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애들 -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
앤 헬렌 피터슨 지음, 박다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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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의 최연소 1996년생은 2021년에 25세, 최연장 1981년생은 40세에 접어들었습니다. 나이 든 밀레니얼에 해당하는 앤 헬렌 피터슨 저자는 몇 개월째 번아웃에 빠졌지만, 감기처럼 걸렸다가 나을 거라고 생각하며 번아웃에 저항하고만 있었습니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그가 번아웃을 인정한다는 건 모욕적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노력하기만 하면 잘 될 거라는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을 한 밀레니얼 세대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은 번아웃 현상. 번아웃이 오면 개인의 실패라고 생각하게끔 만든 시대 속에서 게으르고, 부족하고, 이기적인 애들이라며 욕먹는 밀레니얼의 목소리를 들어볼까요.


기회의 땅 미국에서 미국사를 통틀어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로 살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밀레니얼. 빈곤과 경제적 불안정은 세대를 넘어 체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요즘 애들>은 기성세대가 각인시킨 프레임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체제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딜레마를 낱낱이 파헤칩니다.


대공황과 세계대전을 겪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로 태어난 밀레니얼.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얼 간의 불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습니다. 부모 세대인 그들은 일해서 대학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일을 해서도 모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밀레니얼에게 그만 좀 징징대라고 말하는 풍토입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해야 할 일들로 납작해진 인생. 세계보건기구로부터 2019년 공식 인정을 받을 정도로 우리 시대에 만연한 번아웃입니다. 번아웃을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만성적인 직장 스트레스에서 기인한 직업적 현상이라고 정의 내리는데, 해석을 잘 해야 합니다.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못한 근원을 자신에게서 찾기에 문제가 됩니다. 저자는 번아웃을 그 지점에서 며칠, 몇 주, 몇 년 동안 더 나아가라고 스스로 몰아붙이는 거라고 합니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지점에 다다르는 탈진과는 다르다는 걸 이해해야 합니다.


번아웃에 이르고서도 멈춰 서서 쉬지 않습니다. 워라밸을 잘 잡고 있다는 분위기도 풍겨야 하고, 사회적 지원과 안전망을 거의 누리지 못하는 상태에서도 해내려고 아등바등합니다. 경제 침체로 인한 경제적 재난은 결국 번아웃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중산층 백인 밀레니얼의 경험 위주에서 확장해 밀레니얼 전체의 경험을 들려주는 <요즘 애들>. 계급, 부모의 기대, 지역, 문화적 공동체 등이 다른 만큼 밀레니얼 서사는 서로 다른 유형의 밀레니얼이 저마다 번아웃에 이르는 다양한 버전의 경험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베이비붐 세대 역시 그들의 부모 세대에게 압박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세대 간 분열을 조장한 책임이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는 부자가 덜 부유하고 빈자가 덜 빈곤해지는 중산층 육성 시대를 살았습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경제적 불안정과 위기가 스멀스멀 다가왔음에도 중산층 지위를 다음 세대로 물려줄 만큼의 능력을 일구지 못했다고 따끔하게 지적합니다. 점점 커지는 불안감에 둘러싸이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마인드가 사회에 팽배해진 겁니다.


스스로를 불태워야 하는 개인의 노력을 강조한 시대. 다양한 밀레니얼 키드들의 서사에는 적어도 중산층의 사회적 기준에 따라 성공하려면, 스스로를 번아웃으로 몰아넣어야 했던 공통점이 있다는 걸 짚어줍니다.


아이들을 위해 희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집중 양육은 오늘날 헬리콥터 육아의 바탕이 됩니다. 수많은 밀레니얼의 유년기를 채운 집중 양육. 저는 밀레니얼 세대 직전의 세대이지만 저 역시 초등학생 때 걸어 다닐 만한 곳에 위치한 학원이란 학원은 다 다녀봤던지라 폭풍 공감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공부 부분 외 예체능 교습도 무척 많이 했던지라 다양한 경험 쌓기라는 포장을 한 채 미화시켜왔던 게 사실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다른 길이 있다는 걸 알지 못하도록 자라났습니다. 이 세대는 대학 진학이 선택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들어간 대학은 비현실적 직업 양성소였고, 대학 학위는 중산층의 안정을 안겨주지 않았습니다. 학자금 대출만 늘어났고 그들이 모은 건, 더 많은 노동일뿐이었습니다.


계속 일하는 것이야말로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패닉하지 않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주입한 베이비붐 세대. 그저 열심히 일한다는 메시지로만 대응했기에 밀레니얼은 건강한 대응기제를 배울 수 없게 됩니다.


열정을 쏟을 만한, 멋진 직업을 욕망하는 것. 이 욕망은 모든 형태의 착취를 견디게끔 했습니다. 노동은 열정의 언어로 은폐되었습니다. 과로와 워커홀릭 정신을 숭배하는 풍토. 열정을 좇는 것이 어떻게 삐끗해서 과로로 이어지는지,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논리가 현실에서 작동할 때 벌어지는 일에 대해 <요즘 애들>에서 조목조목 짚어줍니다.


번아웃에 공공연한 책임이 있는 SNS에 대한 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매분 매초가 콘텐츠를 생성할 기회일 때, 근무 외 시간이란 없어집니다. SNS는 번아웃을 상쇄해 줄 순간들을 빼앗아간다는 말이 인상 깊었습니다.


여가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쉬면 죄스럽고, 일하면 비참한 딜레마 속에서 쉬긴 쉬는데 자기계발을 곁들이며 불안을 잠재우려고 하는 겁니다. 여가가 아닌 무급 노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뼈저리게 다가옵니다. 우리가 자기 자신을 위해 세운 불가능한 기대들을 이루지 못해, 실패와 좌절을 반복한다는 게 번아웃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밀레니얼은 번아웃에 너무나 익숙해졌습니다. 번아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한 걸까요.


저자는 번아웃을 떨치고 일어나 다시 그 수렁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다만 구체적인 행동 목록 따위는 없습니다. 그런 것들에 밀레니얼들이 얼마나 실망해왔던가요. 대신 자신과 주변의 세상을 명료하게 볼 수 있는 렌즈를 제공하는 게 <요즘 애들>입니다.


자신의 번아웃을 줄일 생각만 하지 말고 당신의 행동이 어떻게 남의 번아웃을 부추기는지도 생각해 보라는 조언이 가슴을 두드립니다. 필패하도록 설계된 체제를 살아가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자기방어선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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