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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뇌 - 인간이 음악과 함께 진화해온 방식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김성훈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1월
평점 :
인지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로 <정리하는 뇌>, <석세스 에이징>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 대니얼 레비틴. 학계에 뒤늦게 들어가기 전에 스티비 원더, 블루 오이스터 컬트 등의 음반을 제작하고 세션 연주자, 음향 엔지니어로 일하는 등 음악계에도 깊숙이 관여할 만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이번에는 문명의 사운드트랙에 관한 책을 내놓았습니다. <노래하는 뇌>에서 음악이 인간의 삶에서 맡아온 역할, 음악과 인간이 함께 진화해온 방식을 들려줍니다.
음악을 잡음처럼 취급하는 이도 있겠지만 호불호와는 별개로 음악이 알게 모르게 인간에게 큰 도움을 준다는 건 분명합니다. 우리 삶 속에서 음악을 이용하는 방식을 보면 말이죠. 대니얼 레비틴은 우정, 기쁨, 위로, 지식, 종교, 사랑이라는 여섯 가지 방식으로 인류라는 종으로서의 정체성을 빚어낸 음악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왜 음악하는 뇌가 아니라 노래하는 뇌라고 명명했을까요. 순수한 리듬 형태의 표현도 포함해서 포괄적인 의미에서 모든 형태의 음악을 상징하는 약자처럼 '노래'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멜로디가 있든 없든, 가사가 있든 없든 모든 음악이 포함됩니다.
언어 이전에는 뇌가 언어를 배우고 말하고 표상하는 능력이 온전히 갖추어지지 않았습니다. 뇌 메커니즘의 진화는 언어와 예술을 발달할 수 있게 만듭니다. 시, 음악, 춤, 그림 등 예술을 하는 뇌로 발달합니다. 지구상의 다른 종과 구분해 주는 게 바로 예술입니다. 우리의 예술적 표현의 욕망은 동굴벽화에도 드러납니다. 가사에 멜로디, 화음, 리듬이 한데 어우러지면 언어는 전달할 수 없는 미묘한 의미를 담아낼 수 있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규모가 큰 집단을 처음 이루었을 때는 필연적으로 사회적 긴장이 따라올 수밖에 없었을 텐데 인간은 어떻게 그런 긴장을 해소하고 거대한 사회와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요. 노래 부르기의 생리학은 그냥 말을 하는 경우와는 다르기 때문에 집단이 더 오랜 시간 동안 큰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일치단결된 소리로 노래함으로써 자신들이 각기 따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신호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신뢰와 유대감을 확립하는 데 관여하는 신경화학물질이 분비되기도 합니다.
공자는 "음악은 즐거움을 만들어내고 인간은 천성적으로 이런 즐거움 없이 살 수 없다."고 했고, 니체는 "나의 우울한 마음은 완벽이라는 심연의 은신처에서 쉬고 싶어 한다. 그게 바로 내게 음악이 필요한 이유다."라고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뇌과학적으로 음악이 우리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들려줍니다.
본질적으로 우리에게 기쁨의 노래가 존재하는 이유는 돌아다니고 춤추면서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것이 진화의 역사에서 적응에 유리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쁨의 노래는 수천 년에 걸친 진화의 시간 동안 그 중요성이 계속 유지되었고 우리에게 기분이 좋아지는 뇌 화학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분, 행복한 느낌, 긍정적 감정을 찬양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의 감정 상태를 타인과 더 잘 공유할 수 있게 됩니다. 결국 사회와 응집력 있는 집단을 형성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 되었습니다.
수술실에서도 음악을 듣고 마트에서도 치과에서도... 우리는 어디에서든 음악을 듣습니다. 이 모든 행동의 목적은 표면적으로는 위로를 얻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자장가는 전형적인 위로의 노래라고 합니다. 자장가를 부르면서 생기는 느리고 안정적인 리듬이 호흡과 심장 박동을 안정시켜주고, 맥박을 느리게 하고, 근육을 이완시켜줍니다.
슬플 때는 많은 사람이 슬픈 음악을 듣습니다. 왜 그럴까요. 슬픈 사람은 행복한 음악을 들어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데 말입니다. 흥미롭게도 마음을 진정시키는 호르몬인 프로락틴은 슬플 때 분비됩니다. 기뻐서 흘리는 눈물에는 프로락틴이 분비되지 않는데 슬픔의 눈물에서는 분비되는 겁니다. 그렇기에 슬픈 음악에서 위안을 얻습니다.
운율에 맞춰 숫자를 세는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기억 훈련에 도움 되는 동요를 많이 불렀을 겁니다. 문화권마다 저마다 문화적 지식, 역사, 일상생활의 절차를 기록하는 지식의 노래가 있습니다. 무언가에 음악을 입히면 기억에 잘 남습니다. 이 책에서는 가사의 기억을 돕는 일에 리듬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들여다봅니다.
사람들이 한데 모여 축하하기를 원하는 자리에는 거의 항상 음악이 함께 합니다. 시간과 장소를 중요하게 여기는 종교(의례)의 노래는 그 활동을 신성하게 만드는 목적을 띱니다. 특히 가스펠 음악은 공동체와 개인을 모두 축복하며 연대의식과 역사의식을 강화합니다.
우정, 위로, 의례, 지식, 기쁨보다 더 큰 사랑. 낭만적인 사랑은 보통 맹목적입니다. 우리가 아이를 키우는 사회적 구조를 만들어낸 것도 사랑이라는 감정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랑의 노래는 어디서 왔는지 진화의 역사를 들여다보며 왜 사랑의 노래를 좋아하는지 살펴봅니다.
음악 자체가 아름답기 때문에 음악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음악을 잘 활용했던 초기 인류가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는 데 가장 성공적이었기 때문에 음악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거라는 <노래하는 뇌>. 영어권 노래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어 팝송에 문외한이라면 낯설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음악과 춤, 이야기, 영성을 사랑했던 선조들의 후손입니다. 인류 진화와 문명 발달이라는 거대한 이야기는 제쳐두고서라도 저마다 다른 음악적 취향으로 자신의 삶에 음악이 작동해온 방식을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겁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