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패턴 - 60년 투자경험과 데이터로 돈의 흐름을 밝혀낸 가치투자법 부자의 나침반 1
짐 쿨렌 지음, 최윤영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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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에서 불이익 당해 온 일반 투자자를 위한 책 <돈의 패턴>. 60년 투자경험과 수많은 데이터에서 시장의 패턴을 읽으며 200억 달러 자산을 운용하는 짐 쿨렌의 가치투자 기법을 담은 책입니다.


가치투자의 창시자 벤저민 그레이엄의 철학을 이어받은 짐 쿨렌은 데이터로 돈의 패턴을 읽는 법을 알려줍니다.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투자자들이 잘 대처하도록 돕습니다. 가치투자는 한국시장에서 어렵다는 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투자자, 군중심리에 휩쓸리는 투자자, 방향을 잃은 투자자들에게 추천합니다.


짐 쿨렌은 <돈의 패턴>에서 시장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도록 7가지 패턴을 소개합니다. 먼저 지난 100년간 주식시장의 역사를 훑어봅니다. 주식시장이 얼마나 유동적이고 예측불가능한 것인지 투자자 스스로 깨닫게 하기 위함입니다. 저자는 1960년대 진격의 투자 시대에 월스트리트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2020년대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현재까지 광풍이 불다가 나락에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오르락내리락 난리도 아니더라고요. 그럼에도 원칙이 수반된 장기투자는 투자자가 다양한 도전을 시도하고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돈의 패턴>은 가치투자 5년의 법칙을 이해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의 3가지 원칙인 주가수익률, 주가순자산율, 배당수익을 알아보며 가치주와 성장주의 비교를 통해 장기적인 가치투자 접근법의 기초를 배울 수 있습니다. 


대체로 투자자의 가장 큰 실수는 너도나도 시장에 몰려들어 주식 가격이 비쌀 때 매수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저렴한 주식을 매수하고 과도한 지불을 피하기 위한 가치주를 찾는 3가지 기준으로 성장동력, 공포, 탐욕이 아닌 해당 기업의 기초 체력과 수익에 좌우되는 5년 이상의 장기 투자에 대해 알려줍니다.


기록만큼 정확한 것 없습니다. 실제 기간별로 3가지 원칙과 5년 단위 실적을 도표화한 목록으로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칙을 갖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투자자에게 우위를 제공한다는 것을요. 솔직히 끝까지 버티기 힘든 현실 때문에 장기 가치투자의 효과를 맛본 이들이 적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수십 년간 마켓 타이밍(주식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예측해 높은 수익률을 얻으려는 행위)의 유혹을 이겨야만 가능한 겁니다. 그래서 짐 쿨렌은 장기적인 성과를 방해는 침묵의 살인자로 통하는 마켓 타이밍에 대해서도 짚어줍니다.





우주처럼 방대한 주식들 중에서 어떤 주식을 선택해야 할까요. 3가지 투자원칙에 근거해 다양한 기업 사례에 적용해 보면서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언제 매수하는지 보다 더 까다로운 건 언제 팔아야 할지입니다. 저자는 비싼 주식은 팔고, 매력적인 가격의 새로운 주식을 산다고 합니다. 어떤 수치를 보일 때 그런 결정을 하는지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실전에서 가치투자 5년의 법칙은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아볼 차례입니다. 투자자들이 시기별로 서로 다른 주식에 노출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고배당 가치주, 소형 가치주, 신흥시장 고배당 가치주 등을 구분해서 전략을 소개합니다. 투자 전략 범위 내에서 가치투자 원칙을 적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락장이든 상승장이든 시장 작동원리를 이해하면 방법은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 투자 실수는 약세장과 경기 침체 속에서 발생한다고 합니다. 약세장과 경기 침체, 투기 거품, 금리 급등 등 투자자들이 대처해야 하는 몇 가지 상황을 다뤄보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함정에 빠지지 않고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금융자산의 연간 성과를 보면 연 단위로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치주는 전반적으로 해마다 최고나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진 않으며 견고한 실적을 나타낸다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해의 최고에만 증권업계와 언론이 집중하기에 가치주가 거론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주린이는 물론이고 주식을 하는 자녀에게도 복리의 힘을 꼭 알려주세요. 짐 쿨렌은 소액으로 시작해 매년 조금씩 투자금을 늘려가며 장기 투자 원칙을 고수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14세에 1,000달러로 투자를 시작한 청소년 사례부터 알뜰히 돈을 모은 20대 청년,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 40대 부부의 사례까지 있습니다. 부록에서는 가치투자 3가지 원칙을 S&P500 종목에서 어떻게 적용할지도 알려줍니다.


투자 철학에서부터 좋은 주식을 선택하는 실용적인 방법, 함정에 빠지지 않는 법 등은 물론이고 지금은 투자하기 적절한 시기가 아닌 것 같다며 세계 경제 상황을 변명으로 머뭇거리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등장하는 <돈의 패턴>. 초보 주식 투자자들을 위한 맞춤형 교과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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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 Z (Z세대) -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로버타 카츠 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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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없는 세상을 전혀 모르는 최초의 세대 Z세대. 1995년 전후부터 2010년 전후 태어난 이들을 일컫습니다. 현재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중후반까지인 Z세대가 자녀로 있는 가정은 물론이고 이들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학교, 직장 등에서 '요즘 애들'을 이해하려면 읽어야 할 책이 나왔습니다. 대학교에서 Z세대를 직접 가르치는 인류학자, 언어학자, 역사학자, 사회학자들이 협업해 탄생한 <GEN Z: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Z세대 특유의 존재 방식, 가치, 세계관을 다룹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 구분 없이 넘나드는 Z세대. 아날로그의 향수를 가진 윗세대와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아예 다르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18~25세까지의 포스트 밀레니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하고, Z세대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7천만 개 어휘를 수집해 'i세대 말뭉치'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Z세대 특유의 세계관을 도출합니다.


Z세대는 아주 선명한 자기 정체성을 가졌고, 온라인 기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으며, 위계질서를 거부하고 평등과 협업을 바탕으로 공정을 지향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철저히 디지털 기술의 영향 아래에서 행동됩니다. 일하고 관계 맺고 사회운동을 벌이는 방법이 달라졌습니다.​


Z세대의 인터넷 규범은 윗세대와 다르다고 합니다. 해시태그를 잔뜩 붙이지도 않고, 그들만의 인터넷 에티켓이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인식하는 방식이 바로 윗세대인 M세대와도 미묘하게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구두점, 대문자, 숫자 사용에 따라 의미까지 달라지기 일쑤입니다. 메시지의 뉘앙스에 세대차이가 생겨버린 겁니다. 마침표를 찍으면 화가 났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합니다. Okay 문자를 보낼 때 k.라고 하면 '큰일났다'(자동 대문자를 굳이 소문자로 바꾸고 마침표까지 찍힌 상태)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kk는 긍정적이고 유쾌한 사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의아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우리 아이와의 카톡 창을 쭉 살펴보니 책에서 말한 대로 진짜 그렇더라고요. 저는 여러 문장을 이어서 쓸 때 (이미 여기서 기성세대) 한 문장이 끝날 땐 구분하기 쉬우라고 마침표를 습관적으로 찍는데, 울 아이는 마침표 따위 1도 없군요. 마침표를 찍으면 왜 부정적인 느낌이 드냐고 물어보니 "점 하나로 단단해져"라고 말해서 빵 터졌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건 정체성 형성 방식이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내적 안정감을 주는 자아 발견 과정에서 스스로 탐색해가는 진정성 있는 정체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젠더에 대한 것조차 이분법이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세분화합니다. 이를 두고 미립자 정체성이라고 합니다. 어느 세대보다 정밀하게 정체성 표지를 찾는 Z세대입니다. 구체적으로 정의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동호회를 결성하며 공통의 문화를 온라인에서 형성하기도 합니다. Z세대는 젠더와 섹슈얼리티, 인종과 민족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라벨을 붙이며 유연하게 표현할 줄 안다는 걸 기성세대는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보기에 단절감은 배경을 이해 못해서 발생한다. 대명사를 쓰는 목적이 무엇인지, 젠더 정체성과 인종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이해 못하는 어른들이 많다." (중략) 성장기에 젠더, 인종, 정체성 따위에 관한 논의를 접하지 못한 어른들에게 자기 또래집단이 먼저 손을 내밀어 요즘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를 이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 속에서





생생하고 거침없으며 통찰력이 넘치는 Z세대는 자신의 정체성을 진정성 있고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정체성 큐레이션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사진을 선별해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는 행위에 정성을 쏟습니다. 이 책에서는 포스트 밀레니얼이 온라인 정체성을 큐레이션 하는 방식을 소셜미디어 매체별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앱과는 차이 있지만 Z세대가 SNS를 대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Z세대는 핀스타(소수의 친한 친구들에게만 공유하는 부계정)에서 가장 진실되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고 느낍니다.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온라인에서만도 다양해서 참 복잡하게 산다는 느낌을 받으시나요. 하지만 Z세대는 이를 비교적 쉽게 해냅니다. 평생 일상적으로 수행해왔기 때문입니다.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찬사 받는 행동으로 여깁니다. 진정성 지키기는 개개인이 감당해야 할 과제입니다. 베끼거나 훔치는 건 용서 불가입니다. 누군가 진실하지 못하고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신속하게 반응하는 캔슬 컬처 또는 저격 문화도 있습니다.​


진정한 정체성을 탐색하는 과정에는 디지털 기술이 엮여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자신과 똑같이 사고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핏줄이 아닌 사회적 관계를 바탕으로 결속합니다. 그러면서도 한 집단에 모든 정체성을 투사하거나 평생 한 집단에 매이려 하지 않습니다.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유동적입니다. 저자는 이를 조립식 소속감이라 명명합니다. 그리고 요즘의 플랫폼들은 이를 자유롭게 형성할 수 있도록 사이트 구조와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불평등, 인종차별, 기후 위기 문제, 불의 등 현재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과거 제도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이미 실망했습니다. 제힘으로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제도를 불신하고, 자기 의존을 중시하고, 협업에 친근하고, 온라인 관리자의 존재에 익숙한 포스트 밀레니얼의 사고방식. 그러다 보니 세대 간 오해 또는 단절감은 Z세대에 이르러 더 커졌습니다.


Z세대는 점진적으로 상황을 개선해나가기를 희망하기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바랍니다. 여기서 연대의 힘이 등장합니다. 정신과 정서 문제에 대처할 때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로 지지하는 밈의 도움을 받습니다. <GEN Z: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에서는 Z세대가 세상의 문제들, 역설, 모순과 어떻게 씨름하고 있는지를 파헤칩니다.​


네 명의 학자들이 연구한 Z세대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타인을 돌보고, 정체성 공동체에 공을 들이고, 타인을 포용하려 노력하고, 진정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협업을 즐기는 것을 넘어 사교적이기도 하고, 합의된 권위를 지향하며, 유연한 조립식 구조를 선호하고, 환멸을 느끼는 과거를 뒤로하고 현재에 집중하고, 밈을 통해 웃으면서 끈끈해지면서 인류를 위해 투쟁하는 Z세대입니다.


세대 간 갈등 대신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기성세대와 Z세대 간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걸 짚어주는 <GEN Z: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Z세대의 삶이 디지털 기술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는지, 어떻게 끊임없이 적응해나가고 반응하는지를 생생한 인터뷰와 연구 자료를 통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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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베니스의 개성상인 1~2 세트 - 전2권
오세영 지음 / 문예춘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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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된 <소설 자산어보> 이전에 오세영 작가의 팩션소설 대표작은 <베니스의 개성상인>입니다. 1993년 첫 출간 후 300만 부 밀리언셀러로 한국 팩션 소설의 기원이 된 이 책이 주인공과 배경 등 내용을 손 본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리뉴얼되어 탄생했습니다.


루벤스의 그림 '한복을 입은 남자' 그림에 영감받아쓴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 400여 년 전 유럽 화가가 한복 입은 사람을 그렸다는 궁금증에 당시 역사를 살펴보게 됩니다. 임진왜란 때 포로가 되어 일본에 끌려간 조선 청년들이 이탈리아로 가게 되었고, 알비라는 작은 마을에 코레아 성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게다가 의복이 조선 경기도 북부지방 사람 같다는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엮어 팩트와 픽션이 교차하는 스토리가 탄생했습니다.


이제 곧 베니스공화국 시민이 될 28세 조선 청년 안토니오 코레아. 조선을 떠난 지 9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은 이내 어떻게 그가 이역에서 살아가게 되었는지 과거의 행적을 보여줍니다. 


개성상인 대행수 집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둔 유승업은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송상의 일을 익히게 되고 배우는 데 열심인 성격이라 글과 셈이 빠른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가족이 왜인들로부터 변을 당하게 되었고, 홀로 남은 승업은 전쟁터로 향합니다. 하지만 왜군의 포로가 되어버리고 일본으로 끌려가 대마도, 후쿠오카, 가고시마 등으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강제 노역에 동원됩니다. 전쟁이 끝나고서도 조선인들이 돌아갈 수 없게 되자 승업은 외국인에게 노예로 팔려서 일본을 떠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천만다행으로 승업은 운이 좋았습니다. 세계일주를 하던 카를레티와 선교를 위해 온 스테파노 수사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송상의 자질과 다양한 언어를 익히는 데 게을리하지 않으며 배움의 노력을 보인 승업이었기에 그런 행운이 찾아온 겁니다. 그렇게 승업은 이탈리아 베니스에 입성합니다. 일찍이 지중해 무역을 선도한 베니스공화국에는 여러 인종이 뒤섞여 살고 있어 다른 곳에 비해 개방적인 문화를 가진 곳이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홀로 이방인으로서 새 삶을 개척해나가야 하는 승업. 이제는 안토니오 코레아라는 이름으로 살아갑니다. 승업이 스테파노 수사로부터 추천장을 받아 들어가게 된 곳은 베니스에 자리한 무역상사 델 로치 상사입니다. 당시 교역은 네덜란드, 잉글랜드 등이 대서양을 건너는 신대륙 무역이 교역 중심으로 되어가던 시기였고, 옛 영광을 되살리기 위한 델 로치 상사는 이 경쟁시대를 헤쳐나가야 했습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영업, 회계 등의 이야기들이 쏟아지며 상인을 주인공으로 한 경제소설의 면모를 아낌없이 보여주는 <베니스의 개성상인>. 관련 업무를 잘 모르는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어는 물론이고 라틴어도 잘 하는 데다가 베니스에서도 전문 회계사 교육을 받은 자만이 다룰 수 있는 회계 기법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내는 안토니오. 윗선에서 어찌 이뻐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정식 상사원이 되어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소설의 첫 장면처럼 베니스공화국 시민권도 취득하게 되고 말이죠.


하지만 델 로치 상사 앞에는 장애물이 많습니다. 교황청 세력 다툼에 휘말리기도 하고, 피렌체 메디치 가문 등이 지원하는 다른 상사와도 경쟁해야 합니다. 거대한 음모의 한복판에 놓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안토니오의 선택 하나하나가 어찌나 긴장감을 자아내는지요. 추리소설 못지않은 흥미진진함을 이끌어냅니다. 유럽 정세가 따라 유럽을 대표하던 금융재벌 가문도, 한자동맹 상인들도 줄도산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일쑤인 상황에서 신속하고 적절하게 대처해나가야 했습니다. 떠오르는 태양 잉글랜드의 강공으로 인한 변화의 물결 앞에 살아남기 위해 델 로치 상사도 세대교체가 이뤄집니다.


저마다의 이해득실과 여러 장애물 앞에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안토니오 코레아. 예리한 안목과 두둑한 배짱으로 항상 상황의 이면을 들여다본 그의 인생 스토리가 안겨주는 감동이 꽤 큽니다. 역사적 정세를 토대로 지중해 무역의 강자 베니스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안토니오 코레아. 베니스에서 자리 잡은 개성상인의 후예라면 위기 앞에서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라는 탄탄한 서사가 오세영 작가의 꼼꼼한 자료 조사와 만나 더욱 빛을 발한 소설 <베니스의 개성상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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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유리 하버드 협상법 - 하버드 협상연구소 설립자가 말하는 진정 원하는 것을 얻는 6단계
윌리엄 유리 지음, 박미연 옮김 / 트로이목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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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협상연구소 설립자가 쓴 최고의 협상법 책 <윌리엄 유리의 하버드 협상법>. 세계적 베스트셀러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 공동 저자인 윌리엄 유리는 40년간 가족 간 다툼에서부터 사업 분쟁, 지역사회 갈등, 정치 정당들 사이의 막판 합의, 세계 곳곳의 내전에 이르기까지 실제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협상을 한 협상전문가입니다.


최고의 협상가는 만족스러운 합의에 이르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숱한 장애물을 어떻게 극복할까요. 그동안 상대방에 초점 맞춘 협상에 익숙했다면 이번 이야기는 조금 의아할 수도 있을 겁니다. 진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최고의 협상은 바로 자신의 내면에서 시작한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는 사람은 상대방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라고 합니다. 상대방으로부터 예스 대답을 듣기 전에 필요한 건 '자신으로부터 예스 이끌어내기'인 겁니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자고 합니다. 우리가 싸워 얻어내려는 것이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게 어불성설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 사례를 보니 무척 흔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협상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라고 하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저자는 한국인 특유의 '눈치' 기술이 도움 된다고도 합니다.


외부적인 협상 방법의 변화에 초점 맞춘 기존의 협상법 책과 달리 <윌리엄 유리 하버드 협상법>은 자신의 내면을 바꿔서 외부적인 변화까지 이끌어내는 방법에 대한 책입니다. 자신으로부터 예스를 이끌어내지 못하는데 어찌 남들로부터 예스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협상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자기 자신이지요. 이 책에서는 발전 지향적인 수용과 존중의 태도를 위한 여섯 단계를 소개합니다. 다이어그램 도표처럼 순환식 과정을 통해 내면의 예스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하기입니다.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선 쉽게 타인의 말, 말투, 행동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이럴 때 어떻게 균형감과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끊임없이 자신을 평가하는 대신 자기 관찰을 통해 이해하기 습관을 들이도록 조언합니다. 심판하지 않고 관찰해 보는 겁니다.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관찰자적 시선, 공감하며 들어보기, 자신의 요구사항 드러내기와 같은 연습을 통해 가능해진다고 합니다.


두 번째 단계는 자신의 내적 배트나(BATNA)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남 탓을 한 대가는 뒤따르는 법입니다. 남 탓의 반대는 책임지기입니다. 책임진다는 의미는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상대방을 원망하지 않고 협상 합의안이 아닌 최상의 대안을 찾는 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요구사항들을 잘 돌보겠다는 무조건적인 약속이 필요합니다. 책임지기는 심판관을 쫓아내고 자기 삶의 리더는 바로 자신이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스스로에게 자신의 만족을 위한 욕구를 보살필 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멋진 합의로 얻은 외적인 만족은 단지 일시적으로 내적 만족을 가져다줄 뿐이라고 합니다. 꾸준히 지속되는 만족은 안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시각을 재설정하는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인생의 그림을 근본적으로 우호적인 것으로 재설정하는 데 필요한 훈련들을 알려줍니다.





존(Zone)에 머무르는 네 번째 단계는 과거와 미래 대신 현재의 시점에 머무른다는 의미입니다. 민감한 상황에서 예스를 구하려 한다면 관건은 현재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을 우리는 평소 간과하기 쉽다고 합니다. 많은 협상의 순간에 한 쪽 편에서 개방하려는 신호를 보내거나 양보 의사를 보여도 다른 쪽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존'에 머무를 수 있는 열쇠는 내적 저항을 떨치고 과거를 받아들이고 미래를 신뢰하며 현재를 있는 그대로 감싸 안는 것이라고 합니다. 각박한 삶을 살면서 사실 이런 태도를 갖고 싶지만 인생의 통제력을 잃을 때가 많습니다. 떨쳐내기와 '존'에서 머무르기 같은 과제를 삶에 습관화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두려움의 대안은 믿음이다. 신뢰함으로써 역경과 힘든 경험이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대신 앞에 놓인 역경을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자신감을 뜻하는 것이다. (중략) 신뢰란 단 한 번의 태도 변화라기보다는 하루 동안 접하게 되는 수많은 의식적인 선택이다." - 책 속에서


존중과 포용하기의 다섯 번째 단계에서는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를 통해서 스스로를 존중한다면 타인을 존중하기도 더 쉬울 거라는 이야기입니다. 저자는 거부나 배척의 유일한 치료제는 인식과 수용이라는 연고라고 합니다. 즉 포용을 뜻합니다. 가족 다툼이든 직장 갈등이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존중의 테두리를 의도적으로 확장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대립의 상황에서는 존중하기가 힘들겠지만, 존중하는 태도를 강화하는 것도 연습하면 키울 수 있다고 하니 처음에 당신을 거부했던 사람을 상대한다면 꼭 배워야 할 훈련입니다.


윈-윈-윈으로 이끄는 협상은 베풀기와 되돌려받기라는 여섯 번째 단계로 완성됩니다. 윈-윈 해결책 찾기가 어려울 때 자신으로부터 예스를 이끌어내는 과정은 스스로에게 더 대담한 목표를 지향하도록 부추길 때 가능하다고 합니다. 승부의 법칙을 빼앗기에서 베풀기로 바꿀 때 말이죠. 베풀기는 나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을 위한 가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저자는 상호 이익을 위해 베푸는 태도를 위한 훈련법을 알려줍니다. 생각 외로 베푸는 태도로 흐름을 바꾸려는 단순한 변화가 모든 걸 바꾸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훌륭한 협상가는 상대방의 관심과 요구를 잘 드러나게 하면서 자신의 목적도 이루는 사람입니다. 그것도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말이죠.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노'에서 '예스'로 바꾸는 내면의 태도가 정말 실전에서 성공적으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지 의아했습니다. 여전히 내가 원하는 것을 가로막는 최대 방해꾼은 나 자신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입니다.


윌리엄 유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결국 성공하고 행복해지는 법과 같은 삶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생이라는 큰 게임에서 이기는 법입니다. 저 같은 의심자를 위해 윌리엄 유리는 그런 사고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질문들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6단계마다 근육이라고 생각하고 훈련해 보자고 합니다. 이 훈련은 평생 훈련이기도 합니다. 인생에 예스라고 외치는 6단계 방법을 알려주는 <윌리엄 유리 하버드 협상법>. 협상법이라고 해서 타인을 향한 태도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자신의 태도를 살필 수 있게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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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걷는 아이 - 모네의 <수련>부터 뭉크의 <절규>까지, 아이의 삶을 찬란히 빛내 줄 명화 이야기
박은선 지음 / 서사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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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미술 교사이자 두 아이의 엄마 박은선 자자의 신간 <미술관을 걷는 아이>. 전작 <책 읽기보다 더 중요한 공부는 없습니다>를 통해 책육아에 대해 알려줬다면, 이번에는 명화와 육아에 초점 맞춥니다. 


명화로 우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삶을 스케치하는 법을 알려주는 <미술관을 걷는 아이>. 아이가 품었으면 하는 이해, 창의성, 관찰, 공감, 진실함, 감수성, 지혜, 희망이라는 여덟 가지 미덕을 담은 그림을 만나보세요. 명화 해석에 집중한 흔한 미술 교육책이 아니라 그저 마음 가는 대로 보는 재미를 찾아가는 명화 감상법과 그 속에서 우리 아이에게 심어줄 가치를 발견해가는 여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나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자존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그림은 바로 자화상이죠. 정면을 응시하는 결연한 눈매가 강렬한 뒤러의 <모피코트를 입은 자화상>은 서양 미술 역사상 최초의 정면 자화상이라고 합니다. 높은 자긍심을 엿볼 수 있는 명화를 보며 우리 아이도 자신의 품격을 스스로 높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부모의 바람을 덧입혀봅니다. 


강인한 아이의 내면을 자라게 하는 명화들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요. 박은선 저자는 화가에 대한 어떤 정보도 없이 그림 감상부터 해보라고 합니다. 정답 없는 이야기가 펼쳐질 겁니다. 책 속의 질문 예시를 참고해도 좋습니다. 그리고 화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자고 합니다. 화가가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 어렴풋이 느끼기만 해도 좋다고 합니다. 반드시 긍정해야 하는 이해를 강요하지 않게 조언하고 있어 부담 없어 좋더라고요. 이제는 아이가 그림을 직접 그릴 차례입니다. 아이의 미래 자화상을 그려보기도 하면서, 아이만의 소신 있는 표현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미술 교육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작품을 쓱 훑어보는 것을 넘어 화가의 인생과 작품의 연관성을 통해 그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가치를 자연스럽게 깨달아가는 여정을 만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우리 아이는 명화를 사색할 줄 아는 아이로 자랄 거라고 합니다. <미술관을 걷는 아이>는 화가들의 그림에 대한 철학을 통해 주체적인 생각을 키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남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소신 있게 표현할 수 없게 됩니다. 동시에 무한 칭찬할 줄 아는 부모의 태도도 배울 수 있는 시간입니다.





뭉크의 <절규> 그림은 부정적인 감정에도 공감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그저 덮어두기를 강요하는 대신 표현해 보자고 합니다. 슬픔과 분노는 버려야 할 감정이 아니라 어떻게 잘 흘려보내는지가 중요하다는 걸 작품으로 알려줍니다. 아이의 감정 조절 능력을 키우기 위한 이런 그림 감상법은 미술치료와도 연계됩니다.


1인 세대가 늘어나는 요즘, 가족의 가치관이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조부모님의 지혜와 경륜을 존중할 줄 알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의 시선을 가져야 합니다. 벨라스케스의 작품에는 약하고 소외된 계층이 함께 등장합니다. 인형 같은 공주가 중앙에 위치해있지만, 정작 이 작품의 제목은 <시녀들>입니다. 가족 및 인권 감수성을 키우는 데 도움 되는 작품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온화한 영혼을 가질 수 있게 해주세요.


그 외에도 책 읽는 일상을 선물해 줄 명화, 축복받으며 태어난 아이가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아이의 찬란한 꿈을 격려하는 데 도움 되는 명화 등이 이어집니다. 틀에 맞추어 암기하듯 만드는 작품이 아니라 창의성 높이는 미술 활동이란 정답 없는, 구조화되지 않은 활동임을 짚어줍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감각을 믿고 지켜주자고 조언합니다.


아이에게 명화를 보여주거나 미술 전시회를 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부모가 기대하는 건, 우리 아이가 예술과 문화를 만나 창조적인 아이로 자라길 바라기 때문일 겁니다. 이 책은 그런 부모의 바람을 잘 충족시켜 주는 책입니다. 자녀 미술 교육서로 읽기 시작했다가 부모의 마음공부가 된 책이기도 합니다. 이래라저래라 하며 감상평을 요구하지 않고 편견 없이 바라보고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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