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5 : 어차피 애창곡은 발라드
김연수 외 지음 / 언유주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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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를 주요 독자로 하는 문화 무크지 <언유주얼 an usual> 5호는 발라드를 주제로 김연수 작가, 김초엽 작가 등 다양한 필진의 이야기와 이미지로 발라드 감성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언유주얼 매거진의 독특한 코너 중 하나인, 인터뷰이에게 가상의 설정을 부여해 질답을 주고받는 페이크 인터뷰 코너에서는 올해로 데뷔 30주년을 맞이한 라이브의 황제 가수 이승환과 관련해 즐거운 인터뷰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제 첫 콘서트 관람이 이승환 콘서트였던지라 저한테도 의미있는 가수여서 더 반갑네요.

 

발라드는 가장 흔한듯하면서도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변주를 보여주는 장르이기도 하죠. 설렘, 따스한 감성, 절절함... 같은 달달하면서도 애절한 감성 이미지로 다가오는 발라드. 인생에 한 번쯤은 발라드가 자리 잡은 시기도 있지 않나요.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하다'는 가치를 지향하는 언유주얼의 주제로 잘 어울립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파릇파릇했던 시절에도 무한리플하며 애수에 푹 절어 발라드만 듣던 나날들이 기억나네요. 그때는 어쩜 그렇게 감수성이 흘러넘쳤을까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살다 보니 여유롭게 음악을 듣는 행위조차 점점 멀어지곤 있지만 그래도 행복, 이별, 사랑을 노래하는 발라드는 언제 마주해도 꽂히는 포인트가 있더라고요. 록을 좋아한다고 싶었는데 들여다보니 결국 록 발라드였고. '어차피 애창곡은 발라드'라는 부제에 공감하게 됩니다.

 

 

 

소설, 시, 에세이, 만화로 만나는 발라드 이야기. 이별 노래만 가득 채워진 시디의 추억을 이야기한 임성순 작가, 발라드 유행 현상의 원인을 알아내려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들려준 김초엽 작가, 정통 발라드와 록 발라드 그리고 노래방에 대한 단상을 들려준 박창선 저자의 에세이도 공감 포인트 가득합니다.

 

"이별 노래는 이용당한 거야. 공작새 깃털 같은 거지. 이별 노래를 멋지게 부름으로써 새로운 사랑을 갈구한다고 해야 하나."  - 언유주얼_김초엽_애절한 사랑 노래는 그만


예술 작품과 발라드를 관통하는 관계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한 김효진의 작품들, 썸 타기에 종종 등장하는 캔커피 이야기로 웃음을 준 김신철 저자의 글 등 다양한 분야를 접목한 발라드 이야기, 그리고 로맨스를 부르는 트렌드 컬러에 관한 신스타 신우식의 글처럼 패션 분야까지 언유주얼에 등장해 신선 가득하네요.


브랜드에서도 발라드 감성을 찾아냅니다. 컨버스 브랜드가 올해 111살이라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어요. 발라드처럼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을 들려준 차상우 저자의 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김연수 작가의 짧은 소설이 이번 언유주얼에도 실렸지만, <청춘의 문장들> 에세이에 수록된 「그 그림자, 언제나 못에 드리워져」 이야기가 이번 발라드 주제와 딱 어울리기에 특별히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에 중요하게 삽입된 노래 <요코하마 블루스>의 의미와 김연수 작가의 글에 등장한 애창곡의 접점을 살펴보게끔 소개해준 언유주얼 덕분에 더 풍부한 감상이 탄생됩니다.

 

 

 


흔한 발라드도 개개인의 삶에 스며들었을 때 특별해집니다. 뻔한 듯한 주제를 시선을 확장해 뻔하지 않게 보여준 다양한 글 덕분에 하나의 주제로 문화 속에 스며든 발라드 감성을 훑을 수 있었습니다.


인싸를 주제로 한 1호를 시작으로 현재 5호까지 우리들의 이야기를 끌어안는 매거진 언유주얼. 이미지와 이야기의 조화 속에서 요즘 중요하게 떠오른 이슈이든, 의식하지 못한 채 삶 속에 깊숙이 들어온 주제를 짚어내 공감 포인트를 끄집어냅니다. 오늘은 더 쌀쌀해졌네요. 이불 속에서 갬성충만한 발라드나 실컷 들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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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퀸 : 왕의 감옥 1 레드 퀸
빅토리아 애비야드 지음, 김은숙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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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 퀸 : 왕의 감옥> 1, 2권 리뷰입니다.


레드 퀸 시리즈는 피로 계급이 나뉜 디스토피아를 그린 소설입니다. 열등한 존재로 취급받는 붉은 피로 태어난 적혈, 신의 자리에 군림한 은색 피를 가진 은혈, 거기에 2부 유리의 검 편에서 본격 등장한 새로운 능력을 가진 신혈까지.


현 왕국과 대립 구조를 이루는 적혈을 중심으로 한 진홍의 군대는 신혈인 주인공 메어와 모함을 받고 동생으로부터 쫓겨난 은혈 왕자 칼이 힘을 더한 뒤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우리는 일생 동안 은혈들이란 우리의 주인이자 우리보다 더 나은 자들, 우리의 신들이라고 배우며 살아 왔다." - 책 속에서


레드 퀸 3부 왕의 감옥 편에서는 전 약혼자이자 은혈 왕 메이븐에게 붙잡힌 메어의 상황으로 시작합니다. 쇄골에 새겨진 낙인을 안고 메이븐의 사슬에 묶인 채 추락의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메어. 왕의 비틀린 집착이 최고조를 달합니다.


3부는 감금 생활을 하는 메어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버티는 모습 속에서 작가의 메시지를 잘 드러내고 있는 파트라고도 볼 수 있어요. 힐러리 로댐 클린턴의 희망의 메시지를 3부 시작 시점에 보여준 의도와도 잘 맞물립니다.


레드 퀸 시리즈 적혈의 여왕, 유리의 검에 이어 왕의 감옥 편에서는 더욱 스케일이 커집니다. 진홍의 군대 뒤에 숨은 배후, 현 왕 메이븐에 대한 반역을 일으키는 무리, 그에 맞서는 메이븐의 책략은 무엇인지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번개의 힘이 막힌 채 메이븐의 궁에 붙잡힌 메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구하고자 스스로를 희생했지만, 오빠는 죽었고 자신은 죄수 신세가 되었습니다. 독자는 그토록 메어에게 집착하는 메이븐의 심리를 슬쩍 엿볼 수 있기도 합니다.


재미있게도 그토록 메어를 죽이고 싶어한 현 왕의 약혼녀이자 왕비가 될 에반젤린에 대한 이야기는 살짝 밋밋해져가는 스토리에 신선한 자극을 얹어줍니다. 타국과의 전쟁 종식을 위한 결합으로 약혼녀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상황이 더해지며 에반젤린의 향방은 4부에서도 기대하게 만듭니다.


레드 퀸 : 왕의 감옥 편에서는 노르타 왕국 내전의 문제를 넘어 왕국 대 왕국 간 서로의 이권을 위해 아귀다툼이 예상되는 상황으로 전개되어 어떻게 결말을 낼지 정말 기대됩니다.


이 소설의 고구마 담당인 쫓겨난 왕자이자 메어의 남자인 칼이 또 한 번 우리에게 고구마를 안겨줄 것 같은 예감이 극심하게 들긴 하지만요 ㅋㅋ. 이번에도 비중 있는 전투신들이 나와서 머릿속으로 신나게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영화화 잘 하면 대박인데 못 하면 망조가 보일만한 그런 판타스틱한 장면들이 가득합니다.


은혈로 둔갑된 메리어나도 아닌 신혈 번개 소녀도 아닌 메어 배로우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주는 <레드 퀸> 시리즈. 주인공 메어를 포함해 악녀 역에 해당하는 에반젤린, 진홍의 군대 장군 팔리 등 여성 활약이 대단합니다. 불평등, 독재, 증오, 소수자, LGBTQ 등 저마다 한 인간으로서 존재의 이유에 고민하고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어리석고, 터무니없는 희망을.  (중략)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아니면 정확히 무엇을 희망하는지조차 모르겠다. 그저 희망을 계속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밖에는 모른다. 그것이 내 안의 어둠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방패다." -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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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를 믿나요? - 2019년 볼로냐 라가치 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 수상작 웅진 모두의 그림책 25
제시카 러브 지음, 김지은 옮김 / 웅진주니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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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자를 주제로 하면서도 문학적으로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한 책은 처음 만났어요. 2019 볼로냐 라가치 상 오페라프리마 부문 대상, 2019 에즈라 잭 키츠 상 명예상, 2019 스톤월 북 어워드 대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가 주목한 제시카 러브의 그림책 <인어를 믿나요?>

 

수영을 좋아하는 소년 줄리앙과 할머니. 그리고 화려한 헤어스타일이 눈길을 끄는 세 명의...인어? 줄리앙은 인어가 되고 싶습니다. 지하철이 바닷속으로 변하고 줄리앙이 인어로 변신하는 상상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머리도 길어지고 꼬리가 생긴 인어의 모습으로 바닷속을 자유롭게 활보하는 줄리앙. 즐거움이 충만한 모습 그 자체입니다.

 

게다가 "할머니는 인어 봤어?"라는 질문에 "그럼, 봤지."라고 반응하는 할머니의 대답이라니. 그런데 "할머니... 나도 인어인데."라고 고백하는 줄리앙의 말에는 무뚝뚝한 할머니의 모습이어서 보는 이도 시무룩해집니다. 집안 용품들로 인어처럼 꾸미는 줄리앙. 화분의 식물 잎과 커튼을 걸치며 인어가 되고 싶어 합니다. 그 모습을 본 할머니는 어떻게 할까요.

 

개성 넘치는 화려한 퍼레이드에 참여한 줄리앙과 할머니의 마지막 장면은 그저 판타지 세계에 머무는 것이 아닌 현실 세상으로 독자들을 이끕니다. 총 천연석 컬러풀한 색채감은 톤다운된 배경과 잘 어우러져 매력적인 일러스트를 보여줍니다.

 

<인어를 믿나요?>에서는 소수자를 특정하는 단어는 전혀 없습니다. 노골적으로 언급하지도 않고, 교훈처럼 들려주지도 않으면서 이토록 평화롭고 자연스럽게 소수자의 고민, 포용을 보여주는 그림책이라니. 애정 어린 세심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답니다.

 

어른의 시각에선 누군가에겐 불편함을 안길 수도 있는 주제이고, 검열 대상 혹은 금서 처분을 받았을 법한 주제의 그림책일 테죠. 전형적인 틀에 맞추지 않고 소수자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잘 표현한 <인어를 믿나요?>. 흑인에다가 성소수자로서 자아를 찾는 한 아이의 고민을 보여줍니다. 자신답게 살아가고 싶은 아이의 고민에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인어를 믿나요?라고 질문을 던진 아이의 목소리,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가정과 사회의 모습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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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대화하는 법
이서영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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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상황에서 좋은 사람들과의 대화는 누구에게나 쉽고 편안합니다. 하지만 낯선 상황, 불편한 자리에서는?

 

어색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드는 말투, 불편한 사람과도 술술 대화하게 하는 말투,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할 때 효과적인 말투, 사람들의 주목마저도 즐기게 되는 말투처럼 관계와 상황에 따라 말을 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유용한 책 한 권 소개합니다. 심리학을 근간으로 삼은 <불편한 상황에서도 기죽지 않고 대화하는 법>에서 원활한 대화의 기술을 배워보세요.

 

낯가림이 있는 저도 침묵을 깨고 싶은 말을 하고 싶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난감해할 때가 많은 편이에요. 어떤 상황에서나 어떤 사람과도 술술 대화를 풀어나가고 싶은데 말이죠. 대화 성공욕구는 있지만 압박감에 대화 시작조차 힘들다면 읽어봐야 할 내용입니다.

 

질문은 서로가 마음으로 하는 악수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와닿았어요. 그 자리를 유연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가볍고 쉬운 질문이란 어떤 걸까요. 상대방이 골똘히 생각해야만 하는 질문보다는 궁금한 점을 구체적으로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 물어보는 것이 좋은 질문이라고 합니다. 침묵이 흐르는 상황을 유연하게 만드는 질문을 예시를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말로 표현할 때의 바탕이 되는 사고방식과 배려, 공감은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책 속 사례들을 만나면서 평소 내 말투를 되돌아보는 계기도 됩니다.

 

가정에서 부모 자녀 간 대화뿐만 아니라 직장생활에서도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현명한 대화를 하려면 직장생활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보는 시간도 필요하고, 비즈니스를 하면서 갖는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 고민 이전에 평소 식사 습관까지도 살펴보게 됩니다. 전반적인 내 가치관과 생활습관을 다시금 정비하는 기회가 될 거예요.

 

대화는 관계의 성장을 목적으로 합니다. 배려 있는 센스를 기르는 다양한 해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성장에 도움이 되는 말의 기술을 통해 부정적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대화하고, 성숙한 대화 자세를 배워나갈 수 있습니다. 거절과 관련한 내용은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할 정도로 다들 공감하는 주제이기도 한데요, 이 책에서도 무례하게 거절하지 않는 쿠션화법을 소개합니다.

 

자기소개에서부터 막막한 사람이라면 반갑게 읽을 파트도 있어요. 자신을 너무 낮추지도 너무 높이지도 않는 적당한 표현으로 목적에 맞는 자기소개하는 법도 배워보세요. 준비해놓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이 모든 것들은 인간관계에서 나 스스로를 편안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가족과의 대화, 면접, 직장 상사 혹은 동료나 후배와의 대화, 프레젠테이션 상황, 설득 및 영업 등 말이 필요한 상황에서의 고민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겁니다. 유독 자신감이 없는 부분이 어떤 상황인지 다른 시선으로 살펴보다 보면, 불편함에 대한 이유를 깨닫게 되기도 하더라고요. 모든 상황 맞춤 해법은 아닐지라도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나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그 상황에 대한 여유도 자연스레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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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할머니 -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
전형준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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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소화와 고양이의 궁합은 언제나 옳습니다! 정말 예쁜 표지 사진 덕분에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집니다. 이 고양이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요.

 

많은 동물 중에 왜 하필 고양이를 찍게 되었는가를 질문 받고선 그저 '귀여우니까요'라는 말만 머릿속에 둥둥 떠올렸다는 전형준 작가의 책,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추억을 담은 고양이 사진 에세이 <고양이와 할머니>.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애묘인들이라면 또 한 명의 고양이 전문 찍사의 책이 나와 소장책이 한 권 늘어나겠어요. 재개발로 이주 예정인 동네에서의 마지막 추억을 사진으로 남긴 전형준 작가 덕분에 따스한 에피소드가 차곡차곡 쌓입니다. 가슴 찢어지게 아픈 사연보다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만한 뭉클한 이야기들이에요.

 

"사람도 이리 추운데 겨울에 니들은 을매나 더 춥겠노. 들어와서 무라. 괘안타." - 고양이와 할머니

 

제목처럼 이 책은 고양이들과 할머니들이 주인공입니다. 그 외 동네주민분들의 깨알 사연도 소개됩니다. 마당 고양이들을 찍으며 길고양이 사진을 찍기 시작한 전형준 작가는 사진의 배경이 되는 동네를 오랜 기간 드나들며 묘연을 따라가다 보니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인연도 만들어 나가게 됩니다.

 

고양이만 있었다면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 처지에 서글퍼하며 책장을 덮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사람의 이야기가 있으니 이 책을 덮을 땐 슬픈 감정은 들지 않았어요.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사진과 글에 기쁨 충만한 따스한 감정만 남게 됩니다.

 

꽁알이 할머니, 찐이 할머니, 하나 할머니... 동네 길고양이와 묘연을 가진 부산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깔깔 웃음과 진한 감동의 에피소드. 무뚝뚝하고 투박해 보이는 선입견을 단숨에 떨쳐내는 이야기들로 꽉 채워져 있습니다.

 

특히 표지의 모델인 노랑둥이 고양이 찐이와 할머니의 에피소드는 감동의 눈물이 주르륵~ 아흔에 가까운 연세에도 찐이가 없었다면 진즉에 아팠을 거라는 할머니의 말씀에 또 울컥합니다. 자식 없는 할머니에게 가족이 된 찐이와 할머니의 사연은 인터넷상에서도 유명한 일화랍니다.

 

"고양이 발자국을 따라가니 사람도 만나게 된다. 그것도 좋은 사람을." - 고양이와 할머니

 

동네분들에게 사랑받는 길고양이는 달라도 다릅니다. 약한 아이도 사랑을 먹으며 기운 차리는 모습을 보면 작은 손길만으로도 생명을 꽃피울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길고양이 중 얼결에 집고양이처럼 데리고 사는 분들도 계시고, 살뜰하게 사료를 챙겨주고, 다친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을 다녀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작고 얄궂은 것들이라고 타박하면서도, 한번 빠져들면 헤어날 수 없는 세계니까요.

 

할머니와 사는 고양이들은 다들 손주 같은 분위기예요. 손주처럼 대하기도 하지만, 정말 손주가 된 고양이 행세를 한다고나 할까요. 어리광쟁이가 되고 껌딱지가 되는 고양이들의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길고양이 사진을 찍으며 동네분들에게 편견 없이 길고양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기도 한 전형준 작가. "아픈 애들도 가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 한마디에 굳이 거창한 메시지를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재개발이 결정되고, 사람들이 떠나고, 폐허가 되어가는 골목에 남은 길고양이들. 할머니와 함께 새로운 터전을 찾아 떠난 고양이도 있고, 새로운 인연을 맺어주는 노력도 하지만, 여전히 남는 고양이들은 있을 겁니다. 그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준 <고양이와 할머니>. 따스한 온기 한 줌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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