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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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를 포함해 여덟 권의 소설이 모두 베스트셀러 열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의 사랑을 받은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 아들을 둔 아빠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 첫 번째 에세이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


아들에게 대뜸 사과부터 하는 배크만. 비협조적으로 나올 때마다, 자신이 창피하게 느껴질 때마다, 어처구니없고, 부당하게 구는 자신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날 때면 기억해달라고 말이지요. 이쯤 되면 뭔가 부모로서 감동스러운 멘트가 나올 타이밍 아니겠어요?


하지만 배크만 작가 특유의 골 때리는 유머 감각은 가족 에세이에서도 발휘합니다. "네가 내 차 열쇠를 숨겨놓고 어디에 숨겼는지 죽어도 불지 않았던 그날을. 그리고 이걸 먼저 시작한 쪽은 너였다는 걸 절대 잊지 마라." 아들 생후 18개월 때 쓴 글이라고 합니다.


부모 노릇이 보기보다 참 어렵다는 걸 깨달아가며 살아가는 하루하루입니다. 능력이 허락하는 한도 안에서 훌륭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 하는 부모 마음. 부족한 부모가 될까 봐 두려워하는 속내도 드러납니다. 그래서 검색 또 검색의 생활입니다. 겁에 질리다 보니 자꾸 뭘 사게 됩니다. 


아들에게 쓰는 편지 형식이다 보니 이런 말을 할 때조차도 "그냥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변명은 아니야. 그냥 그렇다는 거지." 하며 자랑 뿜뿜하거나 꽁무니를 슬그머니 빼기도 합니다. 아빠로서 아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도 쏟아집니다. 독립 조언까지도 말이죠. 첫 소파만큼은 반드시 원하는 걸 중고로 사라고 합니다. 그 이후엔 모든 소파가 기나긴 협상의 결과물이 될 거라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게 되면 현명한 깨달음으로 다가올 거라고 당부하면서 말이죠.


축구를 꼭 해야 하는 건 아니라면서 블라블라~. 다른 걸 하면 안-된-다는 건 아니라면서도 그냥 단지... 뭐랄까... 소속감을 얻지 못한다느니 소외된다느니 블라블라~. 결국 아빠가 좋아하는 취미를 아들과 함께 하고픈 욕망이 슬쩍 담긴 조언도 빠질 수 없습니다.


한 맺힌 아빠의 절규도 등장합니다. 아내가 부탁한 기저귀 사 오는 미션에 실패한 아빠의 한 마디. "기저귀가 너무, 너무, 너무 많았어!" 향이 있거나 없는 거, 곰돌이 푸가 있거나 없는 거, 찍찍이가 달린 거, 고무 밴드가 달린 거, 바지 같은 거, 바지 같지 않은 거, 저자극인 것 등등의 기저귀 코너에서 멘붕을 겪은 배크만. 아이를 낳으면 모든 부모가 슈퍼히어로가 될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음을 절절하게 깨닫습니다.


그런 와중에 아내에 대한 경외심을 보이기도 합니다. 네 엄마는 제일 강한 여자이고 나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말이죠. 근데… 음… 내 꼬임에 넘어와서 결혼했으니 아직은 자기가 한 수 위라고 뻐기기도 합니다. 아들 역시 이 집의 일인자가 누구인지는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듯합니다. 난장판을 만들어놓아도 엄마를 웃게 하면 모면할 수 있다는 걸 터득한 아들에게 그 소중한 능력 잘 지키라며 칭찬을 퍼붓습니다.


아, 한 가지 고쳐줬으면 하는 소망도 있었습니다. 손뼉 치는 법을 배운 아들에게 조금만 더 열심히 쳤으면 좋겠다고 조언합니다. 너무 느리고 조용한 박수이기 때문입니다. 상황을 상상해볼까요. 비웃는 거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타이밍에 느리게, 조용히. 짝-- 짝-- (조용). 자존심에 금이 가는 배크만의 모습이 상상됩니다.


밤잠 없는 아이 때문에 새벽까지 놀아줘야 했을 때를 되돌아보며 빨리 재우고 싶은 모든 부모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내가 너랑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야. 절대 아니지."라고 이제는 말할 수 있긴 하지만, 당시엔 어찌나 고통스러워했던지요. 하지만 이런 기억들이 고통의 기억으로만 남아있지 않고 결국 애틋하게 간직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부모이지요.


인생을 살다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들려주며 배크만 식 조언을 들려주는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 남의 집 이야기이지만 공통의 육아 경험을 두고 뒷담화하듯 읽다 보니 더 재밌게 바라보게 되더라고요. 시행착오가 많아도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아빠이자 남편이라는 게 느껴집니다. 육아로 말미암은 부부간 다툼이 잦은 집이라면 배크만과 비교하며 오히려 더 싸움 날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할 정도로 배크만의 가족 예찬이 요란할 정도로 사랑스럽습니다.


매 페이지마다 배꼽 빠지게 웃게 만들면서도 찡한 감동이 담겨있는 편지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실용적인 차로 바꿔야 했고, 죽도록 가기 싫은 이케아에도 때마다 가야 했듯 평범한 가정에서 흔하게 겪는 일들이 배크만의 문체로 다듬어지니 어쩜 이렇게 매력적인 육아기로 탄생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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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서 웅진 당신의 그림책 1
안경미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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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당신의 그림책은 자기만의 고유한 언어를 가진 작가들이 건네는 다채로운 예술의 경험을 선사하는 시리즈입니다.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예술 세계를 여행하는 웅진주니어의 새로운 시리즈 그 첫 번째 그림책 <문 앞에서>.


안경미 작가는 2015년, 2018년 볼로냐 어린이 국제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 2012년 샤르자 국제 어린이 독서 축제에서 일러스트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문 앞에서>는 연필과 콩테만으로 강렬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세 자매가 문 앞에 섰습니다. 첫째는 이렇게 하고, 둘째는 저렇게 하는 저마다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상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걸 보여주는 교훈적인 전래동화 구성으로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세 자매가 여는 문은 무한반복의 문입니다. 하나의 문을 열자 또 다른 문이 나옵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세 자매가 힘을 모아 봐도 문은 부서지지도, 불타지도 않은 채 여전히 새로운 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은 입구일까요, 출구일까요. 쉽게 열렸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는 문도 있을 테고, 아무리 두드려도 애초에 입구가 열리지 않는 문도 있을 겁니다.


빤히 보이는 장애물은 없는데도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장애물은 오히려 문제해결이 수월할 수 있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첫째는 좌절하며 문만 덩그러니 바라봅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바라보기만 할 뿐입니다. 둘째는 분명 이 문에 맞는 열쇠가 있을 거라며 열쇠를 찾아 떠납니다.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세 자매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듯한 일러스트가 인상 깊습니다. 셋째는 무기력하게 보고만 있지도, 자리를 뜨지도 않은 채 계속 문을 엽니다. 천천히 꾸준히. 하지만 결국엔 한계가 찾아옵니다. 결국 멈춰야 할까요.


셋째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문을 대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문 앞에서>는 우화 그림책이라면 가진 특유의 기대감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셋째의 이어지는 행동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는 장애물을 대할 때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순간들을 표현한 장면에 이르면 짜릿해집니다. 열어도 열어도 매일같이 반복되는 문처럼 매일 반복되는 것만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세 자매가 마주한 문은 우리의 인생과도 같습니다. 인생에 놓인 장애물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요. 세 자매 중 누구와 닮은 꼴인가요.


장애물 앞에서 회피하지 않은 셋째처럼 매일을 채워나가는 하루하루가 쌓였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얇은 선들이 모이면 면이 되듯 하나의 선은 힘이 없지만 그 선이 모여 면을 이루고 입체를 이루는 것처럼 우리 삶도 그렇게 채워져 나가는 게 아닐까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하루의 의미가 참 얇게 느껴졌을 때 이상한 문을 상상해봤다는 안경미 작가의 <문 앞에서>. 세 자매가 보여주는 이 우화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른의 눈높이에서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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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 시인이 보고 기록한 일상의 단편들
최갑수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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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여행자 최갑수의 <사랑을 할 때까지 걸어가라> 리커버 에디션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14년간 120여 개 도시를 여행하며 만난 사랑의 순간들과 여행지의 단상을 시적인 글귀로 보여주는 포토에세이입니다. 이번 제목도 마음을 두드리는 책 속 한 꼭지의 제목입니다.


찰나의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에 인생의 단면을 느낄 수 있는 센티멘털한 사진은 최갑수 작가만의 스타일이 오롯이 담겨 있습니다. 14년간 32개국의 도시라면 어마어마할 텐데 그중 어떤 단상이 이 책에 모였을까요. 여행지 그 자체의 정보는 사실 없습니다. 사람과 감정에 집중합니다. 농밀한 감정 폭탄 대신 담백하게 표현한 글귀가 울림을 줍니다.


최갑수 작가는 즐기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기웃거리고 상상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끼지 말아야 할 것들입니다. 좋아하는 감정과 사랑한다는 고백을 아끼지 않듯 젊음과 청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압축한 것이 여행입니다. "여행은 새로운 공간과 장소를 만나는 일이지만 새로운 시간과 조우하는 일"이라는 말이 인상 깊습니다. 공간의 새로움만 만끽했던 그간의 여행 스타일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말입니다. 길 위에서 우리는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가늠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여행을 떠나기 전의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는 걸까요.


이런 여행을 하려면 빈둥빈둥도 필요합니다. 얼마 전에 읽은 박노해 시인의 <걷는 독서>를 읽으면서 든 생각과 비슷한 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머릿속이 복잡하더라도 조금은 여유롭게 움직이는 의식적인 노력과 사색이 동반되어야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평소 실천하기 힘든 일이었기도 합니다. 바쁘게 정신없이 매달리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내 속에 새로운 것이 채워진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건데도 말입니다.


필리핀 사람들도 가보고 싶어 하는 오지 마을인 바타네스라는 곳을 알려주는데요. 마을이 완벽한 하나의 세계를 이루는 곳이라고 합니다. 세상 사람 가운데 '바타네스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 손들어 봐.' 해서 1만 8,000명만 뽑아 모아놓은 것 같은 오직 선의로만 가득한 곳이라고 합니다. 세상 열심히 놀 수 있었다는 (열정적 체험의 의미와는 다른) 그의 자랑 섞인 이야기가 부러워집니다.


두근거림이 사라지기 전에 얼른 떠나라며, 설렘은 모든 불편을 감내하게 한다는 조언도 와닿습니다. 여행 정보를 물어오는 독자의 쪽지를 앞에 두고 정보 대신 한 말입니다. 여행 기간 내내 먹고 자고 보는 그 모든 행위에 반영되는 저마다 다른 취향. 누군가에게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치를 떨만 한 고행의 길이 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설렘이 불편을 감내할 수 있다는 조언은 일단 행동으로 옮겼을 때만 느낄 수 있는 것들 때문입니다.


프리랜서로서의 삶이자 여행자로서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오래전부터 이렇게 말하고 싶었어>. 곳곳에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눈에 띕니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혼자 서 있을 때의 외로움은 우울감이 가득한 외로움은 아닙니다. 외로운 존재임을 깨닫고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정 속에서 오히려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일상이나 여행이나 피곤하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아직은 일상이라는 곳에 정착하고 싶지 않다는 최갑수 작가. 항상 사건을 일으키고 우연에 기대고 무질서를 즐긴다는 점에서 여행길에서 마주하는 진심이 그의 사진과 글귀에 담겨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더 좋은 여행자란 어떤 의미인지 그만의 스타일이 진하게 묻어난 여행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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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왜 그래 - 영화 속 그 음악
더라이프 [클래식은 왜 그래] 제작팀 지음 / 시월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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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밀착용 클래식 입문 토크쇼 프로그램 더라이프 채널의 <클래식은 왜-그래> 시즌 1을 바탕으로 한 책 <클래식은 왜 그래>. 방송에서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학창 시절 음악 시간에 클래식을 분명 배웠건만 그저 외우기만 했던 그때의 기억은 까무룩. 클래식의 매력에 빠져들지 못한 채 살아온 세월. 지하철, 광고 및 영상 BGM으로 일상에서 숱하게 접하면서도 곡 이름과 작곡가를 매치시키지 못하는 흔한 클알못들을 위한 클래식 입문서입니다. 


재미없다고 여긴 클래식을 영화로 접근하니 정말 흥미진진하더라고요. 감동 깊게 본 그 영화 속 배경음악이 바로 이 곡이었구나 하며 해설을 읽다 보면 영화에 대한 이해도 넓어집니다. <클래식은 왜 그래>에서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 보헤미안 랩소디, 빌리 엘리어트, 설국열차, 기생충, 불멸의 연인, 아마데우스, 말할 수 없는 비밀, 번지점프를 하다, 암살,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인생은 아름다워까지 13편이 등장합니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역대급 명대사 "너나 잘하세요"와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은 비발디의 곡입니다. 가사 없는 반주 부분만 들으면 클래식인 줄 모르겠던데 가사 있는 아리아의 중간쯤부터는 "아~ 이 래!" 소리를 할 만큼 귀에 익숙한 곡이었습니다. <그만두어라, 이제는 끝났다>라는 제목이 어쩜 금자씨랑 찰떡궁합이네요. 친절하게 노랫말 가사도 수록되어 있는데 "복수는 나의 것이야"라는 가사를 보면서 복수를 꿈꾸는 금자씨의 상황이 절로 오버랩됩니다. 이 영화에는 그 외 비발디 음악이 6번이나 등장합니다. 크레딧에 작곡가 이름으로 비발디를 올려야 하나 싶을 정도로 비발디 곡과 친절한 금자씨를 밀접하게 엮었습니다.


책 <클래식은 왜 그래>가 가진 장점은 강지희 PD, 문은실 작가, 최자원 작가의 드립력이 탁월하다는 데 있습니다. MSG 한 스푼 첨가된 이야기 코너에서는 곡 탄생 비하인드스토리, 작곡가들의 에피소드를 다양한 편집 기법으로 보여줍니다. 저는 이 코너에 완전 푹 빠져들어서 이것 때문에라도 책으로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데 있을 클래식 꿀팁도 평소 우리가 궁금해했던 부분을 콕 짚어 시원하게 해결해 줍니다. 궁금하다는 걸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모른 채 살아왔던 부분들 말이죠. 클래식을 보면 몇 악장 같은 악장이 꼭 등장하는데 이야기의 서론, 본론, 결론처럼 서사의 재미를 위한 악장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악장에 따라 빠르기에 대한 팁도 나오는데 알고 들으니 정말 제대로 들려서 신기하다며 감탄사 연발하기도 했습니다.


평소 백색소음을 BGM으로 깔지 않고 조용한 모드에서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지만, <클래식은 왜 그래>만큼은 QR코드로 바로바로 들으면서 읽으니 감성력이 증가하네요. 클래식의 선율에 푹 빠져들면서 영화 속 이미지도 다시 떠올려보며 깊이 있는 감상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꼬임에 빠져 다른 곡도 듣다 보니 독서 시간이 마냥 늘어지긴 했지만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N차 봤어도 클래식 BGM의 곡명은 모른 채였는데, 이제는 압니다. 퀸의 곡에서 갈릴레오 구간은 오페라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인데, 영화 속에 등장하는 클래식 중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가사에 보엠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퀸의 곡과 잘 어울릴 수밖에 없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은 세계 3대 오페라로 손꼽는 카르멘이 당시 희대의 망작으로 평가받았다고 합니다. 집시인 여자가 프랑스 군인을 갖고 노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다는데요. 그 시절엔 집시, 이민자, 여자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극악 수준이었거든요.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울컥하게 만드는 명장면,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 '정경' 곡에 맞춘 빌리의 발돋움은 음악의 감동과 맞물려 충격적인 여운이 오래갑니다. 영화에서는 클래식 발레가 아닌 남자 백조들이 등장하는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 작품이라는 점과 차이콥스키와 빌리의 성장 과정의 유사점을 짚어주고 있습니다. 차이콥스키에 대한 비하인드스토리는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얽힌 교향곡 6번 비창으로 이어집니다.


영화 <설국열차>에서는 우리가 흔히 '띠로리'라고 부르는 유명한 토카타와 푸가 d단조 BWV 565 곡을 작곡한 음악의 아버지 바흐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정말 귀에 익숙한 바흐의 클래식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음악의 어머니라 불리는 헨델의 곡은 영화 <기생충>에 등장합니다. 헨델에 대해 알게 되던 과정에서 오페라 <리날도> 중 울게 하소서 곡은 영화 <파리넬리>의 감동을 다시 떠올리게 했고, 유튜브 알고리즘은 영화 <제5원소> 오페라씬 디바송까지 찾아 듣는 옆길을 선사했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여정이 이토록 신났던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음악을 배우는 이들이 사랑하는 영화 <불멸의 음악>, <아마데우스>, <말할 수 없는 비밀>, <파가니니: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같은 음악 영화의 매력에도 푹 빠졌던 시간입니다. 영화 파가니니의 주인공 데이비드 가렛은 실제 바이올리니스트이기에 영화 속 명장면을 연주한 영상을 몇 번이고 보게 되더라고요.


클래식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자, 제발 쉽게 얘기하자, 클래식을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소소한 정보와 재미를 주자는 목표로 만들어진 <클래식은 왜 그래>.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꼈던 클래식 세계를 이토록 재미있게 진입할 수 있다니, 책을 읽는 내내 감탄사 연발하며 읽었으니 성공적입니다. 있어빌리티가 있는 클래식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지만 어떻게 입문해야 할지 몰라서 망설였던 클알못이라면 이 책으로 입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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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 - 현대미술의 거장들에게서 혁신과 창조의 노하우를 배우다
김태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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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이란 뭘까요. 남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를 보여줘야 합니다. 나다움을 위해 필요한 역량인 독창적 사고력은 안에서는 볼 수 없고 밖으로 나가야 제대로 보입니다. 결국 깊게 파인 홈에서 빠져서 틀 밖에서 생각하는 힘을 뜻합니다.


나다움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차별화를 지속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 독창적 사고력을 발휘한 성공 사례들이 바로 창조의 경연장이라 불리는 현대미술에 있습니다. 현대미술에 찾은 혁신과 창조의 비밀 <아트 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에는 독창적 사고력의 대가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아트인문학 여행> 시리즈와 <아트 인문학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을 통해 문학적 감성으로 예술 이야기에 인문학을 녹여낸 김태진 작가는 <아트 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에서는 미술사의 흐름을 뒤바꾼 예술가들의 발상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을 찾아냈습니다.


이 책에는 25개의 생성점을 이은 탈원근법, 탈지각, 탈권위, 탈형식, 탈물질이라고 부르는 다섯 갈래의 경로선이 등장합니다. 현대미술의 창조자에 이름 올린 20세기 예술가들이 이은 경로선이 갖는 의미를 짚으며, 미술에 영향 끼친 20세기 주요 사건을 통해 문화 전반을 이해하고, 전체적인 미술사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세잔의 영향력이 끼친 20세기 전반부에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경제대공황의 격랑 속에서 미술이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야수주의 앙리 마티스에서 시작해 액션페인팅 잭슨 폴록에 이르는 경로선은 원근법이 해체되고 완전한 평면에 이르는 여정이고, 다리파 에른스트 키르히너에서 영국 표현주의 프랜시스 베이컨에 이르는 경로선은 무의식의 세계에 집중합니다.


이들은 고전미술의 파괴자들입니다. 사진이 등장하며 원근법의 붕괴와 평면성에 집중하는 예술가들. 현대 미술이 형성되는 시기입니다. 당대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한 거트루드 스타인의 관심에 따라 성공의 길이 열리기도 하고 시들해지기도 한 에피소드를 보니 살짝 씁쓸하지만요.


회화는 뭔가를 그리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칸딘스키가 추상의 전개에 결정적 역할을 한 말레비치의 작품을 통해 틀 밖으로 나오기에 이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며 지각에 갇힌 미술을 해방시킵니다.


점점 추상으로 달려가는 시기. 사람의 마음을 요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걸까요. 미술 역사에서 작품에 가장 많은 엽기적 테러를 당한 화가 바넷 뉴먼도 있습니다. 광기, 꿈, 비합리성의 세계에 집중하며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한 그들은 지각의 해체를 이룹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미술을 몸으로 느끼는 미술로 바꾸면서 재현에 대한 탈출을 해낸 시기입니다.


주류 미술의 경직성을 거부하고 규칙 파괴자가 된 예술가들. 그 시작점은 마르셀 뒤샹입니다. 소변기에 서명을 넣은 <샘> 작품은 결정적 순간에 등장합니다. 뒤샹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합니다. 유럽에서 한계를 맞이한 그는 천재가 제대로 삐치면 어떻게 되는지 탈권위에 대해 잘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현대 미술의 불모지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뒤샹 이후 미국의 미술 생태계가 변합니다. 상업 미술가 앤디 워홀의 팝아트, 최강의 반예술 운동인 플럭서스에 뛰어들어 명성을 얻은 백남준 등이 등장합니다.


현대 건축에 큰 영향을 남긴 구축주의 블라디미르 타틀린에서 비디오아트 백남준에 이르는 경로는 형식 너머의 것을 추구하는 탈형식을 만날 수 있습니다. 평면의 틀을 깨고 나와 공중에 걸리는 작품들이 출몰합니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을 김태진 저자는 유목민에 비유합니다. 신출귀몰한 화가 뱅크시처럼 스스로를 울타리 안에 가두지 않고 미지의 초원으로 나아가 자신의 예술이 남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증명하며 유목민으로서의 삶을 이어갑니다.


해프닝 장르의 앨런 카프로에서 신체예술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에 이르는 경로선은 물질 너머를 추구해 결과물로서의 작품을 뛰어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전위적인 예술을 하는 이들의 스타 격인 <4분 33초>의 케이지의 영향을 받은 카프로는 실행으로서의 미술을 정립합니다. 만초니의 <예술가의 똥> 에피소드는 기함하게 만드는데 이처럼 기획자나 연기자 같은 예술가들, 기상천외한 이들이 등장합니다. "삶은 예술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라고 한 요제프 보이스처럼 예술 같은 삶을 추구하며 치열하게 살고자 했던 신념은 뭉클한 감동을 안깁니다.


김태진 저자가 들려주는 예술가들의 빛나는 순간에서 얻은 교훈은 예술가처럼 생각하고, 우리의 삶을 예술처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낯설었던 현대 미술의 즐거운 반항 속에서 사고 도약의 결정적 순간을 만날 수 있는 <아트 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힘>. 디지털 세상인 21세기 미술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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