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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소름 돋는 현실고증
김주형 지음 / 북폴리오 / 2022년 9월
평점 :
플랫폼 춘추전국시대에 20년 차 예능 PD로 살고 있는 김주형 PD의 생존기 <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 예능계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유재석과 강호동이 있다면, 이들과 함께 한 PD들도 같이 유명세를 얻지요. SBS 공채로 들어간 김주형 PD는 유재석과 <런닝맨>으로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멱살 잡고 싶은 PD 일명 멱PD로 불리며 시청자들에게 각인되었습니다.
폭풍 같은 변화가 몰아치는 멀티플랫폼 시대가 되자 퇴사 후 선배 PD들과 함께 예능제작사에서 여전히 예능 PD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방송월드에서 살아남은 예능생존자의 현실고증 <재미지옥에 왔습니다>. 힘들지만 재미있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에 스스로를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김주형 PD의 찐 노하우가 담겼습니다.
입사 14년 차 그는 첫 직장 SBS에 사표를 내고 나왔습니다. 그동안 대표 예능도 생겼고, 흔치 않은 해외 합작 프로젝트 성공 경험도 있습니다. 한 해 앞서 나간 선배들이 있는 예능 제작사에서 제2의 예능 인생을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범인은 바로 너!>를 만들게 됩니다. 기존 방송과는 다른 시스템인 OTT에 맞춰 새롭게 도전합니다. 유튜브 숏폼에도 도전합니다. <파자마 프렌즈>, <위플레이>, <뇌피셜>,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이수근의 눈치코치>, <셀럽은 회의 중> 등 플랫폼에 맞는 다양한 도전을 이어갑니다.
늘 새로움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그의 아이디어는 엉뚱한 생각도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대부분은 폐기처리용이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기록한 것이 결국 기획안을 작성할 때 도움이 됩니다. <재미지옥에서 왔습니다>에서는 예능 PD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면접 준비, 기획안 작성법 등 현장 PD의 노하우도 담겨 있습니다. 재미있고 신선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 콘텐츠 크리에이터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들입니다.
공대생이 첫 직장으로 지상파 공채에 도전하게 된 것은 우연의 연속이었습니다. 우연히 아르바이트로 방송국 편집실의 느슨한 분위기를 살짝 맛봤는데, 자유로운 출퇴근 직장인이라 착각(?!) 하고 PD에 슬쩍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전공을 살려 대기업 취업 준비를 그래도 생각하고 있던 와중에 방송 PD 특강마저 우연한 기회에 참석하게 되면서, 결국 그는 지옥의 문을 두드립니다.
교양 PD로 지옥의 조연출 생활이 시작됩니다. 예능국으로 보내달라하니 교양국에서 만드는 <한밤의 TV 연예>, <TV 동물농장>으로 보내버립니다. 그곳에서 예능의 맛을 좀 보긴 합니다. 그리고 5년 차에 드디어 왁자지껄한 예능국으로 가게 되었고, 편집이라는 후반 작업의 예술에 매료된 채 예능 PD 조연출 생활을 이어갑니다.
사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버라이어티 예능 PD 생활의 센 노동 강도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조연출에서 연출이 된 입봉작은 <런닝맨>이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보는 김에 슬쩍 함께 보는 수준이었는데, 제가 본 예능 방송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바로 런닝맨에서 나왔습니다. 초능력자 특집 편 말입니다. 다시 봐도 오글거리지만 그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기획이 와닿았거든요.
출연자마다 담당 VJ가 있고, 수십 대의 카메라가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예능 PD나 스탭이 등장하는 게 어색하지 않고, 흔들리고 저화질이어도 눈감아줄 수 있는 신기한 예능 시스템에 익숙한 시청자들. 우리는 언제나 새롭고 신선한 기획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종편, 케이블, 위성방송, 넷플릭스, 유튜브 등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해도 예능의 본질은 재미와 의미라고 짚어주는 김주형 PD. 예능 PD로 살아남기 위한 그의 행보는 즐기는 사람은 못 이긴다는 걸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