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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 - 현대미술의 거장들에게서 혁신과 창조의 노하우를 배우다
김태진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8월
평점 :
나다움이란 뭘까요. 남들이 그 가치를 인정하도록 만들어야 하고, 남들과는 다른 차별화를 보여줘야 합니다. 나다움을 위해 필요한 역량인 독창적 사고력은 안에서는 볼 수 없고 밖으로 나가야 제대로 보입니다. 결국 깊게 파인 홈에서 빠져서 틀 밖에서 생각하는 힘을 뜻합니다.
나다움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차별화를 지속하기 위한 강력한 무기 독창적 사고력을 발휘한 성공 사례들이 바로 창조의 경연장이라 불리는 현대미술에 있습니다. 현대미술에 찾은 혁신과 창조의 비밀 <아트 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에는 독창적 사고력의 대가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아트인문학 여행> 시리즈와 <아트 인문학 :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법>을 통해 문학적 감성으로 예술 이야기에 인문학을 녹여낸 김태진 작가는 <아트 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법>에서는 미술사의 흐름을 뒤바꾼 예술가들의 발상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을 찾아냈습니다.
이 책에는 25개의 생성점을 이은 탈원근법, 탈지각, 탈권위, 탈형식, 탈물질이라고 부르는 다섯 갈래의 경로선이 등장합니다. 현대미술의 창조자에 이름 올린 20세기 예술가들이 이은 경로선이 갖는 의미를 짚으며, 미술에 영향 끼친 20세기 주요 사건을 통해 문화 전반을 이해하고, 전체적인 미술사 흐름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세잔의 영향력이 끼친 20세기 전반부에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경제대공황의 격랑 속에서 미술이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야수주의 앙리 마티스에서 시작해 액션페인팅 잭슨 폴록에 이르는 경로선은 원근법이 해체되고 완전한 평면에 이르는 여정이고, 다리파 에른스트 키르히너에서 영국 표현주의 프랜시스 베이컨에 이르는 경로선은 무의식의 세계에 집중합니다.
이들은 고전미술의 파괴자들입니다. 사진이 등장하며 원근법의 붕괴와 평면성에 집중하는 예술가들. 현대 미술이 형성되는 시기입니다. 당대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한 거트루드 스타인의 관심에 따라 성공의 길이 열리기도 하고 시들해지기도 한 에피소드를 보니 살짝 씁쓸하지만요.
회화는 뭔가를 그리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칸딘스키가 추상의 전개에 결정적 역할을 한 말레비치의 작품을 통해 틀 밖으로 나오기에 이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며 지각에 갇힌 미술을 해방시킵니다.
점점 추상으로 달려가는 시기. 사람의 마음을 요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걸까요. 미술 역사에서 작품에 가장 많은 엽기적 테러를 당한 화가 바넷 뉴먼도 있습니다. 광기, 꿈, 비합리성의 세계에 집중하며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한 그들은 지각의 해체를 이룹니다. 머리로 이해하는 미술을 몸으로 느끼는 미술로 바꾸면서 재현에 대한 탈출을 해낸 시기입니다.
주류 미술의 경직성을 거부하고 규칙 파괴자가 된 예술가들. 그 시작점은 마르셀 뒤샹입니다. 소변기에 서명을 넣은 <샘> 작품은 결정적 순간에 등장합니다. 뒤샹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 그 에피소드가 흥미진진합니다. 유럽에서 한계를 맞이한 그는 천재가 제대로 삐치면 어떻게 되는지 탈권위에 대해 잘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현대 미술의 불모지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한 뒤샹 이후 미국의 미술 생태계가 변합니다. 상업 미술가 앤디 워홀의 팝아트, 최강의 반예술 운동인 플럭서스에 뛰어들어 명성을 얻은 백남준 등이 등장합니다.
현대 건축에 큰 영향을 남긴 구축주의 블라디미르 타틀린에서 비디오아트 백남준에 이르는 경로는 형식 너머의 것을 추구하는 탈형식을 만날 수 있습니다. 평면의 틀을 깨고 나와 공중에 걸리는 작품들이 출몰합니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낸 예술가들을 김태진 저자는 유목민에 비유합니다. 신출귀몰한 화가 뱅크시처럼 스스로를 울타리 안에 가두지 않고 미지의 초원으로 나아가 자신의 예술이 남들과 어떻게 다른지를 증명하며 유목민으로서의 삶을 이어갑니다.
해프닝 장르의 앨런 카프로에서 신체예술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에 이르는 경로선은 물질 너머를 추구해 결과물로서의 작품을 뛰어넘는 경향을 보입니다. 전위적인 예술을 하는 이들의 스타 격인 <4분 33초>의 케이지의 영향을 받은 카프로는 실행으로서의 미술을 정립합니다. 만초니의 <예술가의 똥> 에피소드는 기함하게 만드는데 이처럼 기획자나 연기자 같은 예술가들, 기상천외한 이들이 등장합니다. "삶은 예술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라고 한 요제프 보이스처럼 예술 같은 삶을 추구하며 치열하게 살고자 했던 신념은 뭉클한 감동을 안깁니다.
김태진 저자가 들려주는 예술가들의 빛나는 순간에서 얻은 교훈은 예술가처럼 생각하고, 우리의 삶을 예술처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이야기입니다. 낯설었던 현대 미술의 즐거운 반항 속에서 사고 도약의 결정적 순간을 만날 수 있는 <아트 인문학 : 틀 밖에서 생각하는 힘>. 디지털 세상인 21세기 미술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