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한눈에 가계부 미니 - 휴대하기 좋은 캘린더형 미니 가계부
솜씨연구소 지음 / 솜씨컴퍼니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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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2026년의 재테크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필수템 『한눈에 가계부』. 휴대성 좋은 mini 미니 버전으로 만나봅니다.


스마트폰 앱이 모든 것을 기록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카드 사용 내역은 자동 분류되고, 계좌 잔액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됩니다. 그런데도 종이 가계부가 유용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솜씨연구소가 내놓은 『한눈에 가계부 미니(2026)』는 책상에 모셔두는 결심의 증거가 아니라, 언제나 몸에 지니는 일상의 조력자로 가계부의 역할을 바꿉니다.


평소 영수증 받지 않고 현금으로 지출한 자잘한 금액이나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마이크로 소비는 누락되기 쉬운데요. 한눈에 가계부는 이런 지출뿐만 아니라 자산의 청사진을 그릴 수 있게 도와줘 손안의 금융 비서를 들인 느낌입니다.


사용법 예시를 꼼꼼히 다루고 있어 도움됩니다. 가계부는 언제나 의지는 있는데 오래 못 가는 도구였습니다. 기록 항목이 너무 많고, 쓰기 시작하면 기계적이고, 생활 속 틈새 시간을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눈에 가계부 미니』는 일정을 기록하는 캘린더 배경에 지출을 기록하는 가계부 역할을 배치해 직관적입니다. 


복잡한 항목 분류에 대한 부담감이 없습니다. 예산을 세울 때 작성하는 계획 가계부와 실제 가계부 페이지로만 나뉘어 있어 메모하듯 끄적이면 됩니다.


월초 고정비를 적어두고, 매일 발생하는 소액 소비도 써두면 소비 패턴이 예상됩니다. 기록을 해나가다 보면 매주 무슨 요일에 외식비가 급증하는지, 습관적으로 무엇을 자꾸 사고 있는지, 각종 구독료 결제가 얼마나 많은지 소비 패턴도 단숨에 파악이 되겠더라고요.


날짜 아래에 짧게 지출 내용을 쓰는 것만으로도 월간 패턴이 드러납니다. 한눈에 가계부보다 미니 사이즈이지만 작아서 불편하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취향에 맞게 사이즈 선택하면 됩니다.


우리는 가계부를 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쓰고 난 뒤의 통찰을 얻는 것이 목적입니다. 『한눈에 가계부 미니』는 자산, 고정 지출, 상하반기 계획, 품목별 지출 그래프 등 전체적으로 결산을 할 수 있는 페이지가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습니다.


현재 보유한 자산 상태를 한눈에 정리하고, 지출 활동이 현재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됩니다. 막연한 불안감을 줄이고, 통제력을 높이는 첫걸음이 됩니다.


특히 고정 지출을 잘 정리해두는 것만으로도 도움 되더라고요.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 지출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은 변동 지출의 마지노선을 결정하는 기준점이 됩니다. 이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변동 지출은 언제나 과잉 지출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소비의 이유, 요일 편향, 충동구매 트리거 등을 패턴으로 분석해 보기도 하고, 나만의 지출 카테고리를 설정해 소비 감각을 재정렬해 보기도 하고요. 한 달 동안 예상하지 못했던 소비와 정말 만족했던 소비도 체크해 보려고 합니다.


매달 들어오는 돈은 정확히 기억하면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은 얼마인지, 어제 쓴 돈은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던 소비습관 때문에 모을 돈이 없다고 한탄하기만 했다면 한눈에 가계부를 만나보세요.


잡비로 뭉뚱그려지기 쉬운 여행 가계부와 차계부가 별도의 섹션으로 마련되어 있어 도움 됩니다. 여행처럼 예산을 크게 벗어날 수 있는 비정기적 지출은 일상 소비에 섞이면 전체를 왜곡시키기 쉽습니다. 더불어 유류비, 소모품 교체, 세금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많은 자동차 관련 비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습니다.


돈을 쓰는 모든 순간은 나의 시간과 노동의 대가입니다. 이 돈을 시급으로 따져보면, 나의 몇 시간이 빠지는 건지 뼈저리게 다가옵니다. 가계부를 쓴다는 것은 시간의 가치를 재정의하는 작업입니다.


돈에 대한 막연한 걱정 대신 『한눈에 가계부 미니』로 정확한 수입과 지출 패턴이라는 정보를 확보하면, 불안감은 구체적인 계획으로 대체될 겁니다. 2026년을 재정적으로 현명하게 보내기 위해 동반자로 삼을 가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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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든 도쿄 : 요코하마·가마쿠라·하코네·가와구치코·사와라·가와고에 2026-2027 에이든 가이드북 & 여행지도
타블라라사 편집부 외 지음 / 타블라라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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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일본 여행의 불안을 걷어내는 가장 아날로그적이면서도 가장 혁신적인 여행가이드북 『에이든 도쿄 2026-2027』.


유튜브 추천 코스, 인스타그램 맛집, 블로그 후기, 노션에 정리한 지도 등 인터넷 정보는 넘치는데 정작 내 여행을 어떻게 완성해야 하는가를 놓쳐버린 채, 탭을 오가다 출발 전부터 지치는 일이 흔합니다.


864페이지의 두툼한 분량, 지도만 150장, 여행 스팟 2,500곳. 팀원 10명 이상이 1년 넘게 직접 발로 뛰어 만든 데이터. 이 정도의 가이드북이라면 든든하지 않을까요.


『에이든 도쿄 2026-2027』은 도쿄와 근교 도시를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확신, 안도감, 여행적 상상력을 안겨줍니다.


지도로 시작해 지도로 끝나는 압도적 정보 체계를 갖춘 가이드북입니다. 에이든 시리즈의 핵심은 언제나 지도였습니다. 단순한 축척의 지도가 아니라, 여행자가 실제 거리에서 부딪히는 난점을 풀어주는 실용 우선형 지도입니다.


여행자는 두 가지에서 불안을 느낍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동 동선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기 때문에.


에이든은 이 문제를 지도 중심의 사고로 전환하게 합니다. 도쿄는 시부야·신주쿠·긴자·우에노처럼 지역별 캐릭터가 확연히 다르고 역 내부도 복잡해, 지리 감각이 여행의 질을 결정합니다.


『에이든 도쿄 2026-2027』에서는 신주쿠역 출구 약도만 따로 수록, 시부야 스크램블 주변만 확대해 재배치, 하라주쿠는 다케시타·오모테산도·캣스트리트로 세분화, 아사쿠사와 스카이트리를 연결해 도보 가능한 루트까지 시각화... 종이지도는 한눈에 구조를 파악하게 합니다.


여기에 근교 여행지 요코하마·가마쿠라·하코네·가와구치코·사와라·가와고에까지 지도 파트를 동일한 기준으로 편집해 긴 일정도 손쉽게 설계할 수 있습니다.


계절·문화·라이프스타일까지 도쿄의 모든 장면을 모은 데이터박스 테마 여행을 다룬 파트도 유용합니다. 도쿄는 이미 오감으로 소비되는 도시입니다. 그렇기에 여행자는 내 관심에 맞는 도쿄를 빠르게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쿄 벚꽃·단풍·겨울 일루미네이션, 건축 기행, 미술관·박물관 여행, 아이와 가기 좋은 스팟, SNS 핫스팟, 야경·전망대 비교, 100엔·300엔샵 / 드럭스토어 완전정복, 도쿄 음식·술·디저트·빵지순례, 가챠·플리마켓·전통시장 등 도쿄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역별 파트는 가장 방대한 분량을 차지합니다. 도쿄 서부(이케부쿠로·신주쿠·하라주쿠·시부야), 동부(아사쿠사·우에노), 중부(긴자·도쿄역·롯폰기), 근교(요코하마·가마쿠라·하코네·가와구치코 등)는 모두 지도를 기반으로 구성됩니다.


한 지역을 중심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까지 확장해 소개합니다. 걸어갈지, 지하철을 타야 할지 미리 계획할 수 있습니다. 맛집의 경우 지나치게 유명해서 줄만 서다 하루를 쓰게 되는 곳은 제외하거나 대신 대안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여행자 불안의 1순위는 교통입니다. 공항 간 비교, 공항에서 도심까지의 이동 유형별 장단점은 물론이고 사용자 패턴과 여행 일정에 따라 최적 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교통패스 비교표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여행자는 여행 전에 정보를 정리합니다. 길에서는 휴대폰으로 지도만 확인하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여행가이드북의 두꺼움은 단점이 아니라 내 여행을 완성해 줄 확실한 백업으로 작용합니다. 여행자의 불안을 줄이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전부 실어놓는 대담한 결정을 한, 에이든 여행가이드북 시리즈입니다.


한 권으로 도시의 결이 보입니다. 나카메구로의 골목의 젊은 감각, 사와라 같은 근교 도시에서 느끼는 전통의 멋, 교통 구조를 이해할수록 제대로 여행이 가능한 하코네 등 지도를 중심으로 계획하는 방식이 도시를 보는 눈도 키워줍니다.


지도 + 여행지 + 동선 + 먹거리 등 빠짐없이 다루는 풀스펙 구조의 에이든 해외여행 가이드북 시리즈. 오사카 간사이 편에 이어 도쿄까지 출간되었습니다. 다음 지역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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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 - 아이의 탁월함을 발견하고 길러내는 가족문화의 비밀
수전 도미너스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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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퓰리처상 작가가 10년 추적한 성공 가문의 비밀, 저녁 식탁에서 시작된 탁월함의 경로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 The Family Dynamic』. 저널리스트 수전 도미너스 저자는 가장 사적이면서도 근원적인 주제, 가족문화를 탐사합니다.


왜 특정 가문에서 대대로 의사나 예술가가 배출되는지, 어떻게 한 집안의 모든 자녀가 뛰어난 성취를 이룰 수 있었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문화적·사회적 배경이 서로 다른 여섯 가족의 삶을 해부합니다.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은 가족 내에서 은밀하게 형성되고 작동하는 무형의 힘. 가치관, 기대치 그리고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개인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력을 파헤치는 인류학적 보고서이기도 합니다.


이 탐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출장길에 나섰다가 잠시 맡겨졌던 다른 집의 저녁 식탁 풍경은 인생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 집은 매일 저녁 다양한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문화였지만, 저자의 집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TV를 보러 가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이 극명한 대조는 평생의 화두를 낳았습니다. 만약 내가 매일 저녁식사 때마다 토론하는 집에서 자랐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단순히 더 나은 환경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가족이 공유하는 가치와 시간이 개인의 지적 호기심과 성취 욕구에 얼마나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저널리스트의 질문입니다. 부모의 기대나 능력 함양의 측면에서, 가족문화가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를 몸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런 요구는 아이에게 성장의 축복일까요, 아니면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부담일까요? 이 질문이 바로 여섯 가족의 삶을 따라가는 여정의 시발점이 됩니다.





성공적인 가족문화의 흥미로운 공통점 중 하나는 바로 아이를 돕지 않는 용기입니다. 자녀의 실패를 막기 위해 과도하게 간섭하지 않습니다. 대다수 부모가 실패를 극도로 꺼리는 양육 방식과는 정반대되는 통찰입니다.


그로프 가족의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14세 딸 세라 그로프가 14킬로미터의 호수를 수영으로 건너겠다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선언했을 때, 아버지는 보트를 타고 옆을 지켜주며 딸이 안전하게 도전할 수 있는 환경만 마련했습니다.


결국 세라는 마을 기록을 세웠고, 훗날 두 차례 올림픽에 출전하는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되었습니다. 부모는 아이의 열망이 솟구치는 순간을 포착하고, 그 불꽃이 꺼지지 않도록 뒤로 물러서서 지지하는 절제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유튜브 CEO 등을 배출한 워치츠키 자매의 어머니 에스터 워치츠키의 양육 방식은 이 원칙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딸들의 리포트에 피드백을 적어주며 "이대로 제출해서 C나 D를 받아도 되고, 다시 써도 돼"라고 선택권을 주었습니다.


강요 없이도 자녀들이 스스로 최고의 결과를 향해 수정하고 노력하게 만드는, 기대치를 조용하고 강력하게 암시하는 문화적 환경이 핵심입니다. 아이의 내면에 스스로 몰아붙이는 힘을 장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부모의 영향만큼이나 강력한 축은 형제자매의 상호작용입니다. 형제자매는 집 안에서 서로의 가장 날카로운 비평가이자, 가장 열렬한 조력자입니다. 그로프 가족의 세라가 수영을 시작한 동기는 다름 아닌 언니 로런을 이기고 싶어서였습니다. 단순한 질투를 넘어 열렬한 동경에서 나온 경쟁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여자축구대표팀 선수 중 약 4분의 3이 형제자매 중 동생이었다는 사실은, 동생들이 손위 형제자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틈새시장에서 자신의 실력을 단련하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합니다. 집 안의 경쟁은 개인의 역량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무르기아 가족의 사례는 형제자매가 어떻게 서로의 사다리가 되어주는지 보여줍니다. 형 알프레드의 발자취를 좇던 동생 카를로스는 그 기대를 발판 삼아 가족 최초의 라틴계 학생회장, 졸업생 대표까지 오르며 스스로의 길을 개척했습니다. 대가족의 일요일 저녁 식탁에서 그들은 서로의 경력과 인맥을 공유하며 야망을 함께 키웠습니다.


브론테 자매의 경우처럼 형제자매는 서로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보고 세상에 나갈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존재입니다. 이처럼 형제자매간의 상호작용은 동일한 환경, 시간, 자원을 공유하며 끊임없이 비교하고 모방하고 경쟁하는 동시에 깊은 연대를 쌓는 매우 독특한 가족 문화의 핵심 축입니다.


성공을 결정하는 것이 단순히 좋은 환경이 아니라 유전적 기질, 가족문화 그리고 우연(운)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라는 점을 일깨워 줍니다.


성공적인 가족들은 자녀의 유전적 기질을 억지로 통제하려 하지 않고, 그 기질이 사회적 기술이나 창의성, 집중력 등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일상을 설계합니다. 가족문화는 유전적 스위치를 켜는 촉진 환경인 셈입니다.


저자는 운의 역할도 놓치지 않습니다. 사회학자 돌턴 콘리의 비유처럼 일부 가족은 공정한 몫 이상의 큰 행운을 얻을 수도 있었습니다.





저자는 취재의 종착점에서 위대함에는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에 직면합니다. 높은 성취를 이룬 가족들의 삶에는 마음의 평화, 여유, 온전한 가족과의 시간 같은 일정 부분의 손실이 뒤따랐습니다. 성취란 결국 무엇인가를 얻는 여정인 동시에, 무엇인가를 내려놓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궁극적으로 아이들에게 가르치고자 했던 것은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파울루스 가족의 어머니는 아무 조건도 흔들림도 없는 양질의 관심을 쏟았습니다. 이는 아이가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고 내적 자신감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성공적인 가족은 단순히 체크 리스트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타고난 역량을 최대로 펼칠 수 있도록 한계를 규정짓지 않는 일상이라는 토대를 헌신적으로 설계하는 공동체였습니다. 『성공하는 가족의 저녁 식탁』은 그 토대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해독하는 청사진을 보여줍니다.


더 건강한 성장 환경을 만들고 싶은 부모라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가족 간 대화 방식, 형제자매의 관계, 부모의 역할을 다시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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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 예술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31가지 방식
윌 곰퍼츠 지음, 주은정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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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미술평론가이자 저널리스트 윌 곰퍼츠(Will Gompertz)는의 신작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베스트셀러 《발칙한 현대미술사》를 통해 복잡하고 난해하게 여겨지던 현대미술을 대중의 눈높이로 끌어내린 저자입니다. 이번에는 예술가들의 가장 내밀한 본질,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고유한 시선을 탐구합니다.


이 책의 출발점은 우연이었습니다. 집필 중이던 윌 곰퍼츠가 강연 요청을 거절하자, 작가 톰 하비가 보내온 이메일 한 통이 모든 것을 바꿨습니다. 조각가였던 아버지와 어린 시절 해변을 거닐던 사진과 함께 도착한 그 편지에는, 늘 아버지보다 한발 앞서 걸으며 조개껍질을 주웠지만 정작 가장 멋진 것을 발견하는 건 항상 뒤에서 '이것 봐!'라고 외치던 아버지였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주의를 기울이고 집중해 바로 그 순간을 살았다. 그는 아들에게 아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도록 가르쳐주었다. 이것이 많은 예술가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다"라며 윌 곰퍼츠는 이 일화에서 영감을 받아 예술가들이 지닌 경이로운 시선을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미술관에서 우리는 무엇을 놓치고 있을까요. 명화 앞에서 뭐가 대단한지 의아해하던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겁니다. BBC 예술 담당 편집장을 11년간 역임하고 영국 테이트 갤러리 관장을 지낸 윌 곰퍼츠는 작품 해설이 아니라, 예술가의 내면으로 직접 들어가 그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을 체험하게 해줍니다.


마치 예술가 본인이 되어 그들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체험하는 듯한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총 서른한 명의 작가와 그들의 단 하나의 작품을 심층적으로 해부합니다. 예술이란 궁극적으로 세상을 더 깊이 바라보도록 이끄는 시선의 기술임을 이야기합니다.


모든 예술가는 보는 일의 전문가라고 합니다. 그들은 세상을 그저 훑고 지나가는 대신, 사람과 장소, 사물을 끊임없이 시각적으로 캐묻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는 겁니다. 평범한 순간을 포착하여 예술로 끄집어내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합니다.


영국의 국민 화가로 불리는 데이비드 호크니는 자연의 색을 관찰하고 재해석하는 시선의 대가입니다. 그의 대작인 〈봄의 도래 (The Arrival of Spring)〉를 보면 나무줄기가 갈색이나 회색이 아닌, 강렬한 보랏빛을 띠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됩니다.


데이비드 호크니에게 나무의 색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빛의 미묘한 변화와 여러 시점들이 동시에 담기는 현실의 감각, 즉 시간을 품은 관찰의 결과입니다. 나무는 갈색이라는 선입견에 갇혀 눈앞의 경이로운 현실을 놓치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예술가들이 어떻게 현실의 규모, 재료, 그리고 사적인 영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뒤흔드는지 보여주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거대한 공공 예술부터 가장 사적인 공간의 폭로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폭넓습니다.





크리스토와 잔 클로드 부부는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스펙터클을 보는 눈을 가진 작가들입니다. 〈포장된 국회의사당 (Wrapped Reichstag)〉은 독일의 상징적인 건축물을 은빛 천으로 완전히 덮어버린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행위는 건물의 역사적, 정치적 의미를 잠시 유보시키고, 일시적인 조각으로 만들었습니다. 영원불멸할 것 같던 권위와 구조물이 천 한 조각에 의해 잠시 낯선 존재로 바뀌는 순간, 대중은 비로소 그 구조물과 그 주변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재인식하게 됩니다. 이처럼 그들의 예술은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가장 강력하게 존재를 경험하게 만드는 재정의의 기술입니다.


버려진 폐품을 통해 역사의 서사를 구축하는 엘 아나추이는 마음의 눈으로 보기를 실천합니다. 수많은 술병 뚜껑을 납작하게 펴고 구리선으로 엮어 거대한 직물 형태의 설치 작품인 〈지구의 피부 (Earth's Skin)〉와 같은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작품의 재료인 병뚜껑은 서양 열강과의 교역의 역사, 알코올 소비, 식민주의와 같은 아프리카의 깊은 서사를 내포합니다. 엘 아나추이는 버려진 재료에서 시간의 흔적 그리고 대안적인 가치를 발견하며 기념비적인 규모로 바꿔버렸습니다. 우리 주변의 가장 하찮은 것도 예술적 승화를 통해 장엄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증명하는 연금술인 셈입니다.


감정의 미묘한 영역도 파고듭니다. 추상 표현주의의 거장인 애그니스 마틴은 미니멀리즘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가입니다.  작품 〈우정 (Friendship)〉은 격자무늬나 희미한 선으로 채워진 캔버스를 통해 시각적인 압도 대신, 고요함과 평온함을 전달합니다.


애그니스 마틴에게 예술은 격렬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명상에 가까운 깊은 사유와 감정을 향한 눈으로 포착된 섬세한 정서 그 자체였습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현란함을 넘어 내면의 가장 은밀하고 순수한 상태인 우정, 행복, 고독과 같은 감정의 본질을 응시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영국의 개념 미술가 트레이시 에민은 내밀한 시선의 대표 주자입니다. 논란적인 작품 〈나의 침대 (My Bed)〉는 실제로 그녀가 우울증으로 며칠을 보냈던, 어지럽혀진 침대와 그 주변의 쓰레기, 담배꽁초 등을 미술관에 그대로 전시한 것입니다.


가장 부끄럽고, 고독하며, 지저분한 자신의 날것 그대로의 사적인 공간을 공개한 겁니다. 충격과 불편함을 주지만, 동시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는 고통과 취약함에 대한 깊은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트레이시 에민은 자신의 가장 취약한 순간을 영혼을 보여줄 기회로 삼은 용감한 예술가입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예술가의 작업이 고독한 충동이자 필연적 운명이라는 인식입니다. 경험 많은 예술가는 대개 쓰라린 경험을 통해서 예술 작품을 만드는 일이 좌절과 실망이 끝없이 이어지는 비참한 반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의 독특한 방식을 멈출 수 없기에 작품을 창조한다고 합니다.


그 고된 여정 끝에 탄생한 서른한 명의 예술가들의 시선은 이제 우리의 것이 되어 우리를 눈먼 상태에서 구출하고 삶의 풍요를 더합니다. 보는 방식을 바꾸는 순간, 당신의 삶은 예술이 됩니다.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본다는 것의 의미를 전하는 『미술관에서 우리가 놓친 것들』. 30여 점의 도판과 함께 각 예술가의 대표작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구성이 매력적입니다.


윌 곰퍼츠는 작품 하나를 충분히 음미할 시간을 줍니다. 호크니의 나무 앞에서, 칼로의 자화상 앞에서, 마틴의 선들 앞에서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는 예술가의 눈을 빌려 세상을 다시 보게 됩니다.


예술가의 시선을 따라가는 일은 곧 나의 세계를 재구성하는 작업임을 보여줍니다. 평범해 보이던 것들이 새로운 의미를 띠고 나타납니다. 아침 출근길 풍경이, 사무실 책상이,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하늘이 달라 보입니다. 윌 곰퍼츠가 원하는 예술의 역할입니다. 미술관 안에 갇힌 예술이 아니라, 삶 속으로 스며드는 예술. 보는 방식의 변화가 결국 사는 방식의 변화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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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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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탄생, 글쓰기의 현실과 희열을 해부한 생생한 책 쓰기 교본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전업작가 임승수 저자는 글쓰기 지망생이 품고 있는 수많은 욕망과 불안을 다룹니다.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의 실제를 보여주며, 책 쓰기를 둘러싼 환상과 현실의 간극을 파헤칩니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시리즈로 잘 알려진 저자의 20년간 체득한 책 쓰기 노하우가 궁금하지 않은가요?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제목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글 쓰는 법'이 아니라 '책이 되는 법'을 묻고 있습니다.


책을 쓰려는 사람들의 동기는 제각각입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이의 한가운데에는 '내 안의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리한다고 합니다. 글쓰기는 자기 안의 세계를 타인에게 건네는 과정인 겁니다. 책 속의 모든 조언과 노하우는 이 출발점에서 시작합니다.


단숨에 따라갈 수 없는 천재성 이야기보다, 시간을 들여 쌓아 올린 생활력 같은 글쓰기 노동의 정직함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동은 인세나 명예보다 '전하고 싶은 절실한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는 진실을 끝내 확인하게 합니다.


임승수 작가는 전기공학도, 연구원, 사회주의자로의 전향, 전업 작가로서의 이력을 솔직하게 펼쳐놓습니다. 이 과정 자체가 나의 경험이 어떤 형태로 책이 될 수 있을까라는 실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글치에서 전업작가까지 그 솔직 잔혹한 여정을 그려냅니다. 스스로를 글치였다고 고백하는 저자는 결국 '쓰는 만큼만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이라는 따끔한 조언을 듣고 글쓰기에 대한 관점을 재정립합니다.


글이 안 써지는 건 생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생각이 '그 정도'라서였던 겁니다. 글쓰기가 결국 사유의 깊이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라는 각성을 하게 됩니다. 더불어 글쓰기의 목표를 자기만족이 아닌 독자의 이해와 공감에 두는 순간, 저자는 마치 엔지니어가 시스템을 설계하듯 글의 구조와 효율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 책은 한 편의 원고가 출판 시장이라는 거대한 기계 속에서 상품으로 생존하고, 나아가 작가가 생계형 작가로 버텨내는 데 필요한 날것 그대로의 비법을 전수합니다.


좋은 글을 넘어 팔리는 책이 되기 위한 출판 시장의 속사정과, 독자를 움직이는 실용적 기술, 그리고 낭만적 글쓰기의 뒷면에 숨겨진 작가 생활의 애환까지. 글쓰기 기술을 넘어 책을 통한 자아실현과 시장 생존이라는 두 가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원고를 완성한 후,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낭만보다 현실이 지배하는 냉정한 필드입니다. 작가가 마주해야 할 출판 산업의 구조적 현실을 파헤칩니다. 저자는 마치 영업 기밀을 누설하듯, 책 쓰기보다 더 어려운 책 팔기의 과정과 출판사의 판단 기준을 들려줍니다.


출판사에 투고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차별화 요소입니다. 저자는 차별성이 내용의 깊이나 문체, 독자 범위뿐만 아니라 저자의 독특한 배경에서도 나올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공학도 출신 사회주의 작가라는 저자 자신의 배경이 곧 책의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가 되는 현실을 반영하는 동시에, 예비 작가들에게 자신의 이력과 사유를 콘텐츠화할 것을 일깨워 줍니다.


편집자와의 관계 설정 에피소드도 흥미진진합니다. 원고를 자신의 분신처럼 여기는 작가에게 수정 요청을 하는 편집자는 때로 적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자는 편집자를 영화감독, 작가를 시나리오 작가에 비유하며, 편집자가 독자의 시선을 대변하는 전문가임을 인정하고 그 영역을 존중해야만 책이 완성도 높은 작품이자 상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강렬한 자의식은 훌륭한 원고를 탄생시키지만, 협업 과정에서는 독선이 되어 책의 완성을 방해한다는 부분을 짚어줍니다.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는 글쓰기에 대한 낭만을 한 꺼풀 벗겨낸 뒤, 그 아래에 놓인 날것의 현실을 마주하도록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감성적인 글쓰기가 아닌 독자 중심의 생존 글쓰기를 이야기합니다. 글로 먹고사는 작가로서의 솔직한 고백과 실질적인 조언이 가득합니다. 출간 과정에서 겪는 막막함과 애환에 대해 저자의 위트도 넘실거립니다.


출간을 꿈꾸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망설이는 모든 예비 작가들에게 이 책은 낭만과 현실 사이를 오가는 현명하고 구체적인 안내서가 되어줄 겁니다. 책 쓰기를 막연히 꿈꾸는 이들에게 이 책은 냉수와 같습니다. 하지만 그 냉수가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듭니다.


현실을 직시하게 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쓸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게 돕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 자체를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자의 위트 있고 솔직한 문체는 이렇게 써야 하는구나를 몸소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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