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 - 먹는 것에 진심인 두 여성 CEO의 소울푸드 에세이
김지양.이은빈 지음 / 북센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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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걱정을 하면서도 배달음식, 편의점 음식에 길들여진 요즘 생활 패턴에서 죄책감 없이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공감할 겁니다. 먹는 것에 진심인 김지양, 이은빈 저자는 매일 먹고사는 우리들에게 먹으면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음미하면서 식사한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웁니다.


도시녀로 자란 저는 시골밥상에 대한 향수가 있습니다. 20대 때 친구와 여행 중 들른 친구네 할머니 댁이 산골에 자리한 시골집이었는데, 그때 제 생애 처음 찐 청국장의 맛을 알게 되었어요. 얼마나 그립던지 다음 해 다시 친구를 부추겨 방문했을 정도입니다. 돼지고기와 김치를 잘게 썰어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낸, 평범한 레시피의 청국장이었지만 이후 그 어떤 곳에서도 다시는 그 맛을 재현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마도 한적한 시골길을 오가는 여정과 흙집의 시골집에 대한 로망도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저자도 된장찌개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구수한 할머니의 된장으로 탄생한 된장찌개처럼 음식의 맛에 대한 추억 속에는 함께 하는 사람과 기억에 자리 잡을 만한 그리움이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아요.


플러스사이즈 모델이자 플러스사이즈 패션 컬쳐 매거진과 쇼핑몰 66100 대표 김지양 저자, 차의 매력을 널리 알리고 싶어 티 제품을 개발 및 판매하며 티 바를 운영하고 있는 TEA&LIFE STYLE 기업 알디프 창업자이자 대표 이은빈 저자. 두 여성 CEO는 요리 전공 이력과 1일 1케이크로 20대를 보낸 이력을 가졌을 만큼 먹는 것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여성창업자와 일에 대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장 즐거울 땐 먹는 이야기할 때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렇게 기획되어 탄생한 게 <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라고 합니다. 음식을 하는 것도, 먹는 것도 좋아하는 두 저자가 만나 음식 이야기를 천일야화처럼 끝도 없이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먹으면서 먹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먹고사는 이야기야말로 곧 삶에 대한 이야기임을 깨닫게 됩니다.


오감을 채워주는 메인디쉬 코너에서는 음식과 함께한 따뜻한 기억이 스며들어 있는 음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때론 달콤하고 씁쓸하게 나를 달래주는 디저트 코너에서는 음식으로 위로받으며 다시 일으켜주고 행복하게 해준 음식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매일 뭔가를 먹고 있는 우리들. 기계적이고 습관적인 식사를 하며 사실 먹는다는 것의 의미는 어느새 잊고 있었습니다. <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를 읽다 보면 칼로리를 얻기 위해 먹는다는 이유 외에도 수많은 이야기들이 덧붙여진다는 걸 알게 됩니다.


느끼하다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저자의 이야기 인상 깊습니다. 그 말 하나로 퉁치기엔 너무나도 넓은 맛의 스펙트럼이 존재하기에 그렇습니다. 버터크림을 한 번도 느끼하다고 여기지 않았던 저처럼 누군가에겐 느끼한 맛이 다른 누군가에겐 전혀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맛과 감정을 적확한 언어로 표현해 보는 연습을 해본다면 음식의 맛을 음미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 좀 더 다채로워질 것 같아요.


두 저자의 소울푸드에 등장하는 음식 중 정말 맛보고 싶은 모카폭립이 울 동네에선 검색이 되질 않아 시무룩해졌습니다. 새로운 음식을 접하는 순간의 희열에 대한 감정도 남다른 저자입니다. 동일한 레시피여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고, 같은 메뉴인데도 집집마다 레시피가 다릅니다. 미식가보다 호기심 많은 탐험가가 되어보길 권장하기도 합니다.


인생에 낙이 없을 때 소생시키는 음식 한 가지쯤은 마음속에 품고 살아야 하지 않느냐며 소울푸드의 매력을 쏟아내는 <죄책감 없이 먹는 게 소원이야>. 마음이 충만해지게 하는 음식 이야기는 매일매일 우리의 일상에서도 건져올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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