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3개 외웠으면 밴드를 하자!
사류 지음 / 언더그라인드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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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코드 세 개로 밴드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밴드 활동을 대단한 실력자들의 영역으로만 여기던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질문입니다. 단순히 밴드 활동의 기술적 난이도를 묻는 것을 넘어, 밴드를 둘러싼 사회적, 심리적 장벽에 대한 정면 도전입니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밴드는 다른 세계의 일이라 여겨온 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밴드 나후(Nahu)의 리더로 활동 중인 사류 저자의 『코드 3개 외웠으면 밴드를 하자!』. 펑크, 하드코어, 메탈 등 한국과 해외의 언더그라운드 씬을 대표하는 16개 현역 밴드와의 인터뷰를 통해 밴드 활동의 A부터 Z까지, 그 모든 궁금증과 노하우를 허심탄회하게 풀어냅니다. K-POP 너머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뜨거운 심장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도발적인 제목만큼이나 재밌있는 구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나가며'가 먼저 나오고, 본격적인 서사가 뒤따르는 구성은 무대 위로 나가는 밴드 활동을 닮았습니다. 무대 위로 독자를 밀어 올리는 느낌도 듭니다. 이 책의 구성은 저자의 메시지와 정확히 겹칩니다. 밴드는 음악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것을요.


저자는 정말 코드 세 개로 밴드를 시작할 수 있는가라는 공통 질문을 현역 밴드에게 던집니다. 서울돌망치는 "세상에서 부품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고 뭘 만들고 있구나 내가 여기서. 스스로 발전기가 돼서 그런 느낌"이라고 고백하며, 밴드를 음악 활동 이전에 존재 방식의 전환으로 정의합니다. 회사와 사회의 톱니바퀴로 기능하던 개인이, 무언가를 생산하는 주체로 전환되는 감각. 코드의 개수보다 중요한 것은 이 감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입니다.


누군가는 연주 실력에 대한 강박을 해체합니다. 밴드 비컨은 "저희는 코드가 없습니다. … 아무튼 저희는 코드가 없어요."라며 기술의 부재를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기술이 전부는 아니라는 점을 짚어줍니다. 밴드는 학교 성적표처럼 측정 가능한 능력의 총합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감당할 배짱과 지속성의 예술입니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창조하는 언더그라운드 정신을 대변합니다.


잠비나이는 코드 세 개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밴드입니다. 국악의 장단과 금속성 사운드, 긴 호흡의 곡 구조까지 떠올리면, 오히려 복잡한 음악의 상징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잠비나이가 1부, 즉 밴드를 시작하는 이야기에 배치되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사류 저자가 말하고 싶은 '시작'이 결코 음악적 난이도나 장르적 간명함을 뜻하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잠비나이의 서사는 밴드란 처음부터 명확한 목적지를 알고 출발하는 행위가 아니라, 자기 언어를 끝까지 밀고 나간 결과로 도달하게 되는 자리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코드가 적어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만의 질서를 믿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 있었던 잠비나이입니다. 어쩌면 초심자란 연주 실력이 낮은 사람이 아니라, 아직 자기 목소리를 끝까지 밀어본 적 없는 사람이 아닐까요.





2부에서는 코드 세 개 너머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시작할 수 있다는 문제를 넘어, 어디로 가야 하는가를 묻습니다. 밴드를 시작한 이후 겪게 되는 현실적인 고민, 즉 지속 가능한 활동과 밴드의 지향점에 대한 지혜를 공유합니다.


누군가는 음악을 현실과 분리하여 생각하는 사회적 통념에 반박합니다. 음악을 전업으로 하지 않으면 진정한 음악가가 아니라고 여기는 시선에 대해 현실적인 목소리로 반박합니다.


누군가는 실력의 기준을 재정의 하기도 합니다. "자기가 확고하게 갖고 있는 것 그걸 누구보다도 잘 칠 수 있는 거 그 정도만 가지면 완벽하다"는 말이 와닿습니다. 저마다 자기 영역이 있는 겁니다. 비교와 평가에 지친 창작자들에게 중요한 기준점을 제시합니다. 음악은 종목별 경기처럼 동일한 규칙에서 겨루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링 위에서 완성되는 것입니다. 부족함은 결함이 아니라, 스타일의 출발점이 됩니다.





3부에서는 코드 세 개보다 넓은 세계로 확장합니다. 해외 밴드들과도 동일한 질문을 공유하며 밴드 활동이 가지는 보편적인 가치와 한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국제적 위상을 조명합니다.


해외 공연이나 투어는 왠지 모르게 성공한 밴드만이 할 수 있는 꿈같은 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사류 저자는 막연한 환상을 걷어내고, 해외 활동을 일상의 확장으로 재정의합니다. 밴드 '나후'의 리더로서 수십 년간 밴드 활동을 지속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밴드 활동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밴드 활동의 성공 요인을 배짱과 자신의 목소리라는 후천적 태도에서 찾습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밴드라는 마법을 부릴 수 있다는 핵심 메시지를 강조하며 자신감을 불어넣습니다.


『코드 3개 외웠으면 밴드를 하자!』는 밴드를 권유하는 책이지만, 동시에 자기 삶을 직접 연주해 보라고 권하는 책입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내는 삶은 어렵지 않다는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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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완성 어휘력의 힘 - 하루 10분, 상위 1%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초등 신문
이용준(잔뒤쌤) 지음 / 온유서가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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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문해력입니다. 글은 읽는데 뜻을 모르는 아이들, 긴 문장만 보면 뒷걸음질 치는 아이들을 보며 속앓이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문해력이라는 거대한 성벽을 쌓는 가장 작은 벽돌은 다름 아닌 어휘라는 점입니다.


20년 논술 베테랑과 Z세대 딸이 합작한 문해력 치트키 『초등완성 어휘력의 힘』. 단순한 어휘집이 아닙니다. 20여 년간 고등학교 교사, 논술 지도 전문가 그리고 경제지 글쓰기 코너를 운영해온 이용준(잔뒤쌤) 저자가 자신의 딸 화음이를 위해 직접 설계한 학습 생태계입니다.


저자는 수많은 학생의 성적 격차가 결국 개념어의 부재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커리큘럼을 이 책에 담아냈습니다.


기본 재료는 뉴스 기사입니다. 사회, 경제, 문화, 과학, 환경이라는 다섯 축을 중심으로 40편의 기사가 8주에 걸쳐 배치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신문을 읽힌다는 사실 자체가 아닙니다. 신문이라는 매체가 가진 정보 압축도와 개념 밀도가 어휘 학습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1주차 첫 기사인 「장 보러 2시간, ‘식품 사막’을 아시나요?」는 사회 현상 소개로 끝나지 않습니다. 식품 사막이라는 개념어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아이는 지역, 접근성, 빈곤, 유통 구조라는 복합적인 맥락을 함께 떠올려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휘는 외워지는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자리를 잡습니다.


초반에는 아이들이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소재로 시작합니다. 빵집 성심당, 무인점포, 유튜브, 제주도 관광 같은 주제는 아이들의 생활 경험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렇게 익숙한 소재를 발판 삼아 우후죽순, 가성비, 소비 패턴 같은 추상어를 자연스럽게 끌어올립니다.


대전의 성심당이 최고의 빵집이 된 이유 기사에서는 지역 거점, 브랜드 가치라는 경제학적 관점의 문화를 배웁니다. 줄 서서 먹는 빵집 이야기가 어떻게 사회적 자산으로 연결되는지, 그 과정에서 전통과 혁신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이때 핵심 한자어를 중심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방식도 유용합니다. 단어 뜻을 한 줄로 정리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유사 개념과의 차이, 사용 맥락, 문장 속 기능을 함께 살펴보게 합니다. 아이는 안다와 이해한다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됩니다.


『초등완성 어휘력의 힘』은 칫솔 쓰레기, 패스트 패션, 동물원의 동물 같은 환경 이슈부터 MBTI, 디토 소비, 흑백요리사 같은 최신 이슈까지 다양한 주제의 기사를 다룹니다. 특히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의 지갑 사정과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 있어 재밌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다문화 사회, 기후 변화, 디지털 학습 환경 같은 이슈는 지식 전달만으로는 소화되지 않습니다. 아이는 문장을 해석하는 동시에 세계를 해석해야 합니다. 『초등완성 어휘력의 힘』은 세상을 이해하는 해상도 역할을 하는 어휘력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이론적인 공부법이 아닌 내 아이에게 바로 먹히는 방법을 고민한 저자의 노력이 담긴 책입니다. 비문학 독해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논리적인 문장 구조와 팩트 중심의 서사와 친해지는 시간입니다. 무엇보다 방대한 양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설계된 8주 프로그램은 성취감을 극대화합니다. 하루 10분 정도로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습관을 형성하게 합니다.


흔히 공부를 머리싸움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언어싸움입니다. 선생님의 설명을 알아듣지 못하고, 교과서의 문맥을 파악하지 못하는 아이가 공부를 좋아할 리 만무합니다. 『초등완성 어휘력의 힘』은 아이들에게 세상을 읽는 안경을 선물하는 책입니다. 중학교라는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가기 전, 우리 아이의 문해력 항로를 결정지을 8주간의 여정을 겨울방학 기간에 꼭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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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동물 컬러링
마리 콘텐츠 지음 / 생각의집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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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 여러분은 어떤 것을 찾으시나요? 대부분은 무심코 휴대폰 화면을 스크롤할 테지요. 디지털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아날로그적인 손맛의 쾌감과 더불어 깊은 마음의 치유를 선사하는 특별한 아트테라피는 어떠세요?


『꿈꾸는 동물 컬러링』은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감성으로 포근한 위로를 건네는 컬러링북입니다. 색연필을 쥐고 섬세하게 선을 따라 색을 채워 넣는 과정은, 단순히 팔의 움직임을 넘어 손가락 끝의 미세한 떨림까지 조절하는 정교한 작업입니다.


느린 속도에서도 결국엔 완성되는 페이지를 보며 흐뭇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필압을 거의 주지 않은 채 가볍게 슥슥 칠해도 되는 색연필, 마커로 하니 손에 무리도 거의 없습니다.





『꿈꾸는 동물 컬러링』은 왼쪽에 샘플 페이지가 있고, 오른쪽에 도안이 있습니다. 하지만 샘플이 정답은 아닙니다. 컬러 일러스트를 참고해 색칠할 수도 있지만, 저마다의 개성을 살려 색칠하면 됩니다. 누군가는 미니멀한 2~3가지 색만 사용하고, 누군가는 24색 색연필을 모두 동원할 겁니다. 정답은 없고, 다양성만 있습니다.


귀욤귀욤한 도안도 있고, 우아하게 아름다운 도안도 있습니다. 색을 채우는 행위는 몰입을 유도하는 훌륭한 매개체입니다. 세밀한 그림 속 선을 따라 색을 입히는 동안, 오로지 그 순간의 색채와 움직임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불필요한 잡념과 스트레스의 근원으로부터 정신을 분리시키는 일종의 활동적 명상과 같습니다. 오로지 눈앞의 작업에만 몰두하게 되니 디지털 세상의 소음을 잠시 잊고, 복잡했던 머릿속을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비록 밑그림은 주어져 있지만, 어떤 색을 선택하고 어떤 기법으로 채색하느냐에 따라 완성된 작품은 천차만별입니다. 오직 나만이 만들어낸 작품이 탄생하는 겁니다. 진정성 있고 깊이 있는 만족감을 안겨줍니다.


하나의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이 놀라울 정도로 짧고, 업무 전환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멀티태스킹 환경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집중력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컬러링북은 의도적 집중 훈련으로 좋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아날로그 처방전 『꿈꾸는 동물 컬러링』. 지나치게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디테일을 갖추고 있어 컬러링의 매력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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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없이 100세까지 사는 120가지 방법 - 몸도 정신도 건강한 100세 장수인들의 식사·운동·생활습관
시라사와 다쿠지 지음, 박유미 옮김 / 라이온북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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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안티에이징 의학 권위자 시라사와 박사가 파헤친 백세 장수인들의 생존 알고리즘 『치매 없이 100세까지 사는 120가지 방법』. 뇌 기능 유지 매뉴얼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노화 게놈 바이오마커 연구의 정점에 서 있는 저자는 100세를 넘긴 현역 장수인들을 추적 조사해 얻어낸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갓생을 꿈꾸는 세대부터 부모님의 건강과 나의 노후 건강이 걱정되는 이들 모두가 무릎을 탁 칠 만한 120가지 장수 솔루션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00세까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100세에도 스스로 선택하며 살 수 있는가입니다. 침대 위에서 연명하는 장수 따윈 필요 없습니다. 자신의 판단으로 하루를 설계할 수 있을 때 의미 있습니다.


치매는 노화의 필연적 결과가 아니라, 누적된 습관의 참담한 성적표라고 합니다. 치매는 불운의 결과가 아니라, 내가 방치한 습관들의 합집합이라는 겁니다. 노년이 되었을 때 자신에게 고마워할 선물을 지금부터라도 해보세요.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곧 당신의 뇌라는 전제로 세포의 연료를 바꾸는 식사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시라사와 박사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은 혈당 스파이크의 관리와 항산화 연료의 주입입니다. 잘 먹어야 건강하다고 하지만, 박사는 무엇을, 언제, 어떤 순서로 먹느냐가 뇌의 수명을 결정짓는다고 말합니다.


115세 헨드리케 반 안델 쉬퍼 할머니의 사례는 놀랍습니다. 사후 해부 결과, 115세임에도 불구하고 뇌 기능은 60~75세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혈당 관리입니다.


밥이나 면 같은 탄수화물을 먼저 먹는 행위를 뇌에 불을 지르는 격이라고 경고합니다. 대신 식이섬유(채소) → 단백질(생선, 고기) → 탄수화물(밥) 순으로 먹는 코스 요리형 식단을 권장합니다. 인슐린의 과도한 분비를 억제하여 뇌세포를 보호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확실한 전략입니다.


백세 장수인 쇼치 사부로 씨의 사례는 씹기의 위대함을 보여줍니다. 우동 한 가닥조차 30번씩 씹었습니다. 저작 운동은 뇌의 혈류량을 즉각적으로 증가시키며, 침 속의 페로틴 성분이 회춘 호르몬 역할을 수행하게 합니다. 영양의 질에 집중하되, 입안의 치아를 유지하는 것이 치매 예방의 1순위 과제라는 것을 짚어줍니다.


더불어 강황의 커큐민, 올리브유의 올레오칸탈, 등푸른생선의 DHA 등 특정 성분이 뇌의 쓰레기라고 불리는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어떻게 막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합니다.


식사가 연료라면, 생활습관은 뇌라는 슈퍼컴퓨터의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입니다. 박사는 노화를 기능의 정지가 아닌 자극의 부재로 정의합니다. 뇌는 쓸수록 젊어지는 유기체인 겁니다.


하루 7시간의 수면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자는 동안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이 단순히 아이들의 키를 키우는 용도가 아니라, 성인의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지방을 분해하며 뇌의 노폐물을 씻어내는 세탁 주기임을 강조합니다. 수면 부족은 뇌에 독소를 방치하는 행위와 다름없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랑과 설렘을 치매 예방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는 점입니다. 누군가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감정, 동창회에 나가 자극을 받는 행위, 인터넷 서핑이나 적당한 게임까지도 뇌의 가소성을 유지하는 도구가 됩니다. 나이가 들었으니 조용히 지내야지라는 생각이야말로 뇌를 가장 빨리 파괴하는 독소라고 합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방법 중 하나는 이틀 전의 일기 쓰기입니다. 생각해 보면 그저께의 일이 가물거릴 정도로 매일의 일상이 휘발되는 느낌입니다. 이틀 전의 일기를 쓴다는 것은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인출하는 과정을 의도적으로 훈련하는 것입니다. 


저는 단어 위주로 딱 세 줄 쓰기로 시도해 봤는데요. 이때 앵커가 되는 고정 정보부터 공략해 봅니다. 처음엔 결제 문자를 슬쩍 보거나, 스마트폰 앱의 사진이나 메모를 살펴보며 커닝하기도 했는데 루틴을 포기하지 않으면 이틀 전의 일기 쓰기는 수월히 습관으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치매 없이 100세까지 사는 120가지 방법』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 수 없음을 경고합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격렬한 운동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목 체조를 시도해 보세요. 뒤에서 누가 불렀을 때 몸 전체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목만 가볍게 돌릴 수 있는 상태, 젊음의 척도입니다. 목 근육이 이완되어야 뇌로 가는 혈류가 원활해진다고 합니다.


만 보를 걷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강도라고 합니다. 천천히 걷기와 빨리 걷기를 반복하는 인터벌 워킹, 그리고 일상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행위가 근감소증을 예방하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특히 70세 이후의 근육량은 치매 발생률과 역상관관계를 갖는다고 합니다.


늙어서 아픈 것이 아니라, 아프게 살았기 때문에 늙는 것이라는 결론이 뼈저리게 다가옵니다. 100세에도 자기 손으로 밥을 먹고,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알아보고, 세상을 향해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존엄한 장수의 길을 만나보세요.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과학적인 뇌 케어 솔루션 『치매 없이 100세까지 사는 120가지 방법』. 무너진 생활 패턴이 미래의 나에게 어떤 청구서로 돌아올지 직시하고, 지금 당장 수정 가능한 루틴을 얻고 싶다면 읽어야 할 책입니다. 당신의 100세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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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미래 과학 트렌드 - 한 권으로 따라잡는 오늘의 과학, 내일의 기술
국립과천과학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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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AI부터 블랙홀까지, 국립과천과학관이 던진 2026년의 질문들 『2026 미래 과학 트렌드』. 전망서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우리는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전시와 교육, 체험을 통해 과학을 설명해 온 국립과천과학관 소속 생명과학자·천문학자·공학자·과학교육자·과학사 연구자 등 25인이 공동으로 집필했습니다. 연구실과 전시관, 정책 현장과 교육 현장이 한 권의 책 안에서 함께 담겼습니다.


과학을 성과로 요약하지 않고, 과학이 작동하는 맥락을 드러냅니다. 기술의 속도보다 선택의 무게를, 발견의 결과보다 과정의 윤리를 더 자주 이야기하는 과학 트렌드 책입니다.


생명과학 파트는 저속노화라는 키워드를 선보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노화는 미용 산업이 소비해 온 표피적 개념이 아닙니다. 생명체 내부에서 작동하는 시간의 질서, 즉 생체 시계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에 가깝습니다. 식물과 인간의 생체 시계 메커니즘은 매우 유사하게 24시간 주기의 생리 리듬을 조절하며, 수면·성장·노화까지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노화를 개인의 생활 습관이나 유전적 운명으로 축소하지 않습니다. 식물 연구에서 출발한 생체 리듬 연구가 인간의 노화 이해를 어떻게 확장시키는지를 보여줍니다. 여기서 과학은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대신 생명체가 시간을 견디는 방식에 대한 통찰을 짚어줍니다.


이어지는 인공 혈액, 종자 보존, 기생벌 연구 역시 같은 맥락에 놓여 있습니다. 생명과학은 생명을 연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생명이 지속될 조건을 탐색하는 학문이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특히 노르웨이 스발바르 시드볼트와 연결되는 종자 보존 이야기는 기후위기 시대에 생명 보존이 곧 정치와 윤리의 문제임을 자연스럽게 환기합니다.


화학 파트는 기후위기 담론에서 자주 간과되는 질문을 다룹니다. 왜 우리는 아무리 분리배출을 해도 한계를 느끼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개인의 윤리 대신 기술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에 초점을 맞춥니다.


플라스마 전환 공정이라는 생소한 기술이 소개되지만,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분리배출을 잘하자는 도덕적 구호를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라는 점입니다. 희토류, 수소에너지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원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치, 지역 공동체, 정책 선택과 얽혀 있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화학이 산업의 언어로만 존재하던 시대는 이미 끝났습니다.


지구과학 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키워드는 AI이지만, 이 장의 진짜 주제는 시간입니다. 인공지능은 화석의 형태, 색, 입자 크기, 화학 성분의 패턴을 스스로 분류하며 지층의 시간을 읽어낸다고 합니다. 지질학의 변화를 함축적으로 보여줍니다. 과거의 지질학자가 망치와 루페로 시간을 추적했다면, 이제는 알고리즘이 그 역할을 이어받습니다. 물론 AI가 읽어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임을 강조합니다.


고층 목조 건축, 탄소 순환, 구름 관찰에 이르기까지 지구를 관리 대상이 아닌 해석 대상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기후위기를 둘러싼 진영 논리를 벗어나, 과학적 데이터가 어떻게 사회적 합의로 이어질 수 있는지 고민하는 태도가 인상 깊었습니다.


우주과학 파트는 감탄과 압도감으로 가득합니다. 루빈 천문대는 날마다 우주를 관측하며 20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한다고 합니다. 우주는 읽히고, 분류되고, 예측됩니다. 중간질량블랙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최신 성과들은 인간 인식의 경계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고 싶은가를 묻습니다. 질문 없는 관측은 의미를 잃는다는 사실을, 우주과학이라는 가장 거대한 학문을 통해 역설적으로 드러냅니다.


과학기술 파트에서는 챗GPT를 비롯해 초지능, 피지컬 AI, 휴머노이드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인공지능이 왜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는지, 과거의 실패와 컴퓨팅 자원의 한계까지 짚으며 설명합니다. 핵심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기술과 인간의 관계 설정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AI가 물리학 연구자들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음을 역설하기도 합니다. AI를 통해 연구 설계와 복잡한 모델링이 자동화되면서, 물리학 연구는 비로소 근본적인 혁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물리학과 AI를 능숙하게 다룰 융합 연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과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학문적 길을 보여줍니다.





매년 큰 기대를 모으는 2025 노벨상 특강 해설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물리학상, 생리의학상, 화학상의 수상 업적에 대한 배경 지식을 쉽게 풀어주는 것은 물론, 특별히 이번 편에서는 과학이 산업 현장과 맞닿아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는 과정을 담은 노벨경제학상 해설을 추가했습니다. 과학과 산업, 시장의 연결 지점을 보여줍니다. 


『2026 미래 과학 트렌드』는 과학사의 큰 흐름을 훑으며 우리가 선택해온 과학기술의 진화 양상을 들려주고, 심지어 일제강점기 과학기술자들의 독립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실까지 꼼꼼하게 조명하고 있어 매력적입니다. 과학이 사회와 어떻게 공진화해왔는지 다채로운 방식으로 만나게 됩니다.


미래 과학을 안다는 건, 기술이 아니라 선택을 읽는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국립과천과학관 연구진이 그려낸 과학의 풍경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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