수많은 여행지 중 누군가와 손을 잡고 함께 가면 더 좋을 국내 여행지 48곳을 소개한 책 <단 한 번의 여행>. 저자의 대표 시집 <단 한 번의 사랑>과 호흡이 쿵짝인 제목이어서 더 끌립니다.


인생의 행복한 기억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놀았을 때입니다. 즐겁게 놀았던 그 순간의 대부분은 여행이었고요. 그래서 더 잘 살기 위해 조금 더 놀아야 할 것이고, 더 행복하기 위해 더 여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야 할 이유입니다.


10년 전 커피를 마시기 위해 영하 17도의 새벽 6시에 얼어붙은 고속도로를 달려간 곳은 강릉 연곡 보헤미안입니다. 박이추 선생님이 직접 내려줬던 커피 맛은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좋은 사람과 마시는 커피가 맛있습니다.'라는 진심을 알린 박이추 선생님의 말씀만큼은 기억한다고 합니다.


언제부턴가 강릉 커피 투어가 인기를 끌면서 강릉의 새로운 핫플레이스가 많이 생겼죠. 저는 편의점 강릉커피만 마셔봤을 뿐 마지막 강릉행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입니다. 구석구석 개성 강한 카페들이 많은 강릉으로 떠나보고 싶습니다. 강릉뿐만 아니라 강원도에 갈 때마다 찾는다는 하조대 해변도 들러보고 싶어요. 지금은 서피 비치로 불리는 그곳의 이국적인 풍경에 깜짝 놀라 우리나라가 맞는지 싶을 정도였어요.


최갑수 여행작가의 전작에서는 외로움이란 단어를 문득문득 발견했었다면, <단 한 번의 여행>에서는 외로움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엔 아내와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이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취재로 혼자 가면 재미가 없었던 곳도, 둘이 함께라면 즐거워진다는 걸 보여줍니다. 한양도성길을 아내와 함께 걷는 시간에서는 충만한 여유와 행복감이 스르륵 몰려올 정도입니다.


강원도 횡성에도 멋진 자작나무숲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통나무집을 사랑하는 제 취향을 저격한 숲체원은 작가님도 이곳은 꼭 가보라고 추천하니 도무지 거절할 힘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횡성에 가야 할 이유가 또 있더라고요. 횡성 한우의 고장이잖아요. 돌솥밥과 함께 나오는 한우 해장국 맛집 정보만으로도 군침이 돕니다.


제주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평화로우면서 낭만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대평리의 매력을 풀어놓고 있습니다. 제주 서남부지역을 대표하는 군산오름에도 올라가 보고, 화순곶자왈의 신비한 숲도 만나야 합니다. 향토 상차림을 즐길 수 있는 식당에 들르는 것도 잊으면 안 됩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혜원의 집에서 만끽하는 행복감과 안온함, 혼자만 알고 싶다는 가게들이 가득한 의성의 유쾌한 즐거움, 묘한 풍경을 선사하는 군산 철길마을 등 슬렁슬렁 여행하기 좋은 곳들이 이토록 많다니요.


북적거리는 서울 한복판에도 감성 플레이스는 많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언덕이 있는 청운공원에서 윤동주 소나무라고 불리는 나무 한 그루 앞에 서서 서울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지리산 둘레길과 해마다 찾는다는 순천만 등 자연을 벗 삼아 다닐 수 있는 국내 여행지도 만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가봤을 거라고 하지만 저는 못 가본 꽃지해변은 기필코 다녀와야겠습니다. 아름다운 일몰을 보러 말이죠.


힘들고 지쳤을 때 우리를 위로하는 풍경은 대한민국 곳곳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 한 번의 여행>. 단 한 시간 만이라도 혼자 있을 곳이 필요할 때는 공세리 성당으로,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자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싶다면 강구항 새벽 포구를 가라고 합니다. 날씨가 흐린 날에 가도 좋은 담양, 순례길을 걷고 싶다면 '아름다운 순례길'이 있는 전북으로 떠나면 됩니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해동 용궁사, 땅끝 해남, 청도 운문사, 양산 통도사 등 제가 들른 곳들도 소개되어 있는데 저는 뭘 보고 온 건지 의아할 정도로 역시 보는 눈이 다르구나 싶더라고요. 작가님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 장소들을 다시 한번 가서 느껴보고 싶습니다.


오늘도 사라지고 있는 하루. 주저하고 망설이는 대신 더 여행하자고. 그래서 더 행복해지자고 하는 <단 한 번의 여행>.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여행작가였다고 고백한 최갑수 저자의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직업으로서 여행 가는 걸 싫어했다고 말이죠. 하지만 가족과 함께 느긋하게 이 땅을 여행하다 보니 이제 여행이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가족과 함께 숲 여행도 해보고 싶고, 이 땅의 오래된 중국집도 다 다녀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는 작가님을 응원합니다. 문득 떠나고 싶어질 때 달려갈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한 <단 한 번의 여행>과 함께 당신도 사랑하는 이와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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