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체중! 당신 탓이 아닙니다 - 호르몬 균형을 되찾는 밸런스 다이어트
손숙미 지음 / 교문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식, 운동 부족 탓을 하며 다이어트를 해보지만 여전히 공복감과 식탐의 악순환에 빠진다면 <과체중! 당신 탓이 아닙니다>를 읽어보세요. 특히 지독한 식곤증을 동반한 과체중이라면 고탄수화물식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 문제를 의심해 봐야 한다고 합니다.


유전적으로 비만 성향이 있는데 고탄수화물식에 만성스트레스 환경인자가 더해지면 인슐린 저항이 심해지면서 호르몬 균형이 깨집니다. 그렇기에 체중 감량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몸의 호르몬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식품영양학과 교수 손숙미 저자는 평소 고기보다 생선, 쌈을 좋아하는 데다가 의식적으로 고루 섭취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건강한 식습관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식후 1시간이 되면 힘이 빠지고 피곤하고 몽롱해지는 생활을 그 이유도 모른 채 몇 십 년을 이어왔습니다. 그러다 식후 반응성 저혈당증에 대해 강의하던 중 그제야 그게 바로 자신의 증상임을 깨닫습니다.


"우리 몸은 호르몬의 포로이며, 비만은 이러한 호르몬 불균형이 빚어내는 여러 증상 중의 하나인 것이다." - 책 속에서


우리가 언제 배고픈지, 배부른지 말해주는 호르몬. 특히 비만에 관계된 으뜸 호르몬이 인슐린입니다. 인슐린은 당뇨 환자만 신경 써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에 새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인슐린은 식사 시작 5~10분 만에 췌장에서 분비됩니다. 포도당을 에너지로 이용하고 남은 것은 지방으로 저장하도록 도와주는 저장 호르몬 역할을 합니다. 그 외 분해 호르몬, 공복 호르몬, 포만 호르몬이 있는데 모두 인슐린의 영향을 받아 작동합니다.


과체중인 사람은 이 호르몬 간의 균형이 깨져있다고 합니다. 인슐린이 좀 까다로운 성질을 가졌거든요. 인슐린의 작용이 잘 안되는 걸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부릅니다. 혈당이 잘 떨어지지 않는 거죠. 그러면 췌장은 인슐린이 부족한가 보다 하며 또 인슐린을 내보내는 겁니다. 그러면 그때는 혈당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오히려 저혈당 증세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은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거나 과식하면 더 골골거리게 되는 겁니다. 달달한 간식을 먹으면 행복해지는 기분이 드니 반복되는 혈당 스파이크로 결국 내 몸을 갉아먹는 셈입니다. 인슐린 저항으로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과체중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과다 분비된 인슐린을 낮추지 않으면 무엇을 먹든, 무슨 운동을 하든 쉽게 살찌고 잘 빠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인슐린 저항의 끝판왕 성인당뇨로 이어집니다. 어떻게 변화를 줘야 할까요. 저탄수화물 고단백식으로 바꿔야 합니다.


밥, 빵, 떡, 과자... 고탄수화물식 식습관에 익숙해진 생활을 바꿀 수 있을까요. 배달 음식에 외식에... 달맵은 기본인 요즘. 사방이 적인데 말입니다. 유전적, 환경적으로 호르몬 균형을 깨뜨리게 하는 요인들이 정말 많습니다. 이제부터는 솔직히 책 제목처럼 당신 탓이 아니라는 말과는 달리 오롯이 굳건하게 실천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이 여정이 쉽지는 않겠지요. 그래도 더 몸이 상하기 전에 호르몬 균형을 잡는 밸런스 다이어트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배고프지 않게 체지방을 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저탄수화물·고단백 다이어트라고 합니다. <과체중! 당신 탓이 아닙니다>에서는 3단계 밸런스 다이어트를 소개합니다. 1단계는 일주일 간 극 저탄고단 식단입니다. 췌장에게 휴식을 주는 기간입니다. 이때 탄수화물은 하루 50g 이하로 우리는 밥 1공기보다 적은 양을 먹어야 하는 겁니다. 대신 고탄수화물 식품이 더 끌리지 않을 정도로 단백질 섭취량이 충분해야 한다고 합니다.


간단하게는 물에 탄 단백질 셰이크, 달걀 요리, 방울토마토로 구성된 식사를 하는 수준입니다. 식단은 대체 가능한 식품들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 간식은 무엇을 먹으면 되는지, 고기는 어떤 종류를 어떻게 요리해서 먹는 게 좋은지, 채소 반찬을 싫어할 때 채소 섭취량을 어떻게 채울 수 있는지, 포만감 있게 조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등 실천 편에서 본격적으로 세세하게 다룹니다.


극 저탄고단 식단을 거치고 나면 2단계 저탄고단 식단으로 이어집니다. 이제는 극단적인 처방에서 조금 수월해졌습니다. 이때 기억한 건 둘둘반입니다. 한식의 경우 채소 반찬 둘, 단백질 반찬 둘, 밥 반 공기입니다. 더불어 비타민과 무기질 보충제를 섭취하며 프로바이오틱스를 잘 챙겨 먹는 것도 도움 됩니다.


3단계에 이르면 한국형 지중해 식단으로 넘어갑니다. 가벼운 저탄고단 식단입니다. 단백질은 계속 신경 써서 먹어줘야 합니다. 이 즈음에는 그동안 꾹 참던 면 종류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먹을 수 있지만, 고탄수화물 식품이 마구 끌리면 2단계로 돌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아직도 인슐린 저항이 거세다는 의미니까요.


<과체중! 당신 탓이 아닙니다>는 인슐린 스파크를 막기 위한 식생활 Tip을 꼼꼼히 알려줍니다. 빵, 떡, 과자를 끊지 못하겠다면 고단백식품과 채소 등 저혈당지수 식품과 함께 먹는 걸로 타협하는 방법도 있고, 뜨거울 땐 혈당이 빨리 올라가니 뜨거운 음식은 조금 식혀서 먹는 등 평소 식습관에서 변화할 수 있는 소소한 노력들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목표는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자는 겁니다. 지방을 쌓는 인슐린 양은 적어지고 췌장도 혹사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말이죠. 호르몬 균형을 되찾기 위한 방법은 식단뿐만 아니라 운동도 한몫합니다. 운동으로 근육이 수축되면 포도당 운송작업을 인슐린 없이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는 운동은 언제 어느 정도 강도로 하면 좋은지부터 일상생활에서 활동량을 늘리는 생활습관을 짚어줍니다. 그 외에도 식습관 개선을 통한 자존감을 높이고, 질 좋은 수면을 하는 등 정신 건강까지 잘 챙길 수 있게 도와줍니다.


당뇨 진단을 받은 주변 사람들도 늘어나는 데다가, 그런 분들이 얼마나 식습관 조절로 고생하는지 알게 되니 당뇨가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수록 혈당 조절에 신경 써야겠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복부 비만은 나잇살이라 핑계 대고, 피곤한 건 스트레스 탓을 하며 넘기기 일쑤였는데 알게 모르게 호르몬 불균형 상태에 이른 것은 아닌지, 건강한 몸을 위해 호르몬 밸런스를 잡는 건강한 식단으로 매일을 꾸려나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니 생각 중이야 스토리인 시리즈 16
지금 지음 / 씽크스마트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의 엄마, 아내, 딸이 아니라 오로지 나로서 살고 싶은 바람을 이뤄나가고 있는, 필명 '지금' 작가의 에세이 <지금 니 생각 중이야>. 홀로서기를 하면서 과거와 미래의 걱정보다 지금 자신을 돌보고 싶어 필명도 지금으로, 나를 충만하게 안아주다 보니 그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을 안아주고 싶어져 경주의 자그마한 책방 '지금 니 생각 중이야'를 열어 방문객들을 안아주며 지금을 살고 있는 작가 지금. 저자의 소개글을 보는 순간 벌써 마음이 따스해지는 기분입니다.


50에 기혼 여성이 홀로 선다는 것.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배려인지도 모른 채 평생을 배려하며 살아온 세월. 정작 자신의 마음이 힘든 줄도 모르고 상대방을 배려하느라 나를 배려하지 못한다는 걸 깨닫습니다. 공감과 배려는 참 좋은 말이지요. 하지만 그 속에 내가 빠져있지는 않은지 한번 되돌아봐야겠습니다. 저자는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상대의 힘듦이 내 일처럼 느껴져서 내가 어떤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고백합니다.


두 아들이 성인이 되고 기다림의 끝에 30년 부부생활을 종료합니다. 경제적 지원은 받지 않은 채 그저 자유만 들고 나왔다고 합니다. 과거를 이야기할 때는 조심스러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상대 탓을 하지 않고 자괴감에 빠져들지 않으면서 혼자 살기로 결정하고 실행하기까지의 마음을 들려줍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말이 '며느리답게, 아내답게, 엄마답게'라는 것에 공감했다. '누구답게'에서 '누구'를 꺼내어 하나씩 버려보았다. 며느리답게를 떼어냈다. 아내답게를 버렸다. 엄마답게도 옆으로 젖혔다. '나답게'만 자유롭게 살아서 움직였다." - 책 속에서


혼자 살아보니 가끔은 혼밥 대신 둘밥이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내 안에 살고 있는 '나답게'는 혼자 살게 해준 지금 작가. 자유만 있으면 무엇이든 감당해낼 줄 알았지만, 세상은 험난했습니다. 금융사기를 당해 빈털터리가 되고 코로나로 취업도 안 되니 일용직으로 식당에 나갔는데 무리하게 몸 쓰는 일을 하다가 허리가 무너집니다. 이러고 살려고 자유를 선택했나 씁쓸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낸 비법은 있었습니다. '망하기 달인'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책만 읽던 바보가 몸까지 망하고 나니 마지막에 남는 건 글쓰기밖에 없더라고 합니다. 그런데 매일 묵묵히 글을 썼더니 신기하게도 망해버린 가슴을 살려내더라는 겁니다. 글쓰기는 바로 '나를 안아주는' 일이었습니다. 절묘한 타이밍에 공모전에도 당선되어 단비 같은 상금 덕분에 생계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허리 통증이 심할 때조차 책 쓰기는 무의식의 불안과 두려움을 편안하게 하는 명약이 되어줍니다.


홀로서기를 할 때 마음의 위로가 된 것은 도서관 독서 모임, 책방의 독서토론도 한몫했습니다. 필사와 사유를 하는 작은 움직임의 반복이 깨어있는 하루를 만들어나갔고, 서로의 온기를 글로 나누는 시간 덕분에 가슴을 데울 수 있었습니다.


혼자 살면서 자기 배려를 실천하는 지금 작가. 혼자만의 따뜻한 시간을 가져야 웃으며 살 수 있음을 지금의 삶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꿈을 꾸는 자유도 마음껏 만끽해 봅니다. 이 책 출간 이후의 미래를 상상해 봅니다. '지금글쓰기방'도 열고, 두 번째 책 <경주>를 출간하고, 첫 소설도 출간하고, 따로 살아도 따뜻한 가족이 되어 있을 자신의 모습을 그려봅니다. 이처럼 자기선언을 당당히 하고 있으니 꼭 이뤄질 거라 의심치 않습니다.


경주에서 북 카페를 하고 있다는 프로필 덕분에 그곳 이야기도 기다려지더라고요. 그가 겪은 따스한 감정들이 고스란히 반영된 북 카페입니다. 책으로 군불을 지피는 책방이기를 원하는 지금 작가. 북 카페이지만 멍때리기만 하고 가도 된다며, 그저 자신을 안아주는 공간이 되길 원한다고 합니다. 이런 마음 덕분일까요. 오히려 군불을 지펴주고 가는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들이 주고 간 온기로 또 하루가 행복해집니다.


꿈을 쓰고 매일 성실하게 걸어온 이야기에서 조곤조곤한 울림이 있는 <지금 니 생각 중이야>. 책을 펼치자마자 눈에 확 들어오는 넉넉한 글씨 크기 덕분에 눈이 덜 피곤해 유독 편안히 읽어내려간 에세이입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집 사용설명서 - 그림으로 보는 주택의 구조와 작동 원리
찰리 윙 지음, 김일선 옮김 / 김영사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집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주택 내부가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알고 있을 때 그 효용이 꽤 크다는 걸 <내 집 사용설명서>를 읽으며 깨닫게 됩니다. 특히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다 보니 폭염으로 냉방비 높은 고지서를 받는 달이 더 늘어나고 난방비 폭탄 때문에 실내 온도 설정을 어디까지 낮춰야 하나 고민 중인 요즘. 내 집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따라 에너지 절감 방법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었어요.​


MIT 공대 출신의 찰리 윙 저자는 미국 최초 오너빌더(건축주가 소정의 자격을 얻어 자신의 집을 직접 시공하는 방식) 스쿨을 창립했고, 건축과 설비에 관한 실용서를 수십 권 집필한 집짓기와 리모델링, 주택 유지 보수 분야 전문가입니다. 2007년 첫 출간한 <내 집 사용설명서>는 주택 유지 보수 도서 분야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받은 책입니다. 이번 한국어판은 세 번째 개정증보판으로 스마트홈과 태양열 주택에 대한 정보까지 담고 있습니다.


큼지막한 판형에 시원시원한 그림으로 설명하는 책이어서 한눈에 보기 쉽습니다. 각종 설비의 공학적 원리를 투시 일러스트로 보여줍니다. <내 집 사용설명서>에서는 배관, 전기, 냉난방 설비, 가전제품, 창호 등 주택의 거의 모든 구성 요소와 목조 주택까지 작동 원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집은 한 번씩 배관이 터져 곤란한 상황이 생기죠. 여기 막으면 저기 터지고 말썽이 한 번 시작되면 조마조마합니다. 수도관과 보일러관이 번갈아 애먹일 때도 있고요. 새 아파트에 들어갔는데 위층에서 배관 터져 헌 집으로 되어 버리는 사태도 심심찮게 주변에서 만나게 됩니다. 살다 보니 이처럼 한 번씩 큰돈 들이는 공사 사태를 접하고서야 내 발밑과 머리 위를 지나는 수많은 관들을 느끼게 됩니다.





난방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기 위해 난방 온도는 몇 도로 해야 하는지, 열 손실을 막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 자연냉방이 힘든 도시 생활에서 냉방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미세먼지로 환기가 힘든 날이 많은 오늘날 실내 공기 정화는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지 그 외 각종 가전제품들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며 내 집을 좀 더 이해하는 시간이 됩니다.


크고 작은 고장이 났을 때 스스로 고치거나 수리업체에 문제점을 설명할 때, 새 집을 짓거나 리모델링 할 때 유용한 정보가 가득합니다. 우리나라 건물은 유지 보수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지어지지 않으니, 원리를 이해한다고 해서 뚝딱 내 손으로 고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직접 원인을 파악해 문제점을 이해하고 있으면 올바른 수리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으니 내 집의 작동 원리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기후 위기로 계절의 변화가 심상치 않은 만큼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자원을 절감하는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게 필수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내 집 사용 설명서>로 똑똑하게 집 공부하세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국 빅토리아 여왕과 귀족 문화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무라카미 리코 지음, 문성호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빅토리아 시대의 바로 그 주인공, 빅토리아 여왕. 찰스 디킨스,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가 그 시대에 활약했고 버지니아 울프도 시대의 영향을 받았지요. 하지만 정작 빅토리아 여왕에 대해선 잘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영국에서조차 빅토리아 여왕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검은 상복을 입고 엄숙한 얼굴을 한 과부 이미지로만 기억한다고 합니다. 그러다 영화 <영 빅토리아>와 드라마 <빅토리아>를 통해 젊은 빅토리아의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빅토리아 여왕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이 더 풍부해졌습니다.


무려 40년을 검은 상복을 입고 지낸 빅토리아 여왕.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요. AK 트리비아 시리즈 중 한 권으로 나온 <영국 빅토리아 여왕과 귀족 문화>에서 초상화, 사진, 일기, 편지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여왕의 공적, 사적 생활의 이모저모를 살펴봅니다. 


할아버지는 조지 3세입니다. 아버지 켄트 공은 조지 3세의 4남이었는데, 백부들 중 적자가 없었기에 결국 왕위 계승권이 빅토리아에게까지 왔습니다. 10세 때 이미 여왕이 될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켄싱턴 궁전에서 지내던 어린 시절부터 19세기 도덕적인 숙녀의 소양을 익혀야 했습니다. 일반적인 귀족 여성의 일과뿐만 아니라 왕위 계승자를 위한 수업까지 하루 일과가 1시간 단위로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마침 일기 쓰는 걸 좋아하는 빅토리아입니다. 그날그날의 감정이 담긴 일기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일기와 편지 쓰기는 평생 동안 했던 일이었기에 훗날 이렇게 후세에도 볼 수 있는 기록 자료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림 그리는 것도 무척 좋아했습니다. 자화상과 남편을 그린 그림을 보면 감정이 담긴 눈빛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 보입니다.


여왕의 남편을 목표로 한 신랑 후보들의 물밑 작업은 일찍이 시작되었습니다. 여왕으로 즉위하기 전에 후보들을 만나며 빅토리아는 단 한 명에게 마음을 주게 됩니다. 독일에서 온 동갑내기 앨버트입니다. 앨버트도 여왕의 신랑 후보가 될 거라는 걸 어렸을 때부터 인지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귀족들의 운명이란!) 다행히 빅토리아와 앨버트의 사랑은 쌍방향이었습니다. 18세에 즉위식을 하고 그로부터 3년 후 둘은 결혼에 이릅니다.





군주가 당당하게 정치에 참견하고 권력을 휘두르던 시대는 과거가 되었습니다. 빅토리아 시대는 정당 체제가 정립되어간 시기입니다. 훗날 보수당과 자유당의 전신이 양립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과 다를 바 없이 그때도 정당 간의 대립은 치열했고, 유럽 정세가 혼란스러울 때면 빅토리아 여왕에게도 정치적인 위기가 찾아옵니다. 당사자가 아닌 주변 인물들 때문에 화가 미치기도 합니다. 게다가 걸핏하면 남편 앨버트를 걸고 넘어가니 남편 사랑이 대단한 빅토리아가 꽤 애를 먹었던 것 같습니다.


앨버트는 온갖 개혁 사업에 참여하며 일명 일 중독자였습니다. 만성 컨디션 불량 상태였지요. 부친과 형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는 높은 도덕 기준을 갖춘 인물이었습니다. 빅토리안이라는 말에는 고귀함, 고덕적, 위선적 등 성에 엄격한 이미지가 따라붙는데 빅토리아 여왕보다 오히려 앨버트의 이미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왕세자 버티가 분란을 일으킨 겁니다. 아들의 일에 신경 쓰던 앨버트는 안 그래도 안 좋던 몸이 더 악화되었고 결국 일찍 세상을 떠납니다.


남편의 사망 후 세상일에 물러난 상태처럼 지내자 군수로서의 의무를 잊었다는 비판이 일기도 합니다. 총리 디즈레일리는 빅토리아의 내재된 애국심과 제국주의적인 성질을 끌어내 개화시키려는 듯한 시책을 바치며 은둔해 있던 여왕을 대영제국의 상징으로 끌어올리는 길을 만들어냅니다.


빅토리아의 일기는 1901년 1월 13일로 끝납니다. "어젯밤까지는 그저 그랬지만, 눈이 떠져버리고 말았다. 일찍 일어나 우유를 약간 마셨다. 렌헨이 왔고, 신문을 좀 읽었다."로 시작하는 일상을 기술한 일기였습니다. 18일 빅토리아의 아이들이 불려왔고, 22일 81세의 나이로 영면했습니다.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검은 상복을 입고 지낸 빅토리아 여왕. <영국 빅토리아 여왕과 귀족 문화>에서는 로맨틱한 개인적 욕망을 추구했고 19세기의 여성다운 역할을 기꺼이 남편에게는 연기하고 싶어 했던 빅토리아의 모습, 호전적인 제국 의식은 강했던 반면 계급과 인종에 관한 관용은 경이로울 정도였던 한 인간의 다채로운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래하는 뇌 - 인간이 음악과 함께 진화해온 방식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평점 :
품절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로 <정리하는 뇌>, <석세스 에이징>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대니얼 레비틴. 학계에 뒤늦게 들어가기 전에 스티비 원더, 블루 오이스터 컬트 등의 음반을 제작하고 세션 연주자, 음향 엔지니어로 일하는 등 음악계에도 깊숙이 관여할 만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이번에는 문명의 사운드트랙에 관한 책을 내놓았습니다. <노래하는 뇌>에서 음악이 인간의 삶에서 맡아온 역할, 음악과 인간이 함께 진화해온 방식을 들려줍니다.


음악을 잡음처럼 취급하는 이도 있겠지만 호불호와는 별개로 음악이 알게 모르게 인간에게 큰 도움을 준다는 건 분명합니다. 우리 삶 속에서 음악을 이용하는 방식을 보면 말이죠. 대니얼 레비틴은 우정, 기쁨, 위로, 지식, 종교, 사랑이라는 여섯 가지 방식으로 인류라는 종으로서의 정체성을 빚어낸 음악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왜 음악하는 뇌가 아니라 노래하는 뇌라고 명명했을까요. 순수한 리듬 형태의 표현도 포함해서 포괄적인 의미에서 모든 형태의 음악을 상징하는 약자처럼 '노래'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멜로디가 있든 없든, 가사가 있든 없든 모든 음악이 포함됩니다.


언어 이전에는 뇌가 언어를 배우고 말하고 표상하는 능력이 온전히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뇌 메커니즘의 진화는 언어와 예술을 발달할 수 있게 만듭니다. 시, 음악, 춤, 그림 등 예술을 하는 뇌로 발달합니다. 지구상의 다른 종과 구분해 주는 게 바로 예술입니다. 우리의 예술적 표현의 욕망은 동굴벽화에도 드러납니다. 가사에 멜로디, 화음, 리듬이 한데 어우러지면 언어는 전달할 수 없는 미묘한 의미를 담아낼 수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규모가 큰 집단을 처음 이루었을 때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긴장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을 텐데 인간은 어떻게 그런 긴장을 해소하고 거대한 사회와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요. 노래 부르기의 생리학은 그냥 말을 하는 경우와는 다르기 때문에 집단이 더 오랜 시간 동안 큰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일치단결된 소리로 노래함으로써 자신들이 각기 따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신호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신뢰와 유대감을 확립하는 데 관여하는 신경화학물질이 분비되기도 합니다.


공자는 "음악은 즐거움을 만들어내고 인간은 천성적으로 이런 즐거움 없이 살 수 없다."고 했고, 니체는 "나의 우울한 마음은 완벽이라는 심연의 은신처에서 쉬고 싶어 한다. 그게 바로 내게 음악이 필요한 이유다."라고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뇌과학적으로 음악이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들려줍니다. 


본질적으로 우리에게 기쁨의 노래가 존재하는 이유는 돌아다니고 춤추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 진화의 역사에서 적응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쁨의 노래는 수천 년에 걸친 진화의 시간 동안 그 중요성이 계속 유지되었고 우리에게 기분이 좋아지는 뇌 화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분, 행복한 느낌, 긍정적 감정을 찬양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감정 상태를 타인과 더 잘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사회와 응집력 있는 집단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되었습니다.





수술실에서도 음악을 듣고 마트에서도 치과에서도... 우리는 어디에서든 음악을 듣습니다. 이 모든 행동의 목적은 표면적으로는 위로를 얻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자장가는 전형적인 위로의 노래라고 합니다. 자장가를 부르면서 생기는 느리고 안정적인 리듬이 호흡과 심장 박동을 안정시켜주고, 맥박을 느리게 하고, 근육을 이완시켜줍니다.


슬플 때는 많은 사람이 슬픈 음악을 듣습니다. 왜 그럴까요. 슬픈 사람은 행복한 음악을 들어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데 말입니다. 흥미롭게도 마음을 진정시키는 호르몬인 프로락틴은 슬플 때 분비됩니다. 기뻐서 흘리는 눈물에는 프로락틴이 분비되지 않는데 슬픔의 눈물에서는 분비되는 겁니다. 그렇기에 슬픈 음악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운율에 맞춰 숫자를 세는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기억 훈련에 도움 되는 동요를 많이 불렀을 겁니다. 문화권마다 저마다 문화적 지식, 역사, 일상생활의 절차를 기록하는 지식의 노래가 있습니다. 무언가에 음악을 입히면 기억에 잘 남습니다. 이 책에서는 가사의 기억을 돕는 일에 리듬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여다봅니다.


사람들이 한데 모여 축하하기를 원하는 자리에는 거의 항상 음악이 함께 합니다. 시간과 장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의례)의 노래는 그 활동을 신성하게 만드는 목적을 띱니다. 특히 가스펠 음악은 공동체와 개인을 모두 축복하며 연대의식과 역사의식을 강화합니다.


우정, 위로, 의례, 지식, 기쁨보다 더 큰 사랑. 낭만적인 사랑은 보통 맹목적입니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낸 것도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랑의 노래는 어디서 왔는지 진화의 역사를 들여다보며 왜 사랑의 노래를 좋아하는지 살펴봅니다.


음악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잘 활용했던 초기 인류가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는 데 가장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음악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거라는 <노래하는 뇌>. 영어권 노래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어 팝송에 문외한이라면 낯설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음악과 춤, 이야기, 영성을 사랑했던 선조들의 후손입니다. 인류 진화와 문명 발달이라는 거대한 이야기는 제쳐두고서라도 저마다 다른 음악적 취향으로 자신의 삶에 음악이 작동해온 방식을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