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베트남 한 달 살기 - 2022~2023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김경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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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남부 나트랑, 무이네, 달랏, 호치민, 붕따우 지역 정보가 담긴 베트남 한 달 살기 가이드북.


카페, 맛있는 별미를 제공하는 식당 가까이에 백사장과 청록색 바다가 있는 베트남의 유명한 해안 도시 나트랑.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는 만큼 남부 해안에는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요. 고층 건물과 고급 호텔이 즐비한 해변을 벗어나면 좁은 골목길과 냐짱의 오래된 집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매일 뭘 먹어야 하나 즐거운 고민도 해봅니다. 현지에서 길거리에 앉아 먹는 쌀국수 맛도 궁금합니다. 베트남 음식의 홍보대사인 쌀국수 외에도 분짜, 반 쎄오, 반미 등을 포함해 우리가 모르는 베트남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 등 베트남 음식과 관련한 정보가 든든하게 있으니 미식 여행도 충분히 누릴 수 있습니다.


현지인이 엄지 척 내세우는 반미 맛집, 다양한 해산물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 등 다양한 음식점도 소개합니다. 물론 한 달 살기를 할 때 필요한 라면, 캔 음료 등 마트 식품까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커피가 유명한 베트남인만큼 카페도 많습니다. 프랜차이즈 카페 외에도 특색 있는 카페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도심 속 쉼터 같은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곳들이 많이 생겨 카페 투어의 로망도 만족시킬 겁니다.


베트남에서 아프리카 사막을 만나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 무이네 사막, 정말 경이롭습니다. 나트랑에서 3~4시간이면 갈 수 있는 달랏과 4~5시간이면 도착하는 무이네는 '짠내투어'에서 방송되어 주목받은 이후 로망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화이트 샌듄, 레드 샌듄에서 일출과 일몰을 보고, 베트남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불리는 요정의 샘에서 멋진 자연을 만나는 것은 상상 그 이상으로 또 다른 새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베트남의 유럽으로 알려진 달랏은 식민시절 프랑스의 휴양지로 개발된 매력적인 여행지입니다. 특히 크레이지 하우스는 가우디의 건축물이 생각나게 하는 곳인데다가 온 가족이 좋아할 만한 곳인 것 같아요. 고원지대여서 여름에도 시원하게 여행할 수 있어요. 아기자기한 건축물이 많이 도시여행을 하기에도 좋고, 주변 산에서 하이킹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베트남 최고의 커피 생산지이기도 해서 카페 문화도 발달한 곳입니다. 시간이 멈춘 곳이라는 달랏에서 여유로운 관광을 해보세요.


복잡한 역사의 흔적이 있는, 유럽인들은 아직까지 사이공이라 부는 호치민. 프랑스풍 건물이 가득한 호치민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도시로 베트남의 경제와 문화 중심지입니다. 230km에 이르는 사이공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도시 모습은 서울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일 정도네요.​ 호치민의 다양한 모습들 중 인상적인 장소는 '더 카페 아파트먼트'. 낡은 아파트 전체를 카페로 개조한 곳인데 어쩜 그렇게 컨셉이 다양한 카페들이 가득한지. 이곳만 몇 날 며칠 투어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습니다. 비텍스코 사이공 스카이데크와 하이네켄 박물관도 콤보 티켓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다녀볼 수 있습니다. 


호치민에서 2시간 정도 해안 도로를 따라가거나 페리를 타고 이동하면 나오는 붕따우는 우리나라 땅끝마을처럼 땅끝 절벽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일몰 감상하기 좋은 붕따우는 베트남 대도시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근접성 덕분에 주말과 장기 여행을 위한 휴양지로 인기 있습니다.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예수상도 있는 명소라는 걸 가이드북에서 알게 되었어요. 휴양과 힐링, 로컬 문화까지 베트남 남부의 다채로운 여행을 즐겨보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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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시대의 은퇴, 퇴사 후 자존감 여행
조대현.신영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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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퇴사 후 한 달 살기는, 의문을 설득해야 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생의 한 페이지를 담당할 은퇴, 퇴사 후 자존감여행. 관광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닌 현지에서 지내는 한 달 살기를 하며 자존감을 회복하는 기간으로서의 자존감여행을 만나보세요. 인생 전환기에 떠나는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입니다. 


해시태그 여행 가이드북에서 먼저 만났던 지역의 에피소드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조지아, 아이슬란드, 모로코 그리고 우리나라 제주까지 그 사진이 이렇게 탄생되었구나 하며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여행 에세이처럼 흘러가면서도 자존감 회복에 도움되는 유명한 일화나 문장도 틈틈히 수록되어 있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 여행을 한다면 더욱 뜻깊을 거예요. 여행의 기회비용과 매몰비용에 관한 이야기도 인상깊습니다. 여행을 함으로써 맞바꿀 수 있는 것들은 저마다 다르겠지요. 대부분 돈과 시간일 테니 여행에서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강박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놓친 고기에 연연하지 말고 여행을 평생 기억에 남도록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누군가에게 비치는 '나' 대신에 그냥 '나'가 되는 최고의 방법은 여행이라고 합니다. 아무것도 아닌 '나'여도, 새롭게 발견하는 '나'일지라도 본연 그대로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여행의 가치. 매일 용기가 필요한 여행은 나에게 더 열린 마음을 갖도록 북돋아줍니다.


자존감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내 삶을 탄탄히 할 자존감에 집중한 <뉴노멀 시대의 은퇴·퇴사 후 자존감여행>. ​한 달 살기가 여행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면서 이 주제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와닿습니다. 여행을 통해 자존감을 얻는다는 것, 한층 성숙해지고 변화한 생각과 가치관을 얻는 여행이라면 인생의 한 기간을 날려먹는 게 아니라 나를 재발견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겁니다. 자존감여행이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하는 건지,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비전과 내면의 자존감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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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소름 돋는 현실고증
김주형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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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춘추전국시대에 20년 차 예능 PD로 살고 있는 김주형 PD의 생존기 <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예능계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유재석과 강호동이 있다면, 이들과 함께 한 PD들도 같이 유명세를 얻지요. SBS 공채로 들어간 김주형 PD는 유재석과 <런닝맨>으로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멱살 잡고 싶은 PD 일명 멱PD로 불리며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었습니다.



폭풍 같은 변화가 몰아치는 멀티플랫폼 시대가 되자 퇴사 후 선배 PD들과 함께 예능제작사에서 여전히 예능 PD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현실고증 <재미지옥에 왔습니다>. 힘들지만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김주형 PD의 찐 노하우가 담겼습니다. 



입사 14년 차 그는 첫 직장 SBS에 사표를 내고 나왔습니다. 그동안 대표 예능도 생겼고, 흔치 않은 해외 합작 프로젝트 성공 경험도 있습니다. 한 해 앞서 나간 선배들이 있는 예능 제작사에서 제2의 예능 인생을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범인은 바로 너!>를 만들게 됩니다. 기존 방송과는 다른 시스템인 OTT에 맞춰 새롭게 도전합니다. 유튜브 숏폼에도 도전합니다. <파자마 프렌즈>, <위플레이>, <뇌피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이수근의 눈치코치>, <셀럽은 회의 중> 등 플랫폼에 맞는 다양한 도전을 이어갑니다. 






늘 새로움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그의 아이디어는 엉뚱한 생각도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대부분은 폐기처리용이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기록한 것이 결국 기획안을 작성할 때 도움이 됩니다. <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에서는 예능 PD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면접 준비, 기획안 작성법 등 현장 PD의 노하우도 담겨 있습니다. 재미있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들입니다.



공대생이 첫 직장으로 지상파 공채에 도전하게 된 것은 우연의 연속이었습니다. 우연히 아르바이트로 방송국 편집실의 느슨한 분위기를 살짝 맛봤는데, 자유로운 출퇴근 직장인이라 착각(?!) 하고 PD에 슬쩍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전공을 살려 대기업 취업 준비를 그래도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방송 PD 특강마저 우연한 기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결국 그는 지옥의 문을 두드립니다.



교양 PD로 지옥의 조연출 생활이 시작됩니다. 예능국으로 보내달라하니 교양국에서 만드는 <한밤의 TV 연예>, <TV 동물농장>으로 보내버립니다. 그곳에서 예능의 맛을 좀 보긴 합니다. 그리고 5년 차에 드디어 왁자지껄한 예능국으로 가게 되었고, 편집이라는 후반 작업의 예술에 매료된 채 예능 PD 조연출 생활을 이어갑니다. 



사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버라이어티 예능 PD 생활의 센 노동 강도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조연출에서 연출이 된 입봉작은 <런닝맨>이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보는 김에 슬쩍 함께 보는 수준이었는데, 제가 본 예능 방송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바로 런닝맨에서 나왔습니다. 초능력자 특집 편 말입니다. 다시 봐도 오글거리지만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기획이 와닿았거든요. 



출연자마다 담당 VJ가 있고, 수십 대의 카메라가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예능 PD나 스탭이 등장하는 게 어색하지 않고, 흔들리고 저화질이어도 눈감아줄 수 있는 신기한 예능 시스템에 익숙한 시청자들. 우리는 언제나 새롭고 신선한 기획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종편, 케이블, 위성방송, 넷플릭스,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해도 예능의 본질은 재미와 의미라고 짚어주는 김주형 PD. 예능 PD로 살아남기 위한 그의 행보는 즐기는 사람은 못 이긴다는 걸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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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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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 치매를 앓는 사람, 치매 환자를 돌보는 사람을 위한 책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치매가 있어도 좋은 삶은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웁니다.2014년 58세에 조기 발병 치매 진단받은 저자는 20년간 영국국민의료보험에서 일했지만 사회나 병원 모두 치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치매활동가로 살게 됩니다. 저자가 치매 환자를 대표하진 않지만, 간병인 없이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8년여를 살아가고 있는 치매와 함께 사는 삶에 대한 솔직한 기록을 담았습니다. 


나이프 대신 숟가락, 찻잔은 머그잔으로 바꾸어야 하는 생활. 치매 진단 이후 그의 일상은 많은 변화를 겪습니다. 하얀 접시에 색이 흐릿한 음식을 주면 치매 환자는 접시에 음식이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맛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양손이 더 이상 협력하지 않기 때문에 고기를 자르는 일도 힘들어집니다. 고기를 씹을 때 얼마나 오래 씹었는지 얼마나 더 씹어야 하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뜨거운 음식도 인지하지 못해 입안에 알게 모르게 화상 자국이 많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을 알지 못하면 그저 치매 환자는 까다로운 사람이라 판단해버리고,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 채 서로 힘들어집니다. 패턴 있는 카펫은 방향 감각을 상실해 넘어지지 않으려 바닥을 보느라 시간을 낭비합니다. 매끈한 대리석 바닥은 수영장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검은색 매트는 싱크홀처럼 느껴집니다. 카펫과 벽의 색이 같으면 걸어 다니는 게 불가능해집니다. 


이런 감각 왜곡에 대한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저도 이 책을 읽고서야 치매의 증상이 현실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을 앗아가는 정도로만 알고 있던 치매는 이렇게 일상의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오감에 대한 왜곡이 심해집니다. 우리는 뇌 안에서 복잡한 질병이 생기고서야 비로소 일상의 잡다한 일들이 실제로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 알게 됩니다. 


인지 기능, 감각 경험, 운동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치매를 진단받은 저자는 부끄러워하기보다 대처 방법을 찾아 나섰습니다. 펜을 불 위에 올리는 요리보다 데워먹는 간편식 위주로 음식을 먹고, 모든 생활에서 알람은 필수로 설정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식사 시간을 알지 못하고, 얼마나 걸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감각에 대해 환각을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면 저자는 30분 테스트를 하기도 합니다. 자리를 떠났다가 30분 후에도 그대로면 환각이 아니라는 (이런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거라는걸요. 환자가 무슨 냄새가 난다고 하면 그 순간 그에게는 정말 그 냄새가 존재한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치매 환자와 간병인 간의 관계 맺음이 원활해집니다. 


문제는 이런 왜곡 감각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무도 경고해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감각의 변화는 질병 자체가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문제이기에 치매와 감각 변화의 관계를 연구하는 게 아직 부족한 현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해결책을 결국 다 마련합니다. 치매 의사도 도움을 주지 못했던 청각 과민증을 겪을 땐 특정 범위의 소음을 차단하는 보청기를 마련했습니다. 훨씬 나은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치매 환자와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구성하느라 눈에 잘 띄는 노란색 테이프를 붙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두 딸을 키운 싱글맘으로 가족 간병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되는 가족 간병인. 환자마다 기능 감퇴 속도가 달라 예측 불가능한 진행성 질병을 안고 새로운 미래를 헤쳐나가야 하는 치매 환자와 간병 문제에서 치매 환자들에 대한 사후 관리의 부재를 몸소 경험합니다. 공공 부분이 맡아야 할 일을 자발적 조직에 의존하게 하는 실상을 짚어줍니다. 


그럼에도 각자의 삶을 영위하길 바랐고, 어떤 방식으로든 항상 엄마이고 싶었다는 저자의 솔직한 마음은 쓸모 있음에 대한 존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혼자 생활하면서 마주하는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을 계속 찾아 나선 겁니다. 그리고 이 결심이 오히려 매일 치매를 이겨내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환자의 회복력을 키우고 앞으로도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실제로 그럴 수 있게 해주는 지원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치매 친환경적인 지역 사회처럼 말입니다. 


치매 활동가로 사는 그를 섣불리 판단하며 비판하기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는 그 행사장에 방금 등장했다 싶지만, 실제로는 몇 주 전부터 경로를 짜고, 가는 길에 지나갈 수 있는 랜드마크 이미지를 인쇄하는 등 준비하는 데만 무척 큰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 책이 치매 환자가 쓴 기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만큼 치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겁니다. 


여러분은 치매 환자를 떠올릴 때 어떤 이미지인가요. 치매를 보는 인식은 대부분 노망, 정신 착란, 짐, 산송장 같은 이미지 아니던가요. 육신만 남은 겉껍데기라는 이미지로 사회적 낙인을 찍는 치매입니다. 그렇기에 치매 친환경적인 사회를 만든다는 건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겁니다. 치매의 전통적인 경로를 따르지 않는 경우, 전문가들조차 진단 자체에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치매 환자에 대해 모른다고 짚어줍니다. 


치매 병원조차 건물이 엉망입니다. 옅은 색 배경에 은색으로 박힌 표지판처럼 애초에 디자인 단계부터 치매 환자들이 참여한다면 훨씬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중증 치매 환자들이 이용하는 치매 마을의 부자연스러움에 대해서도 들려줍니다. 저자는 소셜미디어 활동도 하고, 줌 모임도 가집니다. 어린이용 사이트처럼 직관적인 사이트면 인터넷 활동도 가능합니다. 공공 좌석, 화장실 시설, 떨어진 연석, 건물 경사로, 적절한 도로 표시, 보행자 횡단보도 신호 시간 등 노인 친화적으로 만드는 실질적인 사항들을 들려줍니다. 네덜란드에는 230여 개 이상의 치매 카페가 있습니다. 대만은 치매 친화적 상점들이 있습니다. 중국은 GPS 추적 장치가 내장된 노란 팔찌 프로젝트를 시행합니다. 노르웨이의 전통 농장을 개방한 그린 케어 모델의 유용성도 알려줍니다. 


"치매 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내 감정은 여전히 존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나는 안다. " - 책 속에서


저자 이외에도 치매 진단 2년 차, 8년 차... 진단 이후에도 여전히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치매의 부정적 선입관을 깨뜨리게 해주는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미화하지도 않고 병의 진행 추이에 따른 감정들을 진실하게 기록하며 변화한 세상을 받아들이는 여정을 보여줍니다. 


유독 상태가 나쁜 날도 있습니다. 진행성 질병에서 벗어날 길은 없습니다. 진단받기 전의 나와는 다릅니다. 치매는 분명 사람을 황폐화시킵니다. 하지만 최후를 재촉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압니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아주 멀리 있을 수도 있습니다. 스카이다이빙을 하느라 담당 의사의 서명을 받아낸 저자는 멋지게 스카이다이빙을 해냈습니다. 남이 보면 엉뚱해 보일지 몰라도 언제나 지금 여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치매를 활용할 줄 아는, 오늘을 살아가는 저자입니다. 


치매 같은 질병에 관해서는 태도가 싸움의 절반을 결정한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영향도 크게 받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의 변화는 치매 환자에 대한 더 깊은 이해로부터 시작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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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불러보았다 - 짱깨부터 똥남아까지, 근현대 한국인의 인종차별과 멸칭의 역사
정회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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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인종차별이 있다, 없다? 대부분 없다는 쪽에 손을 들 겁니다. 있더라도 그저 일부의 이야기, 다른 나라보다는 덜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인종주의자라는 생각도 하지 않을 테고요. 우리 사회의 인권, 차별, 통합 문제를 고민하는 정회옥 교수는 <한 번은 불러보았다>에서 한국인의 인종 콤플렉스를 들려줍니다. 인종 문제에 콤플렉스가 붙는다는 게 이 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힌트가 될 수 있겠습니다. ​​


인종과 관련해 경멸하여 부르는 '멸칭'. 짱깨, 쪽발이, 똥남아, 흑형, 외노자, 튀기, 개슬림... 한 번은 불러보았거나 들어본 단어들입니다. 평소엔 우스개처럼 흐지부지 넘어갈 따름입니다. 우리나라 유명 스타에게 외국인들이 인종차별적 행동을 할 땐 언론 보도로 들썩이는 것과는 상반됩니다. 한국에 인종차별은 없다는 말을 당연시할 정도로 한국인은 인종주의에 대해 회피하고 사회적으로도 비가시화된 상황임을 짚어주는 <한 번은 불러보았다>. 저자는 한국식 인종주의가 언제, 왜 생겼는지 근현대사를 통해 하나씩 보여줍니다. 한국식 인종주의의 역사를 대면할수록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인종 차별과 혐오의 그림자를 만나게 됩니다. ​​


한국식 인종주의는 불평등조약으로 일방적인 개항 이후 비백인을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서구 인종주의에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언론은 서구의 인종주의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사회 담론의 중요한 소통 통로였던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신문 《한성순보》,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 《독립신문》, 우리나라 최초의 일간지 《매일신문》 모두가 말입니다. 미국을 부강하고 경이로운 문명을 갖춘 나라로 그리며 미국 숭배에 진심인 행태를 보이는 보도가 비일비재했습니다. 태생적 특징인 피부색을 절대시 하며 인종적 위계 의식을 품게 되는 인종주의는 그렇게 우리에게 각인됩니다. 


문제는 위계적 인종 개념이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용된다는 겁니다. 제국주의적 침략에 대한 비판의식도 마비시킵니다.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언들과 한국인은 동병상련인데도 되려 피해자에게 책임 전가하는 사고방식으로 많은 개화기 엘리트가 이렇게 서구의 인종 개념을 수용합니다. ​​미개한 조선인, 열등한 존재가 되어버린 한국인. 이 열패감은 숭미사상과 함께 그래도 한국인이 흑인보다는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정체성이 흔들리는 집단적 열등감은 일제강점기에 이르러 더욱 깊어집니다. <한 번은 불러보았다>에서는 어떤 식으로 일상적 차별이 한국인에게 자기비하, 수치심, 열등감으로 스며들었는지 사례를 통해 보여줍니다. 


한편 독립운동가들의 저항적 민족주의처럼 우리 내부에서 대두된 민족주의는 분노의 공동체가 되었고, 이후 정치적으로 이용됩니다. 왜곡된 민족주의 서사는 단일민족, 우리와 그들로 구별하는 습관으로 이어지며 결국 배타적 민족주의를 낳게 됩니다. 그리고 식민 지배의 트라우마가 회복되기도 전에 한국전쟁으로 반공, 멸공이라는 이름으로 극단적으로 서로를 배척합니다. 분단과 냉전으로 반공주의적 세계관을 적극 수용하였고, 반공교육으로 획일성과 배타성이 점철된 일원주의를 양산합니다. ​​





과대 성장한 국가의 개입 아래 경제적 성공에 가치 부여하는 근대화 서사에도 민족주의가 이용됩니다. 잘살아보세는 우리'만' 잘살아보자는 의미일 뿐, 경쟁 제일주의 아래에서 한민족은 이상한 방향으로 뭉치게 됩니다. 세계화를 외치는 시대에도 국가경쟁력 강화는 외부 민족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교과서에 실려 달달 외워 시험 쳤고,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그 긴 문장을 기억해 낼 수 있는 국민교육헌장. 개인은 희생되고 집단과 민족만 남은 '우리'의 시대였습니다. 내 엄마 대신 우리 엄마, 내 나라 대신 우리나라가 됩니다. '우리'에 속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다. ​​


2021년 기준 한국 체류 외국인은 중국 84만 명 이상, 베트남 20만 명 이상, 태국 17만 명 이상, 미국 14만 명 이상... 193개국 중 110개국 사람들이 이 땅에 살고 있습니다. 친백인성이 있는 한국인에게 백인을 제외한 사람들은 철저히 타자화되었습니다. ​저자는 한국인의 무의식에 스며든 한국식 인종주의가 발현되었음에도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 채 넘어간 다양한 미디어 사례를 짚어줍니다. 한국 사회의 배타적 태도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일상화된 차별과 배제를 보여줍니다. 반창고 색은 왜 베이지색인지 의문을 표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사고에 녹아있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수많은 편견과 혐오를 깨닫게 되는 순간은 충격적이었습니다. ​​


일본 관동대지진 때 한국인을 향한 제노사이드처럼 이 땅에서도 제노사이드가 있었다는 사실은 대부분 모를 겁니다. 한국인이 중국인을 상대로 말이죠. 왜곡된 보도로 인해 당시 갓난아이부터 노인까지 200여 명의 중국인이 살해당한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겁니다. 타이완 국적의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화족과 달리 조선족은 중화인민공화국 국적의 한국계 중국인입니다. 하층 계급이라는 이미지로 계급 차별이 더해진 조선족. 범죄를 저질러도 미국인은 개인행동으로 국한해 비난하지만, 조선족일 경우 집단 전체를 비난합니다. 


혼혈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인종차별적이라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순결하지 못한 잡종이라는 폄하의 의미라고 합니다. 순혈주의 신화에 사로잡힌 한국인의 극도의 배타성에 대해 들려줍니다. 다문화라는 단어도 우리는 왜곡해서 사용합니다. 서구 출신 백인과 결혼하면 글로벌 가족, 동남아시아인과 결혼하면 다문화로 여깁니다. 순수 한국인 가정은 일반 가족이고, 외국인이 포함되면 한국 국적을 가진 국민이라는 걸 망각한 채 외국인으로 타자화합니다. ​​


백인-한국인-흑인-동남아시아인으로 이어지는 인종적, 민족적 위계가 존재하는 한국. 백인 교수에게는 외국인 노동자라 부르지 않습니다. 이주 노동자는 영화 국제시장에서도 나왔듯 파독 광부와 간호사로 시작해 중동 국가의 건설 노동자로 이미 한국인이 해외에서 차별과 혐오를 경험했음에도 이제는 이 땅에서 동남아시아 이주 노동자들을 차별하고 있습니다. 부정적인 고정관념으로 점철된 무슬림도 있습니다. 아랍인은 테러리스트라는 공식으로 반무슬림 정서를 부추기는 언론 보도는 여전합니다. 이처럼 우리 안의 타자화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사례를 낱낱이 짚어줍니다. ​​


인종차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둔감성을 지적한 <한 번은 불러보았다>. 식민의 시대와 한국전쟁을 겪은 이들이 아닌 아래 세대들에게 대물림되는 한국식 인종주의. 인종주의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무섭습니다. 차별과 혐오의 역사에서 한국인은 피해자가 되기도, 가해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2021년 인도네시아에는 한국인의 인종주의적 편견을 비난하는 해시태그 운동을 벌인 바 있습니다. 


K-컬처라 불리는 한국 대중문화가 인기를 얻으며 자부심과 만족감을 얻는 한국인들에게 왜곡된 우월감에 대한 경고를 하는 <한 번은 불러보았다>. 150여 년 한국 근현대사를 살펴보며 한국식 인종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했는지 충격의 쓰나미를 맛봤습니다. 잘못되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사회에서 성찰과 반성의 목소리를 높이는 의미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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