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필의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 - 제대로 혼쭐나며 배우는 재테크 기본기
김경필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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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예능 <국민 영수증> 머니 트레이너로 활약하며 월급쟁이들의 롤모델이 된 김경필 저자가 알려주는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재테크의 기본기를 담은 책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 물가가 너무 올라 살 게 없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요즘. 예전만큼의 돈값을 못하는 얇은 지갑에 한숨만 나오고 있습니다. 2022년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6.0%로 300만 원 월급을 받아도 283만 원의 가치밖에 안 된다는 뜻입니다. 지금까지 쓰던 버릇이 있는데 소비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면 어떻게 될까요. 


과소비를 소확행으로 포장하는 자기최면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요. 자본주의 마케팅의 힘에 혹해 플렉스 했던 생활은 이제 그만.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에서 소비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자신의 소득수준에 맞지 않는 플렉스는 사실상 소확행이 아니라 크고 불확실한 행복이라고 합니다. 월급 적고 독립생활하는 사회초년생은 특히 돈 모으기를 소홀히 하면 월급이 올라도 월세살이를 벗어나기 힘듭니다. 


월급 24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의 사례를 예로 듭니다. 한 달 커피값이 40만 원. 1년이면 500만 원이고 두 달 치 월급이 사라지는 겁니다. 물론 커피값으로 소확행 할 수 있죠. 하지만 포인트는 자신의 소득의 약 20%를 사용한다는 데 있습니다. 모든 소비에는 소득에 걸맞은 기준이 필요하다는 게 이 책의 핵심입니다. 고가의 외제차를 타면서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현실처럼 소득에 맞지 않는 소비는 가난한 사람을 더 가난해지게 만듭니다. 자동차, 쇼핑, 여행, 배달음식 등의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며 월급에 맞는 소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줍니다. 


그동안 어렴풋이 짐작했던 소비습관을 이번 기회에 낱낱이 파헤쳐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자동차를 사면 얼마나 유지비가 들어가는지, 특별한 지출을 위한 예산은 얼마나 잡아야 하는지, 일상 식비는 내 소득 수준에서 얼마인지 등을 직관적인 수치로 보여줍니다. 주식 투자 수익률 1%에 아등바등하면서도 소비 지출은 신경 쓰지 않는 것을 혼쭐내는 김경필 저자입니다. 허투루 돈을 쓰지 않으면 수익률은 100%라는 걸 강조합니다. 





월급만 모아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은 월급조차 안 모으면 더 말할 게 없다는 의미였습니다. 사회초년생은 최소한의 투자가 가능한 목돈을 빨리 모으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1억 원이라는 처음 목돈을 얼마 동안의 기한 내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사회초년생이 목돈 만들 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인 자동이체로 보내는 정기적금의 힘을 무시하지 말자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비 통제되는 정기적금의 유용성을 알게 됩니다. 


저축을 할 때도 푼돈을 모으는 저축은 오히려 소비의 제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300만 원 정도를 타먹는 소액 적금은 여행이나 노트북, 카메라 등 소비를 위한 저축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적어도 3개월 치 월급보다 많은 금액을 목표로 1,000만~2,000만 원을 손에 쥐는 저축을 해야 한다는 걸 우리 아이에게도 당장 알려줬습니다. 미혼에 자본 1억 원 이하, 월급 250만 원 이상인 사회초년생이라면 아묻따 60% 저축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시기에 급진적으로 저축을 실행하지 않으면 이후엔 더 모으기 힘들어진다는 건 진리인 것 같아요. 


주식 투자에 대한 재미있는 통찰도 있는데요. 주식해서 집 샀다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주식해서 번 돈은 또다시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현금화하지 않으면 수익이 아니라는 걸 일깨웁니다. 젊은 시절부터 돈 모으기에 성공하는 경험을 쌓으면 살아가는 데 분명 긍정적인 도움으로 나타나게 될 겁니다. 재테크 1순위 내 집 마련을 위한 계획도 세밀하게 세워줍니다. 


재테크란 말은 돈 버는 기술을 뜻합니다. 이 책에서는 돈 불리기의 기본기를 탄탄히 하며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도록 자산 가치 개념, 잘못된 재테크 상식을 올바르게 잡아주는 등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최선의 방법을 알려줍니다. 재테크 필승 전략인 고치기, 모으기, 굳히기, 불리기 4단계로 때로는 혼쭐내면서 때로는 다독이면서 응원하는 김경필의 <오늘은 짠테크 내일은 플렉스>. 똑똑한 소비를 통한 재테크 기초를 마련할 수 있도록 사회초년생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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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모로코 한 달 살기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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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곳 모로코. 해시태그 가이드북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억겁의 신비를 간직한 문화와 자연을 만나봅니다. 북아프리카에 위치했지만 스페인과 거의 맞닿아 있어 아프리카, 유럽의 문화가 혼재한 개방적인 이슬람 문화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해시태그 모로코 한 달 살기에서는 이슬람 문화의 기본 지식과 모로코 대표 도시 정보, 알찬 여행을 계획하고 렌터카로 여행하는 법까지 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모로코는 스페인 여행을 한다면 시간을 내서라도 들러야 하는 곳으로 패키지여행 상품으로도 흔하게 접했을 만큼 스페인과 가깝습니다. 스페인에서 페리로 모로코 탕헤르로 입국하는 루트와 카사블랑카로 바로 입국하는 루트로 구분해 모로코 여행 일정을 세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아틀라스산맥, 소도시까지 여행한다면 렌터카가 편리하고, 도시의 복잡한 메디나에서는 도보 여행을 해야 하기에 숙소는 도시 중심부에 마련하는 게 좋다고 합니다. 아라비안풍이 나는 전통 숙소 리아드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네요. 전통여관을 호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리아드 숙박을 놓칠 수 없겠습니다.


모로코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개방적이라 할리우드의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글래디에이터, 본 시리즈, 스타워즈, 007 시리즈, 인셉션, 블랙호크다운 등에 등장하는 수많은 장면이 모로코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영화 <모가디슈>도 모로코에서 촬영했다고 알려져 있죠.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는 원주민 베르베르족 특유의 문화도 접할 수 있고, 700년대 아랍 군대가 들어와 이슬람 문화를 받아들인 후 현재도 개방적인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는 안전하게 모스크 체험하기 좋은 곳입니다. 모로코에서는 아랍어, 베르베르어, 프랑스어, 영어로 된 신문을 동시 발행할 정도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한다니 문화의 개방성이 탁월한 것 같아요. 물론 여행 시 주의해야 할 문화적 지침은 꼭 인지하고 여행해야 합니다. 가이드북에서 옷차림, 초대받았을 때, 사진 찍을 때 등 각종 주의사항을 짚어줍니다.


모로코 여행은 겨울에 즐기는 게 가장 좋다고 합니다. 10월 이후부터 성수기인 모로코는 밤 기온이 떨어지는 것만 대비하면 쾌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유럽 관광객이 많아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도 걱정을 덜 수 있는 메뉴나 현대화된 마트, 패스트푸드점도 많다고 합니다. 모로코 최북단의 탕헤르는 스페인에서 배를 타고 입국하는 여행자들이 가장 먼저 밟은 모로코 도시입니다. 지중해 휴양지로 유명한 탕헤르에서는 파란색 스머프 마을을 연상하게 하는 쉐프샤우엔, 벽화로 유명한 해안 마을 아실라 등 근교를 다녀오기에도 좋습니다. 


예전엔 외부의 출입이 제한된 요새 도시였던 쉐프샤우엔에는 잘 정비된 등산로가 있어 쉐프샤우엔의 전망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포인트 장소도 놓칠 수 없습니다. 그 외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도시 메크네스, 천년 이상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미로 도시 페스, 수도 라바트와 자유도시 카사블랑카, 윈드서핑을 즐길 수 있는 에사우이라, 유럽의 모나코 분위기를 내는 고급 휴양지 아가디르, 한적하고 아름다운 시디 이프니 등 모로코의 곳곳을 소개합니다.


모로코 남부로 내려가면 마을 전체가 영화 세트장인 아이트 벤하두를 비롯해 사하라 사막투어를 다녀올 수 있는 도시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모로코를 찾는 가장 큰 이유로 사하라 사막을 꼽는 여행자들이 많을 텐데요, 모래언덕이 끝없이 펼쳐지고 어느 순간 방향 감각도 사라지는 황금색 풍경과 은하수와 별똥별이 선사하는 환상적인 밤하늘을 눈으로 담아온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붉은 도시 마라케쉬에서 출발하는 1박 2일, 2박 3일 사하라 투어에 대해서도 꼼꼼히 다루고 있습니다. 사하라 투어 때 여행자들이 챙기면 좋은 준비물도 세심하게 짚어줍니다. 해시태그 모로코 한 달 살기로 다양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모로코의 매력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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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현상하다
앤 마크스 지음, 김소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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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사진작가에서 20세기 최고의 거리 사진작가로 이름을 올린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1926~2009). 비비안 마이어를 우리가 알게 된 건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07년 시카고 경매장을 찾은 존 말루프와 제프리 골드스타인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비비안 마이어의 존재를 여전히 알지 못했을 겁니다. 


수많은 네거티브 필름과 현상하지 않은 필름 14만 점이 고스란히 창고에 보관되어 있었고, 대단한 물건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한 두 수집가의 노력으로 사진작가의 행방을 알아냈을 땐 이미 고인이 된 후였습니다. 


존 말루프가 플리커에 스무 장의 사진을 공개하자마자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비비안 마이어 밈이 형성될 정도로 화제를 모읍니다. 그런데 비비안 마이어를 조사할수록 오히려 미스터리한 인물이 되어갑니다. 비비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극과 극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입니다. 권위적인/소극적인, 배려하는/냉담한, 여성적인/남성적인, 쾌활한/냉소적인, 열정적인/둔감한, 사교적인/비사교적인, 눈에 띄는/은둔하는, 메리 포핀스/사악한 마녀... 어떻게 한 인물에 대해 이토록 상반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걸까요. 


이 여정은 2015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인상 깊게 본 앤 마크스 저자는 비비안 마이어 아카이브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허락받아 보모 사진작가의 알려지지 않은 삶을 추적하게 됩니다. 가족조차 찾지 못한 비비안의 가계도를 작성해 내고, 생전에 교류한 사람들을 찾으며 6년의 세월을 보냅니다. 비비안의 일상과 관심, 세상을 보는 시각을 알아내야 했습니다. 그저 사진 작품집이 아니라 비비안의 전 생애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그렇게 탄생한 전기 <비비안 마이어>. 비비안 마이어는 누구이며, 사진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의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이 책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마지막 자화상 사진을 포함한 400여 점의 사진과 함께 비비안 마이어의 삶을 따라가봅니다. 


2022년 11월 13일까지 국내에서 열리는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인 270여 점의 사진과 자료가 선보이는데, 비비안 마이어의 트레이드마크인 1:1 정방형 사진이 그야말로 예술이더라고요. 6×6cm 포커싱 스크린의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허리 부근에서 카메라를 잡아 사진 찍는 사람의 얼굴을 가리지 않는 롤라이플렉스는 아래에서 위로 찍어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는 기술을 쓴 비비안 마이어의 영감과 재능을 살린 카메라입니다. 


비비안의 사진 속 인물들은 나이, 인종, 성별 불문하고 피사체가 생동감 있게 다가옵니다. 도시 풍경, 건축물, 평범한 사람들, 유명한 사람들, 가판대, 자화상 사진, 거리... 다양한 장르를 탐구했던 비비안입니다. 살바도르 달리, 오드리 헵번 등의 사진을 뜻밖에 마주하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습니다. 전업 사진작가가 아닌데도 이처럼 사진을 찍으려면 수시로 사진을 찍으러 나갈 수 있는 자유가 있는 일을 해야만 했습니다. 비비안 마이어는 아이들을 돌보는 보모로 생활비를 벌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학위도 인맥도 없이 홀로 배운 사진작가는 재능이 있었더라도 힘든 일을 많이 겪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손놓지 않고 카메라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불안정하고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어머니, 폭력적인 알코올중독자 아버지, 마약에 중독되고 조현병을 앓은 오빠. 이런 과거를 숨기고 독립적으로 살아나가기로 결정한 비비안은 입을 다물고 멀리 떨어지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럼에도 보모로서는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생각 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겐스버그 가족의 집에 고용되어 11년간 세 아이의 보모로 지낼 때는 가장 오랫동안 안정적인 생활을 누립니다. 어린 시절의 해독제가 되어준 가족을 만난 겁니다. 이때 언제나 목에 카메라를 매단 채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녔고, 자화상 사진 기술이 발전하게 됩니다. 


하지만 안정적인 삶은 형제들이 성장하며 끝나게 됩니다. 이때부터 비비안의 저장 장애가 심해지고 내면이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사진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정서적 유대감을 원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깨닫지 못한 채 냉담하게 떠난 비비안. 그렇게 감정적으로 좋은 이별을 스스로 해내지 못한 비비안은 추진력과 창의력을 잃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됩니다. 불행한 어린 시절에 대한 통제감을 얻기 위한 저장 장애는 악화되었고, 감정의 깊은 공허감을 물건으로 채우게 됩니다. 신문, 잡지 등을 강박적으로 모으며 그것들을 보관하기 위해 창고를 대여하기에 이릅니다. 사진 역시 타인과 공유하는 일이 점점 불가능해졌으니 꾸준히 찍었음에도 현상하지 않은 필름 상태 그대로 보관만 하게 됩니다. 


이렇게 우울모드로 인생이 끝나나 싶을 테지만 비비안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보모 일이나 노인 돌봄 일을 하면서 이제는 라이카로 컬러 사진을 찍으며 비비안의 자화상은 다시 한번 생기를 얻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비비안이 스스로 소소한 일상 기록물들을 찍은 사진을 보면 지금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는 듯합니다. 가지런히 배치하고 소품과 장식을 더해 찍은 사진을 보고 한참 웃었습니다. 


40년 동안 사진에 열정을 바친 비비안 마이어. 말년에 도움을 준 겐스버그 형제들을 보면 비록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비비안의 삶이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엉망이었던 건 아니라는 걸 엿볼 수 있습니다. 독립적이고 자존심 강한 비비안의 모습을 누군가는 냉담한 성격의 이상한 사람이란 편견을 가지고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비안의 삶을 알아갈수록 실패자, 낙오자가 아닌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애쓴 비비안의 투쟁을 곳곳에서 만나게 됩니다.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에서 자화상 사진을 보며 복잡미묘한 감정이 들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당시 비비안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됩니다. 세상에 자신을 집어넣는 행위로서의 자화상 사진은 그저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촉진제였던 겁니다. 비비안 마이어 신화를 다시 써 내려간 전기 <비비안 마이어>. 슬픈 인생을 살다 간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내려고 노력한 예술가 비비안 마이어. 20세기 거리 사진의 역사를 다시 쓰게 한 비비안의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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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는 착각
질리언 테트 지음, 문희경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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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이면에 감춰진 무언가를 포착하고 다른 사람들을 공감하고 문제를 새롭게 통찰하는 학문, 인류학. 총균쇠의 재레드 다이아몬드, 사피엔스의 유발 하라리 덕분에 우리에게 인류학 관점이 완전히 낯설진 않지만 그럼에도 원시 부족의 삶을 관찰하러 아마존 밀림으로 들어가는 인류학자의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파이낸셜 타임스> 편집국장이자 인류학 박사 질리언 테트는 아마존 밀림 대신 아마존 창고에 들어가는 인류학자의 모습을 부각하며, 지금처럼 유동적인 세계에서 문화와 맥락을 이해하는 인류학의 쓸모를 재정의합니다. <알고 있다는 착각>은 인류학적 사고방식의 필요성과 그 활용법, 인류학 시야를 기르는 방법에 관한 책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낯선 문화를 피하고 경멸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면 주변을 둘러볼 수 없는 터널 시야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반면 인류학은 낯선 것과 문화 충격을 수용하려는 시도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인류학 박사 학위 연구를 위해 소련의 변방 타지키스탄의 한마을에 머물며 그곳의 결혼 풍습을 연구한 질리안 테트 저자. 어린아이의 호기심으로 듣고 배워야 했던 인류학적 시야와 사고법이 이후 월스트리트와 워싱턴을 연구하는 데도 유용하게 쓰일 줄은 그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CIA가 냉전 시대 소련에서 취약한 지역을 잘못 판단한 것처럼 서구에서 바라보는 방식이 실제 지역사회의 진실과는 전혀 다른 해석으로 나아가는 사고과정을 짚어주며 낯선 세계를 바라보는 우리의 일반적인 시야의 함정을 보여줍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관찰하고 경청하고 개방형 질문을 던지고 호기심을 가지는 태도를 지향하는 인류학 사고방식. 서구 엘리트 구성원들이 쉽게 놓치는 사고방식이기도 합니다. 인류학적 사고법은 위에서 조망하거나 빅데이터로 바라보는 관점보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관점을 의미하는 것과 같습니다. 21세기 기술 전문가와 경영인들에게 사고방식을 바꾸라고 설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업에 인류학자들이 채용된 사례는 기사를 통해 들어왔지만 여전히 한시적이고 일부의 사례입니다. "그건 당신의 세계관이지 모두의 세계관이 아니다!"라고 말한 인텔의 인류학자처럼 기술을 인간의 삶과 어떻게 접목할지 안다고 맹신하거나 또 다른 관점을 무시하는 것은 하등 도움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다양한 사례로 보여줍니다.





인간의 본성은 우리의 방식은 정상이고 다른 방식은 모두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류학자들은 수많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상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합니다. 저자는 이걸 활용해 보자고 합니다. 세상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고 자신을 더 객관적으로 돌아보면 위험과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겁니다. 저자는 이 사고방식을 저널리스트로 일하던 당시 낯선 경제팀에 배치되었을 때의 두려움과 편견을 떨쳐낼 때 유용하게 활용했다고 합니다. 내부자들은 전체 그림의 조각들만 보더라고 꼬집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든 사람들이 한다고 말하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음을 아는 인류학자는 새의 눈으로 보는 금융인의 관점과 벌레의 눈으로 보는 인류학자의 관점이 극과 극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이런 문제는 금융인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발견합니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 어떤 편향에 치우치는지 간파하지 못한다는 데 있습니다. 인류학 사고방식을 탐색해서 자기 생각을 돌아보려는 사람은 드뭅니다. 


금융위기를 낳은 금융계의 사회적 침묵을 목도했던 저자도 모든 유형의 침묵을 알아채진 못했습니다. 그만큼 낯설게 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는 모두 문화적 환경의 산물로서 게으르게 짐작하고 편견에 휩쓸리기 쉽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렌즈가 더럽다는 것을 인정하고, 우리의 편향을 인식하고, 새로운 다양한 관점으로 보려고 노력해서 편향을 상대하려고 시도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렌즈가 완벽하게 깨끗하지는 않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고 짚어줍니다. 이 점을 이해하면 소음에 정신을 뺏기는 대신 사회적 침묵에도 귀를 기울이게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날처럼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시대에는 맥락과 문화를 무시하고는 기존 분석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합니다. 빅데이터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말해주지만 왜 그런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우리가 무시했던 것을 바라보는 인류학 사고법으로 낯설게 볼 때 변화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금융위기, 코로나19, 마케팅, 사회 이슈 등의 사례를 통해 다양한 차원에서 삶을 바라보고 사회적 침묵을 경청할 때 비로소 해법을 발견할 수 있고, 지금 세상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알고 있다는 착각>. 인류학의 시야로 낯선 것을 낯익게 만들고, 낯익은 것을 낯설게 보면서 우리가 무시하는 것을 보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불편하고 낯선 것을 통해 눈을 뜨는 경험을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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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 - 내 방에서 우주 끝까지, 세상의 온갖 법칙과 현상을 찾아서
브라이언 크레그.애덤 댄트 지음, 이종필 옮김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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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반한 과학 백과 사전 <그림으로 모든 순간의 과학>. 과학 법칙과 현상 514개를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어요. 뭔가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일상의 모습에서 사진 찍듯 포착해 연관된 과학 핵심 용어를 설명할 수 있다는 데서 과학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은 부엌, 집, 정원, 과학관, 병원, 광장, 거리, 교외, 해안지대, 대륙, 지구, 태양계, 우주까지 확장하며 그림을 설명합니다. 주제마다 처음엔 그 장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일들이 복합적으로 그려진 큼지막한 한 장의 그림이 등장합니다. 이어서 돋보기로 들여다보는 수준으로 그림의 일부를 끄집어내 관련 과학 용어를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전체 그림을 다시 살펴보게 되는 숨은그림찾기 효과가 있어 흥미진진합니다. 이 그림이 의미하는 게 이런 과학 개념이었구나 하며 놀랄 때가 많습니다. 과학이 생활과 동떨어진 게 아니라 이토록 가까이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과학의 세계를 일상으로 끌어온 <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 이 책을 보고 나면 물을 끓일 때, 컵을 깨뜨렸을 때, 엎질러진 물을 닦을 때, 샤워할 때, 거울을 볼 때처럼 집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해변으로 휴가를 떠난다면 보일의 법칙, 그린의 법칙, 헨리의 법칙, 중첩의 법칙, 뉴턴의 제1법칙과 제3법칙, 스토크스의 법칙 등을 떠올릴 수 있게 되는 진기한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관찰로 얻은 실용적인 결과인 법칙, 뭔가가 일어나거나 존재하는 현상을 이 책에서 모두 다룰 순 없지만 대표적인 과학 핵심 용어는 배울 수 있습니다. 용어를 설명하는 문장이 사전식이어서 어쩌면 불친절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단조롭기만 했던 일상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계기는 충분하고 과학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탁월합니다. 블랙홀 촬영, 국내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 등 우주 이슈 덕분에 태양계와 대우주에 대한 파트도 관심있게 보게 됩니다. 판도를 뒤바꾼 13명의 대표 과학자도 그림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동일한 용어가 주제에 따라 중복되어 등장하기도 합니다. 정원에서 만난 뉴턴의 제3법칙을 광장, 해안지대, 대우주 등 다른 장소에서도 만나게 됩니다. 


세상 만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주는 책 <그림으로 보는 모든 순간의 과학>. 우리가 살아가고 경험하는 모든 순간에 담긴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등의 대표 법칙과 현상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과학책입니다. 청소년부터 읽기 좋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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