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서 웅진 당신의 그림책 1
안경미 지음 / 웅진주니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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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 당신의 그림책은 자기만의 고유한 언어를 가진 작가들이 건네는 다채로운 예술의 경험을 선사하는 시리즈입니다. 경계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예술 세계를 여행하는 웅진주니어의 새로운 시리즈 그 첫 번째 그림책 <문 앞에서>.


안경미 작가는 2015년, 2018년 볼로냐 어린이 국제 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 2012년 샤르자 국제 어린이 독서 축제에서 일러스트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문 앞에서>는 연필과 콩테만으로 강렬한 느낌을 선사합니다.


세 자매가 문 앞에 섰습니다. 첫째는 이렇게 하고, 둘째는 저렇게 하는 저마다의 사고방식과 행동 양상에 따라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지는 걸 보여주는 교훈적인 전래동화 구성으로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세 자매가 여는 문은 무한반복의 문입니다. 하나의 문을 열자 또 다른 문이 나옵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세 자매가 힘을 모아 봐도 문은 부서지지도, 불타지도 않은 채 여전히 새로운 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은 입구일까요, 출구일까요. 쉽게 열렸지만 출구를 찾지 못하는 문도 있을 테고, 아무리 두드려도 애초에 입구가 열리지 않는 문도 있을 겁니다.


빤히 보이는 장애물은 없는데도 문은 열리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는 장애물은 오히려 문제해결이 수월할 수 있겠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은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첫째는 좌절하며 문만 덩그러니 바라봅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바라보기만 할 뿐입니다. 둘째는 분명 이 문에 맞는 열쇠가 있을 거라며 열쇠를 찾아 떠납니다.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세 자매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듯한 일러스트가 인상 깊습니다. 셋째는 무기력하게 보고만 있지도, 자리를 뜨지도 않은 채 계속 문을 엽니다. 천천히 꾸준히. 하지만 결국엔 한계가 찾아옵니다. 결국 멈춰야 할까요.


셋째는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문을 대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문 앞에서>는 우화 그림책이라면 가진 특유의 기대감을 배신하지 않습니다. 셋째의 이어지는 행동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마주하는 장애물을 대할 때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하루하루를 쌓아가는 순간들을 표현한 장면에 이르면 짜릿해집니다. 열어도 열어도 매일같이 반복되는 문처럼 매일 반복되는 것만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 세 자매가 마주한 문은 우리의 인생과도 같습니다. 인생에 놓인 장애물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요. 세 자매 중 누구와 닮은 꼴인가요.


장애물 앞에서 회피하지 않은 셋째처럼 매일을 채워나가는 하루하루가 쌓였을 때 예상치 못한 일이 펼쳐질 수 있습니다. 얇은 선들이 모이면 면이 되듯 하나의 선은 힘이 없지만 그 선이 모여 면을 이루고 입체를 이루는 것처럼 우리 삶도 그렇게 채워져 나가는 게 아닐까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하루의 의미가 참 얇게 느껴졌을 때 이상한 문을 상상해봤다는 안경미 작가의 <문 앞에서>. 세 자매가 보여주는 이 우화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어른의 눈높이에서 다양하게 해석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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