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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관과 객관 - 과잉 정보의 시대, 본질을 보는 8가지 규칙
키코 야네라스 지음, 이소영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엘 파이스》의 데이터 저널리즘 팀을 이끄는 키코 야네라스의 『직관과 객관』. 직관의 늪에서 당신을 구원할 8가지 이성의 규칙을 소개합니다.
2024년 〈비센테 베르두 언론 혁신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입증한 저자는 수치 속에 숨겨진 뜨거운 인간의 삶을 읽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그는 데이터는 지루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우리의 낡은 사고 회로를 최신 데이터 리터러시 엔진으로 교체할 시간입니다.
복잡한 사건이 터지면 즉각적으로 범인을 찾거나 단일한 원인을 지목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거든요. 『직관과 객관』은 세상이 그렇게 명쾌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부터가 객관성의 시작이라고 합니다.
특히 기후 위기나 사회적 갈등 같은 문제에서 우리는 책임의 분산이라는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연루된 탓에 책임을 가볍게 넘겨 버리기 쉽다고 말이죠.

우리가 마주한 시스템의 복잡성을 정확히 꼬집습니다. 만물은 변덕스럽고, 원인은 또 다른 원인을 낳으며 순환합니다. 이를 창발성의 관점에서 바라봅니다. 개별 요소들의 합보다 더 큰, 예측 불가능한 결과가 나타나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비로소 명료한 정답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본질을 꿰뚫어 볼 준비가 되는 거라고 말입니다.
데이터는 현대의 새로운 언어입니다. 저자는 숫자를 세상을 해석하는 강력한 문해력으로 정의합니다. 게다가 숫자를 다루는 기술이 거창한 고등 수학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정보의 한가운데서 수치 놀음 뒤에 숨겨진 맥락을 읽어내는 감각이 핵심입니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가장 큰 오류 중 하나는 내가 본 것이 전부라고 믿는 것입니다. SNS 피드에 올라오는 화려한 일상들이나, 특정 커뮤니티의 여론이 마치 세상의 전체 의견인 양 착각하는 선택 편향에 대해 경고를 보냅니다.
결국 낙관과 의혹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면, 우리가 보고 있는 데이터가 과연 세상의 축소판이 맞는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혼동하는 것은 데이터 분석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실수입니다.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늘어나면 살인 사건도 늘어난다는 통계가 있다면, 아이스크림이 살인을 유발하는 걸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여름이라는 공통 원인이 있을 뿐입니다.
리처드 맥엘리스는 어떠한 통계 기법도 원인 추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통계 기법은 연관성만을 이해할 뿐이라고 말입니다. 무엇이 어떠한 결과를 유발할 수 있는가를 가정하고, 이에 따라 타당한 인과 모델을 구성하는 일이 인간의 몫인 겁니다.
숫자는 현상을 보여줄 뿐, 그 이면의 '왜'를 설명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통찰력입니다. 우리는 반쪽짜리 관점에 매몰되지 않도록 인과관계의 복잡성을 기꺼이 수용하는 태도를 갖춰야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노력을 강조하지만, 저자는 운이라는 변수를 무시하지 말라고 충고하기도 합니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핫핸드 신화(한 번 슛을 성공하면 계속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나 소수의 법칙이 낳는 착각은 우리가 우연을 필연으로 오해하게 만듭니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에서 실력과 운을 분리해낼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진정한 객관성입니다. 우리는 행간의 공백을 읽어내야 하며, 때로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합쳐져 제로가 되는 우연의 장난 속에서 겸허함을 배워야 합니다.
미래를 예측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스타 예언자들을 경계하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정해진 결말을 원하지만, 사실은 안개 자욱한 확률의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과 같습니다.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 현대적 이성의 정수입니다. 모든 선택에는 비용이 따르며, 최선의 선택이란 결국 상충하는 가치들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과정임을 시사합니다.

우리의 뇌는 생존을 위해 아주 빠르게 결론을 내리도록 진화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직관적 오류를 범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잘못된 확신이라도 있어야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묻는 저자의 질문이 인상 깊었습니다.
키코 야네라스의 지적 탐험이 닿는 종착역은 인본주의입니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 진실이 아닙니다. 진실을 찾기 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가장 정교한 지도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저자는 도구적 이성의 비정함을 경계하며, 정량적 분석이 인간 소외가 아닌 인간을 더 깊이 이해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직관과 객관』은 정보 과잉의 시대에 나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생존 지침서입니다. 누구나 데이터 리터러시를 배울 수 있고, 배워야 합니다. 직관이라는 달콤한 유혹에서 한 걸음 물러나, 데이터라는 안경을 쓰고 세상을 다시 바라보세요. 그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겠지만, 동시에 훨씬 더 경이롭고 인간적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