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몽냥처럼 - 웹툰보다 더 내밀하고 사랑스러운 몽냥 에세이
몽냥 이수경 지음 / 꿈의지도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혼 N년차이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긴 신혼을 보내며 몽글몽냥 결혼 일상을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보여주고 있는 화제의 인스타툰 꽁냥꽁냥 몽냥툰. 웹툰보다 더 내밀한 글이 더해진 <사랑한다면 몽냥처럼> 몽냥에세이로 찾아왔습니다.


외강내유형 냥이와 냥이 한정 애교쟁이 순둥이 몽이의 결혼 일상을 그린 <사랑한다면 몽냥처럼>. 팍팍한 세상살이에 결혼도 사랑도 사치라고 생각하는 요즘 시대에 꽁냥꽁냥 신혼 일상이 남의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합니다. 내 몸 하나 돌보기도 바쁜 생활 속에 나도 모르게 배인 외로움과 우울을 안아주는 사랑을 믿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결혼과 삶의 밝은 면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일러스트레이터 몽냥 이수경 저자 역시 결혼은 다음 생애를 외치던 비혼주의에서 우연한 사랑을 하게 되었고, 결혼 N년차에 이르렀습니다. 박터지게 싸우는 날도 있고 등 돌리는 날도 있었지만, 마음이 메마르고 정신적 피로감이 쌓인 사람들에게 휴식이 되어줄 그림을 그리다 보니 일상도 귀엽고 밝게 바라보게 되더라고 고백합니다.


날카롭고 거칠어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게 만드는 마법 같은 몽냥툰. 귀엽고 사랑스럽고 따스하게 다가옵니다. 신혼은 이미 지났지만 여전히 신혼처럼 고소하게 지내는 몽냥의 이야기에서 바람직한 결혼생활 마인드를 배우기도 합니다.


서로에게만은 무장해제된 모습이 나올 수 있는 부부 사이. "사랑은 단단하고 뾰족한 마음을 무르고 둥글게 만든다."는 걸 경험하며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어 봅니다.


절대 결혼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던 만큼 누군가에겐 결혼은 불행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누구를 만나 어떻게 사랑을 이루어 가느냐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이제는 믿고 있다고 합니다.


"나는 여전히 나인데 뭐가 이렇게도 달라진 건지. 생각해보면 철저히 나 홀로 살던 세상이 둘로 합쳐지면서 세상의 온도가 달라졌다." - 책 속에서 


연애 땐 서로 정말 닮은 취향이라고 생각했건만, 결혼 후엔 어찌나 다른지. 몽냥의 결혼 생활 수칙은 작은 일은 작고 가볍게 넘어가는 게 좋다는 것입니다. 치약 짜기, 뒤집어진 양말 등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수없이 발견되지만, 버럭 댈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어찌 보면 맞춰간다는 건 별것 아닐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서로가 싫어하는 걸 알아주고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되는 거니까요. 너무 안 맞는다고 난리 치며 싸웠던 것들이 지나고 나면 싸운 이유를 기억조차 하지 못할 만큼 사소한 것들이라는 것을.


사랑한다면서 정작 상대가 그토록 싫다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면, 작은 균열이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될 겁니다. 사소한 주의를 기울이며 서로 한 발짝 양보하는 마음. 이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결혼 생활일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올바른 사랑에 대한 책임이 아닐까 묻습니다.


다행히 몽냥이네는 몽이의 성격 덕분에 열폭하는 냥이와의 싸움이 멈추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부러운 지점이지요. 몽이 덕분이라는 걸 인정하면서, 사랑한다고 항상 생각이 똑같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이해하게 된 냥이의 성장하는 마음가짐이야말로 저는 배울만한 지점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결혼 그 자체가 어떤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 나의 정서적인 문제를 타인이 해결해 주길 바라서는 안된다는 걸 깨달으며 힘들 때 결국 힘을 내야 하는 건 스스로라는 걸 배워나가는 성장 마인드는 결혼생활에서도 키포인트입니다.


저마다 다른 결혼생활을 하기에 결혼에 대한 이런저런 남들의 훈수를 새겨들을 필요는 없다고 조언하기도 합니다. 결혼도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인생의 무수한 선택 중 하나이니까요. 물론 살아보면 다르다는 말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부부로서 최소한 지켜야 하는 것들을 함께 지켜나가지 않으면 실패하고 마는 어려운 결혼생활입니다.


이인삼각 경기와도 같은 결혼생활. 서로 성장하며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혼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보면 좋겠습니다. 살다 보면 참 세월 빠르다는 생각뿐입니다. 오늘을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할 이유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 - 먹는 것에 진심인 두 여성 CEO의 소울푸드 에세이
김지양.이은빈 지음 / 북센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이어트 걱정을 하면서도 배달음식, 편의점 음식에 길들여진 요즘 생활 패턴에서 죄책감 없이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공감할 겁니다. 먹는 것에 진심인 김지양, 이은빈 저자는 매일 먹고사는 우리들에게 먹으면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음미하면서 식사한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웁니다.


도시녀로 자란 저는 시골밥상에 대한 향수가 있습니다. 20대 때 친구와 여행 중 들른 친구네 할머니 댁이 산골에 자리한 시골집이었는데, 그때 제 생애 처음 찐 청국장의 맛을 알게 되었어요. 얼마나 그립던지 다음 해 다시 친구를 부추겨 방문했을 정도입니다. 돼지고기와 김치를 잘게 썰어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낸, 평범한 레시피의 청국장이었지만 이후 그 어떤 곳에서도 다시는 그 맛을 재현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한적한 시골길을 오가는 여정과 흙집의 시골집에 대한 로망도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저자도 된장찌개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구수한 할머니의 된장으로 탄생한 된장찌개처럼 음식의 맛에 대한 추억 속에는 함께 하는 사람과 기억에 자리 잡을 만한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플러스사이즈 모델이자 플러스사이즈 패션 컬쳐 매거진과 쇼핑몰 66100 대표 김지양 저자, 차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어 티 제품을 개발 및 판매하며 티 바를 운영하고 있는 TEA&LIFE STYLE 기업 알디프 창업자이자 대표 이은빈 저자. 두 여성 CEO는 요리 전공 이력과 1일 1케이크로 20대를 보낸 이력을 가졌을 만큼 먹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여성창업자와 일에 대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장 즐거울 땐 먹는 이야기할 때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렇게 기획되어 탄생한 게 <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라고 합니다. 음식을 하는 것도, 먹는 것도 좋아하는 두 저자가 만나 음식 이야기를 천일야화처럼 끝도 없이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먹으면서 먹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먹고사는 이야기야말로 곧 삶에 대한 이야기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감을 채워주는 메인디쉬 코너에서는 음식과 함께한 따뜻한 기억이 스며들어 있는 음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때론 달콤하고 씁쓸하게 나를 달래주는 디저트 코너에서는 음식으로 위로받으며 다시 일으켜주고 행복하게 해준 음식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매일 뭔가를 먹고 있는 우리들. 기계적이고 습관적인 식사를 하며 사실 먹는다는 것의 의미는 어느새 잊고 있었습니다. <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를 읽다 보면 칼로리를 얻기 위해 먹는다는 이유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덧붙여진다는 걸 알게 됩니다.


느끼하다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이야기 인상 깊습니다. 그 말 하나로 퉁치기엔 너무나도 넓은 맛의 스펙트럼이 존재하기에 그렇습니다. 버터크림을 한 번도 느끼하다고 여기지 않았던 저처럼 누군가에겐 느끼한 맛이 다른 누군가에겐 전혀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맛과 감정을 적확한 언어로 표현해 보는 연습을 해본다면 음식의 맛을 음미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 좀 더 다채로워질 것 같아요.


두 저자의 소울푸드에 등장하는 음식 중 정말 맛보고 싶은 모카폭립이 울 동네에선 검색이 되질 않아 시무룩해졌습니다. 새로운 음식을 접하는 순간의 희열에 대한 감정도 남다른 저자입니다. 동일한 레시피여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고, 같은 메뉴인데도 집집마다 레시피가 다릅니다. 미식가보다 호기심 많은 탐험가가 되어보길 권장하기도 합니다.


인생에 낙이 없을 때 소생시키는 음식 한 가지쯤은 마음속에 품고 살아야 하지 않느냐며 소울푸드의 매력을 쏟아내는 <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 마음이 충만해지게 하는 음식 이야기는 매일매일 우리의 일상에서도 건져올릴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 신라공주와 페르시아왕자의 약속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16회 류주현문학상 수상작이자 드라마 제작 중에 있는 <김의 나라>를 포함해 꾸준한 관심을 받는 베스트셀러 <한복 입은 남자>, <제명공주> 등 치밀한 역사적 고증과 문학적 상상력을 결합하는 한국 대표 역사소설 작가 이상훈의 신작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전작 <김의 나라>는 청나라 황제의 후손이 애신각라(신라를 사랑하고 신라를 생각하라) 김씨로 청나라 황실의 뿌리가 신라에서 왔다는 역사서를 바탕으로 문학성과 재미를 동시에 잡은 역사소설이었다면,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는 신라와 페르시아의 역사에 숨겨진 미스터리를 역사적 고증을 통해 밝혀내는 여정을 담은 흥미진진한 역사소설입니다.


서울 강남에 자리 잡은 테헤란로. 1977년 한국과 이란 간 친교의 상징입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는 서울로가 있습니다. 신라와 페르시아 역사를 다룬 소설이라는데 테헤란로가 왜 등장할까요? 바로 페르시아가 오늘날의 이란입니다. 페르시아 하면 찬란한 문화를 이룬 제국 분위기를 풍기지만, 이란은 핵무기 위협을 일삼는 악의 축으로 부정적 인식이 강합니다. 분명 같은 민족에 같은 나라인데도 이미지는 상반됩니다. 페르시아의 역사마저도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란이 우리와는 역사적 인연이 꽤 깊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 페르시아왕자와 신라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기록한 페르시아 대서사시 쿠쉬나메가 영국국립박물관에서 발견되면서 신라와 페르시아 간 미스터리한 역사의 퍼즐을 푸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쿠쉬나메는 역사책은 아니지만 우리의 삼국유사처럼 역사적 참고자료의 위치를 가졌다고 합니다.


역사소설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는 이란의 구전 전설로 전해내려온 페르시아왕자와 바실라(페르시아가 신라를 부르던 명칭)공주의 사랑을 신화를 넘어 쿠쉬나메의 기록으로 접근하며, 기록에 없는 부분은 유물과 유적을 통해 작가의 상상력을 채워 잊힌 역사의 단편을 되살려냈습니다.


페르시아 역사를 얼마나 아시나요. 역사 교양서인가 소설인가 혼동될 정도로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를 읽다 보면 생소한 페르시아 역사를 하나 둘 알아가는 과정에서 놀라움의 연속을 경험할 겁니다. 페르시아는 로마 제국보다 훨씬 이전에 세계 최초의 제국을 건설했다고 합니다. 메소포타미아 문화를 이어간 페르시아의 역사는 유럽 위주, 백인 우월 역사관에 덮여 그 진가를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영화 <300>은 그리스를 지키기 위해 싸운 스파르타 영웅들만 부각했고, 페르시아 제국은 야만인 침략자의 모습으로 그렸습니다. 아라비안나이트라 부르는 천일야화는 아라비아 문학이 아니라 페르시아 문학이라는 사실도 놀랍습니다. 알라딘과 요술램프,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신밧드의 이야기가 모두 페르시아인들의 이야기였던 겁니다.


기독교 문화였던 중세 유럽의 이슬람 문화에 대한 배격은 아랍 이슬람에게 멸망당한 페르시아의 역사마저도 잊게 만들어버렸습니다. 훅 와닿는 비유가 책에 등장하는데, 일제강점기에 쓴 윤동주의 시를 일본문학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습니다.


소설 속 희석은 방송국 다큐멘터리 피디입니다. 이국적인 외모를 가진 집안의 조상이 페르시아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대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그들의 조상이 페르시아 제국에서 건너온 왕자의 후손들이라고 합니다. 어째서 페르시아왕자가 실크로드를 거쳐 먼 신라에 왔던 걸까요.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는 희석이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발견해낸 신라와 페르시아의 관계를 장대한 세계사 관점으로 펼쳐냅니다.


페르시아에서 이란으로 개명 후 이슬람 극단주의 신봉자의 주도로 혁명이 일어나 기존 왕조가 무너지면서 오늘날의 이란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천오백 년 전에도 이런 역사가 있었던 겁니다. 페르시아와 이슬람의 전쟁입니다.


페르시아는 이슬람을 받아들이기 전 최고의 불교 국가였고, 이후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지정합니다.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짜라투스트라가 바로 조로아스터의 그리스 이름입니다. 이때만 해도 페르시아는 수준 높은 문화를 가진 제국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슬람으로 무장한 아랍 세계에게 정복당한 페르시아. 제국이 무너질 때 왕자 아비틴은 정예군사를 거느리고 실크로드의 중심지 사마르칸트로 피신했고, 이후 당나라에서 몇 년을 머물며 페르시아 제국을 되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때 우리나라는 통일신라 시대입니다. 신라와 당나라 시대라고 하니 나당전쟁이 떠오르네요. 사실 나당전쟁에 대해서도 이 소설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았습니다. 역사 시간에 통일신라는 당나라의 도움을 받았기에 자주적 통일이 아니라는 것만 외우면서 나당전쟁의 결과가 어땠는지는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입니다.


이상훈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당시 세계 최대 제국 당나라와 싸운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당시 당나라를 이기지 못했다면 현재 한국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7년에 걸친 장기전으로 세계사적 사건임에도 우리는 나당전쟁의 의미를 외면해왔습니다.


나당전쟁 시기에 페르시아왕자 아비틴은 이미 신라에 와있었고, 아비틴은 피난 시절에 인연 맺었던 화랑 죽지랑과 함께 나당전쟁에 참가해 신라를 돕습니다. 잃어버린 나라의 설움을 가진 아비틴은 이렇게 신라에 머물며 페르시아 재건을 위한 복수의 칼날을 갑니다. 


페르시아 서사시 쿠쉬나메에 등장하는 프라랑 공주는 문무왕의 딸로 추측합니다. 당시 망국의 외국인 왕자와 결혼을 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싶겠지만, 의외로 우리 역사는 오래전부터 다문화가정을 이뤘다는 걸 알려줍니다. 아비틴과 프라랑의 아들 페리둔이 열 살이 되었을 무렵, 페르시아 부흥 세력을 한데 모으기 위해 그들은 페르시아로 떠납니다. 이때 공주는 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 가지 못한 채 이별을 맞이합니다. 아비틴이 이끄는 페르시아 부흥 세력과 아랍 이슬람 왕자 쿠쉬바의 싸움이 무척 치열했다고 합니다. 아비틴과 아들 페리둔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은 다시 신라로 돌아왔을까요.


로맨스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로맨스 감성이 푹 담긴 달달 문체는 아니어서 조금은 심심하게 읽혔는데, 스토리 자체가 워낙 흥미진진하다 보니 스토리텔링만으로도 울컥 찡한 감정이 솟구치면서 감성 마구 자극하더라고요. 읽는 내내 어찌나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는지, 소설로 배우는 역사 콘텐츠 효과 제대로입니다. 신라, 당나라, 페르시아, 이슬람 등 당시 세계사 흐름이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에 담겨있습니다.


고대 최대 규모의 세계대전이라 불리는 당나라와 이슬람의 전쟁인 탈라스 전투에 나섰던 당나라 장수 고선지는 고구려 유민 출신이었다는 것도 놀랍고, 페르시아 부흥 세력과의 인연도 흥미진진합니다. 중국이 당나라 승려라고 우기는 혜초와의 인연, 양귀비의 양아들이 된 안녹산의 난에 엮인 비하인드스토리 등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소리가 절로 나올만한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원효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페르시아왕자와 신라공주의 스토리와 연결되는 소설적 재미는 물론이고, 정작 우리는 이름만 달달 외우고 그 의미를 등한시한 8세기 인도와 중앙아시아에 대한 유일무이한 기록이라는 왕오천축국전을 쓴 혜초와의 연결고리, 원성왕의 무덤을 지키는 서역인 석상의 비밀을 추측하는 여정 등 깨알재미를 주는 요소가 무궁무진한 소설입니다.


경주국립박물관에서 흘려 지나쳤던 페르시아 유물들을 다시 한번 제대로 보고 싶어집니다. 개방적인 신라의 진짜 이야기를 찾게 해준 역사 미스터리 소설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쿠쉬나메와 같은 기록 덕분에 왜곡된 역사관으로 묻혔던 소중한 이야기들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요즘 애들 -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
앤 헬렌 피터슨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밀레니얼 세대의 최연소 1996년생은 2021년에 25세, 최연장 1981년생은 40세에 접어들었습니다. 나이 든 밀레니얼에 해당하는 앤 헬렌 피터슨 저자는 몇 개월째 번아웃에 빠졌지만, 감기처럼 걸렸다가 나을 거라고 생각하며 번아웃에 저항하고만 있었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그가 번아웃을 인정한다는 건 모욕적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노력하기만 하면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을 한 밀레니얼 세대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번아웃 현상. 번아웃이 오면 개인의 실패라고 생각하게끔 만든 시대 속에서 게으르고, 부족하고, 이기적인 애들이라며 욕먹는 밀레니얼의 목소리를 들어볼까요.


기회의 땅 미국에서 미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로 살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밀레니얼. 빈곤과 경제적 불안정은 세대를 넘어 체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요즘 애들>은 기성세대가 각인시킨 프레임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체제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딜레마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겪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태어난 밀레니얼.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간의 불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습니다. 부모 세대인 그들은 일해서 대학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을 해서도 모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밀레니얼에게 그만 좀 징징대라고 말하는 풍토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야 할 일들로 납작해진 인생. 세계보건기구로부터 2019년 공식 인정을 받을 정도로 우리 시대에 만연한 번아웃입니다. 번아웃을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직업적 현상이라고 정의 내리는데, 해석을 잘 해야 합니다.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근원을 자신에게서 찾기에 문제가 됩니다. 저자는 번아웃을 그 지점에서 며칠, 몇 주, 몇 년 동안 더 나아가라고 스스로 몰아붙이는 거라고 합니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는 탈진과는 다르다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번아웃에 이르고서도 멈춰 서서 쉬지 않습니다. 워라밸을 잘 잡고 있다는 분위기도 풍겨야 하고, 사회적 지원과 안전망을 거의 누리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해내려고 아등바등합니다. 경제 침체로 인한 경제적 재난은 결국 번아웃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중산층 백인 밀레니얼의 경험 위주에서 확장해 밀레니얼 전체의 경험을 들려주는 <요즘 애들>. 계급, 부모의 기대, 지역, 문화적 공동체 등이 다른 만큼 밀레니얼 서사는 서로 다른 유형의 밀레니얼이 저마다 번아웃에 이르는 다양한 버전의 경험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 역시 그들의 부모 세대에게 압박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세대 간 분열을 조장한 책임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부자가 덜 부유하고 빈자가 덜 빈곤해지는 중산층 육성 시대를 살았습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경제적 불안정과 위기가 스멀스멀 다가왔음에도 중산층 지위를 다음 세대로 물려줄 만큼의 능력을 일구지 못했다고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점점 커지는 불안감에 둘러싸이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마인드가 사회에 팽배해진 겁니다.


스스로를 불태워야 하는 개인의 노력을 강조한 시대. 다양한 밀레니얼 키드들의 서사에는 적어도 중산층의 사회적 기준에 따라 성공하려면, 스스로를 번아웃으로 몰아넣어야 했던 공통점이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아이들을 위해 희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집중 양육은 오늘날 헬리콥터 육아의 바탕이 됩니다. 수많은 밀레니얼의 유년기를 채운 집중 양육. 저는 밀레니얼 세대 직전의 세대이지만 저 역시 초등학생 때 걸어 다닐 만한 곳에 위치한 학원이란 학원은 다 다녀봤던지라 폭풍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공부 부분 외 예체능 교습도 무척 많이 했던지라 다양한 경험 쌓기라는 포장을 한 채 미화시켜왔던 게 사실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하도록 자라났습니다. 이 세대는 대학 진학이 선택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들어간 대학은 비현실적 직업 양성소였고, 대학 학위는 중산층의 안정을 안겨주지 않았습니다. 학자금 대출만 늘어났고 그들이 모은 건, 더 많은 노동일뿐이었습니다.


계속 일하는 것이야말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패닉하지 않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입한 베이비붐 세대. 그저 열심히 일한다는 메시지로만 대응했기에 밀레니얼은 건강한 대응기제를 배울 수 없게 됩니다.


열정을 쏟을 만한, 멋진 직업을 욕망하는 것. 이 욕망은 모든 형태의 착취를 견디게끔 했습니다. 노동은 열정의 언어로 은폐되었습니다. 과로와 워커홀릭 정신을 숭배하는 풍토. 열정을 좇는 것이 어떻게 삐끗해서 과로로 이어지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논리가 현실에서 작동할 때 벌어지는 일에 대해 <요즘 애들>에서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번아웃에 공공연한 책임이 있는 SNS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매분 매초가 콘텐츠를 생성할 기회일 때, 근무 외 시간이란 없어집니다. SNS는 번아웃을 상쇄해 줄 순간들을 빼앗아간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여가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쉬면 죄스럽고, 일하면 비참한 딜레마 속에서 쉬긴 쉬는데 자기계발을 곁들이며 불안을 잠재우려고 하는 겁니다. 여가가 아닌 무급 노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뼈저리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자기 자신을 위해 세운 불가능한 기대들을 이루지 못해, 실패와 좌절을 반복한다는 게 번아웃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밀레니얼은 번아웃에 너무나 익숙해졌습니다. 번아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 걸까요.


저자는 번아웃을 떨치고 일어나 다시 그 수렁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다만 구체적인 행동 목록 따위는 없습니다. 그런 것들에 밀레니얼들이 얼마나 실망해왔던가요. 대신 자신과 주변의 세상을 명료하게 볼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하는 게 <요즘 애들>입니다.


자신의 번아웃을 줄일 생각만 하지 말고 당신의 행동이 어떻게 남의 번아웃을 부추기는지도 생각해 보라는 조언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필패하도록 설계된 체제를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기방어선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진오의 한국현재사 - 역사학자가 마주한 오늘이라는 순간
주진오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국정 역사교과서 저지 운동의 선봉장 주진오 교수가 역사학자로서의 생각과 실천을 담아낸 대중교양서 <주진오의 한국현재사>. 역동적인 현대사의 순간순간마다 목소리를 냈던 저자가 언론에 기고했던 칼럼과 페이스북에 썼던 글을 수정 보완해 정리한 36편의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역사는 그저 과거의 기록으로만 바라봤는데 이 책을 읽으며 지금 이 순간의 살아 있는 생생한 역사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생 아들이 요즘 기사를 읽고 생각을 정리해 의견을 내는 수업을 받고 있는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되겠더라고요. 이슈의 배경을 알아내고 팩트체크하고 여러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기르는데 좋은 예시가 되는 글이 가득합니다.


역사학자는 오늘의 역사에 대해 발언하고 소통해야 할 의무를 가졌다고 합니다. 시대와 함께 호흡하며 써 내려간 주진오 교수의 글을 읽다 보면 냉철한 날카로움과 뜨거운 열정의 목소리를 동시에 만끽하게 됩니다. 


한국 근현대사에서 알려진 역사적 인물들의 재평가와 함께 저평가된 인물도 되살리며 역사적 평가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부터 들려줍니다. 독립운동가 이봉창이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폭탄을 들고 있는 사진은 합성한 거라는 사실이 충격적입니다. 일본인이 되고 싶어 애썼던 철없는 모던보이 청년이었던 이봉창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유치장에 갇힌 뒤 자의식에 극적 반전을 겪습니다. 


미국인이 된 서재필, 일본인이 된 윤치호의 경우 둘 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같은 입장에서 행동했지만 윤치호는 매도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승만은 살아남고 박용만은 잊힌 것처럼 노선이 달라 잊혀버린 존재도 있습니다. 주진오 교수는 우리가 기대하는 영웅의 모습에 끼어 맞추며 지나치게 영웅적으로 묘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합니다. 업적과 관련한 역사 지식을 바로잡는 노력은 실제로 있었던 역사를 지우는 게 아니라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역사 왜곡이자 후대의 역사교육을 망치는 반성 없는 일방적 찬양도 반대합니다. 시대가 달라져도 바뀌지 않는 구태입니다. 저자는 박정희 기념관 문제, 전두환의 심판 문제, 박종철 진실 규명, 6·10 항쟁 이슈가 나올 때마다 목소리를 냈습니다.


한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는 중요한 역사논쟁들이 많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건국절 논란, 대한제국 논쟁 등에 대한 의미 있는 평가를 합니다.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횡행합니다. 신뢰하는 백과사전, 정부 기관에서도 오류가 많고, 다음 사람은 그 정보를 팩트체크하지 않은 채 사용하다 보니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내용도 많다고 합니다. 진실이 버젓이 있는데도 교과서에서조차 수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는 이유로 말이죠. 역사가 자장면과 짜장면 같은 수준이었던가요. 근현대사에서는 이념 문제가 주를 이루는데,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과 상식의 문제로 바라본다면 백색테러를 하거나 조장하는 모습이 결코 나올 수는 없었을 거라는 말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광복 이후 통일 정부 수립 과정에서 벌어진 제주 4·3 사건의 역사적 위상을 재설정하는데 애쓰기도 했고, 여성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남성 교수 중 유일하게 한국여성사 강의를 개설했다고 합니다. 인생의 승리자는 되지 못했어도 역사적 승리자가 된 나혜석처럼 억압과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 속 여성의 이야기에 주목합니다.


역사교과서를 쓴다는 것은 역사의 대중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강조합니다. 오랜 세월 역사교과서 대표 집필진으로 활동했기에 청소년들의 역사관에 큰 영향을 끼치는 역사교과서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습니다. 국정교과서 추진 사태는 큰 이슈였지요. 당시 대응을 남긴 생생한 기록이 이 책에 담겼습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교과서 폐지 지시로 일단은 한숨을 돌렸지만, 책으로 읽어도 프레임 싸움이 얼마나 치열했는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바뀐 교육과정의 사정을 개탄하며, 해방 이후의 역사를 거의 배우지 않은 현 교육 실태를 걱정하는 저자의 마음이 잘 담겼습니다.


역사 콘텐츠로 역사의 대중화에 힘쓰는 주진오 교수가 들려주는 대중과 소통하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습니다. 역사는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현되는 이야기의 소재라고 합니다. 역사 왜곡 드라마 이슈도 끊이질 않지요. 그래도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알게 된 역사도 많을 텐데요. 영화 <암살>, <밀정>에서 부각된 인물을 중심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연구실에서만 머물지 않고 실천적 역사학을 내세우며 활동하는 주진오 교수의 '지금 이 순간'의 역사 에세이 <주진오의 한국현재사>. 근현대사 주요 논쟁을 다루며 편협된 사관에 대처하는 태도, 역사인식 문제에 대한 과제를 짚어주는 의미 있는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