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킨 노트 - 마음을 전하는 5초의 기적
가스 캘러헌 지음, 이아린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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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올지 그는 알 수 없습니다.

평범한 아빠 가스 캘러헌.

딸 아이 어렸을 때부터 도시락을 싸주며 냅킨 노트를 적어 넣어줬다 해요. 암 진단을 받은 후 하루하루를 선물이라 여기며 사랑하는 이들과 마음을 나누는 기회로 삼은 결과물이 바로 냅킨 노트입니다.

 

어느 날, 엠마의 도시락에 늘 넣어주던 냅킨 한 장을 만지작거리다 아무 생각 없이 볼펜을 집어 들고 '사랑하는 엠마, 오늘도 좋은 하루!'라고 적어 넣은 거였어요. 딸 엠마를 위한 냅킨 노트의 시작입니다. 하루는 미처 적지 못했더니 아이가 묻더래요. 아이도 은근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그 후 냅킨 노트는 그의 가장 소중한 습관이 되었습니다. 딸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 매일매일 알려주는 방법이었습니다. 딸을 이어주는 마음의 끈이자 하루를 대하는 특별한 약속이지요. 엠마를 위해 적는 그 순간은 '오늘 하루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자신을 위한 시간이기도 했으니까요.


『 끝을 아는 순간 나는 '오늘'이라는 단어가 선물과도 같은 '기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 - p15

 

 

 

암 환자가 있으면 가족의 심정도 말이 아닐 겁니다. 

암 진단을 받은 남편에게 한참을 울고 난 아내가 내뱉은 말이 기억에 남네요. 

"내 모든 것을 걸고 당신한테 할 수 있는 두 마디가 있어. 사랑해, 그리고,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탄탄한 우정을 가진 친구가 있다는 것도 큰 자산이더라고요.

자신은 스타워즈 파이고 친구는 반지의 제왕 파여서 서로 간에 우정을 나눠도 절대 저것에 대해 언급은 하지 않는 사이였는데 그 친구가 무려 제다이 기사 피규어를 그의 담당 의사 책상에 하나하나 올려놓으며 한 말이 있습니다.

"이들은 주인공을 구한 제다이의 기사들입니다. 이제 박사님이 제 친구를 구해주실 차례예요."

 

 

암 진단을 네 번이나 받은 그는 암 투병과 부작용으로 힘든 나날을 보냅니다. 하지만 길을 잃을 순간에 잡아주는 건 냅킨 노트였어요.

티끝 같은 행복과 희망, 행복해지는 습관, 희망을 찾는 습관이 냅킨 노트였습니다. 냅킨 노트에 쓰는 것은 엠마를 위한 것이지만 그 자신에게 더 와 닿는 문장이 많거든요.

 

 

 

 

아무리 바빠도 잠깐의 시간으로 아이들과 마음을 나누기가 얼마나 쉬운지, 보잘것없는 냅킨 노트가 쌓여 아이에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가져다주었는지를 다른 부모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 공유하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올라오는 그의 냅킨 노트를 SNS에서 볼 수 있습니다. 

 

누구든 냅킨 노트를 쓸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어요.

손편지가 어색해진 요즘 같은 시기에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도 손글씨로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의 냅킨 노트는 딸 엠마에게 유산이 되었습니다.

 

『 냅킨 노트는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딸의 멋진 인생을 기원하는 간절한 기도이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이다. 』 - p235

사랑하는 이와 마음을 나누는 데 필요한 시간은 단 몇 초. 그와 동시에 하루의 기적을 바라는 소망의 흔적인 냅킨 노트를 보며 사랑하는 이와 마음을 나누는 것 외에 중요한 것은 없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네요. 

한국어판 <냅킨 노트>는 원서와는 표지가 다른 데, 특히 표지 글귀 Dear, my Emma 캘리그래피는 공병각 샘의 작품이네요. 책이 참 예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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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것들 - 슬프도록 아름다운 독의 진화
정준호.박성웅 외 지음, EBS 미디어 기획 / Mid(엠아이디)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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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에서 방송했던 '진화의 신비, 독'이 <독한 것들>이란 제목의 책으로 나왔습니다.

방송도 흥미진진하게 봤는데 정말 자연의 신비는 경이롭더라고요. 방송에서는 그저 우와~ 하며 놀라기만 했다면 책을 읽으면서 독의 진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네요.

 


 

일반적으로 독은 나쁘고 해로운 것으로 알고 있죠.

이는 인간 기준에서 봤을 때를 말합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독인 것들이 어떤 동물에게는 아무렇지 않기도 합니다. 같은 독이라도 생물마다 서로 다른 영향을 나타냅니다. 우리가 먹는 물조차도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고, 치명적인 독도 정확한 양을 사용하면 치료제가 되듯 독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이란 무엇인지 개념 정의는 이렇듯 애매합니다. 인간의 주관적으로 구분한 독은 궁극의 무기가 될 수는 없습니다.


<독한 것들>은 생물독 위주로 살펴보면서, 잔류 농약이나 대기 중 유해성분 등을 포함한 인공적으로 생산된 인공독으로 마무리합니다.
 

 

 

지구 생물은 먹고 먹히는 생존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동물과 식물은 나름대로 방어능력을 개발했는데 그중의 하나가 독입니다. 그런데 식물은 살아남기 위해 독을 사용하고, 동물은 그 독을 이용하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독은 진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독은 전달 방식에 따라 구분되기도 하는데요.

호흡기를 통해 독성이 전달되어 많은 희생을 낳은 가습기 살균제는 피부 흡수가 되지 않는 독성도 낮은 물질이었지만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오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게 된 사례였습니다.
 

 

 

신기한 건 독을 생산하는 동물의 진화속도가 남다르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 어떤 단백질보다 빠르게 변이한다고 해요. 특히 청자고둥의 독소 중 하나인 코노톡신은 100만 년 당 1.7%에서 4.8%로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빠른 변이 속도보다도 세 배는 빠른 수준이라네요.


『 독을 가진 생물과 경쟁하려면 독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도록 진화해야 하고, 독을 가진 생물은 또다시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더 강력한 독, 더 많은 독을 만들어 내야 한다. 』 - p37


즉 진화의 최전선에 있는 물질이 독입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종의 생물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 '공진화' 개념이 등장합니다. 독립적으로 진화하는 생물은 없고 경쟁하며 진화하는 생태계입니다.
 

 

 

동식물 간에도 경쟁 진화하듯 인간 역시 동식물의 독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방향이 엇나가기도 하지요. 농작물 해충을 방제하기 위한 친환경 농법의 하나로 도입된 사탕수수두꺼비 사례처럼요. 오스트레일리아는 정책적으로 도입해 와서 자료가 잘 남아있는데요, 인간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외래종이 토착 생태계를 파괴해버렸거든요.


모기 기피제에 대한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현재 우리가 널리 사용하는 모기 기피제는 DEET라는 물질인데 피를 빨만한 상대를 잘 찾지 못하게 혼란 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게 사실 정확히 모기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합니다. 게다가 처음 노출되었던 모기는 대부분 도망가지만 몇 시간 뒤에는 기피 효과가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로 현재 DEET 물질에 관한 논란이 있다고 해요. 암튼 인간과 모기의 전쟁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후세에는 지금 이 사례가 어떻게 비칠지 궁금하긴 합니다.
 

 

 

『 진화는 모든 생물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 인간은 항생제를 만들며 미생물과의 경쟁에서 저 멀리 앞서 나가는 듯했지만, 희망은 잠깐뿐이었다. 미생물들은 빠르게 적응해 항생제 저항성을 얻었고, 초기 개발된 항생제들은 오늘날 별 쓸모가 없어졌다. (중략) 이 경쟁에서 인간이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항생제, 즉 자연 상태에서 미생물들 사이의 경쟁이 어떻게 나타났고, 진화했으며, 작용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 - p205


생태계에서 우리 인간 역시 오로지 우리의 생존을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간이 만든 각종 독성물질과 관련한 사건사고는 끝이 없습니다.
 

 

인간은 무려 레저용 독도 만들어냈지요.

에탄올과 니코틴입니다. 술과 담배의 경우 <독한 것들>에서는 독성물질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그저 세금 충당 목적으로 가격만 올리는 정책은 일반인에게 독성물질의 위험성을 인지시키지 못한 채 이해 불가한 잘못된 방향으로만 진행되었죠.


독이란 무엇인지, 독은 어떻게 진화했는지 독성생물의 비밀을 파헤치며 인간과 독의 관계를 파헤친 책 <독한 것들>. 독을 가지고 있다 해서 무조건 득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놀라운 자연의 신비, 그리고 인간이 만들어 낸 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인공적으로 생산된 인공독 폐해의 안타까움도 알게 되었습니다.

진화를 위한 생존전쟁으로서의 독이 인간에게 건너온 이후부터는 치료 등의 혜택을 누림과 동시에 파괴, 자멸의 독으로 방향을 틀고 있습니다. 과연 이 전쟁에서의 득과 실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낳게 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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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세계사 1 : 고대 이야기 - 교과서 속 세계사 이야기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
김현숙 지음, 원혜진 그림, 역사사랑 감수 / 계림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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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역사책 부문 스테디셀러인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는 세계사 시리즈가 나왔네요.

1권 고대 이야기 편을 먼저 살펴봤는데 이 시리즈도 히트 예감이 팍팍.   


5권까지 나온다하고요, 고대 / 중세 / 근세 / 근대 / 현대 편으로 구성된다고 해요.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 1권 고대편은 지구 탄생부터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를 가볍~게 거쳐

문명 탄생하기까지의 역사를 다룹니다.


 

 

1:1 비율의 글과 그림이 세계사를 처음 접하는 초등생에게 쉽게 다가가는 역할을 톡톡히 하네요.

글자 크기도 작지 않고, 그림의 비중이 상당한데 역시 시각적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유머스런 그림이어서 공부책을 보는 느낌이 덜하기도 하고요.


 

 

세계사 속의 한국사는 필수죠.

동떨어진채 볼 게 아니라 세계사와 한국사를 같이 다뤄야 시대 개념이 자연스럽게 잡히더라고요. 

 


교과서에 등장하는 개념어를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사진과 지도 자료를 빠짐없이 다룹니다.


 

 

학창시절 배웠던 4대 문명 파트를 보면서 이 엄마는 이제서야 그 시대 흐름이 잡히더라고요.

이런저런 책으로 시대별 지식을 단편적으로만 알던 얕은 지식소유자였던터라

아이책을 통해 엄마도 큰 도움 받네요.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을 통해 페르시아, 이집트 등의 고대 역사를.

에게 문명을 통해 유럽 문화의 바탕이 된 그리스와 로마 고대 역사를.

인더스 문명을 통해 인도 고대 역사와 불교 탄생 이야기를.

황허 문명을 통해 중국 고대 역사를 전체적으로 훑을 수 있었네요.


그나저나... 이 엄마 학창시절에는 인더스 대신 갠지스 문명,

황허 대신 황하 문명으로 표기 되었었는데 언제 이렇게 바뀌었대요 ㅎㅎ

 

 

 

중국 역사는 사실 배웠던 기억이 있었나 할 정도로 홀랑 까먹고 있었는데

그래서 이 책 구성이 더욱 마음에 들었네요.

춘추전국시대 어쩌고해봤자 세계사 속에서 어느 시기쯤인지 연대 감각이 없으면 헛배운거겠죠.

 

한국사와 세계사를 나란히 놓은 연대표는 알짜배기입니다.



세계사는 초등학교때 배우지는 않지만 중학교 앞두고 애들 책 읽을 시간도 부족하거니와 초등 한국사 접할 때 이 책은 함께 볼 수 있을만한 수준이라 초등 고학년이 읽으면 좋은 책인 것 같아요.

세계사의 전체적인 흐름 잡기에는 이런 이야기책이 제격이죠. 중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세계사 접하기전에 두어번만 읽어놔도 큰 도움될 것 같더라고요.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에 이어 <그림으로 보는 세계사>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그림입니다. 이 그림의 역할이 글과 대등한지라 아이들이 일단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재미는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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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일의 시간 - 삶의 끝자락에서 전하는 인생수업
KBS 블루베일의 시간 제작팀 지음, 윤이경 엮음 / 북폴리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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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KBS 파노라마에서 방영한 <블루베일의 시간>이 책으로 나왔습니다.

하늘색 베일을 쓴 수녀들이 있는 호스피스 병원 이야기입니다. 평소 TV와는 안 친한데 우연히 켰다가 딱 마주쳤던 방송이어서 기억에 살짝 남아있었거든요. 그때는 그저 호스피스의 삶이 저렇구나 정도로 슬쩍 보고 말았는데 책 <블루베일의 시간>으로 감동을 제대로 느껴봤습니다.


사실 읽어내기 너무 힘든 책이었어요.

눈물이 마를 새 없이 흘러내리기도 했고, 죽음이란 의미를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저는 지금까지 상을 치르는 과정은 경험했을 뿐 죽음의 문턱과 임종의 과정은 겪어보질 않았거든요.


하지만 읽는 도중에도 그랬고, 책을 덮은 후에도 드는 생각인데... 힘겹게라도 끝까지 읽어내길 잘했다 싶어요.

모든 것과 이별하는 순간 남기고 간 깨달음의 메시지를 통해 살아있는 지금 이 시간과 가족의 소중함이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절절하게 와 닿았습니다.

 

 

 

<블루베일의 시간>은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한국 최초로 설립한 호스피스 병원인 갈바리의원을 배경으로 합니다. 이호경 PD가 석 달 반 동안 그곳에서 지내며 느낀 감동과 가르침을 전하고자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인생 지혜를 남기고 임종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선 1년에 100명 가까운 분들의 임종을 지켜드린다 합니다. 환자 대부분은 치료 시기가 지나고 삶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과 함께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는 분들이지요. 블루베일 수녀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임종까지 동행합니다.

 

 

『 어쩌면 임종은 삶의 마지막 성장기인지도 모른다.

삶 전체를 돌아보며 나 자신과 대면하고 모든 것과 이별하는 시기에 누군가는 꼭 동반해 주어야 한다. 』 - p38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마지막 시간을 마감하는 갈바리의원.

환자도 환자지만 환자의 보호자도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은 시간이지요. 떠나가는 이는 모든 걸 놔두고 가야 하고, 보내는 이는 그 나름대로 극복해야 합니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죽음.

가는 이도, 남는 이도... 죽음을 제대로 맞이해야만 후회를 덜 하게 된다고 해요. 인생의 전반부는 성취하는 데 힘을 쏟는 삶이라면, 인생의 후반부는 하나씩 버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 합니다.


『 슬픈 건 슬픈 것이다.

너무 슬퍼할 필요 없다는 얘기는 소용없다. 슬픈 감정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 - p69


준비된 사랑으로 함께한 임종은 훗날 치유된다 합니다. 그렇기에 갈바리의원에서는 가족 간의 관계 회복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 가는 사람은 가는 사람대로, 남는 사람은 남는 사람대로 후회가 덜 하도록 말이지요.

<블루베일의 시간>의 사연들을 만나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는 삶의 자세와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오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일깨워 줍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자, 떠나보내는 자 모두가 서로를 보듬는 시간 <블루베일의 시간>. 읽는 내내 특히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어요. 우리는 살아있을 때 얼마큼이나 사랑을 표현하고 살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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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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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복 졸도할만한 유럽소설 읽었네요.

로맨틱 코미디처럼 웃고 울고, 유쾌하고 감동적인 스웨덴 소설 <오베라는 남자>.

100세 시대에 할아버지라 부르기에는 젊고 아저씨라 부르기에는 어색한 어정쩡한 나이 59세 오베라는 남자의 웃픈 사연을 담은 책입니다.

 

늙은 오빠 오베, 꼬장꼬장한 아우라가 마구 뿜어져 나오네요.

자명종 필요 없이 6시 15분 전에는 눈을 뜨고, 늘 똑같은 패턴으로 동네 한 바퀴 돌며 이상 없는지 시찰하는 일명 원칙주의자 오베.


이 세상에서 싫어하는 게 딱 하나 있다면, 누가 자기를 속이려 하는 것. 특히 '배터리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라는 문구를 최악의 문장으로 꼽지요. 선물용 아이패드를 사면서 키보드도 서비스로 안 준다고 성질을 부리는 에피소드를 보며 배꼽 잡기도 했네요.


어쨌든 철저한 루틴화 생활에 익숙한 만큼 늘 벌어질 일을 예상할 수 있는 삶이 좋은 거라고 생각하며 살아온 오베입니다. 이런 그를 보며 소심하고 결벽증 있는 (미드) 명탐정 몽크와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도 해봤네요.

 

 

남들 눈에는 무뚝뚝하고 답답해 보이는 그도 집에 있을 때 아내에게 조곤조곤 하는 말을 보면, 겉으로 표현은 안 하지만 속내는 다정다감한 면도 나타납니다.


'보고 싶어." 그가 속삭였다.

아내가 죽은 지 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오베는 하루에 두 번, 라디에이터에 손을 얹어 온도를 확인하며 집 전체를 점검했다. 그녀가 온도를 몰래 올렸을까봐. 』 - p55


그런데 오베의 아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아내가 죽은 사연과 생전 아내와의 추억담은 이 책 전반에 걸쳐 이어집니다. 아내를 잃은 한 남자의 외로움과 상실감이 묻어나는 글에서는 가슴이 저릿저릿합니다.


『 그는 흑백으로 이루어진 남자였다.

그녀는 색깔이었다. 그녀는 그가 가진 색깔의 전부였다. 』 - p57

 

 

『 누군가를 잃게 되면 정말 별난 것들이 그리워진다. 아주 사소한 것들이. 미소, 잘 때 돌아눕는 방식, 심지어는 방을 새로 칠하는 것까지도. 』 - p83


문제는 아내를 잃은 오베가 직장마저도 잃게 되고부터입니다.

오베는 아내 곁으로 갈 생각을 하게 되지요. 이제부터 오베의 자살 기도가 시작됩니다.


목매달 줄을 매달 천장 고리를 위해 구멍을 뚫는 것조차 허투루 하지 않는 오베. 천장 정중앙에 구멍을 뚫기 위해 줄자를 동원하고 바닥에는 미드 덱스터처럼 비닐 시트를 깔아둡니다.

 

 

그런데 오베의 자살 기도는 매번 실패로 돌아갑니다. 그것도 참 어처구니없는 이유로요.

목매달 밧줄이 부실해 끊어지기도 하고 (그 순간에도 오베는 도대체 어떻게 된 세상이 밧줄 하나 제대로 못 만드냐고, 더 이상 품질 따윈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며 구시렁대니 웃음이 빵 터질 수밖에요), 직접 뭐 하나 고칠 줄 모르는 이웃들의 자잘한 도움 요청, 하물며 길고양이까지 그의 자살 기도를 뜻하지 않게 방해합니다.


집 밖에서 얼어 죽을 뻔했던 길고양이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며 고양이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 원래는 자기가 자살하려고 했던 지하철역에서 하필 의식을 잃어 철로에 떨어진 남자를 구하게 된 사건 등 '제발 나 좀 죽게 내버려 둬~~~' 소리칠만한 상황의 연속입니다.

 

 

『 살다보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이 될지 결정을 내릴 때가 오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기어오르게 놔두는 사람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때가. 』- p153


살면서 부조리한 사회에 번번이 쓴맛을 봤던 오베.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권위 앞에서는 그저 나약한 개인이 될 수밖에 없는 세상이니까요.

사회성도 없고 까칠한 성격이지만 이웃들과의 소소한 사건을 거치며 점점 만약에 아내가 여기 있었다면....... 그녀의 반응을 생각하며 행동합니다. 오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던 아내에게 그는 '별난 슈퍼히어로'였듯 그의 정의감은 담담하게 이웃들을 향합니다.

 

 

『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 - p410


오베가 그리워하는 것은 바로 모든 것이 늘 같은 것.

겉보기와는 달리 그는 누군가와 틀어지거나 더이상 세상에 없는 것을 못 견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자살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일을 못할 만큼 화가 나는 일을 그의 앞에 떡 갖다 놓는 것이었고요. 그렇다면 화가 나는 일이 더는 없는 상황이 오면 그는 또다시 아내 곁으로 얼른 가려고 행동할까요.......


오베의 웃픈 사연은 이 책을 읽는 내내 많은 감동을 안겨 주더라고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오베의 인생을 엿보다 보면 그의 사랑스럼에 폭 빠질 겁니다.  <오베라는 남자> 책이 유럽에서 출간되자마자 왜 그렇게도 히트쳤는지 고개 끄덕여집니다. 늘어지지 않는 스토리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문장 속에서 웃고 울며 눈물 쏙 빼게 한 재미와 감동 두 가지를 제대로 안겨 준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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