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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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엘 파이스》의 데이터 저널리즘 팀을 이끄는 키코 야네라스의 『직관과 객관』. 직관의 늪에서 당신을 구원할 8가지 이성의 규칙을 소개합니다.


2024년 〈비센테 베르두 언론 혁신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입증한 저자는 수치 속에 숨겨진 뜨거운 인간의 삶을 읽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그는 데이터는 지루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낡은 사고 회로를 최신 데이터 리터러시 엔진으로 교체할 시간입니다.


복잡한 사건이 터지면 즉각적으로 범인을 찾거나 단일한 원인을 지목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거든요. 『직관과 객관』은 세상이 그렇게 명쾌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객관성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특히 기후 위기나 사회적 갈등 같은 문제에서 우리는 책임의 분산이라는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연루된 탓에 책임을 가볍게 넘겨 버리기 쉽다고 말이죠.





우리가 마주한 시스템의 복잡성을 정확히 꼬집습니다. 만물은 변덕스럽고, 원인은 또 다른 원인을 낳으며 순환합니다. 이를 창발성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개별 요소들의 합보다 더 큰,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나타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명료한 정답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본질을 꿰뚫어 볼 준비가 되는 거라고 말입니다.


데이터는 현대의 새로운 언어입니다. 저자는 숫자를 세상을 해석하는 강력한 문해력으로 정의합니다. 게다가 숫자를 다루는 기술이 거창한 고등 수학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보의 한가운데서 수치 놀음 뒤에 숨겨진 맥락을 읽어내는 감각이 핵심입니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가장 큰 오류 중 하나는 내가 본 것이 전부라고 믿는 것입니다. SNS 피드에 올라오는 화려한 일상들이나, 특정 커뮤니티의 여론이 마치 세상의 전체 의견인 양 착각하는 선택 편향에 대해 경고를 보냅니다.


결국 낙관과 의혹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우리가 보고 있는 데이터가 과연 세상의 축소판이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는 것은 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늘어나면 살인 사건도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면, 아이스크림이 살인을 유발하는 걸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여름이라는 공통 원인이 있을 뿐입니다.


리처드 맥엘리스는 어떠한 통계 기법도 원인 추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통계 기법은 연관성만을 이해할 뿐이라고 말입니다. 무엇이 어떠한 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가를 가정하고, 이에 따라 타당한 인과 모델을 구성하는 일이 인간의 몫인 겁니다.


숫자는 현상을 보여줄 뿐, 그 이면의 '왜'를 설명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통찰력입니다. 우리는 반쪽짜리 관점에 매몰되지 않도록 인과관계의 복잡성을 기꺼이 수용하는 태도를 갖춰야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노력을 강조하지만, 저자는 운이라는 변수를 무시하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합니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핫핸드 신화(한 번 슛을 성공하면 계속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나 소수의 법칙이 낳는 착각은 우리가 우연을 필연으로 오해하게 만듭니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에서 실력과 운을 분리해낼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객관성입니다. 우리는 행간의 공백을 읽어내야 하며, 때로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합쳐져 제로가 되는 우연의 장난 속에서 겸허함을 배워야 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스타 예언자들을 경계하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정해진 결말을 원하지만, 사실은 안개 자욱한 확률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과 같습니다.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현대적 이성의 정수입니다. 모든 선택에는 비용이 따르며, 최선의 선택이란 결국 상충하는 가치들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임을 시사합니다.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아주 빠르게 결론을 내리도록 진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직관적 오류를 범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잘못된 확신이라도 있어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묻는 저자의 질문이 인상 깊었습니다.


키코 야네라스의 지적 탐험이 닿는 종착역은 인본주의입니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 진실이 아닙니다. 진실을 찾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정교한 지도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저자는 도구적 이성의 비정함을 경계하며, 정량적 분석이 인간 소외가 아닌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직관과 객관』은 정보 과잉의 시대에 나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생존 지침서입니다. 누구나 데이터 리터러시를 배울 수 있고, 배워야 합니다. 직관이라는 달콤한 유혹에서 한 걸음 물러나, 데이터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세요. 그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겠지만, 동시에 훨씬 더 경이롭고 인간적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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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전연명의향서 - 죽음을 인식하면 삶은 다시 정의된다
김지수 지음 / 북루덴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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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조금 무겁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가벼워질 수 있는 방법 『나의 사전연명의향서』. 김지수 저자는 오랜 시간 대학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삶의 가장자리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생명들을 취재해온 기자입니다. 우리는 죽음을 삶의 반대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죽음을 인식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완전히 다시 정의된다고 말합니다. 이 책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묻는 듯 보이지만, 실은 어떻게 살아야 후회가 적을 것인가에 대한 기록입니다.


젊은 나이에 중증 우울증이라는 벽에 부딪힌 김지수 저자. 기자로서 치열하게 질주하며 아버지의 몫까지 잘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스스로를 채찍질해온 결과였습니다. 내면 깊숙한 곳에는 스무 살 무렵부터 목격한 아버지의 투병이 거대한 빙하처럼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정체불명의 희귀 근육계 질환으로 서서히 육체가 감옥이 되어가던 아버지. 저자는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짊어질 수 없는 인간의 한계와 그 비극을 외면하고서라도 살아가야만 했던 청춘의 죄책감이 뒤섞인 감정으로 살아냅니다.





이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오프라 윈프리의 고백을 인용하며 무조건적인 행복 강박 대신 행복하지 않아도 존엄할 수 있다는 새로운 선택지에 다가섭니다. 행복을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인생을 대충 살진 않는다고 말입니다. 행복이 필수가 아닌 세상, 하지만 나다운 존엄은 포기할 수 없는 세상. 저자는 우울을 통해 비로소 어떻게 행복할 것인가라는 식상한 질문을 버리고, 어떻게 존엄하게 살고 죽을 것인가라는 본질을 마주합니다.


『나의 사전연명의향서』에서는 기자 특유의 정교한 관찰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대학병원 중환자실은 생명을 연장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인간의 정체성이 가장 잔인하게 지워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묘사하는 병동의 풍경은 디스토피아 소설의 한 장면 같습니다.


"‘죽음이 이렇게 신속하게, 효율적으로 처리되는 일인가?’ 이동용 베드가 화물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걸 바라보며 들었던 생각이다. 그가 사용한 병상은 어느새 정리됐고 하얀 린넨이 깔렸다. 나는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을 넋 나간 듯 바라봤고, 다른 환자들의 보호자들도 비슷했다."라고 고백합니다. 효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자행되는 존엄의 거세입니다. 기계적으로 교체되는 하얀 린넨은 한 인간의 우주가 소멸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은 아무런 동요 없이 돌아간다는 상징입니다.


저자는 목에 관을 꽂고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환자들을 밀랍 인형에 비유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명 연장이 실제로는 고통의 연장이자 자기 결정권의 상실일 수 있음을 고발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질문과 마주합니다.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을 삶이라 부를 수 있는가? 나의 가치관과 방식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에서의 연명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죽고 싶은 마음에서 죽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어떻게 생을 마칠지, 눈 감는 순간까지 지키고 싶은 당신의 정체성, 당신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립돼 있다면 삶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삶의 유한함, 그 끝이 언제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을 짚어줍니다. 지금 내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이죠.


저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라는 법적 장치를 소개하면서도 여전히 현장에서 벌어지는 콧줄 삽입 같은 고통스러운 관행이 환자의 존엄을 어떻게 훼손하는지  짚어줍니다. 더불어 스위스를 비롯한 해외의 의사 조력사망 제도를 소개하며 우리 사회의 경직된 논의에 균열을 냅니다.


『나의 사전연명의향서』는 우리 개개인이 나다운 얼굴로 마지막을 맞이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호스피스와 완화의료의 강화는 결국 사회가 한 개인의 마지막 자존심을 어디까지 지켜줄 수 있느냐에 대한 척도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죽음이 남의 일이 아닐 때 비로소 질문이 날카로워진다는 사실을 체감합니다. 어머니는 작년에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때 어머니의 소망은 병실에서 딸 고생 안 시키고 잘 가야 한다는 그 마음뿐이셨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연명의료 중단 제도는 생각했던 것보다 간극이 컸습니다. 병실에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하고 죽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게 현재 제도거든요. 저자는 한국 사회가 연명의료 중단의 범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도적 사각지대를 짚는 문제 제기입니다. 핵심은 선택권입니다. 누구도 존엄하지 않은 마지막을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상상 속의 재회를 나눕니다. 상상 속 아버지와의 대화는 과거의 아픔에 대한 저자의 뒤늦은 위로이자, 동시에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약속입니다.


"나의 글이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더욱 존중할 수 있는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존엄한 삶의 출발점은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며, 존엄한 죽음도 결국 그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공감했으면 좋겠다." - p221


생의 마침표를 미리 찍어보는 일은 남은 문장들을 가장 아름답게 수놓기 위한 가장 용기 있는 선택입니다. 『나의 사전연명의향서』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적인 철학으로 바꿔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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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라이트 2026 먼슬리 플래너 (스프링) 미니라이트 2026 플래너
솜씨연구소 지음 / 솜씨컴퍼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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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연말연초에 두툼한 다이어리를 구입하며 장대한 결심을 하지만, 지금쯤이면 벌써 빈 공간으로 남긴 채 들여다보지 않는 분이 속출하고 있을 겁니다. 저는 2026 다이어리를 휴대성 좋은 미니 사이즈로 이미 사용하고 있는데, 주제를 나눠 분리해서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솜씨연구소의 미니라이트 플래너 버전은 이런 제 기대에 딱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손보다는 작은 크기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록하기에 빡빡하지 않은 완벽한 사이즈입니다. 분명 크기는 작은데 폰트가 가독성이 좋은지, 숫자가 무척 선명하게 보여 완전 만족스러워요. 2페이지에 걸쳐 시원하게 펼쳐진 2026년 전체 캘린더와 연간 체크리스트는 일반 다이어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음력과 절기도 잘 표기되어 있고, 공휴일은 눈에 띄는 색으로 표시되어 있어 직관적입니다.





제가 탁상 달력을 살 때도 무조건 살펴보는 부분이 바로 직전달, 다음 달 달력이 보기 좋게 표기되어 있느냐입니다. 미니라이트 먼슬리 플래너가 이걸 충족하고 있어 좋았습니다. 단정한 레이아웃은 군더더기 없습니다. 먼슬리 페이지 다음에는 메모할 수 있는 페이지가 꽤 넉넉히 들어있습니다. 아래엔 페이지 넘버링도 되어 있어 독특하더라고요. 먼슬리 날짜칸에 p.10이라고 적어두기만 해도 되니 편리합니다.


PP 반투명 커버 덕분에 마찰과 오염을 막아주면서도 작은 수첩이 더욱 탄탄해지는 느낌입니다. 내지도 적당히 도톰해서 중성펜으로 써도 비침이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메인 다이어리가 모든 것을 담는 블랙박스 역할을 한다면, 미니라이트 플래너는 서브 플래너로 자녀 스케줄 관리, 건강 관리, 업무용 프로젝트 등 용도별로 활용하기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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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읽는 명상록 : 『명상록』 필사집 - 치열한 삶의 전선에서 새기는 의지의 문장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원작, 박찬국 편역 / 21세기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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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쏟아지는 알림 설정과 타인의 시선이라는 파도 속에서 나라는 작은 조각배를 지키느라 고군분투하고 계시진 않나요? 로마 제국의 가장 높은 곳에서 전장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 써 내려간 생존 기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매일 아침 자신을 다독이고 채찍질했던 수련의 흔적입니다. 서울대 철학과 박찬국 교수의 편역으로 재탄생한 『손으로 읽는 명상록 : 명상록 필사집』은 황제의 문장을 내 삶에 새겨 넣는 필사책입니다.


마음이 어지러울수록 본질로 돌아가야 합니다. 2천 년 전 전장의 천막 안에서 등불을 밝히고 일기를 쓰던 황제의 마음으로 펜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이 책은 불안을 바로 해결해주는 마법 지팡이는 아니지만, 굴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의 요새를 짓는 정직한 설계도가 되어줍니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길까라며 세상을 원망합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전쟁, 반란, 전염병이 창궐하던 시대를 살았습니다. 황제라는 직책은 감당하기 버거운 책임의 연속이었습니다. 박찬국 교수는 여기서 니체의 운명애(Amor Fati)를 소환합니다.


니체와 아우렐리우스는 시대를 달리하지만, 공통적으로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어진 조건이 최선'임을 인정하라고 조언합니다. 자포자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나에게 닥친 고난을 삶이라는 예술 작품의 필수 재료로 받아들이는 능동적인 긍정입니다. 필사를 하며 문장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면, 날 선 원망이 가라앉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깁니다. 운명에 끌려가는 노예가 아니라, 운명의 고삐를 쥐는 주인이 되는 첫걸음인 셈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음'을 갈구합니다. 이번 승진만 하면, 저 차만 사면 행복해질 거라 믿으면서요. 스토아 철학의 관점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아우렐리우스는 행복의 거처를 외부가 아닌 내면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합니다. 박찬국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빌려와 이 개념을 들여다봅니다. 행복은 소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기능인 이성을 탁월하게 발휘할 때 찾아온다는 겁니다. 아우렐리우스에게 행복은 자족이라는 난공불락의 요새를 짓는 일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끊임없이 타인의 화려한 일상을 전시하며 우리의 자족을 방해합니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공포가 만연한 시대에, 아우렐리우스는 진정한 휴양지는 바로 당신의 영혼 안에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필사는 이 내면의 요새를 한 땀 한 땀 쌓아 올리는 작업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남들의 부를 부러워하기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나의 판단력을 가다듬는 즐거움을 가르쳐줍니다.


우리의 마음은 늘 시끄럽습니다.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이 뒤섞여 현재를 갉아먹습니다. 아우렐리우스는 전장의 한가운데서 어떻게 평정을 유지했을까요? 그는 아파테이아(Apatheia), 즉 부동심을 강조했습니다. 박찬국 교수는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와 연결합니다. 모든 것이 오직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동양의 지혜가 로마 황제의 사유와 맞닿아 있는 지점입니다. 불안은 대개 나의 이익이 침해받을까 두려워할 때 극대화됩니다. 하지만 아우렐리우스는 시야를 넓혀 공동체의 이익과 보편적 이성에 집중하라고 권합니다. 나라는 작은 자아의 감옥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평온이 찾아옵니다.





우리가 겪는 큰 고통 중 하나는 평판입니다. 좋아요 숫자에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타인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밤잠을 설치기도 합니다. 쇼펜하우어의 '인정 비판'과 결을 같이 하는 아우렐리우스의 관점을 만나게 됩니다. 황제는 말합니다. 당신을 칭찬하는 사람도, 비난하는 사람도 곧 죽어 사라질 존재들입니다. 그들의 덧없는 입술에 내 가치를 맡기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요? 진정한 평가는 오직 자기 자신의 이성 앞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타인의 인정을 구걸하는 행위는 내 행복의 스위치를 남에게 넘겨주는 행위입니다. 필사를 통해 우리는 그 스위치를 회수해 옵니다. 나는 내 가치를 안다는 확신은 겸손하지만 강력한 방패가 되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갈 담력을 줍니다.


『손으로 읽는 명상록』으로 박찬국 교수의 안내를 따라 니체, 아리스토텔레스, 원효, 쇼펜하우어라는 거장들의 사유와 아우렐리우스의 문장을 교차하며 생각하고 쓰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스스로를 구원하는 철학자로 성장합니다. 늘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책을 읽을 시간, 사색할 시간, 나를 돌아볼 시간은 늘 부족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아우렐리우스는 묻습니다. 정말 우리에게 시간이 없는 것일까요, 아니면 마음의 우선순위가 뒤엉킨 것일까요?


바쁘다는 핑계로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소홀했거나, 정작 다스려야 할 내 안의 감정들은 방치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명상록 필사는 내 삶의 불필요한 소음들을 걷어내고 지금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가려내는 과정이 됩니다. 생각의 속도를 늦추고, 펜 끝에 마음을 실어 단단한 기준을 세울 수 있게 도와주는 『손으로 읽는 명상록 : 명상록 필사집』. 빠르게 소비하는 문장이 아니라, 천천히 살아보게 하는 문장들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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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끝내는 재테크 용어사전 - 재테크가 막막한 당신을 위한 초보탈출 가이드
주정엽 지음 / 리프레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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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우리는 매일 경제 뉴스를 접합니다. 금리, 환율, 증시, 부동산 정책까지 정보는 넘칩니다. 그런데도 투자 앞에서 늘 불안해지는 이유는 그 정보들을 이해의 문장으로 바꾸지 못해서입니다.


재테크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해석의 언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는 금융투자 전문가 주정엽 저자. 투자라는 거대한 대륙에 발을 들이면서 정작 그 나라의 말(용어)을 배우지 않았으니, 지도(뉴스)를 봐도 길을 잃는 것이 당연합니다.


주정엽 저자의 『한 권으로 끝내는 재테크 용어 사전』은 단어의 뜻만을 나열한 사전이 아닙니다. 돈의 본질을 탐구해온 저자가 건네는 실전용 통역기입니다.


주식 시장에 처음 뛰어든 이들을 괴롭히는 건 주가의 등락보다 생소한 시스템 용어들입니다.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를 켰을 때 마주하는 예수금, 증거금, 미수금 같은 단어들은 초보자들에게 낯설기만 합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재무제표를 읽는 시각입니다. 대개 PER이나 PBR을 숫자로 치부하고 넘기기 일쑤지만, 주정엽 저자는 이를 기업의 태도 성장 철학으로 치환해 설명합니다. PER(주가수익비율)을 설명할 때도 시장이 이 기업의 미래 가치에 얼마나 많은 프리미엄(기대치)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를 나타내는 온도계로 해석하니 이해가 쏙쏙 됩니다.


PER이 낮다고 무조건 저평가라 판단하는 오류를 짚으며, 산업 특성과 성장률을 함께 보지 않으면 착시가 생긴다고 설명합니다. 숫자를 맹신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숫자를 해석하는 관점으로 이끕니다.


이 책은 용어를 외우게 하지 않고 실전 상황에 대입합니다. 호가창을 읽는 법, 체결과 미체결의 차이가 매수 타이밍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까지 연결해 설명합니다. 투자 앱을 다루는 감각 자체가 달라집니다.


부동산은 재테크의 꽃이자,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위험이 도사리는 곳입니다. 이 책은 내 집 마련이라는 서사 속에 숨겨진 법적·경제적 안전장치들을 꼼꼼하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전세나 월세 개념을 넘어, 등기부등본상의 근저당권이나 대항력, 우선변제권이 왜 내 전 재산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지를 사례로 짚어줍니다. 전용면적과 공급면적의 차이를 이해하면 같은 평형이라도 체감 가치가 달라집니다. 집값의 본질은 인테리어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재개발과 재건축, 그리고 경매라는 심화 영역도 파고듭니다. 부동산을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자 자산 가치의 총합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관점이 돋보입니다. 재개발의 비례율, 권리가액을 이해하지 못하면 수익률 계산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부동산 투자를 시간과 법을 다루는 기술로 정의합니다. 감각이 아니라 구조를 공부하라는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많은 투자자가 종목 분석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정작 시장 전체를 흔드는 금리와 인플레이션에는 무관심합니다. 주정엽 저자는 금융 경제 파트에서 돈의 흐름을 읽는 안목을 길러줍니다.


장단기 금리 역전을 경기 예측의 마술 도구처럼 소비하는 태도를 경계하며, 금리 사이클과 유동성 흐름 속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피벗, 테이퍼링 같은 용어가 등장할 때 시장이 왜 요동치는지 구조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뉴스를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환율이 오를 때 외화 보유고를 걱정하는 국가적 관점뿐만 아니라, 내 포트폴리오에서 환차익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개인적 관점까지 연결해 주기 때문입니다. 거시경제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그 파도를 타고 나아가는 법을 전수합니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과 코인 파트도 도움됩니다.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외면하거나, 혹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무작정 뛰어드는 이들에게 기술적 가치와 리스크의 공존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차이부터 시작해 레이어 1, 레이어 2, Web 3.0 같은 미래 지향적 개념들을 정리합니다.


온체인 데이터라는 것도 배우게 되었는데요. 주식에 재무제표가 있다면, 코인에는 블록체인 상의 기록이 있다는 겁니다. 고래 지갑 추적이나 도미넌스 분석을 통해 시장의 큰 흐름을 읽는 법을 알려주며, 소문이나 감에 의존하는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경고합니다.


DeFi(탈중앙화 금융)와 NFT 파트에서는 새로운 수익 파이프라인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스테이킹이나 유동성 공급 같은 개념을 통해 잠자고 있는 디지털 자산을 깨우는 방법을 제시하면서도, 임퍼머넌트 로스(비영구적 손실)나 러그풀(먹튀) 같은 리스크를 파고듭니다.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도 결국 승리하는 자는 원칙과 분석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일관된 메시지가 돋보입니다.


경제 뉴스를 봐도 까막눈이 된 기분을 느끼는 사회초년생, 감에 의존한 투자로 지친 개미 투자자에게 추천합니다. 저도 제 아이의 금융 감각을 높이기 위해 함께 읽으며 배워나가려 합니다.


재테크 입문서이자 투자 문해력 교본 『한 권으로 끝내는 재테크 용어 사전』. 재테크의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언어의 힘입니다.


용어를 아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뽐내기 위함이 아니라, 불안과 비교에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기 위함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책입니다. 남들이 좋다는 종목에 휩쓸리지 않고, 뉴스의 이면을 해석하며, 내 돈의 향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 그 자유야말로 이 책이 주는 진정한 배당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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