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고블 씬 북 시리즈
송경혁 지음 / 고블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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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입냄새가 심해 트라우마가 있는 영길. 흡사 마늘 냄새와 비슷한 시큼 알싸한 스멜~. 괴롭히기조차 싫은 사람이었기에 왕따조차 피해 갈 정도였으니 그와 관계를 맺을만한 사람 없이 외롭게 성장합니다. 물론 가족은 그의 구취에서 자유로웠습니다. 엄마 역시 같은 증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엄마를 사랑해 결혼까지 한 아빠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줌이나마 의지할 가족마저도 사고로 잃게 됩니다.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하지 못한 채, 유일한 혈육이던 외삼촌으로부터 버림받고 영길은 홀로 살아갑니다. 그의 피가 세상에서 단 네 명뿐인 희귀한 혈액형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 피를 팔아 근근이 살아가면서 말이죠. 그런 그에게 동창 상일이가 연락을 합니다. 어떻게든 영길을 도와주려고 하는 상일의 곁에서 귀찮아하면서도 노동의 참맛을 조금씩 알아가게 됩니다. 입냄새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서로를 챙기는 상일이와 영길. 


그러던 어느 날 입냄새가 괜찮아졌다느니 아끼던 사슴의 피를 마신다느니... 상일이의 행동이 의심스러워지는데... 그것은 유럽발 신종 전염병의 증세와 비슷한 게 아닙니까. 12세기 루마니아 지역에서 창궐한 병. 수백 년이 지나 세상에 풀려난, 바로 뱀파이어가 되는 전염병이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도 확진자가 급증하더니 이 동네 사람들도 죄다 이상해집니다. 녹색 새마을 모자를 쓴 청년회장도 영길의 피를 빨아먹으려 달려듭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그는 어떻게 위기를 빠져나갈지, 이 신종 전염병에 걸린 것 같은 상일이는 어떻게 될지... 빠른 호흡으로 순식간에 진행하는 소설이어서 다 읽고 나니 외전을 외칠 수밖에 없는 독자의 마음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충청도 사투리를 상일이에게 쓰게 한 건, 충청도 출신 작가의 자조적 개그가 아니라 스릴감 넘치는 진행 속에서 느슨한 웃음을 집어넣어 절묘하게 강약 조절을 하는 듯했습니다. 이 짧은 스토리 속에 미스터리 스릴러는 물론이고 한국형 조폭 서사, 눈물겨운 가족 서사, 찐 우정 서사 등 뻔한 드라마급 소재가 다 들어있지만 그걸 펼쳐내는 방식이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짧지만 강고한 중,경장편 소설 시리즈 고블 씬 북 일곱 번째 소설 <충청도 뱀파이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달린다>. 이 책의 백미는 작가의 말이었습니다. 마지막 장에 등장하는 작가의 개인적인 서사를 알고 나면 가볍게 읽어낸 스토리텔링의 무게감이 확연히 더 묵직해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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