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과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 위대한 고전
김성근 지음 / 빅피시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교양 과학서를 (소장하길) 좋아하는데 소장의 욕구를 넘어 그 책의 핵심 내용을 알게끔 지적 만족감을 선사하는 책을 만났습니다. 하버드대에만 유명 강의가 있는 게 아닙니다. 6년 연속 탁월한 강의상, 최우수 과목상을 받은 명강의가 우리나라에도 있었습니다. 전공자가 아니어도 꼭 들어봐야 할 교양 수업을 하는 분으로 찬사 받는 김성근 교수는 이 책에서 과학 고전 30권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 줍니다. 


학문의 각 분야에는 역사상 그 물줄기를 바꾼 고전들이 있습니다. 과학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인류가 추구해온 지식의 대장정에 가장 빛나는 별, 과학 고전 30권. 그 책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경, 책 내용, 그 책이 미친 영향, 함께 읽으면 좋은 책까지 소개하는 <위대한 과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 과학 분야는 워낙 가파르게 변하는 분야라 생각되어 오래된 지식을 굳이 볼 필요가 있겠나 싶었는데, 고전이라는 딱지가 붙는 아우라는 역시 다른가 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과학 고전은 구닥다리 유물이 아니라 그 파급력과 이후 과학사에 미친 영향력이 남다른 책들이었습니다. 


근대 과학은 튀코 브라헤가 신성 관찰한 시점을 중요시하는 만큼 튀코 브라헤의 <신성에 관하여> 책을 첫 책으로 소개하며, 달이 흠결 없는 투명한 천체가 아니라 산, 골짜기, 크레이터로 이루어진 모습이란 것을 그림으로 표현한 갈릴레이의 <별세계의 보고> 등 과학에 푹 빠져들게 되는 과학 명저들을 소개합니다. 아무리 어려운 과학적 법칙들도 우리 실생활과 얼마나 밀접한 것인지 대중에게 알려준 패러데이의 <촛불 속의 과학>, 불후의 명작이 된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저자의 전공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친 칼 포퍼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등 이름만 알고 있거나 아예 몰랐던 책들을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유명 과학자들의 대표작 중에서는 난해한 수학적 기술로 쓰여 일반인이 읽기 쉽지 않은 책도 많습니다. 그런 책도 이 책을 통해 수월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과학 고전에는 분야 특성상 도무지 일반 독자에 대한 배려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난이도 높은 책도 많습니다. 어떤 점이 그 책을 인류 역사상 최고의 책으로 만들었는지 김성근 교수가 하나씩 짚어주고 있는데, 요약해 준 <위대한 과학 고전 30권을 1권으로 읽는 책>을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어떤 책은 원전을 꼭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불쑥 드는 책도 있으니... 이만하면 이 책은 제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소장용으로 책장에 꽂혀 있기만 했던 책도 얼른 들춰보고 싶어집니다. 딱딱하고 낯선 과학 지식의 기본적인 내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읽게 되니 더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외로 놀라웠던 부분은 우리나라 과학 고전이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홍대용의 <의산문답>이 조선 최고의 SF 소설이라니요! 고루한 유학자를 상징하는 인물과 그의 무리를 일깨우는 인물 간의 문답식 대화로 구성된 이 책에서 당시 과학 지식으로는 파격적인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동서양 학문을 융합한 독자적인 지식 체계를 구축한 최한기의 <기학>, 한국 과학 기술사에 관한 최초의 천문 종합 연구서로 평가받는 전상운의 <한국 과학 기술사> 등 미처 몰랐던 우리의 과학 명저를 알게 되었습니다. 


인류사를 바꿔놓은 과학 명저, 오늘날 과학의 위상을 만들어낸 근현대 과학 명저 등 이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위대한 과학 고전 30권. 천문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의학, 유전학 등 과학의 분과에서 한 획을 그은 명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가장 최신 책이 1976년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이니 정말 어마어마한 고전들이 수록되어 있답니다. 교양 과학 도서에 도전하고 싶은 문과생, 다양한 분야의 명저에 도전해 보고 싶은 지적 욕구 높은 일반인, 과학 분야에 관심 많은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더 기대되는 점은 과학 고전 분야뿐만 아니라 앞으로 철학 고전, 경제학 고전 등이 빅피시 고전 시리즈로 쭉 나올 예정이라니 딱 시리즈 소장각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고블 씬 북 시리즈
송경혁 지음 / 고블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선천적으로 입냄새가 심해 트라우마가 있는 영길. 흡사 마늘 냄새와 비슷한 시큼 알싸한 스멜~. 괴롭히기조차 싫은 사람이었기에 왕따조차 피해 갈 정도였으니 그와 관계를 맺을만한 사람 없이 외롭게 성장합니다. 물론 가족은 그의 구취에서 자유로웠습니다. 엄마 역시 같은 증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엄마를 사랑해 결혼까지 한 아빠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줌이나마 의지할 가족마저도 사고로 잃게 됩니다.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채, 유일한 혈육이던 외삼촌으로부터 버림받고 영길은 홀로 살아갑니다. 그의 피가 세상에서 단 네 명뿐인 희귀한 혈액형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 피를 팔아 근근이 살아가면서 말이죠. 그런 그에게 동창 상일이가 연락을 합니다. 어떻게든 영길을 도와주려고 하는 상일의 곁에서 귀찮아하면서도 노동의 참맛을 조금씩 알아가게 됩니다. 입냄새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서로를 챙기는 상일이와 영길. 


그러던 어느 날 입냄새가 괜찮아졌다느니 아끼던 사슴의 피를 마신다느니... 상일이의 행동이 의심스러워지는데... 그것은 유럽발 신종 전염병의 증세와 비슷한 게 아닙니까. 12세기 루마니아 지역에서 창궐한 병. 수백 년이 지나 세상에 풀려난, 바로 뱀파이어가 되는 전염병이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확진자가 급증하더니 이 동네 사람들도 죄다 이상해집니다. 녹색 새마을 모자를 쓴 청년회장도 영길의 피를 빨아먹으려 달려듭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어떻게 위기를 빠져나갈지, 이 신종 전염병에 걸린 것 같은 상일이는 어떻게 될지... 빠른 호흡으로 순식간에 진행하는 소설이어서 다 읽고 나니 외전을 외칠 수밖에 없는 독자의 마음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충청도 사투리를 상일이에게 쓰게 한 건, 충청도 출신 작가의 자조적 개그가 아니라 스릴감 넘치는 진행 속에서 느슨한 웃음을 집어넣어 절묘하게 강약 조절을 하는 듯했습니다. 이 짧은 스토리 속에 미스터리 스릴러는 물론이고 한국형 조폭 서사, 눈물겨운 가족 서사, 찐 우정 서사 등 뻔한 드라마급 소재가 다 들어있지만 그걸 펼쳐내는 방식이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짧지만 강고한 중,경장편 소설 시리즈 고블 씬 북 일곱 번째 소설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이 책의 백미는 작가의 말이었습니다.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서사를 알고 나면 가볍게 읽어낸 스토리텔링의 무게감이 확연히 더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포 도감 - 캐릭터로 이해하는
스즈카와 시게루 지음, 김한나 옮김 / 생각의집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생물학의 재미를 널리 알리고 있는 생물 강사 스즈카와 시게루의 <캐릭터로 이해하는 세포 도감>. 우리 몸속 세포의 주요 특징을 묘사한 흥미진진한 캐릭터, 쉽게 이해하기 좋은 만화, 군더더기 없이 핵심을 알려주는 생물학 지식까지 삼박자가 척척 맞아떨어지네요. 인체에 관심 많은 초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모두 읽기 좋은 세포 도감 책입니다. 


자유분방한 삶을 살고 있는 세레나. 과음하고 들어온 날 뉴런 박사가 뿅~! 나타납니다. 세레나 때문에 몸속은 지금 아주 바쁘다며 체내 세포들을 하나씩 안내합니다. 불필요한 물질을 치우느라 퀭한 세포 캐릭터를 보자마자 빵 터졌어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죽을 때까지 이 몸으로 살아가는데도, 정작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는지 모른 채 살아갑니다. 저 역시 나이가 점점 들수록 건강이 최고라는 말을 실감하고는 있지만, 그저 삐걱거리는 증상 때문에 그러려니 할 뿐 여전히 내 몸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뉴런 박사가 안내하는 수많은 세포들을 만나볼까요. 


인간의 몸은 약 37조 2천억 개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고 합니다. 생명의 최소 단위인 세포는 인간 활동을 뒷받침합니다.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게 바로 세포인 겁니다. 종류, 크기, 형태, 기능이 다양한 세포. <캐릭터로 이해하는 세포 도감>에서 혈액 세포, 뇌와 신경 세포, 뼈와 근육 세포, 내장 세포, 생식기 세포, 감각세포를 차례로 만나봅니다. 


산소와 영양소 등을 운반하는 혈액 세포. 상처를 아물게 하거나 체내 침입한 이물질을 제거하는 놀라운 기능의 세포들이 있습니다. 몸속 세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적혈구는 고속철과 비슷한 속도인 시속 약 2백 킬로미터로 혈관 속을 흐르며 일한다고 합니다. 혈액 세포에는 산소 운송업자 적혈구, 혈관 수리공 혈소판, 이물질과 싸워서 제거하는 청소부 백혈구가 있습니다. 다양한 기능을 하는 이런 세포들이 아프면 어떡할까요. 적혈구, 혈소판, 백혈구는 모든 혈구의 어머니라 불리는 조혈모세포가 분화해 만들어집니다. 조혈모세포는 끊임없이 세포분열을 합니다.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기 어려워진 백혈병 환자의 골수이식이 바로 조혈모세포가 포함된 골수액을 이식하는 겁니다. 


뭔가를 생각하거나 정보를 받아서 몸을 움직이게 지시를 내리는 뇌와 신경 세포에서는 뉴런이 등장합니다. 뉴런은 뇌 속에 무려 1천억 개 넘는 수가 모여 있다고 합니다. 뉴런에게는 측근들이 필요하더라고요. 정보 전달꾼인 뉴런이 어떻게 피부, 근육 등으로 신호를 전달하는지 그림으로 잘 표현해 주고 있습니다. 





몸을 지탱하거나 움직이게 하는 뼈와 근육 세포에서도 놀라운 사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 뼈는 태어났을 때 그 뼈로 평생 사는 게 아니었더라고요. 오래된 뼈를 파괴하고 새로 재생하면서 우리 몸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성인 남성의 경우 1년에 전체의 5~10%의 뼈가 녹는다고 합니다. 물론 녹는 뼈는 철저하게 재활용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이 기능도 점점 떨어지는 거겠죠. 이걸 알게 되니 칼슘이 왜 뼈에 중요한지 실감하게 됩니다. 


영양원을 소화, 흡수하고 불필요한 물질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내장 세포, 부모가 자녀에게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생식기 세포, 다양한 자극의 센서 기능을 하는 감각 세포까지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었습니다. 아주 작은 하나의 역할이어도 삐걱거리면 큰일 나는 오묘한 인체. 수많은 세포들이 제각각 그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숨 쉬며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내 몸의 소중함이 더욱 와닿습니다. 


전자현미경 등장 후 활발해진 세포에 관한 연구는 계속 진화 중입니다. 아직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세포도 많습니다. ips세포, 암 면역세포 연구 등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현황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요. 우리나라도 최전선에서 활약하길 응원합니다. 


혈관을 수리하는 혈소판은 접착제를 들고 다니는 수리공 모습으로 표현하고, 이물질과 싸우는 백혈구 중 하나인 호중구는 쏘쿨한 모습으로 표현하는 등 세포의 특징을 잘 묘사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세포 캐릭터들을 하나씩 만나다 보면 무엇보다 세포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생활습관을 반성하게 되기도 합니다. 세포 도감 외에도 물리 도감 편도 재미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서진 우울의 말들 - 그리고 기록들
에바 메이어르 지음, 김정은 옮김 / 까치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통함, 공포, 슬픔과는 다른 현실의 상실과 짝을 이루는 우울증에 대한 고찰 <부서진 우울의 말들>. 네덜란드 철학자이자 작가 에바 메이어르는 열네 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겪은 우울증을 고백하며, 자신만의 문법으로 우울증과 함께하는 삶을 묘사합니다. 


‘모든 색이 서서히 빠져나가고 결국에는 색의 기억만 남기고 회색으로 변해버리는’ 우울증을 이겨내는 극복기가 아닙니다. 그저 우울증의 어둠이 더 커지거나 더 줄어들거나 할 뿐 사라지진 않는다는 것을... 결국 우울증을 받아들임으로써 그로 인해 위안, 희망,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여전히 세상에 속해 있고 여전히 나 자신인데도, 우울증은 나와 세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를 읽고 주인공 로캉댕의 무덤덤함에 공감할 만큼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이 회색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는 에바 메이어르. 


청소년기에는 그저 반항으로 표출하며 스스로 고립시키기도 했다고 고백합니다. 자살에 대한 생각도 함께 따라다녔지만, 이내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의문은 접게 됩니다. 자살은 해결책이 아니라 끝이라는 걸 깨달으며 대신 그는 오히려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우울증에 대처하는 법을 고민한 겁니다. 마침내 에바를 구원한 것은, 다른 어딘가에서 뭔가 가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우울증 치유와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주어진 뭔가에 대해 어떤 태도를 선택한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나는 나를 계속 살아 있게 해주는 일상을 나 자신에게 가르쳤다." - 책 속에서


우울한 사람의 뇌는 노화 질환에 취약하다고 합니다.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의 크기도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처럼 에바는 우울증이 무엇인지 더 잘 이해하는 과정도 경험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상태를 더 잘 이해하는 여정이기도 합니다. 불안과 슬픔은 종종 감정의 과잉을 일으키지만, 우울증은 모든 것을 공허하게 만들고 부정적인 감정의 고삐를 풀어놓는다고 합니다. 우울하면 모든 것이 부질없어 보입니다. 만약 우울에 색깔이 있다면, 회색이거나 때로는 침묵의 흰색이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우울증을 이해할수록 우울증과의 싸움이 아니라 우연의 문제임을 깨닫습니다. 내면의 우울의 바다가 수위를 조절할 뿐이라는 것을요. 누워버리면 물에 잠기게 될 테니, 그러지 않도록 뭔가 대체할 수 있는 일들을 하자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우울증을 앓는 동안, 내 몸속에는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들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 책 속에서





어린 시절부터 우울증을 앓다 보니 에바는 우울증 이전의 자신이 어땠는지 모르고, 우울증이 없었다면 어땠을지도 모릅니다. 그저 우울증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우울증에 민감한 사람으로 인정하며 성장합니다.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열네 살 때부터 청소년기에는 다양한 치료사들과 대화 치료를 했고, 이후엔 항우울제를 처방받기도 합니다. 섭식 장애를 앓으며 치료소에 입원해 다양한 인지 치료, 행동 치료를 받기도 합니다. 우울증 약을 중단했을 때 6주 동안 속이 메스꺼웠던 이후 규칙적인 일상을 엄격하게 지켜오게 됩니다. 에바에게는 항우울제보다 더 효과가 좋았던 건 하루 두 시간 반려견들과 산책하고, 매일 한 시간씩 달리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행동 치료에서 중요시하는 습관 관리와도 맞물립니다. 


모든 것이 바닥으로 끌어당기고 있는 기분은 여전합니다. 몇 달 후에도 안개는 걷히지 않고, 무기력은 더 무겁게 짓누르지만 그럼에도 계속 걷습니다. 예전에 그랬듯이 결국 지나갈 것이고, 지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에서 단순히 견디는 것으로 초점을 바꾸고, 불쑥 들이닥치는 공허함을 자신만의 대처법으로 견뎌내고 있습니다. 에바의 이력이 철학자, 작가뿐만 아니라 화가, 가수 겸 작곡가 등 예술, 문학으로 펼쳐져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걷기, 글쓰기, 작곡하기, 명상하기 등 자신만의 고요함 속으로 들어가는 겁니다. 


우울증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포기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의연해지는 것입니다. 할 수 있는 한 내 운명을 세상과 연결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자크 데리다, 하이데거, 세네카, 비트겐슈타인 등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프란츠 카프카, 버지니아 울프, 페르난두 페소아 등 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발견한 우울증에 대한 고찰을 곁들여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 여정을 보여주는 <부서진 우울의 말들>. 


이 책은 우울증의 경험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한 현상학적 통찰을 건네기도 하면서 더불어 우울한 사람과 가깝게 지내야 하는 사람을 위한 교훈도 알려주는 책입니다. 에바 메이어르의 문법은 우울증을 묘사하는 데 있어 상투적이지 않으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묘사한 멋진 책입니다. 삶과 자기 자신에게 익숙해지는 방식을 이야기한 <부서진 우울의 말들>. 잘 견딜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줍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외여행 준비 TIP 모음
이상호 지음 / 좋은땅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초보 여행자, 몇 번 다녀왔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경험을 가진 여행자에게 유용한 책 <해외여행 준비 TIP 모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아직 머뭇거리는 분들도 가슴 두근거리는 자극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역별 여행 가이드북만 있는 현실에서 해외여행 준비에 필요한 정보만 담은 책이어서 특별합니다. 단순히 물품 준비라든지 여행 준비 절차 자체에 치우친 정보를 넘어 이 책은 해외여행을 왜 가는지를 생각하며 더욱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여행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짐 꾸리는 법부터 헤매게 되는 해외여행. 기내용 캐리어와 화물용 캐리어에 넣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어 미리 정보를 알아둬도 정작 짐을 쌀 때 실수를 하기도 합니다. 화물용 캐리어에 보조 배터리를 넣는 바람에 헐레벌떡 다시 달려가는 일도 생기고, 해외에서 좋은 와인을 사서는 기내용 캐리어에 넣는 바람에 버리고 와야 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다 보면 그 여행의 즐거운 경험마저 반감되어버립니다. 불가 물품 종류보다는 왜 어떤 것은 화물용 캐리어에 넣으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으면 구분하는 데 기준이 되어 실수를 낮출 수 있습니다. 화물칸은 불이 나면 불을 끄기 쉽지 않기에 폭발할 수 있는 스프레이류와 일반 소화기로 잘 꺼지지 않는 배터리류는 화물용 캐리어에 넣으면 안 된다는 걸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다 보면 항공권과 숙소 결제를 잘 끝내면 큰 산을 넘은 것처럼 안심됩니다. 지역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해외여행에서 가장 큰 비용이 지출되는 항공권과 숙소를 어떻게 가성비 좋게 선택할 수 있는지 이 책에서 알려주고 있습니다. 역시 조금이라도 더 손품을 팔아야 비용 면에서는 만족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해외여행을 하는 데 드는 비용 중 일부는 환전하고, 해외에서도 결제 가능한 체크카드에 넣어두는 등 환전 원칙과 각종 비용에 대한 정보도 소개됩니다. 환율이 떨어질 때 조금씩 환전해 모아두는 방식도 괜찮아 보였어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여행을 꼭 가겠다는 버킷리스트를 가진 경우 이렇게 환전한 돈이 모이는 것을 보면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기분일 거예요. 





이상호 저자는 작은 스트레스가 쌓여 큰 스트레스 이어질 수 있음을 주의하도록 당부합니다. 시차 적응법, 피곤할 때 할 수 있는 팁 등은 즐거운 여행을 위해 알아두면 좋은 정보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백미는 챕터 2에서 시작됩니다. 여행을 어느 정도 다녀본 이들이라면 여기서부터 읽어도 됩니다. 잘 준비된 해외여행의 의미를 생각해 본 적 있으신가요. 이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스스로 적극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바로 나만의 안테나를 세우는 겁니다. 여행을 삶의 활력소로 삼기 위한 안테나는 뇌에 신선하고 다양한 자극을 안겨줍니다. 여행 관련 정보 책에서 뇌과학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다 이유가 있더라고요. 해외여행을 통해 나의 취향에 맞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자신의 코드에 맞는 사람과 인연을 만들려면 외국어를 잘 해야 할 거라 생각하지만, 외국어가 서툴러도 아주 쉬운 문장으로 상대도 이해하기 쉽게 대화하는 팁을 알려줍니다. 그 외에도 해외에서 한 달 혼자 살기, 외국에서 각 나라별 유명 맥주 마셔보기, 해외에 가서 그 나라 전통옷 입어 보기, 시티팝을 들으며 야경 보기 등 수많은 버킷리스트가 등장합니다. 


영화 같은 삶을 살고 싶어도 저마다 장애물이 있을 겁니다. 그 장애물을 제거하는 과정을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짚어줍니다. 내가 마음속에서 망설이는 것들을 나만의 진짜 버킷리스트로 만들어 삶의 또 다른 기쁨을 찾을 수 있게 응원합니다. 힐링 여행, 우정 여행, 이별 여행, 인연을 기대하는 여행, 충전 여행 등 내 상황에 맞는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 마주하는 온갖 장애물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노하우를 알려주는 <해외여행 TIP 모음>. 긍정적인 시너지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는 다양한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