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 Z (Z세대) -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로버타 카츠 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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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없는 세상을 전혀 모르는 최초의 세대 Z세대. 1995년 전후부터 2010년 전후 태어난 이들을 일컫습니다. 현재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중후반까지인 Z세대가 자녀로 있는 가정은 물론이고 이들과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학교, 직장 등에서 '요즘 애들'을 이해하려면 읽어야 할 책이 나왔습니다. 대학교에서 Z세대를 직접 가르치는 인류학자, 언어학자, 역사학자, 사회학자들이 협업해 탄생한 <GEN Z: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Z세대 특유의 존재 방식, 가치, 세계관을 다룹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 구분 없이 넘나드는 Z세대. 아날로그의 향수를 가진 윗세대와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아예 다르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18~25세까지의 포스트 밀레니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하고, Z세대가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7천만 개 어휘를 수집해 'i세대 말뭉치'도 만들었습니다. 이를 통해 Z세대 특유의 세계관을 도출합니다.


Z세대는 아주 선명한 자기 정체성을 가졌고, 온라인 기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으며, 위계질서를 거부하고 평등과 협업을 바탕으로 공정을 지향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철저히 디지털 기술의 영향 아래에서 행동됩니다. 일하고 관계 맺고 사회운동을 벌이는 방법이 달라졌습니다.​


Z세대의 인터넷 규범은 윗세대와 다르다고 합니다. 해시태그를 잔뜩 붙이지도 않고, 그들만의 인터넷 에티켓이 있었습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인식하는 방식이 바로 윗세대인 M세대와도 미묘하게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구두점, 대문자, 숫자 사용에 따라 의미까지 달라지기 일쑤입니다. 메시지의 뉘앙스에 세대차이가 생겨버린 겁니다. 마침표를 찍으면 화가 났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합니다. Okay 문자를 보낼 때 k.라고 하면 '큰일났다'(자동 대문자를 굳이 소문자로 바꾸고 마침표까지 찍힌 상태)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kk는 긍정적이고 유쾌한 사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는 걸까? 의아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읽고 우리 아이와의 카톡 창을 쭉 살펴보니 책에서 말한 대로 진짜 그렇더라고요. 저는 여러 문장을 이어서 쓸 때 (이미 여기서 기성세대) 한 문장이 끝날 땐 구분하기 쉬우라고 마침표를 습관적으로 찍는데, 울 아이는 마침표 따위 1도 없군요. 마침표를 찍으면 왜 부정적인 느낌이 드냐고 물어보니 "점 하나로 단단해져"라고 말해서 빵 터졌습니다.


가장 놀라웠던 건 정체성 형성 방식이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내적 안정감을 주는 자아 발견 과정에서 스스로 탐색해가는 진정성 있는 정체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젠더에 대한 것조차 이분법이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세분화합니다. 이를 두고 미립자 정체성이라고 합니다. 어느 세대보다 정밀하게 정체성 표지를 찾는 Z세대입니다. 구체적으로 정의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끼리는 동호회를 결성하며 공통의 문화를 온라인에서 형성하기도 합니다. Z세대는 젠더와 섹슈얼리티, 인종과 민족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라벨을 붙이며 유연하게 표현할 줄 안다는 걸 기성세대는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보기에 단절감은 배경을 이해 못해서 발생한다. 대명사를 쓰는 목적이 무엇인지, 젠더 정체성과 인종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이해 못하는 어른들이 많다." (중략) 성장기에 젠더, 인종, 정체성 따위에 관한 논의를 접하지 못한 어른들에게 자기 또래집단이 먼저 손을 내밀어 요즘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지를 이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 속에서





생생하고 거침없으며 통찰력이 넘치는 Z세대는 자신의 정체성을 진정성 있고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디지털 기술은 정체성 큐레이션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사진을 선별해 소셜미디어에 공개하는 행위에 정성을 쏟습니다. 이 책에서는 포스트 밀레니얼이 온라인 정체성을 큐레이션 하는 방식을 소셜미디어 매체별로 소개하기도 합니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앱과는 차이 있지만 Z세대가 SNS를 대하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Z세대는 핀스타(소수의 친한 친구들에게만 공유하는 부계정)에서 가장 진실되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다고 느낍니다.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이 온라인에서만도 다양해서 참 복잡하게 산다는 느낌을 받으시나요. 하지만 Z세대는 이를 비교적 쉽게 해냅니다. 평생 일상적으로 수행해왔기 때문입니다. 약점을 드러내는 것은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찬사 받는 행동으로 여깁니다. 진정성 지키기는 개개인이 감당해야 할 과제입니다. 베끼거나 훔치는 건 용서 불가입니다. 누군가 진실하지 못하고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신속하게 반응하는 캔슬 컬처 또는 저격 문화도 있습니다.​


진정한 정체성을 탐색하는 과정에는 디지털 기술이 엮여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자신과 똑같이 사고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핏줄이 아닌 사회적 관계를 바탕으로 결속합니다. 그러면서도 한 집단에 모든 정체성을 투사하거나 평생 한 집단에 매이려 하지 않습니다.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유동적입니다. 저자는 이를 조립식 소속감이라 명명합니다. 그리고 요즘의 플랫폼들은 이를 자유롭게 형성할 수 있도록 사이트 구조와 인터페이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불평등, 인종차별, 기후 위기 문제, 불의 등 현재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과거 제도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이미 실망했습니다. 제힘으로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제도를 불신하고, 자기 의존을 중시하고, 협업에 친근하고, 온라인 관리자의 존재에 익숙한 포스트 밀레니얼의 사고방식. 그러다 보니 세대 간 오해 또는 단절감은 Z세대에 이르러 더 커졌습니다.


Z세대는 점진적으로 상황을 개선해나가기를 희망하기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바랍니다. 여기서 연대의 힘이 등장합니다. 정신과 정서 문제에 대처할 때도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로 지지하는 밈의 도움을 받습니다. <GEN Z: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에서는 Z세대가 세상의 문제들, 역설, 모순과 어떻게 씨름하고 있는지를 파헤칩니다.​


네 명의 학자들이 연구한 Z세대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스로의 의지로 타인을 돌보고, 정체성 공동체에 공을 들이고, 타인을 포용하려 노력하고, 진정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협업을 즐기는 것을 넘어 사교적이기도 하고, 합의된 권위를 지향하며, 유연한 조립식 구조를 선호하고, 환멸을 느끼는 과거를 뒤로하고 현재에 집중하고, 밈을 통해 웃으면서 끈끈해지면서 인류를 위해 투쟁하는 Z세대입니다.


세대 간 갈등 대신 이해를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해 기성세대와 Z세대 간의 연결이 필요하다는 걸 짚어주는 <GEN Z: 디지털 네이티브의 등장>. Z세대의 삶이 디지털 기술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는지, 어떻게 끊임없이 적응해나가고 반응하는지를 생생한 인터뷰와 연구 자료를 통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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