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 - 초가공식품과 식품산업이 만들어낸 게걸스러운 인류의 탄생
헨리 딤블비.제미마 루이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어크로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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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이 책은 몸에 좋은 걸 먹자는 식의 건강 서적이 아닙니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라는 개인의 질문을, '이 선택은 누가 설계했는가'라는 구조의 문제로 전환합니다. 우리가 왜 끊임없이 나쁜 음식에 굴복하는지, 그리고 그 식탁이 어떻게 지구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지에 대해 파고듭니다. 


70년 전 인류의 가장 큰 공포는 기아였습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를 식량 생산이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팽배했습니다. 인류는 품종 개량과 대량 생산 체제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적은 곧 재앙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양적 팽창에만 몰두한 결과, 우리 주변은 영양가는 없고 칼로리만 높은 초가공식품으로 뒤덮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관점은 실패한 개인이 아니라 성공해버린 시스템입니다. 배를 채우는 데는 성공했지만, 몸을 돌보는 데는 실패한 구조말입니다.


지방, 당분, 칼로리, 섬유질 함량이 완전히 동일하고, 참가자들의 만족도도 비슷한 두 가지 식단이 있습니다. 차이는 단 하나, 한쪽은 비가공식품이고 다른 쪽은 초가공식품입니다. 사람들은 초가공식품 식단에서 평균 500칼로리를 더 섭취했습니다.


초가공식품은 지나치게 자극적인 맛을 냅니다. 자연적인 방식으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맛을 냅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 뇌의 보상 회로를 강렬하게 자극하는 겁니다. 문제는 이 과도한 자극이 포만감을 왜곡한다고 합니다. 배는 부른데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느낌...


우리가 아무리 헬스장에서 땀을 흘려도, 초가공식품이 뇌의 포만감 중추를 마비시키는 환경에서는 체중 조절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비만은 생물학적으로 저항할 수 없게 설계된 지나치게 자극적인 맛에 노출된 결과입니다. 운동은 건강을 위한 것이지, 잘못된 식품 환경을 상쇄하는 면죄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에그마요 샌드위치를 예로 들어보는 장면에서는 경악 그 자체입니다. 집에서 만든다면 달걀, 마요네즈, 빵 정도면 충분하겠지만, 수제라고 광고되는 시판 상품에는 프로피온산 칼슘 같은 방부제를 포함해 이름조차 생소한 화학 재료가 32가지나 들어갑니다. 카놀라유조차 수많은 화학 공정을 거친 산물입니다. 저자는 이를 초가공식품의 함정이라 부릅니다. 영양 성분표가 같다고 해서 몸의 반응까지 같을 것이라 믿는 건 위험한 착각입니다.





서글픈 것은 이 시스템이 사회적 불평등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신선한 식재료가 비싸고 구하기 힘든 지역일수록 저소득층은 값싼 정크푸드에 노출되고, 이는 고스란히 의료비 부담과 수명 단축으로 이어집니다. 정크푸드 악순환인 겁니다. 국가가 개인의 의지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식탁의 위기는 몸의 위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가 먹는 행위가 화석연료 산업 다음으로 지구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경고합니다. 육류 생산 시스템의 비효율성은 목을 조여오는 수준입니다. 전 세계 농경지의 80% 이상이 가축을 기르고 사료를 재배하는 데 사용되지만, 정작 우리에게 돌아오는 칼로리 효율은 형편없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동물의 고통이 가볍기 때문에 고기를 먹는 게 아니라, 고기가 먹고 싶기 때문에 동물의 고통을 가볍게 본다"라는 말이 가슴을 찌릅니다. 식품 산업은 동물을 살아있는 생명이 아닌 효율적인 단백질 제조 장치로 치부하며, 소비자 또한 이 공정에 동의한 적 없으면서도 그 결과물을 소비하며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무리하게 생산된 음식의 상당수가 입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버려진다는 사실입니다. 전 세계 농지의 28퍼센트가 먹지도 않는 식량을 재배하는 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낭비하는 식량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10퍼센트를 발생시킵니다.


우리가 쓰레기통에 무심코 던지는 남은 음식은 단순히 음식물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 음식을 키우기 위해 파괴된 생물 다양성과 물, 그리고 대기로 뿜어 올려진 온실가스의 총합입니다.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에서는 새로운 식탁을 차리기 위한 정책적 상상력을 동원합니다. 산업적으로 생산된 어떤 음식도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 등 건강에 필수적인 식이 성분을 적절히 조합해 제공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기술적 해법으로 떠오른 대체 단백질에 대해서도 저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합니다. 


결국 기술적 보완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시스템의 변화입니다. 핀란드의 노스카렐리아 프로젝트 사례로 희망을 제시합니다. 페카 푸스카 박사가 주도한 이 프로젝트는 주민들의 식습관을 바꾸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고, 세밀한 정책적 개입을 통해 심장병 발생률을 80%나 낮췄습니다.


반면 저자가 묘사하는 미국의 현실은 디스토피아에 가깝습니다. 사이즈와 상관없이 건강하다는 비만 긍정 슬로건을 예로 듭니다. 미국에 더 적절한 표현은 사이즈와 상관없이 건강하지 않다라는 겁니다.


매년 5명 중 1명이 식습관과 밀접한 요인으로 사망하며, 이보다 많은 수가 식습관과 관련된 요인으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이 끔찍한 수치는 식량 시스템의 붕괴가 단순히 개인의 건강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존립을 흔드는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기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인류는 이제 비만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지구를 먹어치우는가』를 읽고 나니 비만과 환경 파괴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간의 본능과 지구의 자원을 쥐어짜낸 고도로 설계된 결과물입니다. 내가 왜 항상 음식에 지는 느낌이었는지 이유를 알게 됩니다.


하지만 절망하기엔 이릅니다. 핀란드의 사례처럼 정책과 시민의 관심이 결합할 때 시스템은 바뀔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그 변화를 위한 현실적인 로드맵입니다. 거대 식품 기업의 정교한 설계에 놀아나는 대신, 내 몸과 지구가 함께 건강해지는 길을 찾고 싶다면 읽어보세요. 매일 뭔가를 먹을 때마다 이미 우리는 세상을 바꿀 기회를 쥐고 있다는 걸 일깨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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